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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

국가도 변화 속도 놓치면 애써 이뤄놓은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 서경석 청어람출판사 대표

변화에는 속도가 필요하다. 유사 이래 인간살이가 언제 조용했던 적이 있었겠냐만, 요즘 들어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음은 변화의 속도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들이 300여 년에 걸쳐 진행한 산업혁명을 우리는 거의 30년 만에 이뤄냈다. 실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정보화 산업에 있어서는 오히려 선도하는 위치가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농업화, 산업화, 초정보화 마인드가 함께 뒤섞여 돌아가면서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한마디로 전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회로가 뒤엉켜 혼란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전 국민을 하나로 꿰는 철학과 사상이 없이 온통 돈이 법이요 신이 되어버린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더더욱 시끄럽다.

 

오케스트라가 청중들의 심금을 휘어잡을 수 있는 데는 지휘자가 수많은 악기들로부터 발현되는 독창적인 음들을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가 경영자는 나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도드라지는 엇박자들을 조화롭게 조율해 내는 것을 그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국가 경영자의 지휘능력이 부실하다. 국가 경영자를 보필하는 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과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앙·지방정부 부채가 533조 2000억 원에 이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

 

그뿐이면 말도 안한다. 공공부분 1127조 3000억, 가계 1085조 3000억, 기업 2332조 4000억, 소규모자영업자 236조 8000억, 총 4781조 8000억에 이른다.

 

이를 총인구 5061만 7000명으로 나눌 때 국민 1인당 빚이 9500만 원에 달하니 기함할 일이다. 이러니 대한민국이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빛 좋은 개살구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실공화국에 살고 있음이니.

 

통일은 대박이요, 통일 한국은 지구촌의 새 성장엔진이라는 구호야 얼마나 근사한가. 나라가 온통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데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설사 통일이 된들 감당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먼저 내실부터 다질 때다. 내실의 첫 번째 과제는 정부, 국회, 사법부의 몸집 줄이기다.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쓸데없는 기구가 너무 많다. 스스로부터 내핍하라. 그러고서 국민들에게 호소하라. 허리띠 졸라매고 통일한국을 위한 새 설계를 해보자고. 그렇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이나 혁신에도 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속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교를 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의 속도를 낼 때,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들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 UN과 IMF 등 세계적인 관리 기구는 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이라고.

 

인체도 다양한 환경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온갖 병에 시달리거나 사망에 이른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변화의 속도를 놓치면 애써 이뤄놓은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와해될 수도 있다.

 

현대는 몸집이 큰 게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IT, ICT, IoT 산업의 속도를 보라. 우리는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화성(火星)도 480년 후면 인간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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