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으로 번 외화 지난해 첫 1조원 돌파 / GNP 견인 새 동력 돼
존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미국의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다가 안타깝게도 암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런 그가 아직도 가끔 회자되는 이유는 명연설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잠깐 그의 가장 유명한 연설을 인용해보겠다. “국민총생산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나 그들이 받는 교육의 질 또는 행복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가진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즐거움, 정보, 청렴한 공무원도 역시 포함하고 있지 않다. 국민총생산으로는 위트나 용기, 지혜, 배움, 연민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도 역시 측정하지 못한다. 그것으로는 단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외의 나머지 것만을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가진 문화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즐거움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라북도는 예부터 ‘예향의 도시’로서 예술을 즐기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것을 자부하고 이를 지역 정체성으로 내세운 곳이니 여기서 선조의 혜안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익산에 대대로 내려오는 민요 중에 ‘목발의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지게를 진 나무꾼들이 작대기로 지게의 다리인 목발을 두드리며 피로를 잊고 흥을 돋우기 위해 부른 노래다. 우리 조상들에게 가락과 장단은 치병이자 치유의 매개였다. 문화가 우리 삶 속에, 우리의 고민과 행복 속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곧 문화융성일 테고, 그 출발은 지역 곳곳일 것이다.
문체부는 2009년부터 마을축제, 주민악단같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매개로 이웃과 소통하고 마을이 더 정겹고 돈독해질 수 있도록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전국 13개 단체 중에는 앞서 말한 익산목발의노래보존회와 함라문화예술공동체와 같은 생활문화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올해 처음 시작한 ‘작은 미술관 조성사업’은 옛 보건소, 폐공업단지 등 잠들어 있던 지역공간을 미술관으로 새롭게 일깨우는 시도이다. 일례로 한센인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전남 고흥군의 소록도 병원에도 작은 미술관이 생기게 된다. 옛 감금실, 세탁실 등 역사의 현장에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되고, 소록도 주민과 소통하는 미술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지역 어디에선가는 가락과 무용, 시와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을 테다. 독자분께서도 틈을 내어 지역의 박물관, 문예회관과 작은 미술관, 도서관에 가보시길 권한다. 다녀오면 산들에 핀 야생화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문화는 우리 가까이에서 일상의 행복을 채우고, 다름을 이해하는 관용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북돋아준다.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만약 그가 오늘날의 한국을 보았다면 연설을 바꾸어야 했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지는 4750만 달러(약 500억 원)로 12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문화산업으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1996년까지만 해도 0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9억 5480만 달러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총생산에서는 측정할 수 없다던,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문화가 이제는 국민총생산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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