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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 오길 잘했다

▲ 정상석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우선 송하진 도지사님께 죄송하다. 서울시 ‘청년수당’에 관한 뉴스를 봤을 때, 서울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에 속하는 미취업 청년 중 3000명을 선발해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사업성과에 따라 선발인원은 늘어난다고 한다. 몸의 고향은 전북이지만 마음의 고향은 서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랫동네 성남시는 내년부터 최근 6년 중 3년 이상 거주한 청년 전원에게 연간 100만원을 ‘청년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북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기는 할까?

 

'시간' '활력' 줄 청년 수당

 

청년수당의 장점을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딱 두 가지만 꼽자면 첫째, 청년의 하루를 늘려준다. 나는 창업을 위해 서울을 올라왔지만 창업을 위한 시간보다 생존을 위한 노동에 투입한 시간이 더 많았다. 진작 한 달에 용돈 50만원이 생겼다면 땡볕아래 강남대로에서 전단지를 뿌리지 않아도, 쌀국수 집에서 손가락을 베이며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눈 비비며 새벽에 편의점에서 진상손님 상대하느라 오장육부가 뒤틀리지 않아도, 주말마다 기절하듯 잠들지 않아도 됐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하고, 동료를 모으고, 사업모델을 발전시켰다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훨씬 일찍 성장시켰을 것이다. 청년수당은 자본금 모으느라 허비하는 예비 창업가, 학원비 내기 위해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는 취업준비생의 시간을 절약해준다.

 

50만원을 내년도 최저시급으로 나누면 대충 83시간이다. 꼬박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 42분을 일하면 이 돈을 번다. 뒤집어 말하면,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은 매일 2시간 42분을 버는 셈이다. 6개월 동안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은 약 500시간, 21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나에게 21일의 보너스가 주어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나를 믿고, 청년의 미래가치를 믿고 맡겨 준 시간이다.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둘째, 청년에게 활력이 생긴다.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운영하는 ‘청년참’이라는 프로그램은 3인 이상 청년 커뮤니티에 10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수당과 성격이 약간 비슷하다. 그 곳에서 만난 단체 ‘백수문화생활’은 집에 박혀있는 백수에게 무료 문화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모임인데, 팀원 모두가 백수였다. 지원프로그램 덕에 백수로서 풍성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공유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 그들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학원, 직장 등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만약 이런 지원프로그램이 없다면 청년들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알바만 하다가 적성과 관련 없는 회사에 들어가 불행한 노동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전북에서도 약속해주길

 

청년수당 없는 전북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에 쫓겨 경쟁에서 밀리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재정자립도 최하위인 전북이 청년수당을 실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전북에 청년을 위한 경제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전북보다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지역신문 매일매일 챙겨보는 예비 국회의원님들, 나의 애향심과 전북청년의 미래를 지키고 싶거든 공약으로 중앙정부와 연계한 청년수당을 내걸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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