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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과 웨이터 룰

우리 사회 약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훈훈한 한 해 되기를

▲ 배성수 대한경우회 사무총장

최근 몽고식품 회장이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폭행, 폭언으로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식을 줄 모르고 몽고간장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지난 갑질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기업 갑질로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블랙야크 회장의 항공사 용역직원 폭력 행사 등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또 대학 교수들의 갑질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것이 많지만, 2년 여 동안 제자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인 ‘인분교수’ 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도 지난 1년 간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10여건에 이른다. 경비원이 주민들의 모욕과 폭언을 참지 못해 분신한 압구정동 아파트, 주민의 폭행으로 경비원이 숨진 창원과 안양 아파트, 주민이 60대 경비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청담동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한 서울 서대문구와 광주 아파트 등이 잘 알려져 있고,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출근·등교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한다.

 

백화점에서의 갑질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직원 2명의 무릎을 꿇린 사건,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직원 뺨을 때린 사건,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에서 주차요원 4명의 무릎을 꿇리고 뺨을 때린 사건, 목사가 자신에게 망신을 줬다며 매장 직원의 무릎을 꿇린 사건 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갑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가진 자나 힘 있는 자들의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널리 존경을 받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몇 년 전 USA투데이는 미국의 성공한 기업 CEO들 사이에 통용된다는 ‘웨이터 룰’(Waiter Rule)을 소개한 적이 있다. 상대방이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사람과의 거래나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신문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다. 웨이터가 실수로 양복에 와인을 쏟았는데도 관대한 모습을 보인 CEO와 거래하기로 결정했다는 위트니스 시스템스 CEO 데이브 굴드, 회사 법률고문 후보자가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채용을 포기했다는 파네라 브레드 CEO 론 샤이치, “웨이터나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고 강조한 의류업체 사라 리의 CEO 브렌다 반스와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의 CEO 빌 스완슨, 식당 웨이터로 일할 때 손님 옷에 아이스크림을 쏟았는데도 관대하게 용서해준 귀부인을 잊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문구 판매 체인 오피스 데포의 CEO 스티브 오들랜드 등이 있다.

 

웨이터 룰은 비단 식당 종업원뿐만 아니라 호텔 직원이나 모든 하급 직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웨이터 룰을 중시하는 것은 CEO뿐만이 아니다. 한 데이트 주선업체가 몇 년 전 미국의 전문직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상대방이 ‘꼴불견 1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상대와 데이트해봐야 결과가 뻔하다는 얘기다. 갑질하는 사람들과는 사업을 같이 하거나 친구로 사귀거나 심지어 사돈도 맺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병신년 새해에는 모든 갑질이 사라지고, 사회적 약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훈훈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배성수 사무총장은 무주·고창·서울종암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장, 전주교통방송본부장, 원광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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