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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어디일까?

태어나 자란 곳보다 마음속 그리운 곳이 나이들수록 의미 커

▲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내 아버지가 태어나 자란 곳은 순창군 금과면 고례리. 어머니가 태어나 자란 곳은 순창읍 대정리. 아버지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지어먹을 논 몇 마지기만 장만하면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셨다. 그래서 내가 태어난 곳은 진안읍 군상리. 하지만 나는 진안을 기억하지 못한다. 태어난 지 1년이 조금 지나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무주군 안성면으로 이사했기 때문.

 

내 기억의 시작은 무주군 안성면.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다시 남원시 인월면으로 이사하였다가 그곳에서 반 학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다시 남원시내로 이사.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한 곳에서 평균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미지의 도시를 향해 떠나는 떠돌이 신세.

 

다행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남원에서 무사히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전주로 유학했다. 그리고 전주에서 3년을 보내고 다시 대학 생활을 위해 서울 살이를 시작. 서울 살이를 하던 중 아버님의 퇴직으로 부모님 모두 남원을 떠나 경기도 안양에 정착하셨다. 서울에서 대학, 군대, 연수원 등을 거치느라 15년을 보낸 후 검사가 되어 부산에서 2년. 김제시 진봉면 정당리 출신의 아내를 만나 부산 근무 시절 결혼. 그리고 다시 남원을 떠난 지 18년만인 2002년 남원검찰청 검사로 귀향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남원 생활은 맡은 일의 성격 때문인지 쉽지 않았다. 1년 만에 남원 생활을 접고 고양, 광주, 서울을 거쳐 다시 광주, 공주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다시 서울에서 생활 중.

 

만 48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어림잡아도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각각 최소 1년 이상씩의 생활을 했다. 같은 도시 안에서 이사를 한 횟수까지 더 하면 그 두 배도 훨씬 넘을 터.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 대학, 사법연수원, 검사 생활을 합쳐 18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다.

 

대한민국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故鄕)의 사전적 의미는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혹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아마도 고향의 정의로서는 첫 번째만 있다가 현대 사회에 들어 두 번째가 추가된 듯하다.

 

내가 태어난 곳은 기억에도 없는 진안. 자란 곳은 남원과 전주. 살아온 곳은 주로 서울. 그 밖에 10여개 도시에도 살았다. 그렇다면 내 고향은 어디일까?

 

한 때는 사람들의 질문에 별로 자신 없는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태어난 곳은 진안, 자란 곳은 남원’이라고. 질문자가 생각하는 고향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그런데,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그런 질문에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간단히 ‘남원’이라고 답을 하게 되었다. 불혹이 되어 더 이상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는 고향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고향은 남원임이 분명하다.

 

△양중진 과장은 전주 전라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 법무부 부대변인,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광주지검 공안부장검사, 대전지검 공주지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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