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2 01:1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금요수필
일반기사

보리밭

▲ 신이봉

60~70년대 우리의 농촌은 지금처럼 비옥한 땅이 없었다.

 

초가을 지나 찬 서리가 오고 추운겨울 굶주리고 헐벗고 의지 할 곳 하나 없는 대지위에 보리만은 끈질긴 생명 파란 잎새가 우리에게 푸른 꿈을 주었다.

 

신개간지 민둥산을 개간하여 산비탈 사람이 지개로 갈수 있는 곳은 생계를 위한 농사 보리... 보리... 보리밭?

 

보리는 우리에게 절대 주식이었다.

 

당시에 곡식이 부족해 보릿고개가 있었다.

 

우리의 식량은 절대 부족하고 수확 때까지 버티기에는 힘든 고비였다.

 

보리가 미처 여물지 않을 때 음력 3~4월 풋보리를 배어 일부 수확해 그 해을 겨우 넘길 수가 있었다.

 

9~10월경에 보리 파종을 하고 가을이 되면 대기가 건조해지고 쌀쌀한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오기 시작하고 찬 서리가 올 때까지 보리파종을 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보리 싹이 나오기 시작하여 추운 겨울 눈보라 몰아치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로 겨울잠을 자는 사이 보리만은 어기찬 생명 넘실넘실 푸른 초원처럼 겨울바다를 이루어 놓는다.

 

농가들은 이때는 농한기라 보리밭 가꾸기를 한다. 소, 돼지 축사에서 나오는 퇴비 남자들은 바지개로, 여자들은 머리위고 지고 비탈길 산기슭 논 따랑이까지 보리밭에 온 식구가 모여 가꾸어 간다.

 

보리들은 뿌리가 서릿발에 얼어 죽기 때문에 그래서 보리밭을 밞아주고 보리 뿌리가 땅하고 더 밀착하게 단단하게 밟아 주어야한다.

 

보리는 추운 겨울 동안도 잘 자란다.

 

이제 날이 해동하고 봄이 되면 보리밭 김매기가 시작된다. 보리밭 속에 숨어있는 다랭이 냉이 봄나물 어머님은 우리에 밥상을 만들어 놓는다.

 

음력 3월경이 되면 보리이삭이 나오기 시작하고 보리밭 들녘 활기를 띈다.

 

저녁이 되면 이 동네 저 동네 처녀총각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며 노래와 휘파람소리 자연 속에 자유를 즐기며 살아간다.

 

지금처럼 도로 교통 도시문화가 쉴 만한 곳도 없었고 오직 자연이 주는 자유 속에서 인생을 즐긴다.

 

또 보리밭에 들어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며 인생을 결정짓는 쉼터이기도 하다. 휴식공간이며 또 많은 문학을 만들어주는 문학공간 보리밭이다.

 

보리밭은 우리의 마지막 생존을 위한 힘든 농사였다.

 

유월 망종이 되면 보리밭은 알갱이가 엉글기 시작한다.

 

들녘에서 불을 피워 보리깜부기 비벼먹으면 온 얼굴들이 새까맣게 검정얼굴로 해는 길고 허기지고 유일한 간식들이다.

 

유월부터 보리타작이 시작된다.

 

온 식구들이 이때부터 보리 베기가 시작되고 보리타작 보리 털 가시 옷 섭으로 파고 들어가 가려우며 참으로 까칠까칠한 농사였다.

 

타작마당 온 식구들이 총출동 한다. 땀과 먼지 보리가시락 눈만 보이고 얼굴은 까맣게 알아볼 수가 없다. 보리타작이 끝나면 어머님께서 우리에게 제일먼저 물어본다.

 

몇 가마니냐? 아무리 힘든 타작마당 그래도 수확에 관심이 있고 보람을 느끼게하였다.

 

보리 파종에서부터 퇴비주기 보리타작까지 힘든 고난이었다.

 

보리밭 푸른 생명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다.

 

넘실대는 푸른 기상 우리에게 미래로 가는 꿈을 주었다.

 

보리밭 (헝거리) 가난의 정신 뿌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이처럼 발전했다.

 

보리밭 향수에 젖어 흙 냄새

 

업디어 입을 맞추어본다.(고향을 사랑한다)

 

△신이봉 씨는 시인이자 수필가로 전북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남원경제살리기 본부장으로 할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