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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야기

▲ 송일섭

작년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친척 중‘모야’라는 병으로 입원한 분이 있었다. 그 병은 일종의 뇌 혈전인데 수술을 해야 했다. 문병을 오시는 분들의 의견이 분분하였다. 뇌를 수술하려면 지방 병원보다는 서울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고민에 빠졌다. 우물쭈물하다가 수술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로 가는 것이 좋긴 좋으나 수술을 빨리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알음알음 수소문하여 서울 S병원 응급실로 옮겨 즉시 수술을 했다. 수술결과도 좋아 바로 퇴원을 하였다. 그런데 집에 있으니 몸 한쪽의 마비가 왔단다. 부리나케 수술했던 S병원을 다시 찾았다.

 

응급실은 항상 환자가 넘쳤다. 복도 한쪽에 3일이나 있었지만 입원실이 없었다. 시장바닥 같은 응급실이 너무 불편했다. 의사선생님에게 사정을 하여도 차례대로 입원을 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입원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겨우 인맥을 통하니 입원하려면 50만 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돈을 건네니 없다던 입원실이 나왔다.

 

내 동생 이야기다. 치아가 좋지 않아 치과에 갔다. 충치가 있으니 치아를 빼야 한다고 하여 치료도 하지 않고 하나씩 빼고서 틀니를 했다. 그 뒤 충치 치료도 하지 않고 의사 말만 들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

 

얼마 전 제약회사의 사례비 문제가 연일 보도된 일이 있었다. 어느 제약회사는 45억 원을 의사들에게 주었다가 적발이 됐다. 포인트를 의사 자신의 명의로 적립하다가 발각되어 시민단체에서는 불법사례비를 준 6개 제약회사에 약값 환급 소송을 냈단다.

 

다음은 내 이야기다. 치석제거를 한 지가 1년이 넘었다. 치과에 가야지 미루다가 며칠 전 단골 치과에 갔다. 방사선 사진을 찍어 보더니 충치가 두 군데 생겼다는 것이다. 신경치료까지 해야 할지 모르며 금으로 때우려면 7십만 원이 든다고 했다. 치과에 늦게 온 것이 퍽 후회되었다. 치석제거만 한 뒤 충치는 다른 날로 잡혔다.

 

역사탐방을 하다가‘횡설수설’이란 책을 쓴 최자홍 수필가와 친해졌다. 그 책 광고에 치과가 있었다. 그래서 그분이 누구냐고 물으니 아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치과에 갈 일이 있으면 들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 집과는 좀 먼 편이지만 단골치과에 가지 않고 그 병원으로 가고 싶었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그 치과에 갔다. 늦은 오후였는데 손님이 가득하였다. 치료하는 칸막이 몇 군데에서 환자들이 동시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간호사가 많아 종합병원 같은 인상이 들었다.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책을 읽다가 우산을 확인하러 밖의 우산대를 가보니 우산이 없어졌다. 몇 년간 나의 손때가 묻은 정든 우산, 거기에는 큼지막한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왜 남의 우산을 가져갔을까? 나와 우산의 인연이 여기서 끝났다는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상념에 젖고 있을 때 내 차례가 됐다. 의사는 치아 사진도 찍어보지 않고 충치가 있는 치아를 지적하며 치료해주었다. 그리고 표도 나지 않게 그 자리를 때워 주었다. 돈을 내려니 십만 원인데 1만 원만 내라고 했다. 단골치과에서 7십만 원짜리가, 1만 원으로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몇 분 전 우산을 잃고 시무룩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내 마음은 하늘을 날 듯 기뻤다. 어둑어둑해지는 차가운 겨울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가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향했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돈에 눈이 뒤집힌 사람이 많다. 예로부터 인생은 고해라 했거늘 비록 주위로 부터 멸시와 조소와 천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욕심내지 말고 덤비지 말고 욕먹지 말고 손가락질 받지 말고 살아야 한다.

 

△송일섭씨는 전주평화초등학교에서 퇴직했다.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수필문학회와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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