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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시에세이 '꽃씨 하나 얻으려고…', 한시와 한글시의 만남…청량한 감동 가득

김일로 '송산하' 재해석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의 원문과 김병기 교수의 해설을 담은 시에세이가 나왔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사계절출판사). 김일로의 시집 ‘송산하’를 작가의 시각으로 번역하고 설명한 이 책은 일본의 하이쿠와 중국의 오언 혹은 칠언절구가 지닌 절제와 압축미의 절정을 취해 한글시에 녹여낸 듯한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꽃향기가 /하도 매워 /시내 찾아 /달을 핥는 /사슴 /한 쌍.’ 이 시를 한문을 이용하여 ‘花香醉鹿讀半月’ 즉 ‘꽃향기에 취한 사슴/ 반달을 일고 있네.’라고 다시 썼다. 김일로(1911~1984) 시인의 시집 <송산하頌山河> (1982년 출간)에 실린 시이다.

 

아름다운 산수의 경색과 훈훈한 흙냄새가 몸에 배어 있어 풋고추의 알큰한 맛과 시래깃국이 풍기는 넉넉함을 사랑했던 김일로 시인은 눈에 비치고 가슴에 고인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함부로 망칠까 저어하듯 단 몇 글자로 숨죽여 노래한다. 김병기 교수는 이 아름다운 시들을 원작을 훼손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글을 더하면서도, 독자들이 한층 풍부한 이야기 속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글을 풀어놓았다.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인 교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학자, 유명한 서예가·서예평론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짜 전공은 한시이다. 이번에는 김 교수가 한시와 한글시의 계합을 추구한 독특한 시형식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 나섰다. 김 교수는 누구나 쉽게 외워 읊을 수 있는 김일로 시인의 이 짧은 시가 잊히고 만 것은 사람들이 한자와 한문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 여기고 <송산하> 의 한문시 부분을 한글로 번역하고, 매 편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작업을 ‘번역하고 보충하여 서술했다’는 의미로 ‘역보(譯輔)’라 이름 붙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마치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개울가를 산보하는 듯한 청량감으로 가득하다. 자연에서 느낀 시정을 가볍게 던진 외마디의 단상 같기도 하다. 김일로의 시를 현재로 다시 불러온 김병기 교수의 ‘역보’ 작업은 귀감이 될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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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록 chyrr@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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