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끝자락
집 나간 염소 한 마리
편한 밥 먹느니
자유를 찾겠다고
떠난 지 여러 해
폭설 내린 겨울
산짐승들 마을로 내려올 때
그 염소도 절에 와서
스님이 주는 먹이로 허기를 달랬다
전생에서 얻은 스님의 아들이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마을 삼거리에
소문 떠돈 뒤부턴
두 번 다시 염소를 볼 수 없었다
△때로 어떤 죽음은 더 많은 이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는 독일격언이 생각나는 시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꼭 옆에 있어서 무언가를 건네주거나 보태주는 방법만은 아니다. 물러나 주는 것, 때로는 아주 멀리 떠나주는 것도 지극한 사랑이다.
저 염소 어디로 갔을까? 설마 사람들 입에 들어갔을까? 스님 곁을 떠나 폭설내린 설산에서 속세를 잊었을까?. ·김제김영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