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2 00:2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금요수필
일반기사

청동 주전자

▲ 최상섭

보물 1683-2호인 하피첩(霞巾+皮帖)은 다산 정약용이 1810년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학연, 학유 두 아들을 위해 쓴 편지를 모은 것이다. 본래 네 첩이었으나 하나는 사라지고 세 첩만이 전한다. 얼마 전 서울 옥션 경매장에서 정약용의 ‘하피첩’은 7억 5000만원이라는 고가에 낙찰됐다. 하피첩이 경매장에 나오기 까지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한 폐지 수거자에게서 발견된 하피첩은 고서적 수집상에 넘어가고 다시 이것이 서울 옥션 경매장에 모습을 보이면서 세인들의 눈길을 끌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재가 고가로 경매되는 것은 첫째는 수집가의 수집의 벽으로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하고 있으며 두 번째는 작품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귀한 문화재가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전통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키려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아지는 작금의 현실이다.

 

나는 화요일 오후가 되면 낯 익은 소도시의 경매장엘 간다. 소품으로 된 청동제품 그것도 특히 청동 주전자를 낙찰받기 위해서다. 경매장에는 근·현대에 사용되었던 다양한 물품들이 출품된다. 우리 생활에서 낮 익은 물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희귀한 물건들도 가끔씩 출품되어 열띤 경매의 경쟁으로 호가를 올린다. 다행인 것은 사라져 가는 민속 물품들도 상당수 출품되어 경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어 여간 흥미롭지가 않다.

 

5∼6년 동안 나는 이곳에서 청동주전자를 100여 점, 청동 불상을 20여점, 청동 향로와 화로를 10여점 수집했다. 그 중에서 제일 내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은 청동 주전자이다. 주전자 모양이 천차만별이어서 여간 귀엽지가 않다. 지금까지 수없이 낙찰을 했어도 단 한 번도 똑같은 물건이 아니었다. 다행이다. 재수좋은 날은 3-4점 낙찰 받기도 했고 제품이 출품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허다했다. 그리고 주전자 모양이 주변의 동물모양의 오리, 개, 소, 돼지, 여우 등을 본떠서 만든 게 대다수인데 모두가 다양한 특징을 지녔다. 주로 중국의 명나라, 원나라, 청나라 때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모두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참으로 흥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주전자를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나만이 느끼는 큰 보람을 얻게 된다. 자연 청동 제품만을 고집하다보니 불상도 20 여점 수집을 했는데 책장에 잘 진열해 놓았다. 그리고 아침으로 합장 배례 후 출근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낀다. 종교의 마력이다.

 

이제는 진열해야 할 장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책장 틈 사이 이곳저곳에 겹치게 넣어 두다보니 무질서함이 그야말로 고물상이다. 집사람은 아연 실색을 하고 정리하라고 성화지만 나만이 즐기는 물건이라 가끔 끄집어내어 놓고 먼지를 닦아주면 반질반질한 윤기가 여간 매력적이 아니다. 이제 장을 놓을 자리를 물색해야 되지만 한 점 한 점 모아지는 소품들이 내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기쁨을 안겨주는 것들이어서 나는 화요일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기쁨의 날이 되었다.

 

△최상섭 수필가이자 시인은 김제 출생으로 한국시와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독서진흥위원과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등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까치는 징검다리에 수(繡)를 놓고〉 등 6권을 발행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