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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오페라단의 미래, 공영화가 해법

▲ 이인권 한국언론사협회 문화예술위원장
한국에 아직 문화예술의 풍토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인 1986년 호남오페라단은 오페라 ‘루치아’로 첫무대를 올리며 창단됐다. 중앙도 아닌 전북에서 오페라단을 만든다는 것은 모험이면서 동시에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장남 단장은 오로지 열정과 헌신 하나로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 감동의 선율을 통해 예술을 사랑하는 도민과 전국의 오페라 팬, 그리고 해외의 음악가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30년 동안 호남오페라단은 400여회 국내외 공연을 펼쳐왔다. 종합예술무대인 오페라 한편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그동안의 쌓아온 업적이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북과 전주의 예술적 아이콘인 호남오페라단이 50년, 100년의 역사를 향해 더욱 매진해 나가야할 터에 재정의 한계로 해체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니 애통하기 그지없다. 산업기반이 취약한데다 예술적 환경이 열악한 조건에서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호남오페라단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니 통탄스럽기까지 하다.

 

이 위기 상황에서 민간단체에 의해 운영되어온 호남오페라단이지만 그동안의 업적, 기여도, 영향력, 위상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민간 오페라단의 사정으로 방치하기에는 그 존재적 가치가 너무 크다. 호남오페라단은 민간 오페라단 중 국내 세 번째로 창단돼 전국과 해외에 예향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며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 오페라단이 한계를 맞은 이상 공적으로 지자체가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미 30년을 검증받아온 종합예술의 상징인 호남오페라단에 대해 정책적 접근을 통해 회생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오랜 연륜의 예술단이 문을 닫는 상황을 도외시 한 채 다른 예술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지금 위기에 처한 민영 오페라단을 공영체계로 전환시키는 방향에서 구체적인 형식과 절차에 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전통예술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북이나 전주에서 오페라단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균형 잡힌 예향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의미도 있다. 지역이 갖춘 고유한 전통예술의 자원을 서양의 종합극인 오페라와 융합시킨 창작품을 통해 지역의 세계화를 도모하는데 오페라단은 절대 필요하다.

 

호남오페라단이 재정고갈로 운영이 중단된다면 이는 예향의 흠결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는 치욕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특히나 문화예술 분야 국정농단 속에 순수하게 민간단체가 30년을 이끌어온 지역 오페라단이 재정압박으로 해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중앙정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의 순수민간 예술단의 30년은 ‘공적인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호남오페라단은 개인의 소유를 넘어 전북의 공연예술 아카이브인 셈이다. 그것이 지역사회가 예술단이 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호남오페라단이 한계상황을 극복하는데 전북도와 전주시가 나서야 한다. 위기가 바로 기회가 되는 것은 지자체의 미래 예술 비전과 효과적인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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