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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하여

▲ 김성중 익산경찰서장·범죄학 박사
충효를 미덕으로 삼아온 우리 민족에게 고려장이라는 풍습은 일반인들을 당혹하게 만들지만 다행히도(?) 우리 조상들은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리지 않았다. 고려시대에는 반역과 더불어 불효를 중죄로 여겨 엄벌하였고 충효를 중시했다.

 

‘고려사’에 “조부모나 부모가 살아있는데, 아들과 손자가 재산을 달라하고 공양을 하지 않을 때는 징역 두해에 처한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국왕이 효행이 있는 사람과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어주고 선물을 하사하였다는 내용도 남아있다.

 

고려시대에 화장이나, 순장, 풍장 등은 있었지만 고려장은 없었으며, 죽은 사람을 묻어 장례를 치를 때 부장한 물건들을 탐낸 일본인들이 무덤을 파헤쳐 도굴하는 일을 죄악으로 여기던 조선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으로 고려장을 내세워 잘못 알려진 것이다.

 

야속하게도 천년의 시간이 지난 요즘 노인 학대라는 말은 고려장 만큼이나 흔히 회자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외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는지 2006년 UN은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로 정하였다. 우리나라도 범국민적으로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상 6·15를 노인 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하여 올해 제1회를 맞이한다.

 

경찰청은 노인 인구의 증가 및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아동학대에 이어 노인 학대가 신규 치안수요로 급부상될 것으로 전망하여 노인 학대 집중 신고 기간(6월1일~6월15일)을 두어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12년 9340건에서 2015년 1만1905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고 학대 경험률 역시 높아지고 있다. 또한 노인 학대 가해자의 80%이상이 친족이고 가정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과연 충효민족이 맞는지 의심스럽고 놀람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홍보활동과 더불어 피해신고를 활성화 하고 법적 제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라고 할 수 있다. 1차적으로 경찰과 지자체, 노인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들은 노인 학대에 대한 홍보를 시작으로 노인 요양 시설을 방문하고 노인 학대 예방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과 홍보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인 스스로 자발적 피해 회복이 어려운 경우 지역사회 전문가 및 노인보호 전문기관과 협의하여 심리 상담지원, 단기가사 서비스 등 긴급지원과 함께 법률·의료·주거지원 등 사후관리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힘없고 늙는 것도 서러운데 여기에 더해 범죄 피해자로까지 전락한다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마지막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노인은 얼마나 서러울까?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어느새 뿌리내려져 있다. 사회 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는 세태지만 단순한 세대갈등을 조장하거나 장유유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노인인권 보장 측면에서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이 노인 사랑의 날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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