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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두 마음

▲ 조내화
항상 손을 붙들고 다녔는데, 두 손녀의 식성이 서로 달라 오늘 처음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작은 손녀가 그만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심정으로 1층, 2층을 몇 바퀴 돌고 구내방송도 하고 자주 다니던 곳에서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얼굴이 사색이 된 할머니는 이미 눈이 멀고 귀가 먹어 버렸다. 그러나 곁에 있던 외손주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시식코너에서 제가 좋아하는 과일 조각을 찍어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까 할머니, 생각 좀 해 보세요. 집에 갔을 것 같아요?”

 

다급해서 딸에게 혹시 손녀가 집에 왔느냐고 확인 전화하는 걸 보고 하는 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손녀는 이쑤시개에 제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꽂아 들고는 의기양양하게 우리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녀를 보자 왈칵 울음이 쏟아졌다. 그러자 손녀도 할머니를 끌어안고 그만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봐요, 할머니. 내가 곧 올 것이라고 했잖아요?”

 

조급해서 얼이 빠진 할머니와 태연한 손녀 사이에는 이미 생각의 큰 간격이 존재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언제까지나 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과잉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할머니와 손자들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끔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올챙이는 올챙이 때 생활에 충실하고, 개구리는 개구리 때 생활에 충실하다 보니 그렇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다.

 

촛불 혁명에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깨끗한 인사로 채우겠다고 장담하고 시작했는데, 첫 단추부터 격이 맞지 않게 되었다. 핑계 삼아 쓰는 말은 ‘관례’였다는 것, 즉 그 시대는 그것이 삶의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맞지 않으니 결격 사유가 되어 임용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주장이다. 이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청문하는 사람에게는 ‘너는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느냐?’라고, 후보자에겐 ‘그래도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느냐?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은 한 사람을 생각이 다른 두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아내의 생각을 읽어 내지 못한다. 내가 집에 있고 싶을 때는 어디로 나들이 가자고 하고, 자식들에게 먹일 것을 사주고 싶을 때는 우리 둘이만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TV 시청에 빠져 있을 때마다 사정없이 채널을 바꾸곤 한다. 사십 년을 함께 호흡하며 살아오면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 일심동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요사이의 아내의 행동을 보면서 다른 사람 같이 나를 낯설게 한다.

 

나는 가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었다. 내 생각은 이런데 왜 저 사람들은 왜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행위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정당한데 그들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내가 맡았던 어린이들에게 내 생각만을 강요하며 그들 생각의 싹을 잘라냈던 것이다. 같이 지내던 동료들에게도 그들의 방식을 온통 무시하고 내 생각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후회스럽다.

 

세월이 흐르니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세상은 두 사람이,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해주며, 서로를 위해 살아야 행복한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조내화 수필가는 2006년 에세이스트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남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수필집 〈섬진강에 삶을 묻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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