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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91) 10장 백제령 왜국 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밤, 자시(12시)가 지나자 흐린 날씨에 빗방울이 한두점씩 뿌리기 시작했다. 어둠속에 서문사(西門寺)의 대문 기둥이 흐리게 보였을 때 진겸이 말했다.

“서둘러라. 빗발이 굵어진다.”

말고삐를 쥔 진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따르는 시종은 12명, 그중 경호무사는 여섯, 여섯은 이번 왜왕 조오메이 장례식을 거들고 돌아가는 백제방 문관(文官)들이다. 장례식도 백제식으로 치렀기 때문에 백제방이 기인(技人), 예인(禮人)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옆을 따르던 장덕 윤판이 말했다.

“덕솔, 금방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소.”

“쇠?”

머리를 든 진겸이 어둠속에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칼 말인가?”

“매복이 있는 것 같소.”

윤판의 눈 흰창이 번들거리고 있다. 이쪽은 모두 기마로 이동한다. 앞에 경호무사 넷이 둘씩 나란히 서서 길을 텄으며 뒤에는 기인, 예인 여섯과 경호무사 둘이 맨 끝을 따르는 대형이다. 윤판은 38세, 백제방에 온지는 2년이나 20년 동안 전장(戰場)을 누빈 역전의 무장이다. 오감(五感)을 이용하여 살기(殺氣)를 정확하게 느낄 수가 있다. 진겸은 43세, 전시(戰時)의 관리였으니 대응력이 빠르다.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낮게 소리쳤다.

“돌파하라!”

그순간 윤판이 허리에 찬 장검을 빼들면서 박차를 넣었고 소리쳤다.

“매복이다! 따르라!”

놀란 앞쪽 경호무사 넷이 박차를 넣었지만 진겸과 윤판이 맨 앞에 선 꼴이 되었다. 그 뒤를 12명의 시종이 따른다. 그때다. 옆을 따르던 윤판이 먼저 낮은 신음을 뱉었다. 화살이 날아와 옆구리에 박힌 것이다.

“몸을 숙여라! 화살이다!”

그러나 윤판이 말등에 몸을 붙이면서 소리쳤다. 숲에서 쏜 화살이다. 숲속의 길이라 거리는 5, 6보 밖에 되지 않는다.

“서문사 앞까지!”

진겸이 칼을 치켜들고 있었지만 적은 보이지 않는다. 순식간에 서문사 앞까지 내달린 진겸이 말고삐를 채어 말을 세웠다. 이곳에서도 다시 숲길을 빠져 나가야 한다. 그때 다가온 윤판이 말에서 뛰어내리면서 소리쳤다.

“덕솔! 제가 이곳에서 막을 테니 어서 절 안으로!”

“장덕! 다쳤는가?”

그 사이에 일행이 절의 대문 앞에 모였는데 수행원이 네명 줄었다. 경호무사 둘에 기인이 둘 낙오한 것이다. 무사 하나가 발길로 절의 대문을 차면서 소리쳤다. 하나는 칼로 문을 내려쳤다. 그때다. 앞쪽 길에서 검은 옷차림의 사내들이 쏟아져 왔는데 10여명이다. 그리고 뒤쪽에서도 5, 6명이 달려오고 있다.

“이놈들, 분명히 신라놈들일 것이다.”

눈을 치켜뜬 진겸이 소리쳤다.

“잘 들어라! 너희들 중 하나는 꼭 살아서 왕자께 보고를 해라!”

진겸이 칼을 고쳐 쥐면서 다시 외쳤다.

“이놈들은 왜인 시늉을 하고 있지만 신라인이다! 신라인이 기습했다는 것을 알려라!”

그순간 화살이 쏟아졌다. 먼저 소리친 진겸의 가슴에 화살 2대가 박히더니 윤판의 몸에도 다시 화살이 박혔다. 그때 서문사 정문이 열리면서 서너명의 경호무사, 기인, 예인이 쏟아져 들어갔다.

“쳐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어둠속에서 외침이 울렸다. 습격자의 외침이다. 바로 신라어다. 그리고 백제어, 고구려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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