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화살 1대로 타카모리의 용장 아리아케를 죽이고 영지를 차지했다. 계백의 군사는 부상자만 10여 명뿐인 대승이다. 아리아케가 끌고 나온 200기마군 중 1백여 명이 전사, 1백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것이다. 사기가 오르면 1당백이 되고 사기가 떨어지면 1천명이 1명을 당해내지 못한다. 그날 밤, 쿠로기성의 내실을 차지한 계백이 어젯밤까지 아리아케의 소실이었던 다나에를 품고 자리에 누워있다. 자시(12시)가 넘은 시각이다. 다나에는 스물세 살, 아리아케가 가장 아끼는 소실이었는데 오늘 밤 수청을 들 처첩을 고르려고 위사장 하도리가 나섰을 때 자원을 했다.
“누가 모시겠느냐?”
하도리가 처첩을 모아놓고 물었을 때 “내가 모십니다”하고 바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리아케는 본부인 외에 소실이 6명, 그 중 자식이 있는 처첩이 셋이었는데 저녁때 셋은 자식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래서 남은 소실 넷 중 다나에가 자원한 것이다.
다나에는 손안에 쥔 작은 새 같은 몸이었지만 뜨겁고 사나웠다. 성(性)의 쾌락을 아는 터라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매달렸다. 쾌락의 끝이 죽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였다. 계백도 오랜만에 육욕의 만족감을 느낀 밤이었다. 가쁜 숨이 가라앉았을 때 계백의 팔에 안겨있던 다나에가 꿈틀거렸다. 땀에 배인 알몸이 미끈거렸고 따뜻했기 때문에 계백이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때 다나에가 더운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대감은 무신(武神)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성안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제는 몸에 익숙해져서 어려움이 덜어진 다나에가 볼을 계백의 가슴에 붙였다. 더운 숨결이 가슴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문이 퍼져?”
“예, 대감이 무신이라는 소문입니다.”
“내가 신(神)이 아니라는 소문은 네 입에서 퍼져 나가겠다.”
계백이 다나에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웃었다.
“이렇게 인간으로 육정을 나누지 않았느냐?”
“아닙니다. 신이십니다.”
다나에가 두 손으로 계백의 허리를 감아 안고 몸을 딱 붙였다.
“인간이 아니신 것 같았습니다.”
“아니, 왜?”
“이런 쾌락을 주신 것은 대감이 처음입니다.”
“허어.”
계백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네년이 이렇게 아리아케를 녹였느냐?”
“아닙니다. 아리아케는…….”
“닥쳐라.”
부드럽게 꾸짖은 계백이 다나에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알몸이 살아있는 낙지처럼 꿈틀거리며 몸을 붙여왔다.
“대감은 무신이세요.”
다시 숨이 가빠진 다나에가 허덕이며 말했다.
사흘 후의 한낮, 백제방으로 왜국의 섭정 소가 이루카와 그의 부친인 전(前) 섭정 소가 에미시의 행차가 들어왔다. 청에서 기다리던 백제방 방주이며 왜왕 죠오메이의 자문관인 왕자 풍이 둘을 맞는다. 풍의 격이 둘보다 높기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는다.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둘이 인사를 나눈 후에 먼저 아비인 에미시가 입을 열었다.
“전하, 이번에 장군 계백이 타카모리의 영지를 정벌했습니다. 외침을 일으켜 변란을 일으킨 죄값을 받는 것이니 이제 그 영지의 배분을 결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요.”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풍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지난번 말씀 나눈 대로 이와강 서쪽 땅을 소가 가문에서 가져가시지요. 계백에게 이미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예, 그런데.”
이루카가 풍을 보았다.
“그곳에 2개의 성이 있습니다. 내 가신들이 들어가도 반항하지 않겠지요?”
그것까지 확인을 받고 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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