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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51) 13장 동정(東征) 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기치성 성주는 가와사키. 40대쯤의 사내로 체구가 컸다. 한눈에 봐도 백제계다. 성문 밖까지 마중나온 가와사키가 계백을 보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성주 가와사키가 달솔님을 뵙습니다.”

“폐를 끼친다.”

계백이 말에서 내리면서 대답했다. 이곳 우에스기 영지는 변방이다. 더 동쪽으로는 영주 이름도 제대로 적혀있지 않은 땅이 수천리나 뻗쳐 있지만 이 곳 우에스기 영지의 영주도 아스카 왕실로부터 7품 직위인 대의(大義) 벼슬을 받았을 뿐이다. 계백은 왜국 왕실의 본국(本國)인 백제의 2품 달솔이며 왜국에서도 2품 소덕(小德) 벼슬인 것이다. 가와사키의 주군(主君)인 우에스기보다도 5등급이나 높다. 더구나 가와사키는 왕실로부터 직급도 받지 못했다. 안내받아 들어간 기치성은 백제식 석성으로 잘 축조되었다. 자리잡고 앉은 계백에게 가와사키가 휘하 무장들을 인사시키면서 말했다.

“제 조상도 백제계이고 성씨는 협(?)씨였습니다. 대감.”

“그러냐.”

“그러나 본국을 떠난 지 수백년이 되는 데다 백제방과도 교류가 끊긴 지 수십년이 넘어서 고향을 잊었습니다.”

“백제방과의 교류가 끊기다니?”

계백이 정색하고 물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소가씨가 왕실을 끼고 권세를 부리는 것이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말하라.”

“본래 저희 협(?)씨와 소가의 목(木)씨 가문은 백제 본국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소가씨가 먼저 왕실을 끼고 우리를 변방으로 몰아낸 것입니다.”

“그런가?”

“왜국에 왔을 때는 우리가 더 세력이 컸지만 1백년쯤 전부터 소가씨의 이간질로 분열되고 왜인들도 이탈했습니다.”

“너도 협(?)씨 일족인가?”

“예, 대감. 우에스기 영지는 우리 협(?)씨 일족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백제방에 협조해라. 내가 돌아가면 너한테도 직위를 줄 터이다.”

“황공합니다. 대감.”

그 말이 기뻤는지 가와사키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날 밤, 주연을 끝내고 가와사키가 내 준 내실의 침소에 들어가기 전에 슈토와 하도리가 계백을 따라왔다. 밤 해시(10시) 무렵이다.

“주군, 가와사키가 은밀히 드릴 말씀이 있다 합니다.”

슈토가 주위를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주연에서 상석에 앉은 계백은 혼자 마셨지만 슈토, 하도리는 가와사키와 이야기를 오래 주고 받았다.

“무슨 이야기냐?”

“우에스기 가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은근히 영주에 대해서 불만도 비쳤습니다.”

그때 하도리가 거들었다.

“우에스기가 여색(女色)을 좋아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하도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소인이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계백이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해라.”

“저는 밖에서 감시를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이 적지 같아서요.”

하도리가 말하더니 슈토와 함께 청을 나갔다. 계백이 한숨을 쉬었다. 우에스기 영지는 든든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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