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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1)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미사코 성(城)에 입성했을 때는 오후 유시(6시) 무렵이다. 미리 전령을 보낸 터라 성주 미사코와 중신들이 모두 성 밖까지 나와 있었기 때문에 함께 내성의 청으로 들어섰다. 계백은 계속 동정(東征)을 해왔기 때문에 거성(居城)도 서쪽의 이쓰와(五和) 성에서 4백여리나 떨어진 토요야마성으로 옮긴 것이다. 미사코성은 그 중간 지점이다. 청에 앉은 계백이 앞쪽에 무릎을 꿇고 앉은 미사코에게 물었다.

“주민들이 잘 사느냐?”

“아직 모르겠습니다.”

시선을 내린 미사코가 바로 대답을 했지만 얼굴이 붉어졌다. 미사코는 이곳의 전(前) 지배자였던 후쿠토미의 동생이다. 계백이 후쿠토미를 죽이고 나서 미사코를 성주로 임명한 것이다. 그러나 중신(重臣) 사다케를 보좌역으로 옆에 두기는 했다. 계백의 시선이 사다케에게 옮겨졌다.

“사다케, 여기 군사는 얼마나 모을 수 있느냐?”

“예, 기마군 5천에 보군 1만입니다.”

사다케가 바로 대답했다.

“이곳은 전마(戰馬)의 산지여서 말을 2만필 가깝게 모았습니다. 잘 조련시키면 기마군 1만은 가능합니다.”

“가구수, 주민수 조사는 끝냈느냐?”

“예.”

어깨를 편 사다케가 힐끗 옆에 앉은 미사코를 보았다.

“미사코님이 성주로 부임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산속, 골짜기에 숨어살던 주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보다 호구수가 2배나 늘었습니다.”

“허어.”

감탄한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잘된 일이다. 그래, 얼마냐?”

“16만호에 주민이 어린아이 포함하여 1백만 가깝게 됩니다.”

“허어, 영지에 비교하면 주민이 많은 편이 되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후쿠토미 시절에는 땅이 있어도 경작을 안했기 때문에 영지 계산이 안되었습니다. 소신이 바쁘게 계산했지만 이곳 영지가 1백만씩 소출이 가능합니다.”

“허, 내가 대영주가 되었구나.”

“주군께선 이미 대영주이십니다.”

계백이 웃음띤 얼굴로 미사코를 보았다.

“미사코, 네 백성이다.”

“예, 주군.”

“너를 믿고 산에서 나왔다니 잘 살게 해줘야 될 것이야.”

“예, 주군.”

미사코의 얼굴은 붉어진 채다.

그날 밤, 계백의 침실 문이 열리더니 미사코가 들어섰다. 자시(12시)가 가까운 시간이어서 내성 안은 조용하다. 방의 불을 켜놓았기 때문에 계백이 미사코에게 물었다.

“미사코, 네 자의로 온 것이냐?”

“네, 주군.”

고개를 든 미사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불빛에 비친 미사코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지만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침상으로 다가온 미사코가 말을 이었다.

“주군께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도 너를 만나려고 온 것이야.”

손을 벌려 맞는 시늉을 하면서 계백이 말을 이었다.

“내가 없더라도 네가 이곳 중심이 되어라.”

“주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침상으로 오른 미사코가 계백의 옆으로 파고 들면서 물었다.

“주군께서 어디로 가십니까?”

계백은 대답하지 않고 옷을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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