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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8)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14

“당군(唐軍)이 출발했습니다.”

장안성에서 나는 듯이 달려온 첩자가 병관좌평 성충한테 보고 했을 때는 5월 말이다. 저녁 술시(8시)가 지난 시간이어서 성충은 저택에서 첩자를 맞고 있다.

“신구도행군도총관 소정방이 주장(主將)이 되어서 13만 군사가 출정을 했습니다.”

첩자는 장안성에 뿌리를 박고 사는 상인 안청이다. 그러니 당 왕궁이나 관부에 뇌물을 먹인 정보원이 많다. 안청이 말을 이었다.

“백제에 닿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으며 신라와 좌우에서 협공을 할 작정이라고 합니다.”

“수고했다.”

성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도 장안성에서 온 첩자가 다녀갔다.”

“대감, 이번 전쟁은 예사로 볼 것이 아닙니다.”

50대 중반의 안청이 정색하고 성충을 보았다.

“고구려의 지원을 받지 않으십니까?”

“대왕께선 우리 힘으로 능히 당군을 격파하고 김유신군을 몰사시킬 수 있다고 하셨다.”

“다행입니다.”

“이번 싸움으로 신라가 멸망할 것이다.”

성충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다음날 오전, 도성의 청에서 성충의 보고를 받은 의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에 전령을 보내라.”

“예, 대왕. 백제방의 풍왕자께 보냅니까?”

“아니, 계백이 더 가깝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아스카의 백제방은 내해(內海)를 따라 돌아가야 하지만 계백의 영지는 동해(東海)만 건너면 되니까요.”

성충이 말을 잇는다.

“오가는데 20일이면 됩니다.”

“계백에게 정예군을 추려서 오도록 해라.”

“군사를 얼마나 모으라고 할까요?”

“기마군 5천.”

의자가 생각하고 있었는지 바로 말했다.

“말까지 싣고 오려면 보군 1만 5천이 움직이는 것이나 같을 것이야.”

“그렇습니다. 대왕.”

“계백의 기마군 5천으로 김유신군을 맞게 할것이다.”

“김유신은 신라군 5만을 이끌고 올 것입니다.”

“동방(東方)의 군사 3만을 계백의 후위군으로 주면 충분하다.”

백제는 동, 서, 남, 북 중 5개의 방(方)으로 구분되었고 각 방(方)은 방령이 통치하는데 각각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다. 백제는 5방 37군, 200성의 행정조직에 76만호를 거느리고 있었으니 고구려의 5부 176성에 69만 7천호보다 더 강성한 국가다.

22개 담로까지 합하면 600만이 넘는 인구인 것이다. 당시 대륙을 통일했던 수(隨)의 인구가 890만호에 4천 6백만이었으니 백제는 동방의 강국이다. 더구나 왜까지 합하면 수(隨)를 이은 당(唐)도 단독으로 대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의자가 청안에 도열한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이때를 기다렸다.”

모두 숙연해졌고 의자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구려는 같은 땅에서 같은 말을 써왔지만 서로 반목했다.”

의자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고구려와 백제는 같은 시조에서 분류된 왕국이나 신라는 다르다.”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백제는 고구려 유민으로 건국되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백제의 시조인 것이다. 비류와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는 주몽이 졸본으로 망명해 왔을 때 그와 재혼해서 두 아들을 낳았다.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한 것이다. 그러나 주몽의 첫아들인 유리가 나타나 태자로 책봉되자 비류와 온조는 추종자들을 이끌고 남하하여 백제를 건국한 것이다. 비류와 온조는 각각 분가했지만 곧 온조계 백제가 주도권을 장악하여 대를 이어왔다.

의자가 말을 이었다.

“백제가 대를 이어온 지 어언 6백 60년, 대백제의 뿌리는 천년만년 이어질 것이다.”

단하에 서 있던 성충의 시선이 옆쪽의 흥수, 의직에게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고구려는 대륙 세력의 침입을 여러 번 겪었지만 백제는 이번 당(唐)의 침입을 처음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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