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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최석환이 그린 포도병풍

포도는 알알이 맺힌 열매, 넝쿨져 뻗어나가는 줄기의 속성으로 인해 ‘다산’과 ‘번창’을 상징하며 예로부터 시와 그림, 공예품에 애호됐다. 우리나라에서 포도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 에 처음 보이며 포도가 회화의 소재가 된 것은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였다. 조선 말기에는 길상성과 장식성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인해 포도 그림의 수요가 증가하게 됐고, 그 가운데에는 전북의 화가 낭곡 최석환이 있었다.

19세기에 활동한 최석환에 대한 기록은 전북 옥구군 임피면(현 군산시 임피면)에 거주하며 포도를 잘 그렸다는 내용이 유일하다. 그러나 최석환은 1870년을 전후하여 많은 양의 포도병풍을 남겼다. ‘포도병풍(墨葡萄屛)’은 1870년 전후에 형성된 최석환 포도병풍의 전형양식을 보여준다. 최석환은 포도넝쿨 줄기를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였다. 포도 넝쿨의 힘찬 동세를 표현하기 위해 진한 먹으로 초서의 한 획처럼, 서예 기법으로 넝쿨을 그렸다. 포도알은 농묵과 담묵을 번갈아 채색하여 알알이 표현하였고, 병들어 상한 포도잎을 표현하는 등 더욱 사실적이고 자연스런 표현이 엿보인다. 이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이계호(1574-1645 이후)의 양식을 계승한 것이다.

하단에는 ‘을묘지납육일’, 관지에는 ‘낭곡’, ‘최석환인’이라 찍혀 있어 최석환이 1879년 12월 6일에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방 화가였던 최석환은 이러한 연폭 포도병풍을 다수 제작했는데, 이는 19세기 중앙 화단의 유행을 따른 것이다. 동시에 당시 호남 화단이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그림을 제작하고, 중앙화단의 서화를 소장하였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며 19세기 호남 화단이 중앙 화단과 긴밀한 교류가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박혜인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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