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7명 뭉쳐 전주한옥마을 일대서 전통예술 거리공연 해와
가야금병창, 한국무용, 서화가 등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 거리 공연
“독일 쾰른에서 공연할 땐 추운 날씨 탓에 손가락이 얼어 악기를 연주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어요. 하지만 낯선 도시의 풍경, 여유로운 사람들의 일상을 느끼며 전통예술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을 꿈꾸면서 마음은 따뜻하게 채워졌죠.”
지역문화예술 공연·축제를 기획하고 예술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예비사회적기업 문화통신사 협동조합. 경기전을 비롯한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전통예술의 멋을 알려온 문화통신사 한옥버스킹 프로젝트팀이 지난달 9일 독일 뒤셀도르프 거리에 나타났다.
가야금병창 김혜련, 가야금연주단 월향, 한국무용 유보라, 서화가 임지선, 기획·홍보 최락민, 운영 김지훈으로 구성된 한옥버스킹 프로젝트팀은 매주 금·토요일 저녁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전통예술 상설거리공연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생긴 수익금이 이번 독일 버스킹 공연에 불을 지폈다.
대금 연주자 김지훈 대표는 5년 전부터 한국적인 도시전주의 본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국악공연을 해왔다. 40여명의 청년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한옥버스킹 축제’는 그 연장선이었다. 청년축제, 그린웨이 환경 축제 등 모두 3회의 축제를 자체적으로 기획했다.
쾰른대성당, 라인강, 보훔대학, 본…. 이들의 눈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거리 곳곳이 무대로 다가왔다. 김 대표와 팀원들은 독일에서의 첫 공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첫날 쾰른대성당 공연이 끝날 무렵 “익숙한 한국의 소리에 이끌려 왔다”며 인사를 건네 온 중년여성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1980년대 파독간호사’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다음 공연일정을 물어보고는 “오늘은 길게 못봐 아쉬우니 꼭 다시 오겠다”고 기약했다고.
같은 날 태권도를 사랑하는 독일 국적의 청년도 만났다. 파독간호사 2세이며 얼마 전 한국을 다녀왔다는 이 청년은 마지막 공연이 열린 본에서 우연히 재회해 애틋함을 더했다. 무척 반가워 하던 이 청년 왈, “거리에서 들려오는 가야금소리를 따라오니 쾰른대성당에서 만난 한국사람들이 있었어요!”
일본인 청년 화가와 즉석 콜라보레이션 공연도 진행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비소식에 공연을 미뤘던 날, 거리를 걷다가 유화기법을 활용해 일본 특유의 그림을 그리는 한 동양인과 마주쳤다. 먼저 일본말로 말을 건넸는데 이 화가는 한국말로 답변을 하더란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냈다는 것, 그렇게 거리공연을 통해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이번 공연에서 한국무용을 선보인 유보라 씨는 “국적도, 언어도 다른 독일사람들이 한국전통예술에 호응을 보내자 무척 뿌듯했다”면서 “유럽에서 느낀 거리공연의 감동을 전주에서 다시 느끼고 싶다”고 전했다.
꿈 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독일에서 돌아온 문화통신사팀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그 이야기보따리를 다시 펼칠 계획이다. 거리공연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과 무관심을 극복하고 전통예술의 가치에 새 숨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한옥마을은 지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전통의 가치를 일깨우는 과정에서 청년예술가들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선보이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일 등 유럽 거리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거리 공연처럼 말이에요.”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