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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위로 - 박선애

서리가 내렸음에도 국화가 아직 피었다는 것

이른 추위가 찾아왔음에도 온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고 번질 수 있다는 것

닫힌 철벽에 꽃을 붙일 수 있는 여유

두드려서 네 마음의 공감을 기대하는 것

기울어진 디케의 저울이 흔들거려

빈 소리로 일제히 허공에 뿌려져도

꽃가루로 떨어질 거라고 믿지 않는 것

그럼에도

이렇게 빛을 밝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는 내가

끝까지 남을 나의 주인임을

알고 있다는 것

 

▲ 서리가 내렸음에도 국화가 피지 않는다면 꽃이라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 생의 목적이다. 시간의 끄트머리에서 엄습해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벗어나려면 나와의 대화에서 응답을 해야 한다. 온기를 나눌 사람이 손 닿을 곳에 있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매일 신발을 신을 수 있어 신발에게 절을 하는 위로. 서리 내리는 가을은 국화꽃을 볼 수 있는 기다림의 위로. 철벽에 꽃이 핀다는 생각이 시를 불러내는 위로였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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