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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도 피할 수 없었던 화재

박기배 완주소방서 구조대 1팀장
박기배 완주소방서 구조대 1팀장

‘안전한 완주, 완전한 완주’를 위해 연초에 문을 연 완주소방서 구조대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으로서, 참 부끄러운 경험이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 돼 이 글을 쓰게 됐다.

지난 4월 9일, 야간근무 때였다. 적막감이 감돌던 사무실에 요란한 화재 출동 방송음이 울리고, 우리는 긴장 속에서 신속히 출동차량에 탑승하였다. 출동하면서 화재 신고 사항을 확인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출동지령서에 적힌 주소가 다름 아닌 고향마을,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고향 우리집 이었던 것이다.

14년차 소방관으로 일하며 수많은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하였지만, 고향 집에 화마가 덮쳐 진화하러 출동하는 비극을 겪게 되다니, 너무 어이없는 현실 앞에서 요동치는 심장을 쉽게 달랠 수 없었다. 심호흡을 들이쉬며 제발 부모님이 무사하길 빌 뿐이었다. 그렇게 고산면 화재현장에 9분 만에 도착했지만, 나에겐 9년처럼 느껴진 긴 시간이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는 무사하셨지만, 세간살이를 하나라도 건져보겠다며 붉은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하시는 걸 뜯어말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부모님을 겨우 진정시키고,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화마를 잠재우고 한숨을 돌렸다. 인명피해 없이 화재가 진압되어 다행이었지만, 부모님의 땀과 가족의 추억이 깃든 집과 창고는 전소되다시피 타버렸다. ‘왜 하필 우리집일까’ 하는 이기적인 푸념과 부모님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소방관으로서 평소 불에 대해 많이 알고 철저히 예방하는 조치를 했다고 자부했지만, 예고 없이 닥친 고향집 화재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소중한 집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단순히 집에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안전윤리를 내재화하여 평소 생활 주변 곳곳에 안전한 생각과 행동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의 안전한 삶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교육과 재교육을 꾸준히 할 때 ‘안전한 가운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6월 햇살이 벌써부터 불볕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냉방시설의 실외기 과열과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번 고향집 화재 원인도 냉동창고 실외기의 과열로 추정된다. 이런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가동에 앞서 에어컨과 실외기를 점검, 먼지 등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것은 제거해야 한다. 또 실외기 근처에 박스 등 물건을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에어컨은 전력사용량이 많아 문어발식 콘센트에 함께 연결해 사용할 경우 과열에 따른 화재위험이 높다. 반드시 단독 콘센트를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철저히 예방을 하더라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것이 화마다. ‘소방관도 피할 수 없는 화재’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평소 화재 대응방법도 체득해야 한다. 당황되더라도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소방안전교육이 필요하다.

끝으로 고향집을 잃는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고향집 소방안전 점검 꼭 하시길 권한다.

/박기배 완주소방서 구조대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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