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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아웃사이더 사진가 김영구

과학 교사로 일하면서도 미술계와 가까운 김영구, 그는 막걸리를 좋아하고 예술가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눈다.
과학 교사로 일하면서도 미술계와 가까운 김영구, 그는 막걸리를 좋아하고 예술가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눈다.

막걸리를 좋아하며 교직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미술계를 좋아해서 전시 오프닝에 단골손님처럼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진기를 구입하여 전주 태조로 일대를 찍고 다니더니 개인전도 했다. 그는 10여년 미술 전시를 쫓아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서울, 광주, 울산, 대전 등 관심 있는 전시는 전국적으로 다니고 있다. 그는 사진도, 예술도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해서 터득했다. 그러나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과 같겠는가. 하지만 나름대로 연륜이 쌓이면 일가를 이루는 법이다.

얼마 전 교동미술관의 한은주 개인전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몇 병의 막걸리를 비우며 해박한 지식을 떠들어댄다. 기실 미술계와 동떨어진 얘기가 많아 잘 섞일 순 없지만 개의치 않는다. 머리가 하얗게 세서 감히 누구도 말을 막지 않는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미술뿐이다. 김영구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이다.

 

부안 금구원조각미술공원에 있는 김오성 작가의 작품. 이곳에는 130여점의 석조 작품과 함께 금구원 천문대가 있다.
부안 금구원조각미술공원에 있는 김오성 작가의 작품. 이곳에는 130여점의 석조 작품과 함께 금구원 천문대가 있다.

그가 술자리에서 ‘미술’이란 것을 처음 느낀 장면을 이야기 할 때가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부안의 금구원조각미술공원에 갔을 때에 김오성 작가를 만나 덕담을 요청했다. 그때 김오성으로부터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것은 평범한 구석에 두어도 감출 수 없는 것’이라는 내용의 요지를 감명 깊게 들었다. 김영구가 사진기를 구입해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다니면서 눈길을 끄는 장면들을 찍어 ‘태조로’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었던 것도 그런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아름다운 장면이라기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길목에서 발견된 틈, 삶의 단편이나 역사성의 파편이 감지될 만한 것들이다. 그는 프레임 없이 벽과 바닥에 그것들을 전시했다. 마치 지나가는 길목처럼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는 아직 공부 중이라고 하지만, 미술인보다 더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가 끼인 술자리는 언제나 시끄럽다. 사실 사람이 할 말이 많다는 것은 공부가 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는 아직도 할 말이 많다. 그는 예술에 배고픈 사람이다. 그 뜨거운 가슴 때문에 예술인들과 소통이 된다. 예술계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풍부해진다. 예술의 나라에는 국경이 없다. 우리는 수많은 김영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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