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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개발에 밀려난 마전 분구묘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의 ‘조선 왕릉’ 가운데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보존지역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설 중인 아파트의 철거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국토개발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화유적에 대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 지표조사를 통해 유적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화유적의 보존 목적도 있지만 문화유적의 보존에 따른 공사 주체자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김포 장릉’의 경우는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김포 장릉’이 공사의 장애물(?)이 될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마전 유적 주변 전경.
마전 유적 주변 전경.

2007년 전주 서부 신시가지 개발과정에서 발견된 마전유적도 위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마전유적은 마한 전통의 분구묘로서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삼천천을 중심으로 마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었던 세력집단의 분묘로 밝혀졌다. 그런데 마전 분구묘는 발굴조사 이전에는 지표상에서 크게 노출되지 않았고, 이 유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문학대’라는 누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문학대는 고려시대 초축 이후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순조 24년(1824년)에 중건했는데, 1976년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 24호로 지정되었다.

신시가지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문학대를 통과하는 남북 대로의 건설이 계획되었다. 문학대가 지방문화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별다른 대책없이 넓은 도로를 건설하고자 했던 전주시 관계자들의 담대함에 놀랄 뿐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포 장릉’ 주변의 개발공사 문제를 보면서 2007년 마전유적의 발굴과정에서 있었던 당시의 복잡한 심정에서 언제까지 문화재는 개발의 장애가 되어야 하는지 자괴감을 가지게 된다.

마전 분구묘 3호분.
마전 분구묘 3호분.

마전 분구묘 유적은 황방산 산줄기에서 뻗어내린 나지막한 구릉의 정상에서 하단부에 걸쳐 5기가 열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다. 이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3호분은 문학대를 축조하는 과정에서 분구 상면이 일부 삭평이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4기의 분묘에서는 주구와 매장시설만이 노출되었다. 매장 시설로는 토광, 석곽, 석실, 옹관 등 다양하게 확인되었는데, 특히 3호분에서는 토광목곽에서 석곽과 석실로 이어지는 주매장시설의 변화과정과 분구확장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였다.

출토유물은 각종 토기류와 철기류 옥 등인데, 4호분 3호 토광에서는 600여점이 넘는 옥이 부장되어 있었고, 5호분에서는 환두대도, 3호분 1호 석실에서는 말재갈과 다양한 토기와 옥이 출토되었다. 이러한 유물로 볼 때 마전유적의 주인은 전주 삼천천을 기반으로 세력을 가지고 있던 집단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학대와 마전 분구묘 전경.
문학대와 마전 분구묘 전경.

문학대는 누정이다. 따라서 주변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장소에 세웠을 것이다. 마한 전통의 분구묘의 입지조건 역시 구릉의 정상을 따라 열을 지어 배치하는 것이 공통적 현상이기 때문에 마전유적도 그러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인간 삶의 쉼터와 죽은 뒤의 안식 공간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인간들의 생각 속에 자리잡고 있는 주변 환경의 중요성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다행인지 모르지만 도 지정문화재인 문학대와 발굴조사가 완료된 마전 분구묘 유적은 인근으로 이전 복원되었다. 문화재란 원래 있던 환경 속에 자리하고 있을 때만이 온전한 가치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보면, 문학대와 마전유적의 이전은 못내 아쉬운 결정일 수 밖에 없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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