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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애독자 유기석 씨...신문 스크랩 30년

“신문은 역사(歷史)의 기록이잖아요. 매일매일 이런 역사가 사장(死藏)되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또, 필요한 정보들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겠다 싶어 하나둘 모으다 보니 어느덧 방안에 가득 차게 됐네요.”

30년간 이어온 신문 스크랩이 이젠 삶의 일부가 된 유기석(75) 씨.

4월 7일, 제66회 신문의 날을 앞두고 만난 유 씨는 신문 스크랩을 해온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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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스크랩한 파일을 들어 보이는 유기석 씨     /사진=이재진 기자

그의 신문 스크랩은 청년 시절 고향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1991년 장수로 귀향해 전북일보를 처음 구독하면서 시작됐다.

성격이 차분하고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는 유 씨는 초기에 중요한 기사만 발췌해서 스크랩하던 것을 1993년부터 분야별로 체계를 잡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30년 세월의 무게만큼 방 하나 책장에 일상의 편린(片鱗)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전북일보 애독자인 유기석 씨는 “간혹 신문을 스크랩할 때 앞 뒷면으로 해야 하는 기사가 있어요, 그래서 꼭 2부씩 구독한다”고 말한다.

그는 편향된 시각을 경계하기 위해 중앙 일간지와 농민신문 등도 두루두루 구독한다.

1994년 무렵 유기석 씨는 장계면 금덕리 침동마을 이장직을 맡으며 열악한 이장들의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다.

행정의 말초 신경이라는 이·통장의 수당이 당시 12만 원으로 최저 생계비 70만 원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겠다며 2002년 말 시골 촌놈이 겁 없이 큰일을 벌인다.

전국을 누비며 준비작업 끝에 2003년 2월 (사)전국이·통장급여인상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전국의 이·통장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계면사무소에서 개최하고 추진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후 인상안에 찬성한 전국의 이·통장 1만2000여 명의 서명록을 들고 노무현 정부가 막 출범한 청와대에 서류를 접수하고 행정안전부를 찾아가 김두관 장관을 면담한다. 그러나 만만히 곱게 들어 줄 정부가 아니었다. 정부는 최저 생계비로 급여 인상 요구안을 수용하기 위해선 수조 원대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절충안으로 100% 인상을 제안해 와 이듬해 시행되는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이때 김두관 장관하고 맺어진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장수 벽촌의 시골 이장이 (사)전국이·통장연합회 초대 중앙회장을 역임하며 중앙 행정부처에 맞서 요구를 관철하는 뚝심은 그동안 꾸준히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온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유 씨는 그날그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문 기사를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예술 등 분야별로 나눠 스크랩한다. 분야별로 스크랩한 신문은 찾기 쉽게 번호를 매긴 파일에 보관한다. 그렇게 스크랩한 파일 번호가 20번이 넘어간 것도 있다.

그는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단순한 행위가 무모한 도전을 실행하는 용기의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하며 “스크랩한 자료가 실질적으로 무슨 가치가 있나 의심하는 자녀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실망스러운 때도 있지만 어쨌든 역사의 기록물이니 나중에 내가 죽고 나면 도서관 같은 곳에 기증하라고 아내에게 일러두었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희(古稀)를 넘긴 유기석 씨에게 신문 스크랩은 젊은 시절부터 이어온 단순한 취미에서 이젠 결코 손을 놓지 못하는 삶의 일부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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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전북일보 애독자 유기석 씨 #신문스크랩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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