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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소리로 펼친 '상생과 회복'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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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배 씨

2023 전주세계소리 축제가 “상생과 회복”이라는 제목을 내건 개막공연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9월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진행된 이 개막공연은 코로나19 상황의 끝을 알리고,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체제하에서 새롭게 출발한 소리축제의 변화를 예견하게 해주는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개막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소영은 “당악의 향악화에서 양악의 향악화로”를 제목으로 한 연출노트에서 본 공연을 통해 이 시대 외래 요소의 토착화를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서양음악의 향악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서양음악 오케스트라가 무대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국악관현악단 혹은 월드뮤직 악단이 무대를 채웠던 과거의 소리축제 개막공연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또한 최근 수년간의 개막공연들이 소리축제기간 중 이루어질 다양한 공연을 맛볼 수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 개막공연은 독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기획되어 국악·외래음악, 전통·현대의 간극을 허물어뜨리고자 하는 소리축제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듯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과거 소리축제의 개막공연을 보았던 관객들은 낯섦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이번 개막무대를 지켜보았으리라 생각된다.

개막무대의 중심이 된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 성기선)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의 역량을 드러내며 오케스트라를 중심축으로 삼아 “한국적” 음악양식을 시도한 다양한 작품들을 충실히 연주해 냈다. “아리랑 환상곡”과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인 “바람과 바다”(25현 가야금 협연: 문양숙)에서는 아리랑 민요 선율과 동해안 별신굿의 장단과 선율이 각각 화려한 관현악으로 변형되었다.

이어진 무대는 ‘성악가’와 ‘소리꾼’들의 무대였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밀양아리랑”을, 바리톤 김기훈은 창작오페라 <박하사탕> 중의 아리아 “나무꾼과 선녀”와 “뱃노래”를 불렀고, 한국 최초의 창작오페라로 꼽히는 <춘향전>의 춘향과 도령의 2중창 “한번을 보아도 내사랑”을 함께 불러 초창기 한국 오페라 역사에 기여한 전통의 힘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어서 소리꾼 김율희는 판소리 <흥보가>의 한 대목을 재구성한 “제비노정기”를, 소리꾼 고영열은 직접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연주했다. 두 명의 소리꾼은 함께 “북”, 그리고 “동백타령”을 연주하여 소리꾼들의 다양한 음악적 표현들이 한국의 음악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노래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창법과 그 음악어법에서는 큰 차이를 보여주던 성악가와 소리꾼들의 목소리는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위촉작인 “꿈”(작곡 최우정)에서 완벽한 어우러짐을 선사했다. 여섯 곡의 동서양 뱃노래를 모티브로 한 4중창은 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음향적 토대 위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남녀 성악가와 소리꾼의 목소리의 어우러짐도 탁월했지만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이 지닌 감동의 포인트들이 오케스트라 음향을 통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며 “상생과 회복”을 모토로 한 2023 소리축제의 의미를 더할 나위 없이 살려주었다. 이번 개막공연은 2023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체에서 펼쳐질 “상생과 회복”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하며, 소리축제의 정체성과 역사적 의미까지도 되새기게 해주는 품격 있는 무대였다.

이미배 음악학자는

서울대 작곡과 이론전공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취득 후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음악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KBS 클래식 FM 작가로 활동한 바 있으며, 슈만의 음악, K-클래식, 한국 예술가곡 등을 주요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현재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부교수로서 전북대 예술문화연구소의 학술지 <예술과 문화>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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