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청년 농부' 차정환 씨 필라테스 강의 '재능 기부 '
오늘은 손에 화투패 대신 필라테스 공⋯굳은 몸 '쭉쭉'
여기 저기서 곡소리에 감탄 터져 나오며 웃음꽃 '활짝'
 
   여느 농촌이 그렇듯 농번기가 오기 전까지는 한가로이 흘러갑니다. 화정마을 역시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죠. 아침에는 따듯한 집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오후 2시가 되면 경로당으로 모입니다.
 
   오늘(11일)은 화정마을에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바로 인기 방송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친 '청년 농부' 차정환(28) 씨와 필라테스 강사 백진선(39) 씨입니다. 둘은 지난 2023년부터 김제 어르신들께 필라테스를 알려 주는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제에서 완주 화정마을까지 왕복 1시간 40분이 걸리지만 '청년 이장' 취재진의 부탁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필라? 필라 뭐라고? 그거 한담서, 그래서 빨리 왔지!"
오율례(76) 할머니가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맨 앞자리를 찜한 율례 할머니 뒤로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입니다. 그렇게 모인 인원은 총 11명,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어머님들,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해 볼 거예요. 필라 아니고 필라테쑤 아니고 필라테스예요."
유쾌한 정환 선생님 말씀에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금방 웃음꽃이 핍니다.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끝을 쭉쭉 늘려 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큰 도전입니다.
 
   진선 선생님도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다니며 자세를 바로잡아 줍니다. 뻣뻣하게 굳은 어르신들의 몸은 작은 동작 하나에도 다칠 수 있어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하니께 엉덩이가 두근두근하는디? 아유, 선상님! 이게 맞는 거여요?"
최은주(80) 할머니가 빨개진 얼굴로 묻습니다. 경로당에 한바탕 웃음이 번집니다. 정환 선생님도 제대로 운동하고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지 여기저기서 곡소리(?)와 비슷한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
"아고야! 나 죽네, 나 죽어. 어구 시원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정환·진선 선생님이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다들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평소 어르신들밖에 없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이 오면 항상 헤어짐이 아쉽습니다.
어르신들은 두 선생님이 선물해 주고 가신 필라테스 공을 한참 만지작거리며 배운 동작을 다시 해 봅니다. 어쩌면 남은 겨울 동안은 화투패 대신 공을 들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읍내만 나가도 필라테스·헬스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읍내에 나가는 것도 일인 시골 마을은 간단한 체조 하나 배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오늘 열린 운동 교실이 화정마을 어르신들에게 작은 활력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