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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 버스가 없어요"⋯화정마을 '발'이 된 사연은

'교통 사막' 겪는 화정마을 주민들, 청년 이장에게 '콜'
자가용 5분 거리, 왕복 택시비만 1만 4000원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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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보행 보조기를 밀고 다니는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지원 기자

"에고, 내 정신 좀 봐! 약을 놓고 와 부렸네. 버스도 없을 텐디."

어느 날 우연히 화정마을 경로당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덕순(80)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읍내에 있는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식당에 놓고 왔다는 말씀이었죠. 찾아와야 하는 건 알지만 버스는 없고 택시비만 1만 4000원 들어가는 탓에 고민하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금방이라도 택시를 부를 것 같았죠. 

"아휴, 어깨 아퍼 저녁에 잠도 못 잤네." 

화정마을 초입에서부터 보행 보조기를 끌고 오는 이장순(90) 할머니가 보입니다. 오늘따라 몸이 불편해 보이네요. 장순 할머니는 '청년 이장' 취재진과 이야기하던 중 아파서 잠을 못 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조기 없이는 거동이 힘들어 버스 타기 어려운 데다 아플 때마다 택시를 타기에는 비용이 부담이죠.

"진짜 선상님이 나 데려다 주려고? 진짜 부탁해도 될랑가?"

다른 날 이칠월(87) 할머니 댁에서 놀던 중 매일 게이트볼장에 가는 경구(87) 할아버지가 집에 계셔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유는 차가 없어서였죠. 그동안 게이트볼장까지 차 있는 다른 할아버지와 이동했지만 농사 준비 때문에 못 간다는 말을 들었죠. 어쩔 수 없이 유일한 낙인 게이트볼도 포기했습니다. 경구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작은 차를 가지고 쌩쌩 달려 읍내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돈이 없어서 택시를 못 부르는 게 아닙니다. 돈이 아까워서, 버스가 없어서. 버스로 왕복 3000원이면 충분한데 택시비는 4배가 많은 1만 2000원에서 약 5배가 많은 1만 4000원이 들면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사는 데에 왜 버스가 없냐고요? 있어요. 도보 5분 거리의 마을 정류장에 오는 버스는 하루 6대뿐. 이마저도 절반이 이른 새벽이거나 늦은 저녁에 다니는 버스입니다. 심지어 옆에 있는 봉동만 갈 수 있을 뿐 고산으로는 갈 수도 없습니다. 고산을 가려면 1.3km, 도보 20분 거리 정류장으로 가야 합니다. 아니면 방법은 버스 환승뿐이죠.

취재진이 화정마을의 발이 된 이유입니다. 다들 미안해하셨지만 취재진 입장에서는 이게 더 마음 편한 일이었습니다. 자가용으로는 겨우 5분밖에 걸리지 않거든요. 저희가 오기 전에는 더 어려움이 많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파도, 읍내에 나가야 해도 참았던 이유가 다 있었던 겁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교통 사막'을 겪는 시골 마을을 이해하기는 어렵죠. 취재진들이 화정마을에서 버스를 타 보는 체험기부터 완주군의 교통편 문제까지 모두 짚어 봤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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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장 #고산 #버스 #택시 #시내버스 #화정마을 #대중교통 #교통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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