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워싱턴 현장, 전 세계 기술·정책 리더가 모인 AI 전략 무대 젠슨 황 “AI는 인류의 두 번째 산업혁명이자 제2아폴로 프로젝트” 전북의 현실 혁신 주체(기업) 없는 정치적 구호로서 AI 시대 위험
전문=이재명 대통령이 “AI 시대의 국가전략”을 천명하며 인공지능을 국정의 핵심 의제로 올렸다. 전북은 이에 맞춰 ‘피지컬 AI’ 중심지 도약을 선언했지만, 실제 피지컬 AI 중심지라는 말은 정치적 구호와 공약에 머물러 있다.
전북일보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AI 산업의 최전선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현장을 찾았다.
엔비디아 GTC는 AI 시대 산업의 설계자로 불리는 젠슨황 (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최고경영자(CEO)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AI 컨퍼런스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모여 AI의 물리적 기반과 산업 전환을 논의한 그 자리에선 해답 대신 단 하나의 물음이 떠올랐다. ‘대한민국과 전북은 이 거대한 문명 재편의 파도 앞에서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전북이 진정으로 피지컬 AI 중심지를 꿈꾼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교통·교육·제조·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산업적 구조개혁이다.
전북일보는 총 네 차례에 걸쳐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메시지와 GTC 현장에서 본 진짜 AI 산업의 핵심을 소개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이 진행한 2025 ’제3차 해외 단기 연수 과정‘의 결과물이다.
△AI 산업혁명의 설계자 ’젠슨 황’
AI로 국가 산업의 전환을 이끌려는 대한민국과 피지컬 AI 중심지를 꿈꾸는 전북이 진짜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젠슨 황과 그가 설립한 엔비디아가 어떤 기업인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북 일부 정치인과 행정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지컬 AI를 이야기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그 실체는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먼저 AI 산업의 전반을 이해하려면 젠슨 황이 만들어 GPU(Graphics Processing Unit)가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한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처음에는 게임용 그래픽 칩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가 한국의 pc방과 용산에서 직접 영업을 뛰었다는 것은 그가 스스로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
젠슨 황은 그래픽 기술의 핵심이 인간의 시각과 사고 과정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GPU는 단순한 시각 장치가 아니라, 대량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장치로 진화했다.
기존의 CPU(중앙처리장치)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순서대로 처리하는 구조라면, GPU는 수천 개의 작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한다. 쉽게 말해 CPU가 한 명의 사무직 직원이라면 GPU는 수천 명의 작업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공장과 같다. 이런 병렬 연산 구조 덕분에 GPU는 영상뿐 아니라 복잡한 과학 계산이나 인공지능 학습에 적합한 장치로 발전했다.
그래서 오늘날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 자율주행 차량, 로봇, 기후예측, 신약개발 등 거의 모든 AI 시스템이 GPU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GPU는 사실상 인공지능의 두뇌이자 심장이다.
젠슨 황이 인공지능 산업혁명의 중심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는 GPU를 단순한 그래픽 칩이 아니라 범용 가속기(General Purpose Accelerator)로 확장한 데 있다. 그는 GPU를 이용해 모든 산업 분야의 연산 속도를 높이고, AI 학습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만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엔비디아가 만든 CUDA(쿠다)라는 전용 프로그래밍 시스템이다.
젠슨 황이 만든 GPU와 엔비디아는 이제 과학, 산업, 금융, 제조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전북이 이들과의 협력체계 없이 AI 산업을 오로지 국가 예산에 의지한다면 ‘피지컬 AI 중심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완전한 정치적 홍보에 불과할 수 있다.
△젠슨 황의 워싱턴 선언 “AI 사회 시스템의 근간 될 것”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8일 워싱턴 D.C. GTC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을 인류 문명의 다음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AI는 전기와 인터넷처럼 모든 산업과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주권과 경제 체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 단언했다. “모든 기업은 AI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모든 국가는 AI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은 AI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미래 산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황 CEO는 지난 30년간 엔비디아가 추진해온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그는 CPU 기반의 전통적 컴퓨팅 구조가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반면, GPU와 병렬 연산 구조를 결합한 가속 컴퓨팅은 여전히 확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법칙은 멈췄지만, 병렬 구조와 알고리즘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고 말하며,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AI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고 했다.
젠슨 황은 특히 AI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AI 팩토리(AI Factory)’를 제시했다. AI 팩토리는 전북이 꿈꾸는 피지컬 AI의 궁극의 모습 중 하나다.
그는 “AI 팩토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던 데이터센터에서 발전한 새로운 공장”이라며, “지능(토큰)을 생산하는 거대한 산업 설비이자, 미래의 전력·정보·지식이 생산되는 엔진”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응용을 한꺼번에 수행하며, 일종의 지능 생산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는 AI 팩토리가 단순한 기술 인프라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할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AI 모델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연산 수요가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 둘째는 AI를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컴퓨팅 자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성장 곡선이 겹치며 전 세계는 “컴퓨팅의 대전환기”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을 공개했다. 새 칩은 기존 대비 10배 이상 향상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갖췄으며, AI 팩토리의 대규모 연산을 감당할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은 “AI 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연산이 늘어날수록 더 스마트한 모델이 탄생한다”며, 이를 ‘AI의 선순환(Virtuous Cycle)’이라 불렀다.
연설의 마지막에서 그는 “AI는 인류의 두 번째 산업혁명이며, 미국은 이번 혁신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AI시대를 여는 도전을 “제2의 아폴로 프로젝트”로 비유하며, AI 산업이 가져올 국가 단위의 산업 재편과 문명적 도약을 예고했다.
△정치인과 행정이 중심이 되는 AI 시대의 불안정성
워싱턴 D.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제시한 메시지는 단순한 기업 발표가 아니라, 기술 패권과 산업구조의 미래를 암시하는 선언이었다. 이 발언은 대한민국에도, 특히 피지컬 AI 중심지를 자임하려는 전북에도 많은 과제를 던졌다.
우리나라와 전북의 AI 논의는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 주도형 사업 구조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정치권과 관료조직이며, 산업 현장의 주체로서 어떤 기업이 이 혁신을 이끌 것인지는 아예 실체가 없다.
전북의 AI 정책은 공모 예산 확보의 수준에서만 언급되고, 기술 구현과 산업화를 담당해야 할 민간 주체의 생태계는 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전북의 AI 핵심 담당자는 정치인, 공무원, 대학, 지자체 산하 연구기관 정도다.
즉 ‘누가 기술을 만들고 소유할 것인가’라는 젠슨 황의 문제의식에 비춰보면, 전북의 현실은 여전히 소유 없는 혁신, 주체 없는 산업 전환의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 워싱턴D.C.=김윤정 기자
※본 기사(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제작)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