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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호남의 지붕, 진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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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과 진안군, 장수군은 오지(奧地)로 꼽히는 곳이다. 머리글자를 따서 흔히 무진장이라 불린다. 시인 안도현은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돼 장수 산서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다. 그때 쓴 시가 석줄 짜리 시 「무진장」이다. “무주 진안 장수/ 눈 온다/ 무진장 온다”. 눈이 왔다 하면 왕창 오는 이곳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했다. 토끼가 발맞추는 심심산골이라는 뜻이다.

무진장 지역은 면적이 2000㎢로 서울 면적(605㎢)의 3배를 훨씬 넘는다. 충남 금산군까지를 포함해 진안고원(鎭安高原)이라 부르기도 한다. 진안고원의 서북쪽에 자리한 금산군은 1963년 충남으로 편입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줄곧 전북에 속했던 곳으로 오랫동안 문화권 및 생활권이 전북 동부지역과 가까웠다. ‘호남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갖는 진안고원은 동쪽으로 대덕산(1291m), 덕유산(1611m), 백운산(1279m)이, 서쪽으로 운장산(1126m), 만덕산(763m)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신경준의 <산경표>에 등장하는 백두대간이 동쪽, 금남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이 서쪽과 남쪽,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사이를 잇는 험준한 산줄기가 북쪽의 자연경계를 이룬다. 1억년 전 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때 호수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융기했다. 해발고도는 300∼500m며 주변 산들은 600m∼1100m다. 이곳에서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등이 발원하고 금강 수계에 용담댐이 건설되었다.

지난 20일 진안에서 ‘진안고원 속 백제의 흔적’이란 학술대회가 열렸다. 국보 순회전과 연계한 것으로 곽장근 교수(군산대)의 기조강연 등 11명이 발제와 토론을 벌였다. 주로 진안군에 집중된 내용이었지만 교통망과 문헌, 성곽, 불교문화, 기와, 분묘 등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아 의미가 컸다. 곽 교수는 진안고원을 금산·진안권과 장수권, 무주권으로 세분해 진안고원을 무대로 치열하게 전개된 백제와 가야, 신라의 역학관계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는 240여 기의 가야계 중대형 고총 및 300여 개소의 제철 유적과 함께 산성 및 봉화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중앙부에 위치한 지정학상 이점 때문에 옛길의 중심지이자 대규모 철산지로 문화상 점이(漸移)지대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점이지대는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서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들 지역은 지금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공통점이 있다. 무진장은 인구가 2만 명대며 금산 역시 5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 주목받고 있는 생명과 생태자원이 풍부한 청정지역으로, 여기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역사자원이 합세한다면 핫플로 각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각자도생보다는 진안고원행정햡의회 등을 만들어 공동보조를 취하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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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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