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시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초대전 열려 그림자를 바라봤던 기억 환기하는 작품 18점 선보여
빛이 머무는 대상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장면을 포착하여 회화로 옮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청년 작가들의 회화 전시를 기획해 공간을 운영해온 공간시은(대표 채영)에서 이영은 초대전 ‘Lingering Moments’를 열고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시선이 머물던 장면들의 이면을 회화라는 매체로 탐구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빛을 ‘피어나는(blooming)’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머무는(limgering)' 상태로 바라봤다. 동시에 빛이 머무는 동안 만들어진 감각들을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대상과 장소에 따라 기억과 감성을 자극하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와 빛을 세심하게 묘사하며 색감과 질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멀리서 보면 자연스러운 색채와 빛으로 아름답던 빛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흐릿하고 모호해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소멸되는 존재의 의미와 삶의 순환을 은유적으로 담아내 왜곡된 형태 속에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던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품을 중심으로 18점이 전시됐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림자가 갖고 있는 의미가 아닌 그림자가 머물던 시간과 장소, 사물과 사람 등 각자의 기억 속 감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스한 빛의 효과를 담은 색과 이를 얇게 중첩한 붓질의 질감이 화면에 몰입하게 만들며 회화 작품들은 전시장 곳곳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들과 묘한 대응을 이루며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화면을 구성하고 색조를 조정하는 과정은 대상을 향한 첫 시선과 변화하는 시선을 주고받는 경험과 맞닿아 있다”며 “흔적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존재와의 만남이 피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경험을 소재 삼아 시공간이 교차하는 장면을 형상화하고 이중적인 색조로 그 이면에 관한 감성을 조율하며 빛과 함께 피어나는 일상의 새로운 순간을 마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은 작가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그룹전과 개인전을 열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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