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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문고]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숙의 시대로

대한민국 소도시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더 높게, 더 넓게, 더 많이 짓는 양적 팽창이 발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현실이 된 지금, 이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 소도시 건축은 외연 확장을 멈추고,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성숙’과 ‘지속 가능한 압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스마트 축소’와 ‘압축 도시’의 구현이다. 인구 감소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 할 현실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외곽 개발 대신 쇠퇴한 원도심에 주거·상업·공공 기능을 집약하고, 보행권 중심의 콤팩트한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행정 비용을 줄이고 공동체의 응집력을 높인다. 늘어나는 빈집과 폐교 같은 유휴 공간을 철거가 아닌 재생의 대상으로 삼아, 문화·비즈니스 거점으로 재구성하는 전략 역시 소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둘째는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장소성의 회복’이다. 획일적인 아파트와 복제된 공공건축은 소도시의 매력을 갉아먹는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 생활 문화가 건축에 녹아들 때 비로소 차별성이 생긴다. 근대 산업유산과 전통 주거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시재생은 지역만의 브랜드가 되고, 기후와 지형, 재료를 반영한 건축은 주민에게는 자부심을, 방문객에게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한다.

셋째는 고령화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스마트·그린 건축’이다. 고령층을 고려한 스마트 헬스케어 주거, 지능형 이동 지원 시설은 소도시의 생활 편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제로에너지 건축과 생태 복원형 조경을 결합해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의 회복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와 거버넌스다. 건축과 도시 계획이 행정이나 전문가 중심으로 흐를 때, 결과는 삶과 동떨어지기 쉽다. 기획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과 유니버설 디자인, 충분한 공용 공간 확보는 공동체 회복의 토대가 된다. 중앙 주도의 획일적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 전문가와 주민이 주체가 될 때, 소도시는 비로소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다.

소도시 건축의 미래는 화려한 마천루에 있지 않다. 작지만 단단하고, 오래됐으나 세련된 공간, 인간과 자연이 기술로 연결되는 포용적 환경에 있다.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지역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 될 때, 소도시는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현우 건축사(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 지음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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