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I, Robot) 등 AI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적지 않다. 흥행 영화 속 AI는 인류를 적대시하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또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조력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적 또는 경쟁자이거나 반려자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란 문구가 있다. 영화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AI(인공지능)는 언제부터 영화 속에 등장했을까.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는 영화 속에 등장한 AI를 100년 전 영화에서 찾았다. 오스트리아 출신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든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를 가장 오래된 AI 영화로 지목했다. 제미나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 작품’으로, 챗GPT는 ‘AI/로봇을 다룬 초기 영화’로 소개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1927년 1월 20일 독일에서 처음 개봉했다. AI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지금보다 거의 100년 전 AI 로봇이 영화에 등장한 것이다. 지배계층과 노동계층으로 분열된 미래 도시에서 지배자가 만든 AI 로봇은 인간을 파멸시키려 하지만, 계층 갈등은 지배자 아들과 연인의 사랑과 화해 중재로 끝난다. 영화는 “머리와 손 사이의 중재자는 반드시 심장이어야 한다”는 마지막 자막을 남긴다. 기술·자본(머리)과 노동(손)의 대립을 사랑·인간성(마음)이 중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2026년, 생성형 AI와 피지컬 AI 등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산업과 결합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속에서 인간이 만든 지식을 섭렵해 인간을 놀라게 하던 AI는 영화 속 로봇처럼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들어오고 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와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머리와 손의 ‘즐겁거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2026년 1월 22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다.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경쟁력 강화 등이 이 법의 목적이다. AI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견제하고,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이다.
AI 기본법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 등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해 놓고 있다. 법 시행으로 딥페이크와 같은 AI의 부작용을 차단할 장치가 마련됐지만 각종 규제가 AI 혁신을 지체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관련업계의 우려도 있다.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언론계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공개 의무화 등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방안을 AI 기본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이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마지막 자막처럼 ‘머리와 손 사이의 진정한 중재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이사/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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