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매년 GDP의 약 2.5~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방위산업은 최근 폴란드 수출 대박 등을 터뜨리며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국가 수출동력이 되었다. 방산은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첨단기술이 응집된 고난도 산업으로, 타 산업으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그러나,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방위산업의 이면에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라는 해묵은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10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지역 방산기업 간담회’에서 분출된 도내 기업들의 목소리는 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인증 절차와 과도한 행정 부담, 장기간 소요되는 사업 구조 탓에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천 개의 첨단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특정 소수 기업에 공급망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특정 대기업의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무기 공급 체계 전체가 마비되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는 산업육성을 넘어 국가 안보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때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납품 구조에서 오는 비효율과 불안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전북은 비록 방산 집적지로서 초기 단계이나, 탄소소재와 정밀기계, 농기계 등에서는 이미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방산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과감한 실행이다. 시제품 단계부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개선하고, 인증 절차의 합리화와 초기 실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방위산업을 일부 대기업의 독점적 영역이 아닌,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존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지탱하는 보루다. 더 많은 중소기업을 포용하는 것은 산업의 외연 확장을 넘어 국가적 책무다. 이번 전북에서의 논의가 낡은 방산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K-방산’ 경쟁력을 완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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