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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무료 임대⋯삭막한 도심 깨운 ‘이웃 사랑’

7년 전부터 진북동 골목길 담벼락서 작은 미술관 운영
주민 1명 시작한 일⋯"현재 이웃이 함께 만들어가는 중"

지난 13일 진북동 우성유치원 주변 골목길에서 만난 진북동 주민 김건희 씨가 7년 동안 운영한 작은 미술관을 소개하며 웃어 보이고 있다./박현우 기자

“일상에 지친 이들이 길을 걷다 그림이 그려진 돌을 발견하고, 잠시라도 미소 지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주 진북동 우성유치원 주변 골목길 초입에 놓인 작은 팻말에 적혀 있는 문구다. 7년 전 누군가 놓기 시작한 손바닥만 한 돌멩이는 삭막한 일상을 깨우는 온기가 돼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 기적은 진북동 주민이자 연극 배우인 김건희(45) 씨의 손끝에서 출발했다.

진북동 주민 김건희 씨가 본인 집 1층 단차를 활용해 작은 미술관을 차렸다./본인

시작은 소박했다. 

길거리 다니면서 발에 걸리는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김 씨는 하루이틀 지나면 사라지는 돌멩이를 보며 ‘어딘가로 굴러갔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예뻐서 주워 갔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김 씨는 본인의 집 1층 단차를 활용해 0.1평도 안 되는 작은 미술관을 차렸다. 

진북동 주민 김건희 씨의 이웃인 ‘이웃 아저씨’가 내어 준 담벼락에 작은 미술관을 만들었다./본인

이를 지켜본 앞집 이웃, 일명 ‘이웃 아저씨’는 흔쾌히 집 담벼락을 내줬다. 말도 안 되는 ‘담벼락 무료 임대’가 성사된 순간이다. 

위기도 있었다. 코로나19 당시 음주운전 차량이 담벼락을 들이받으면서 작은 미술관이 다 무너졌다. 이웃 아저씨는 무너진 본인의 담벼락보다 돌멩이 안부부터 챙겼다. 다시 모습을 갖춘 작은 미술관의 규모가 조금 더 커졌다.

김 씨는 “이웃 아저씨의 호의 덕분에 작은 미술관이 더 넓어져 마치 땅 부자가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코로나19 당시 음주운전 차량으로 이 아저씨네 담벼락이 무너지고, 공사 후 작은 미술관의 규모가 더 넓어졌다./박현우 기자

이제 이 골목에서 작은 미술관을 그냥 지나치는 이는 없다.

누군가는 미술관 관람료 주듯 장난감 돈을, 고맙다는 인사가 담긴 편지를, 직접 그림을 그린 돌멩이를, 그림 그리기 좋은 돌멩이를 두고 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이 골목만의 다정한 문화가 생겨난 셈이다. 

작은 미술관에 들린 진북동 주민들이 장난감 돈을 놓고 갔다./본인

김 씨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나무돌 이야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다. 

그는 “돈 주고, 편지 쓰고, 심지어 일하라고 돌멩이 가져다 주는데 이걸 어떻게 이걸 멈추나”면서 “이게 다 사랑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일일지라도 이 과정에서 들인 시간과 마음을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은 2년 동안 작은 미술관을 봤다는 직장인을 만났다”며 “매번 마음을 잡아 주는 게 있어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곳은 모두의 사랑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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