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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그림’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파격적이고 논쟁적이지만, 그래서 더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 인체의 유려한 곡선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그림. 미술의 기초라 말하는 크로키에 회화적 감성이 더해진 그림. 백금자(67) 작가가 23년 동안 천착한 크로키(속사화‧速寫畵) 그림이 ‘이런 그림’에 속한다.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관에서 열리는 백금자 개인전 ‘선의 유희 dance!!’는 인간의 몸과 대화를 이어가는 작가의 고백이자 인체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선의 유희’라는 주제를 모델의 움직임으로 포착해 표현했다. 절제된 호흡과 속도, 강약의 조절로 빚어진 리듬감은 완벽한 선과 면을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공력이 느껴진다. 특히 하드보드지와 골판지를 활용한 인체 드로잉, 수채화‧아크릴‧유화물감‧먹과 화선지를 이용해 완성한 인간군상 작업은 다양한 재료와 설치의 힘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2일 전시장에서 만난 백금자 작가는 이에 대해 “크로키는 3~5분 사이에 모델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표현하는 미술기법인데, 선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재료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실험적인 시도들을 통해 크로키의 새로움을 더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설치된 ‘비바체’는 골판지 위에 칼로 파서 드로잉을 완성한 작품이다. 서양화 전공자답게 유화 물감으로 작품에 색을 입혔고 골판지를 칼로 뜯어내 작품의 질감을 살려냈다. 이처럼 크로키 작업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는 다음 전시에서는 크로키 작품에 옷을 입혀 이질적이고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늘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과제 앞에 서게 된다. 재료와 설치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크다”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하드보드지와 골판지를 활용하여 칼로 드로잉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수채화와 유화 캔버스에 먹과 화선지를 이용해 선으로 얽혀 있는 인간 군상을 중첩하는 작업물이 나온 이유도 실험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은 인간의 유려한 곡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들의 아름다움을 크로키로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0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박은 기자
푸른빛을 띠는 형체 모를 무언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름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꽃이 연상되기도 한다. 모노톤의 배경이 포근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그저 평범한 추상화인 줄 알았던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필로 가늘게 그어진 선부터 점선, 파스텔을 무작위적으로 드로잉한 흔적까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현실일까, 혹은 의식과 무의식의 모호한 경계일까. 고요히 멈춘 동상면의 풍경 속 사라진 기억의 흔적은 아닐까. 김온 작가의 개인전 ‘바위샘’이 에프갤러리(전주 완산구 공북1길)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완주군 동상면에 살면서 만난 산‧바위‧물‧바람‧무지개 등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천지만물의 생명감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래서 이번 개인전의 주제도 ‘바위샘’이다. 흙보다 바위와 돌이 많은 동상골의 바위와 밤샘의 희망적인 물줄기를 주제로 연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연필이나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무작위로 드로잉했다. 이후 넓은 스퀴지와 롤러로 모델링 페스트를 칠하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해 작품으로 완성했다. 김 작가는 “내 그림 속 돌과 풀과 물은 거창한 상징을 품지 않는다”며 “그저 마음 속 형상을 빌려와 조금 각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신비롭기 때문에 나는 그 신비와 생명감을 낮은 목소리로 전달하면서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주와 완주에서 개인전을 3차례 열며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가는 인도‧한국국제아트캠프, 등불을 켰다, 우마지도리 특별전, 풍경 채집, 자연과 인간, 위도 변화,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 작업전에 출품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박은 기자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대표 이유빈)의 창작국악공연 ‘훈민정음 자음별구역-시옷이 사라졌다’가 12월 6일과 7일 이틀간 전주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열린다. 전북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 ‘2025 지역예술 도약 지원사업’에 선정된 모던 국악 프로젝트 차오름이 선보일 ‘시옷이 사라졌다’는 차오름의 대표시리즈 훈민정음 자음별구역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한글 자음 ‘ㅅ’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언어·소통·이해의 문제를 유쾌한 스토리로 풀어낸 창작 국악공연이다. 퓨전창극 스타일을 기반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참여형 공연으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관람형 공연을 넘어, 관객이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는 스탬프 투어형 체험존, 예술체험 프로그램, 야외먹거리 장터, 전통놀이존 등 다양한 활동을 결합한 복합문화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체험은 공연시작 1시간 전부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가능하며, 전석 30000원이다. 36개월 미만은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모던 국악 프로젝트 차오름(010-7772-9243)으로 하면 된다. 한편 2025 지역예술 도약 지원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해 지역예술가의 후속 성장과 도약을 지원, 지역 기초예술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사업은 광역문화재단이 발굴·지원한 지역 내 기초예술 우수 작품 및 활동을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와 중국 염성시 간의 문화자매결연을 바탕으로 펼쳐진 ‘한중 서예교류전’이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중국 강소성 염성시 미술관에서 열렸다. 한중서예교류전은 한중문화협회(회장 박영진) 주관으로 지난 2014년부터 교류전을 열며 한중 서법가들이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전시회다. 이번 교류전에서는 한국의 윤슬 이명희 서예가의 ‘예술가’ 작품이 기증됐으며 백담 백종희의 두보시 작품이 우홍춘 염성시미술관장에게 전달됐다. 우홍춘 관장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많이 알게 되었다”며 “내년 전주에서 열리는 ‘한중서예교류전’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해 염성시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방문 계획을 밝혔다. 박은 기자
김연 명창의 제자들이 소리를 잇고, 담고, 펼치는 판소리 한마당이 열린다. 김연 제자발표회 ‘소리를 잇다·담다·펼치다 –청출어람 청어람’이 29일 오후 3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권삼득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무대에는 총 11개 팀의 제자들이 참여해 단가와 민요, 심청가·흥보가·춘향가의 주요 대목 등 다채로운 소리를 선보인다. 첫 무대는 전북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초급반 1의 ‘사철가’와 심청가 중 ‘주막에 들어’ 대목으로 문을 연다. 이어 △ 박성주(전주 자연초 1)의 민요 ‘통영 개타령’, △한진우(전주 화정초 2)의 흥보가 중 ‘부모님께 효도하고’ 대목, △ 오유식(한국판소리보존회 임실지부 이사)의 단가 ‘백발가’, △임실판소리동호회의 단가 ‘호남가’와 흥보가 중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대목이 무대를 채운다. 이후 △최금철(한국판소리보존회 임실지부 이사)의 흥보가 중 ‘돈타령’ 대목, △송옥엽(전 전주판소리동호회 회장)의 춘향가 중 ‘하루 가고 이틀 가고’ 대목, 이정인(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의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 등으로 이어진다. 이밖에도 최가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악예술강사)의 흥보가 중 ‘둘째 박 타는’ 대목이 펼쳐지며 마지막으로 김연 명창이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무대를 장식하며 발표회는 마무리된다. 김연 명창은 “오는 12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교수직을 퇴임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해온 연수생과 제자들이 소리를 잇고 담아 펼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소리판을 열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연 명창은 1982년 박봉술 명창을 통해 판소리에 입문한 뒤, 1989년부터 이일주 명창에게 동초제 흥보가·심청가·춘향가·수궁가·적벽가를 사사했다.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판소리전공)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이론과 실기를 꾸준히 연마해 왔다. 2002년 임방울 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4년 전주문화방송 ‘서바이벌광대전3’에서 최종우승을 거두는 등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에서 창극 활동을 펼쳤으며, 이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교수로서 30여년 동안 판소리 대중화에 헌신해왔다. 특히 2023년 ‘흥보가’, 2024년 ‘심청가’를 완창하며 명창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박은 기자
태초의 생명을 조형예술로 풀어내는 박성수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내달 5일까지 동문거리 ‘공유화음실’에서 열린다. 박성수는 개인전 ‘눈의 폄하’를 통해 우리는 어떤 형태로 변해오며 존재하는가를 관람객들에게 질문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태초생명체의 형태와 진화 과정을 독창적인 재료로 구현하고, 관람객이 촉각을 통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명 ‘눈의 폄하’는 시각 중심의 예술을 판단하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 20세기 프랑스 사성서와 같은 이름이다. 작가는 동명의 사상과 맥락을 공유하고 태초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 작가는 “41억년 초기 지구의 단순한 원소들이 특정한 조건에서 화학적으로 결합해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며 작업한다”라고 작업노트를 통해 밝혔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닥종이와 알루미늄을 활용해 유기적 형태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승화한다. 작가만의 재료 해석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시선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긴 여운으로 진한 울림을 전달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 시각예술가의 창작활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전시 ‘동문그림가게’의 다섯번째 전시이다. 박은 기자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사용자 공유공간 planC(플랜씨)가 8년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는 두 번째 기획전을 선보인다. 사용자 공유공간 planC 종료전 ‘모두가 아는 도둑질: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는 김민희, 김보미, 최지영, 채리, 박온유 등 서른일곱 팀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도둑질’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예술가가 공간에 작품을 반입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작품이 완성된 후 전시장으로 반입되는 기존의 전시 구성방식과 다르게 전시에서는 예술가가 먼저 공간의 일부를 훔치고, 그 훔쳐간 ‘공간’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다시 완성된 작품을 공간에 설치한다. 참여 작가들은 사용자 공유 공간의 창문이나 벽 등의 구조물을 뜯어내기도 하고, 긴 커텐이나 독특한 장식의 보관함 등 ‘plan C의 일부'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잘라 도둑질한다. 특별한 점은 이 공간에서 도둑질은 절도행위가 아닌, 공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드러내는 창작적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plan C라는 물리적 공간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공간’이라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예술이 어떻게 ‘장소’와 감응하는지를 되묻는 장치로 기능한다. 도둑질이라는 놀이적 요소들을 더해 예술가의 욕망을 자극하고 다양한 재해석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한다. 오는 12월 3일 오후 4시에 독립 큐레이터 그룹 CLab 포럼 ‘불완전한 이상이 실현될 때 어떤 공동체가 형성되는가?’를 진행한다. 사용자 공유공간 planC(플랜씨)의 첫 시작을 함께한 이산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이승준 이사장과 연결기획자 톨, 예술사회학 연구자 김신윤주 등이 참여해 예술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포럼이 종료된 후에는 참여작가인 김이중과 유승협 작가의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만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다. 박은 기자
정소라(42) 작가가 빚어내는 예술작품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쓸모를 다한 장난감이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었던 장난감이라는 일상적인 오브제는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체하고 재조합돼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열리는 정소라 개인전 ‘번슨슴’은 버려진 장난감과 대화를 이어가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7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작가는 한때 아이에게 전부였던 장난감을 통해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작품으로 풀어놓았다. ‘장난감 가게’를 테마로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작품명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창조해 작품명으로 만들었다. 작품 제목들 살펴보면 ‘고르랑르륵’, ‘무스개’, ‘짐비래’ 등 독특하고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환되어 낯선 언어를 창조해낸다.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소라 작가는 이에 대해 “작품을 구상할 무렵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썼던 엉뚱하고 뜻이 없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발음이 가능한 낱말로 제목을 붙였다"며 “전시 제목인 ‘번슨슴’도 아이가 조합한 재밌는 낱말로 완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창가에 설치된 ‘BEONSEUNSEUM ver∞’이 눈을 사로잡는다. 폐기된 장난감 부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은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닌 기억의 잔해로부터 생성된 또 다른 생명체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작품들 사이에 여백을 두고 배체됐다. 각 작품마다 독특하고 강렬한 색채를 지닌 만큼 개성 짙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동선이다. 정소라 작가는 “주로 평면 작업을 선보였는데 문득 그림을 입체적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형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번 전시 ‘번슨슴’까지 이어졌다"며 “쓰레기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도 유쾌하게 바라봐줬으면 한다”며 “제가 건넨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0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박은 기자
이은 류영근(70)은 서예 문인화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서예가다. 전통 수묵 기법 위에 실험적 재료와 구성이 더해져 먹이 담아내는 사유의 농담을 각 작품마다 다르게 표현해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 서구 문화회관에서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초대개인전 ‘서예문인화 이은 류영근’에서 선보이는 70여점의 작품들도 먹빛의 번짐과 여백의 사유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류영근의 작품 ‘청풍’은 화면을 가득 채운 사선의 대나무 줄기는 먹의 농담으로 공간의 입체성을 그려내고, 대나무 잎들은 휘몰아치는 바람의 감각을 붓끝에 실어낸다. 먹의 번짐은 감정의 흐름을 상징하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 줄기는 세상의 시련에도 꼿꼿하겠다는 태도를 암시하는 듯하다. 단정한 먹의 선으로 완성한 작품은 마치 스스로를 지탱하는 정신처럼 꺾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작품 ‘희망’은 진달래와 참새를 화면에 등장시켜 수묵채색화로 먹선의 절제와 붉은 채색의 과감함이 조화를 이룬다. 수묵 특유의 스며듦과 퍼짐을 독창적 화법으로 구현하여 희망찬 봄날을 떠올리게 한다. 류영근 작가는 한글과 한문서예, 문인화를 아우르는 서예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서예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서예문인화공모대전과 휘호대전에서 운영위원장과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이은 서예관 관장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박은 기자
새하얀 수건 위에 새겨진 얼굴은 무엇을 의미할까. 문민 작가가 무명인으로 시각화한 작품은 어딘지 특이하다. 수건 위의 그림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일상적 직물을 기억의 표현이자 감정의 매개체로 다루고 있어서다. 이처럼 수건을 소재로 새롭게 시각화한 문민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나를 비롯한 그대들 : 무명인의 부산물 part 2’가 오는 20일부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종로구 율곡로 3길)에서 열린다. 작가의 작업은 인간을 단순화된 조형언어로 표현하며 사각형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의 규격화된 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무명인’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남긴 사물과 흔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초상을 기록한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수건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신체를 감싸는 가장 가까운 사물이다. 그 표면은 신체의 온기와 감정을 흡수하며 기억되지 않은 인간의 시간을 품는다. 작가는 이러한 부산물들은 단순한 잔여가 아닌, 시대가 남긴 감정의 침전물로 바라본다. 그렇게 무명인의 서사를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다시 마주하고 익명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서로를 비추는 조우의 장면을 조형화한다. 문민 작가는 전시 소개에서 “무명의 부산물 part1은 ‘기록 가능한 인간’의 구조로부터 벗어나 기술되지 않은 존재들과 그들의 내밀한 감각, 그리고 잊혀진 시각의 잔여를 비추겠다는 의미로 작품을 구상했었다"면서 “이번에 선보일 전시에서는 무명인의 이야기가 현대인과 조우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30일까지. 박은 기자
기괴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남성이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문자가 남성의 얼굴을 뒤덮고 있다. 촘촘한 바느질 드로잉으로 엮어낸 작품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 남성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어두운 이면을 떠오르게 한다. 전북의 중견작가 이적요 개인전 ‘몰입의 속도’가 교동미술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그동안 바느질 드로잉 작업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파편화된 생각의 무늬들을 바느질 드로잉으로 탄생시켰다. 안으로는 출렁이고 겉으로는 고요한 인간의 고독을 작품으로 새롭게 진화시켜 선보인다. 한땀 한땀 바느질의 여정을 인내하며 입체적인 작품으로 완성시키며 웅숭 깊은 우물 같은 속내에 똬리를 튼 상처들과 싸우는 전사처럼 강렬하고 선명한 이적요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적요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오랫동안 고독으로 집을 지었다. 나의 집은 현상의 집이 아니고 정신으로부터 쌓아 올린 집”이라며 “나의 추억으로 엮어내기 위해 고독은 분주하고 몰입의 속도는 깊은 우물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적요는 국제전 11회, 개인전 43회 등을 열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글로 쓰는 그림>, <어느 화가의 철학 시간> 등이 있다. 박은 기자
전북도특별자치도 보조금을 받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의 특정 간부 한 명이 다른 직원들과 달리 기본급이 50%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북자치도 감사결과 드러났다. 조직위는 또 수의계약 관리를 부적절하게 하고 안전관리 등을 미흡하게 해 감사에서 적발됐다. 전북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에 대한 재무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적발하고 주의·개선 등 모두 7건의 업무 부적정 및 소홀 등의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직위는 사무국 A부장의 올해 월 기본급을 전년에 견줘 48.6% 오른 500만 원으로 책정했다. A부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같은 기간 기본급이 3% 인상됐다. 조직위는 A부장의 실장 직무대리 수행과 신규 협찬 유치 기여 등을 급여 대폭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각종 수당을 더한 A부장의 올해 연봉은 7613만 5000원으로, 전년(5315만 5000원) 대비 43% 올랐다. 조직위 사무국은 운영지원부와 콘텐츠운영부 2개부를 뒀다. A부장의 올해 월 기본급(500만 원)은 다른 부장(355만 3290원)에 비해 40% 가량 많았다. 감사위는 특정 직원에 대한 이례적인 연봉 상승의 배경으로 조직위 보수규정에 가급(부장급) 직원의 연봉 상한액이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A부장은 도청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다 2024년 2월 21일 조직위에 임용됐다. 감사위는 A부장의 협찬 유치 실적은 직무 범주 내에 속하는데다 업무량도 특별히 많지 않았고, 직원들의 연봉 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던 점을 들어 직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직위에 개선 및 주의, 기관경고와 함께 연봉을 과도하게 인상한 관련자에 대해 엄중하게 징계 처분할 것을 통보했다. 또 조직위는 지난 5년간 체결한 수의계약 19건(추정가격 2000만 원~1억 원)에 대해 지정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지 않았다. 지정정보처리장치를 통해 2인 이상 견적서를 받아 계약을 할 경우 예정가격 대비 최대 88%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다. 과정을 거른 조직위는 예정가격 대비 96.3% 금액으로 계약해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조직위는 안전관리계획 및 안전관리비 사용내역서 제출 소홀, 협찬 보상금 지급 절차 미준수, 홍보마케팅 추진전략 미흡 등이 적발됐다. A부장은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2024년도에 왔는데 임금이 너무 낮았고 협상시기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며 “추후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장께 관련 사안을 말했더니 그동안의 경력과 후원금 유치, 행정실장 업무 대행 등의 공로를 인정해서 올해부터 임금이 올랐다”고 해명했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민들의 생활문화예술축제인 ‘제6회 전주시민연극제’가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전주 아하아트홀에서 열린다. 2020년 ‘전주생활연극페스티벌’로 첫발을 내디딘 축제는 생활문화동호회와 전문예술인의 협력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후‘전주시민연극제’로 이름을 바꾸며 더 많은 시민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확장해 올해 6회째를 맞았다. 이번 연극제에는 전주시생활문화예술동호회 중 연극·뮤지컬 분야 7개 팀이 참여한다. 전주의 △빨래통(나로누림) △청혼(나로누림) △봄봄 △뮤지컬 JM △이야기마술사 △기린극회가 참여하며 서울의 △소셜드라마클럽 등이 무대에 오른다. 각 팀은 저마다의 개성과 창의성을 살려 시민이 직접 만드는 연극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진북생활문화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은 기자
제33회 전북공예가협회(이사장 이상훈) 회원전이 16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층에서 열린다. ‘공예’ 언어가 가진 깊은 울림을 탐색할 수 있는 전시는 ‘시간의 무게’를 주제로 진행된다. 공예가협회 회원들이 각자의 재료와 방식으로 금속공예부터 도자‧ 목칠‧ 섬유‧ 전통공예까지 5개 부문의 4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상훈 이사장은 “30년간 전북공예가협회는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현대공예와의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공예의 본질은 생활 속 실용적 쓰임새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조화시키는 창작의 과정이기에 공예에 대한 회원들의 열정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예작가가 지나온 길, 집요한 과정, 축척된 감정, 기억의 층위가 담겨 있다”라며 “전시는 각자의 시간이 모여 만들어낸 집단적 기록이자 세월의 무게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공예적 사유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2025 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상설공연 우수 선정작인 ‘조선셰프 한상궁-전주비빔밥, 그 맛의 비밀’이 오는 16일 순창코리아떡볶이 페스타와 29일 전북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조선셰프 한상궁’ 은 올해 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상설공연 참여작 가운데 전북의 전통문화 자원을 공연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지역관광 활성화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에 재단은 작품을 ‘우수작’으로 선정하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조선셰프 한상궁’은 전주의 대표 음식문화인 비빔밥의 미학을 국악 리듬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퓨전댄스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남문장 사람들과 함께 전주비빔밥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전주의 흥과 공동체적 정서, 그리고 진정한 맛의 가치를 생동감 있게 전한다. 순창공연은 16일 낮 12시 30분 순창코리아떡볶이 페스타 현장에서 열린다. 지역 축제 현장에서 열리는 공연인 만큼, ‘음식’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여 축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전북의 특별한 문화적 즐거움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전북예술회관 공연은 29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올여름 상설공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무대를 무료로 재공연한다. 예술회관 공연은 사전예매제로 운영되며 나루컬쳐 홈페이지 또는 전화(1522-6278)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전북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한 대표 콘텐츠를 만들어 도내를 넘어 외부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김한비‧유정 2인전 ‘우리-안(With in-us)’은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일까를 화두로 삼는다. 2000년 전후에 태어난 ‘Z세대’의 일원으로서 두 작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세우고, 타인과의 거리에서 진정한 자립을 모색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독립을 회화의 언어로 탐구하고 표현한 이들의 작품은 ‘독립’ 문제로 현실적 혼란을 겪는 Z세대의 자화상이 투영되어 있다. 김한비 작가는 “경제적으로는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는 종교로부터 혹은 애인과 친구와 같은 애착 상대로부터 개인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등 관계망이 단 하나밖에 없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좁을수록 독립은 멀어지고 좁은 망 안으로 고립되어 버렸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이 같은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대’를 택했다. 실제 화면 위에서 색과 선은 서로에게 기대고 밀어내며 때로는 분리되고 다시 맞닿는다. 진정한 독립이란 단절이 아니라 서로에게 기대어서는 또 다른 형태의 연대처럼 표현된다. 김한비, 유정 2인전은 18일까지 전주한옥마을 향교길68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박은 기자
스위스 출신의 도 팔라디니(Do Paladini‧ 55) 사진작가는 아름다운 순간을 몰입하여 사진을 포착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아름다움 앞에서 아무런 저항감 없이 몰입하면 빛을 한없이 누릴 수 있는 찰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위주 갤러리에이피나인(AP-9‧전주 완산구 서학로)에서 도 팔라디니 초대전 ‘when the sun paints(태양이 칠해질 때)’가 열리고 있다. 북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빛의 효과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2012년부터 약 8년간 작업한 작품 30점을 모아 선보인다. 작가는 빛 자체를 포착하려는 시도를 통해 형태적 변형의 작품을 완성했다. 화면 속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존재로 등장하며 형형색색의 구름이 서로 교차하고, 겹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미지가 마치 빛이 스스로의 형체를 가진 듯하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나의 사진들은 추상적이고, 현실적이며 동시에 초현실적이다. 미묘한 물질성과 색을 드러내는 이미지를 통해 빛 자체를 표현한다”라고 설명했다. 극단초점과 디지털센서 방식을 활용해 본래의 형체를 지우고, 배경만 남게 만드는 과정은 작가의 사진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은 ‘빛이 사진판 위에 스스로 새겨지게 하는 원리’라는 제1의 목적이 있다. 작가는 첫 번째 목적을 통해 사진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게 아닌,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는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미술평론가 하인츠 슈탈후트(Heinz Stahlhut)는 “누군가는 그녀의 사진 속 구형의 빛이 공기 중의 임자에 반사된 현상을 말하지만 빛은 오히려 그런 굴절과 진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며 “그의 예술은 보이는 세계를 넘어서 보이지 않던 빛의 본질을 시각화한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관람은 무료. 박은 기자
전북예술회관에 자리하고 있는 진창윤 작가의 ‘평화로 하나로’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전봉준, 김구, 윤봉길, 안중근 등 조국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인물들을 그림으로 접할 수 있다. 이기홍 작가의 ‘바람 붉은 대숲’은 붉은 색감과 질감을 살려내 생명력이 넘친다. 전시된 그림을 보던 관람객들은 그림을 한참 응시하더니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가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그림들은 모두 전북민족미술인협회(이하 전북민미협)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이다. 1995년부터 예술로 시대의 정의와 인간의 존엄을 그려온 전북민미협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동학에서 빛의 혁명까지’를 주제로 13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 2층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에는 송만규, 강현화, 고형숙, 김두성, 유대수, 송상민, 이기홍, 이준규, 한숙 등 3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30주년 기념전을 통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민중미술이 지켜온 가치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되묻는다. 동시에 새로운 세대와 함께 ‘지금, 여기’의 현실 속에서 다시 예술의 책임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북민미협 3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진창윤 작가는 전시서문에서 “전북민미협 30년을 맞이하여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성과를 가슴에 안고 정체성을 새롭게 하여 이후 30년을 준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보이나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며 끝끝내 살아 이 땅을 가꿀 그대들이 있어 황토 언덕에서 이름 없이 쓰러져간 동학농민 전사들은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작가가 이끼로 펼쳐놓은 시간의 흔적들은 강렬할 생명력을 내뿜으며 원초적 강렬함을 보여준다. 인간 내면에 새겨진 새김과 기도의 행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비손(祈손)’ 작품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전원 작가의 철학을 담은 전시 ‘비손, 현현(顯現)’이 11일부터 16일까지 교동미술관 2층에서 열린다. 평소 인간의 기억과 기도의 몸짓을 회화로 표현해 온 전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단순한 유적과 유물의 시각적 재현이 아닌 ‘새김’과 ‘기도’의 행위를 탐구한다. 작가는 이전 ‘잔상-유적, 유물 시리즈’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의 흔적과 생명의 호흡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이끼’를 중심에 두고 벽화 형식으로 확장했다. 작가에게 이끼는 시간의 침묵 속에서도 생존하는 존재이자, 사라진 문명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매개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 전시의 제목 ‘비손(祈손)’은 두 손을 모아 비는 행위를 뜻한다. 인간이 초월적 존재나 시간의 힘 앞에서 드러내는 원초적 제의의 몸짓을 상징한다. 반면 ‘현현(顯現)’은 감춰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찰나 무형의 기억이 형상으로 나타나는 순간을 의미한다. 전 작가는 이 두 개념을 통해 인간 내면의 정서와 신화적 상상력이 맞닿는 지점을 회화적으로 구현한다. 실제 작품 속에는 스핑크스, 천마도, 현무도 등의 상징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러한 고대의 형상들은 서로 교차하며 화면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이 순환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완성된다. 특히 작가는 유화의 붓질과 질감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퇴적을 시각화했다. 작가는 “여전히 자연 속에서 조용히 숨 쉬며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이끼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박은 기자
“‘유휴열 미술관은 어떤 곳이야?’란 질문을 받았을 때, 청년 작가 양성과 도민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 그것이 저의 역할이자 목표입니다” 완주군 구이면에 자리한 유휴열미술관(관장 유가림)이 요즘 전북 미술계에서 핫한 전시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개관 이후 양규준 개인전 ‘검은 산수’, 이철규 기획전 ‘합(合)-금과 수묵의 조화’ 등을 기획하며 알찬 전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17회째를 맞은 전북청년미술상 수상작가전은 유휴열미술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핵심 전시로 꼽힌다. 유가림 관장은 “전북청년미술상은 젊은 작가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유휴열 작가님께서 제정한 상”이라며 “중간에 부침을 겪었지만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전북청년미술상과 유휴열미술관이) 젊은 작가들의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6일 방문한 유휴열미술관에서는 제17회 전북청년미술상 수상작가인 정하영의 ‘102 레퀴엠: a room of one’s own(자신만의 방)’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102 레퀴엠’은 죽은 자를 위한 가톨릭 미사곡 레퀴엠과 108번뇌에서 차용한 102개의 상처를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여성연대에 대한 작업은 ‘소통과 공유의 방’을 추구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넸다. 3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도 작가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의 관심과 사랑, 돌봄의 공공미술을 작품으로 승화해 선보인다. 당초 이곳 미술관은 작품 발표 때마다 주목받아온 유휴열 작가의 사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유 작가의 뜻에 후배 작가들이 동참하면서 전북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유 관장이 취임 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유휴열미술관의 정체성을 일구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전북청년미술상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북지역 작가 위주의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려 한다”며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어’라는 마음이 들게끔 열린 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박은 기자
[안성덕 시인의 ‘풍경’] 밤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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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plan C 종료전 ‘모두가 아는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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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하다, 임미양 시집 ‘나의 작은 에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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