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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고자 하는 부류다. 다른 하나는 오로지 권력과 명예를 얻고자 하는 부류다. 뭇 사람들은 이것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전자인척 자신의 야욕을 감추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사 허물은 꼭 드러나게 돼 있다. 개울물이 제 아무리 맑다 해도 바닥이 탁하니 언제든 흐려질 것이다. 재력을 추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콩 한쪽도 나눠 먹겠다는 부류다.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구세군 자선 남비에 1억 원을 놓고 가는 천사,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 평생 일군 사업체를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기업인 등이 그런 부류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다른 하나는 돈 벌레다. 오직 돈 놓고 돈 먹기에 넋 빠진 자들이다. 그 중에는 불법으로 치부한 졸부도 있고, 자수성가한 인물도 있다. 여러가지다. 하지만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다. 정치권력과 재력은 얻기 힘들지만, 설사 얻었다 해도 세상 눈높이에 맞춰 나아가기 어렵고, 더구나 영원할 수 없다. 원한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인심은 권력가와 재력가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세상에 호응할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그 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진정한 정치권력과 재력은 세상 사람을 위한 것이건만, 대부분 자신(혹은 끼리끼리)만을 위해 사용하려고 애쓴다. 어느 날 날개가 꺾여 결국 추락하고 말 소인배들이다. 요즘 인간 수명은 100세를 바라본다. 제 아무리 권력을 누리고, 재력을 갖춘 들 몇 년이나 누리고 또 가질 것인가. 생명체인 이상 흙으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어쨌든 살아 있는 동안 호의호식하며 힘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문제는 상대방을 무력으로 누르고, 간악한 꾀로 누르고, 돈으로 눌러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다. 자신의 허물은 물감으로 덧칠하고, 상대 허물을 들춰낸다. 세치 혀로 대중을 유린한다.해가 바뀌고,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 대붕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4년을 기다린 군상들이 땅을 박차려고 요동치고 있다. 이 때 쯤 꼭 기억해 둘 말이 있다. 진정 마음을 비우고 주민에 봉사하고자 하는가. 화무십일홍이다.김재호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도민들이 올 지방선거에 큰 기대를 걸지만 입지자들을 별로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에 관심은 갖지만 안 신당 쪽으로 줄선 입지자들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안 신당 쪽에서 내건 도덕성 참신성 정치적 역량 등에 부합되는 인물이 못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 신당은 지금껏 도민들한테 구체적으로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쳐 보이지도 않고 민주당의 잘못과 무능으로 반사이득만을 취해왔다. 그래서 안 신당 쪽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안 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안 신당 쪽 입지자들의 지지도가 비례하지 않다는 모순이 있다. 김완주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도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시군별로도 단체장 입지자들의 우열이 갈린다. 대화 가운데는 “민주당이 밉긴 하지만 마냥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들 가운데는 “예쁜 자식 사랑의 매로 다스리듯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을 한번쯤은 호되게 혼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도 중장년층 가운데는 믿음을 갖고 민주당 지지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는 콘크리트표로 작용하고 있다.대선 이후 상당수가 민주당을 떠나가는 분위기다. 크게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들한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1 총선 때 물갈이 했던 도내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한 탓도 있다. 심지어 일부 도민 중에는“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약하고 야당의원으로서 존재감이 없어 민주당이 싫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일각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입신양명을 노리는 사람들로 밖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왜 한결같이 지금 이 시점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한다.도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옛 유행가를 다시 불러야 할지 아니면 새말로 갈아 타야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김완주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해 지사 선거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가셨지만 그래도 안갯속이다. 최근 들어 광주 전남 지역에서 안풍 차단 대책의 하나로 박지원의원의 전남지사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상임고문의 전략공천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그나마 새롭게 태어나려면 지사 후보를 경선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갑오년 새해에 김완주 지사가 ‘300만 도민’을 언급했다. ‘쪽수’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것이다. 지난 3일 전북 신년인사회에서 김 지사는 최다 인구를 기록했던 1960년대를 회상하면서 “새해 소망이 뭐냐고 묻는다면 ‘300만 도민’이라고 불러보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가슴 아픈 일 역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인구가 줄면 정치력이 약화되고 대선에도 영향력이 감소된다. 현안에도 어려움이 닥친다. 300만 정도는 돼야 국회의원 수가 늘고 대선에도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여운이 묻어있는 언급이다. 쪽수로만 보면 전북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작년 말 현재 187만 2965명이다. 한때는 252만 3708명을 기록했다. 최다 기록인 1966년 무렵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슬로건이 나붙었다. 호시절도 잠시, 그 뒤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성장거점 발전전략 때문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완공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수도권-부산권, 이른바 경부축 중심으로 진행됐다. 1972년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그 틀이다. 이 계획은 ‘성장거점(growth pole)’을 통해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돼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인구의 ‘탈(脫) 호남’이 대표적인 예다. 호남 인구는 블랙홀처럼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북은 최다 인구 때보다 65만명이나 줄었다. 호남인구는 이제 충청인구보다도 적다. 작년 5월말 충청인구(525만 136명)가 처음으로 호남인구를 408명 앞지른 이후 지금은 2만여명 쯤 벌어져 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호남인구가 352만명, 충청이 212만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쪽수가 적다 보니 전북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못하다.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하다. 인사, 사업, 예산도 여의치 않다. 강원 대구 부산 광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지만 전북은 아직도 방문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김 지사의 ‘300만 도민론’은 3선 불출마 선언 뒤 신년 인사회장에 참석했던 터라 그동안의 회한이 서려있는 발언으로 들렸다. 뒤집어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정치적 현실, 쪽수가 적은 탓에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던 지역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겠다. 전북의 존재감, 결국 쪽수에 달린 문제다. ‘300만 도민’은 언제쯤 현실화될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저녁식사 마치고 산책 가려는데 대나무숲 넘어 뒷산에서 묘한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올무에 걸린 짐승의 울부짖음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그런데 소리가 계속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음절을 느낄 수 있게 들린다. 미친 사람의 비명? 아니면 한 많은 세상 정리하겠다고 농약을 마셔버린 사람의 단말마? 의웩 의웩! 참 기분 나쁘다. 을씨년스럽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니 두렵기조차 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마침 떠나려고 짐을 챙기고 있던 아내에게 밖에 나가 들어보라고 권한다. 이제까지 가능하면 시골에서 접할 수 있는 무섭거나 혐오스러운 것들 감추어왔었다. 목욕하고 닦으려 하는데 수건에 붙어 있다가 몸으로 떨어져 기어가던 지네, 누마루에 니은 자로 똬리를 틀고 앉아있던 구렁이 이야기, 남들에게는 자랑삼아(?) 해댔지만 아내에게만은 숨겼었다. 그렇지 않아도 꺼리는 시골생활 더 두려워할까 봐.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이내 아내도 듣게 될 것이고 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둘이 몇 번을 들락날락 참고 견디다가 결국 지구대로 신고. 마침 순찰을 나간 경찰과 위치확인을 위해 휴대전화를 통해 잠시 옥신각신. 드디어 순찰차 도착.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럴 때면 내내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 이럴까봐 한참을 나름으로 참다가 전화를 한 것인데 장난전화처럼 되고 말았다. 전화로 정보 주고받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 들렸는데 순찰차 전조등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 앞에만 가면 아픈 곳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것처럼! 별수 없이 직접 흉내를 내보는데 의웩 의웩! 고라니네! 흉내 잘 내시네! 요즘이 번식기인데 그게 짝을 부르는 소리란다. 그런데 여기가 고향 맞아요? 고라니를 모르다니. 왜 몰라! 그 노룬가 사슴과엔가 속하는 귀염둥이. 송곳니가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멧돼지와 더불어 요즘 밭작물 해치는 말썽장이로도 유명하고,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하는 그 녀석. 차에 친 처참한 모습도 보았고 산책하다 느닷없이 만나 놀라기도 했지. 그런데 이 괴상망측한 소리는 처음이다. 그렇게 귀엽게 생긴 것이 그런 끔찍한 소리를 내다니. 그것도 그렇게 처절하게! 아 사랑의 무서운 힘이라니! 아들 또래쯤 되어 보이는 경찰한테 들은 핀잔 아닌 핀잔을 이렇게 무질러본다. 이래저래 시골 살림 녹녹치 않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누군가는 이 역사를 혁명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혁명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는 ‘동학’이 앞세워져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농민’이 앞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한 시대, ‘난(亂)’으로 폄훼되어 ‘동학난’이란 대중적인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또 한 시대에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의 금기시되기도 했다. 1894년 연대기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갑오년의 역사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다. 1984년 1월, 고부 농민들은 고부관아를 점령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포학하고 가혹한 정치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봉기해 관아로 쳐들어간 결과였다. 정치기강은 문란하고 매관매직과 관리들의 부패가 만연해있던 조선 사회. 1860년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민란은 이즈음 절정에 이르러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민란의 화약고가 되어 뇌관만 건드리면 폭발할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봉기도 조선말기의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우리 역사상 가장 최대이자 최초의 민중항쟁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근·현대사를 결정짓는 사건이었다.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끝이 났지만, 청일전쟁을 이끌어내 이전까지 한반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청나라의 쇠진을 가져왔으며 일제가 후발 제국주의국가로 약진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국제적 사건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동학농민혁명은 한국사의 분기점마다 그 역사의 정통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의병항쟁과 3·1독립운동과 4·19혁명, 그리고 광주민중항쟁의 함성에도 동학농민혁명의 숨결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은 100년이 넘는 동안 역사의 그늘에 있었다. 지배층과 기득세력에 저항했으나 완전한 승리를 이끌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패배했다는 물리적 결과가 갑오년 역사를 핍박하고 왜곡하고 뒤틀린 시각으로 재단하게 하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갑오년이다. 1894년으로부터 두 갑자(甲子) 뛰어 넘는 해의 의미가 각별하다. 올 한해 갑오년을 휩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정신을 일깨우는 기념사업과 재조명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다시 짚어보면 동학농민혁명을 잉태한 것은 동학의 인본주의 사상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새해 아침, 그 울림이 크다. 갑오년의 역사가 세상을 다시 깨우고 있는 모양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 정국을 선점했지만, 권력에 집착해 반목하고 장기집권을 노리다 결국 하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18년간 집권하면서 경제 부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도 받지만, 민주화를 거스른 채 장기독재정권을 휘두르다 궁정동 안가에서 부하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박 대통령의 군사독재 전철을 밟은 전두환 대통령, ‘보통사람’ 가면을 쓴 노태우 대통령도 뒤 끝이 비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고, 재임 중 기업들로부터 받은 수천억 원의 뇌물도 지난해 모두 토해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칙’에 맞서 싸운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초에 한나라당의 탄핵을 잘 견뎠지만, 주변 관리가 부족했고 결국 후임 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마무리한 일, 그의 재임 중에 실시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일부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시비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들이 비극의 역사를 쓰는 동안 대한민국은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은 분단과 전쟁, 이념 논쟁과 갈등, 군사독재와 탄압, 가난 등을 견뎌내며 땀 흘려 일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대 대다수 대통령들은 자기 욕심 챙기기에 바빴다. 입으로만 국민 화합을 외쳤을 뿐 국민을 억압하고 우롱했다. 그들은 국민들을 향해 이해와 화합을 말했지만 결국 ‘내 편이 아니면 국물도 없다’며 상대를 견제하고 내팽개쳤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며 상대방의 다양한 입장을 인정하고 화합하라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이익과 권력 확장을 꾀하는 인간세상에서는 그저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이 장기집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가난한 시대의 국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한 탐욕자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그 험한 길을 피했을지 모른다. 원칙과 국민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욕심은 머지않아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올 비수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 뿐이다. 권력을 꿈꾸는 자들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또 선거의 해가 밝았다. 부디 화이부동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세밑 끝자락. 올 한해 안녕들 하셨습니까? 성취의 해였다면 다행이다. 대개는 그렇지 못했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세상이 팍팍해진 탓이다. 살림살이, 건강, 취업, 승진, 결혼 등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매년 이쯤이면 상념이 교차된다. 연초의 계획과 소망 때문이다. 희망에 부풀고 들썩이고…그러다 한 해를 보내고 만다. 그러고는 버나드 쇼의 말처럼 “우물쭈물 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하고 후회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가 컸다. 국민대통합과 인사대탕평,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던 까닭이다. 반면 서민 삶을 경험하지 못한 인생과 소통 부재, 편협한 역사인식은 우려스러웠다. 이런 기대 반, 우려 반의 국정을 얘기하자 어느 선배는 “국정이 잘 흘러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라고 했다. 선배 말마따나 지난 10개월은 대립과 분열, 갈등으로 치달았다. 포용과 관용, 화합과 통합은 구두선이 됐다. 국정은 꼬였다. 선배 손에 장을 지질 일도 없어졌다. 지난 한 해가 참 허망하게 흘러갔다. 전북은 어떨까. 갑갑하고 답답한 해였다. MB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북은 고립무원이다. 청와대와 중앙부처에 끈 댈 곳이 마땅치 않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지도부의 토양도 척박하다. 번듯한 인물도 없거니와 인물을 키워내지도 못했다. 중진 국회의원들은 선수(選數) 값을 해내지 못했고 정치권은 방안퉁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점차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다.정치의 영역은 넓다. 인사, 사업, 예산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지역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지역발전이 좌지우지된다. 충청권이 여야를 초월해 선거구를 증설하고 정부 인사와 사업예산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은 예다. 전남과 경북 국회의원들이 동서화합포럼을 만든 것이라든지, 전남 광주가 호남미래포럼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것도 다 그런 맥락이다. 전북이 팔짱 끼고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새해는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다. 말은 사회성이 강한 활발한 동물이다. 청색은 진취적인 뜻이 있다. 따라서 새해는 매우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해다. 전북이야말로 청마의 기상이 필요한 곳이다. 내년엔 지방선거를 치른다. 역동하는 전북이 될 수 있도록 정치판이 짜여지길 기원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오 벗이여, 이와 같은 음은 아니다!/ 더욱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연말연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에 자주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렇게 시작되는 환희의 합창 때문일 것이다. 불협화음이나 소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거나 새해를 맞이할 수는 없는 일. 세상살이에서 그것은 불가피한,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굴레일지 모른다. 요순시대에도 분쟁의 소음은 있었다! 그렇지만 한해의 시작과 끝마저 그것에 휘둘리게 할 수는 없다는 염원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서양음악의 역사는 이 곡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바흐로부터 시작되는 고전주의 전통과 19세기 낭만적 정서가 크게 뒤엉킨 베토벤 음악의 결정판.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4악장의 대서사적 풍모. 이 악장은 관현악의 격렬하게 시끄러운 소음과 같은 연주로 시작된다. 이런 것은 어떠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물론 첼로와 베이스가 레치타티보 풍으로 이 불협화음을 거절한다. 그런 것으로는 안 되겠다는 답이다. 이런 식의 문답이 몇 차례 반복된 뒤, 앞 악장들이 부분적으로 회고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레치타티보의 선율로 차단된다. 그것들로도 부족하다는 것이다.프랑스혁명이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다양한 논쟁들이 소개되는 듯하다. 자유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평등을 더 앞세울 것인가? 자유방임주의는 불평등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강제적 평등 추구는 곧 전체주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형제애(Brotherhood)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대의명분일 터, 이 환희의 합창은 바로 이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든 중생은 형제요 한 몸이라는, 그 큰 사랑의 마음을.환희여, 낙원의 처녀여. 그대의 기적은 세상의 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은 것들을 다시 결합시켜주네/ 그대의 날개가 상냥하게 멈추는 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되리/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껴안아라! 분쟁과 격절의 한 해! 내년이라고 벗어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좀 쉬었다 했으면 좋겠다. 잠시 스스로를 추스르고 뒤돌아보며 싸워도 방향은 잡아가면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환희의 송가] 한번 들어보자. 번스타인이 춤추는 듯 지휘하는 빈필하모니 연주가 꼭 아니라도 좋다. 카라얀이 이끌던 베르린필의 좀 무거운 해석도 좋고 아바도의 비교적 최근 연주실황도 좋고. 그러나 반드시 대형화면으로! 볼륨도 충분히 높인 채로! 이종민(객원논설위원)
2013년, 거인을 잃었다. 지난 5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다. 남아프리카 최초의 흑인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평화와 화해’를 외치며 한평생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만델라를 추모하는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의 2013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조사 1위가 ‘넬슨 만델라’였던 것도 추모열기를 보여주는 증거다. 출판계가 그의 이름으로 일찌감치 부터 들썩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만델라’ 브랜드를 이용한 상업적 마케팅의 득세다. 외신에 따르면 남아공의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시내에서는 차량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만델라 초상화를 팔고, 고급 쇼핑몰에서는 만델라의 수감 시절 죄수번호인 ‘46664’ 상표를 단 셔츠가 판매되고 있는데,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만델라 관련 상표권을 공식 보유하고 있는 곳은 만델라재단이다. 이 재단에서도 의류브랜드 ‘466/64’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남아공의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의 고급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티셔츠는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지금까지 ‘만델라’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남아공 정부에 공식 등록한 회사는 40개, ‘마디바’ (만델라의 애칭) 브랜드를 쓰고 있는 회사가 140개에 이르는데도 만델라 재단에 브랜드 라이선스를 신청하는 업체가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만델라 관련 사업이 급성장해 브랜드 가치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만델라의 발자취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특수를 맞은 남아공 관광업계의 분위기까지 가세했으니 ‘만델라’ 브랜드가 남아공 산업의 새로운 한 축이 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사실 한 인물을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을 활용한 상업적 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세계의 도시 중에는 그러한 인물 마케팅으로 성공한 예가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인물 마케팅의 지나친 상업성은 때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상업성과는 워낙 거리가 멀었던 만델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되짚어보면 이런 환경이 부럽기도 하다. ‘인물 마케팅’이 우리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다.
서민(庶民)은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일반인을 뜻한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도시의 근로자, 농촌의 농투성이 등이 서민의 부류에 속할 것 같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에서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서민이라고 했듯이, 우리 사회에는 서민들보다 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많다. 추운 겨울 어느 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눈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니며 성냥을 파는 소녀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소녀는 성냥을 모두 팔지 못했다. 소녀는 성냥을 팔지 못했다고 혼낼 아버지가 무서워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어느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언 손을 호호 불어댔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더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첫 번째 성냥불은 커다란 난로가 되어 온 몸을 녹여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세 꺼지고 말았다. 두 번째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니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나타났다. 세 번째 성냥불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속에서 다정하게 미소 짓는 할머니가 보였다. 소녀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성냥을 마구 그어 불을 붙였다. 날품을 팔아 누이동생과 조카들을 먹여 살리던 장발장은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줄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붙잡힌 뒤 13년이나 감옥살이를 하다 출옥한다. 전과자란 이유 때문에 그는 잠자리도 얻을 수 없는 ‘개 보다 못한 신세’였다. 소설 속에서 장발장은 우여곡절을 끝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진흙탕보다 더러운 세상을 헤쳐나간 장발장의 삶은 그가 이슬처럼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데르센과 위고의 시대에 성냥팔이 소녀나 장발장 같은 사람들이 한둘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시대나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사회나 성냥팔이 소녀, 장발장이 수두룩 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권력가와 부자들은 항상 더 강한 힘과 돈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 권모술수를 쓰고, 화장실 바닥 핥기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바닥에서 떨고 있는 뭇 사람을 보았을까. 바닥을 핥으면서 꺼칠한 이들의 빰을 느낄 수 있었을까. 권력과 돈의 위력을 좇는 인간의 본심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권력과 돈을 충분히 얻은 뒤 낮은 곳을 보듬을 수 있다면 다행일 뿐이다.
예전에는 아무나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 나 할 것 없이 출판기념회를 연다. 대부분 선출직들이 선거에 나가기 전에 자신을 알릴 목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판기념회가 하나의 통과의례가 돼 버렸다. 정치 신인들은 현행 선거법이 강화돼 자신을 알릴 방법이 거의 제약되자 출판기념회를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마치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식이 됐다. 출판기념회도 북콘서트란 이름을 빌어 그 형식이 예전에 비해 자유스러워지면서 다양해졌다.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입지자들이 여는 출판기념회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 때에 출판기념회를 연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국회의원들이 보통 서울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면 지방의원부터 시작해서 시장 군수 공직자 사업가들이 외면할 수 없다. 바쁜 와중에도 눈도장을 찍고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살 수 없다. 초청장 보내는 건 형식이다. 설령 초청장이 안 와도 꼭 들여다봐야 한다.대개 출판기념회가 열리면 상재(上梓)라 해서 책값 정도를 담아 넣는 게 예의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이나 시장 군수 등 공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돈 단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야 품앗이로 여기고 성의 표시 정도로 끝낸다. 그간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출판기념회를 보통 선거 때 열었다. 그런데 유독 도내 초선 국회의원들이 올 가을철부터 뒤서거니 앞서거니 경쟁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물론 의원들 자신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고 싶었을 것이다.세상 사는 게 상식을 벗어나면 손가락질 받는다.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 수는 있지만 도에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열심히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한가롭게 출판기념회나 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북 의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가 적고 야당의원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대다수 도민들은 이 같이 힘든 시기에 왜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큰 돈 모아지는 게 아니라면 굳이 바쁜 때 출판기념회를 열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 예쁜 사람은 뭘 해도 예쁘지만 미운 사람이 설령 예쁜 짓을 해도 좋게 보지 않는다. 출판기념회를 마친 국회의원들 살기가 나아져 안녕들 하셨는지 모르겠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어릴 적 동네 교회 성가대원들은 크리스마스날 새벽 마을을 돌면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합창하곤 했다. 집 마당에 들어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두어 곡씩 불렀다. 신자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순방했다. 어머니는 과자와 떡 같은 걸 미리 준비해 뒀다가 성가대원들에게 전달했다. 자신의 딸이 성가대원이기도 했지만 새벽에 사랑을 전파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합창이 끝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갈 것이라 믿으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 아련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성탄절이면 또 생각나는 게 산타클로스 전설이다. 서기 300년쯤 작은 도시의 주교 니콜라오는 몰락한 집안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세 딸을 매춘부로 팔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몰래 금이 든 주머니를 집안에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 덕에 딸은 모두 결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 니콜라오는 ‘선물 주는 이’로 통한다. 그가 입었던 성직자의 붉은 복장에서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이 유래했다. 나중에 네덜란드 신교도들은 그를 ‘신터 클라스(Sinter Klass)’라 불렀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산타 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 산타클로스는 나눔과 사랑의 상징이다. 성탄절 들뜬 분위기는 1998년 IMF체제를 겪으면서 착 가라앉았다. 거리마다 울려퍼지던 징글벨 소리, 반짝이던 네온사인 불빛은 사그라들었다. 특수를 누리던 연관산업도 꺾였다. 마음의 여유로움도 사라지고 대신 양극화와 세계화, 경쟁, 실업, 빈곤 등의 단어들이 옥죄고 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는 법. 경제가 어렵다 보니 인심도 각박해진 탓일까. 연말 나눔도 줄고 있다. 전북의 ‘희망 나눔 캠페인’이 한달을 넘겼지만 모금액은 12억 8005만원(목표액은 48억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개인 기부가 줄었다고 한다. ‘생불대래 사불대거(生不帶來 死不帶去)’ 빈손으로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몇 해 전 홍콩 배우 성룡(成龍)이 4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한 말이다. 가진 자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 아이콘인 사랑의 빨간 세 열매는 각각 ‘나’와 ‘너’, ‘우리’를 의미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고 온정의 손길을 베푼다면 우리 공동체사회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주역〉의 비(否)괘는 오늘날과 같은 소통부재의 상황을 잘 그려주고 있다. 군자들이 어떻게 핍박받고 내몰리는지, 소인배들이 어떻게 활개 치는지를. 이 격절의 불통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까지도. 이 괘의 상을 보면 위에 하늘(乾)이 있고 아래에 땅(坤)이 있다. 하늘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땅의 기세는 아래로 내려가려 하니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언로가 막혀버린 불신의 난세를 상징하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 괘의 바로 앞에 태(泰)괘가 배치되어 있는 것. 이괘는 서로가 감통 교감하는 치세(治世)를 나타낸다. 만물유전(萬物流轉)! 잠시 방심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좋은 시절이 이내 악인들이 판치는 세상으로 변해버린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배려!문제는 이 간악한 소인배들의 위선을 간파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 이들의 발호로 조광조가 사약을 마시고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로 나타난다. 지난 대선 이후 조중동은 물론 종편, 아니 공중파방송까지 장악한 도구적 이성들의 현란한 말들을 보라. 첫 효(爻)는 난세의 시작. 세상의 중심을 악인들이 차지하고 있어 선인들은 다시 바른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띠뿌리처럼 연대하며 올곧은 마음을 간직한 채 때를 기다려야 한다. 둘째 효에서는, 소인들이 아첨과 교언(巧言)으로 혹세무민할 때 군자는 물러나 대인의 도를 지켜야 화를 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효는 소인배들이 바르지 못한 자리를 독차지하며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는 난세의 절정을 나타낸다.극즉반(極卽反)! 네 번째 효는 극에 달한 난세를 해쳐나갈 반전의 징후가 나타남을 보여준다. 구약의 선지자들처럼 은인자중하던 의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종교인들의 시국선언과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바로 그런 예이다. 이제 그 막힘이 뚫리고(제 5효) 마침내는 그 상황이 종료되게 마련이다(마지막 효)! 그래서 불통의 시대가 오히려 희망이다.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리라는 안이하고 나태한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해주고 있으니. 저 완악한 무리들의 민낯을 여실하게 목도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중요한 것은 망하리라 망하리라(其亡其亡)는 위기의식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돈벌이와 취업에 연연하면 다시 불통의 시대가 되어 돈벌이도 취업도 딴 나라 얘기가 되고 만다.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를 보내며 꼭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경계의식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안도현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시인이다. 80년대 초반에도 그는 지역 문화운동의 현장을 지키는 시인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교사였지만 전교조 교사로 교육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쫓겨났다. 94년 복직이 되어 다시 교단에 섰지만 3년 만에 이번에는 스스로 교직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대중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놓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를 내놓은 지 1년만이었다. 창작 작업은 더 치열해졌고, 시집과 산문집을 아우르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그는 한국의 대표 시인이자 인기작가가 되었다. 그는 한동안 연애시류의 시쓰기와 대중들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산문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른바 ‘인기작가’ ‘대중작가’ 되어 그 인기세로 대중적 이미지를 공고히 다지는 동안에도 그는 통일운동과 교육운동을 실천하고 있었다. 북한어린이돕기로 통일운동의 전면에 나섰으며 사회변화에의 갈망을 현실참여로 담아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실참여는 적극적인 정치활동으로 이어졌다. 정치활동 보폭은 갈수록 넓어져 교육감 후보 선거캠프 중심에서 선거운동을 주도하거나 국회의원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회를 이끌었으며, 지난 19대 총선 때는 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도 참여했다. 정치활동이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전개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그의 행보에 쏠렸다. 정치권으로 나갈 것이라는 혐의(?)를 받은 것도 이즈음이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정치는 하고 싶지만 결코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 그렇다면 안도현은 왜 그렇게 치열하게 정치활동을 하는가. “우리는 모두 현실적인 존재들이다. 투표가 개인의 중요한 정치행위이듯 정치인이나 정책을 욕하는 것도 모두 정치행위다. 단순한 일상을 제외한 많은 것들이 정치행위다. 문인이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정치행위가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의 이어지는 항변이 있다. “개인적 욕망을 앞세워 자리를 차지하거나 권력에 빌붙기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 ‘글쟁이’로 말한다면 자신의 글을 이용한다는 게 나쁜 거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용기가 있고, 할 말을 해야 될 때가 있다면 누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그가 지금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리로 나오지 않고도 글로만 묶여 정치를 할 수 있는 현실이 아직 그에게는 멀리 있는 모양이다.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은 아직 20대인 김정은이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가 40년간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서 실세로 군림했고, 1인자 김정은의 고모부라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울타리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장성택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일삼았고, 급기야 권력을 뒤집을 의도(국가전복음모죄)가 있었다. 물론 확실치는 않다. 판결문에는 장성택의 범행이 심리과정에서 100% 입증되고 피소자에 의해 전적으로 시인됐다고 적혀 있지만, 권력 2인자가 단심 재판만 받고 즉결 처형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장만 있지 외부인들은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보도문 속에서 권력세계의 냉혹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장성택의 월권과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등 눈에 거슬리는 행각이 김정은 눈에 직접 띄었든, 숙청 주도 세력들이 감시 제보했든, 범죄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장성택은 권력 2인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하다가 1인자와 그 측근들에게 찍혀 목숨을 잃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장성택의 ‘건성건성 박수’가 대표적이다. 장성택은 2009년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추대될 때 다른 사람들은 흥분하듯 박수를 치는 데도 느긋한 자세로 박수를 쳤다. 김정은과 동행한 자리에서 짝다리를 하거나 바지에 손을 넣고 걷는 여유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제놈이 늘 원수님 가까이에 있으면서 혁명의 수뇌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어 제 놈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려고 꾀하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언제 반란이 있을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인 김정은 입장에서는 ‘건성건성 박수치는 2인자’장성택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이 장성택 처형은 김정일이 사망 직전에 남긴 유훈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훈에는 ‘우리 대오에 숨어 있는 종파분자들을 경계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권력자는 누군가 비수를 들이댈지 몰라 늘 불안하다. 주변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어찌 이런 일이 북한에서나 있는 일이겠는가. 또 권력 주변에서 가슴 철렁하는 사람들이 없겠는가. 권력은 화려하지만 인간성을 좀먹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몬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입지자들의 발길이 빨라졌다. 지난 선거때만 해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여서 모든 입지자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되는 건 국회의원 마음먹기에 달려 있었다. 민주당 공천장이 지방정가를 사실상 좌지우지 한 셈이었다. 하지만 내년 선거는 어떤 형태로든 안철수 신당 후보가 나오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도민들은 안신당 출현으로 모처럼만에 전북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것을 내심 반기고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안신당 말고도 새누리당 쪽도 관심을 가져야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예전 같으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할 정도로 금기시 했지만 연속 두 차례나 보수세력이 집권하고 지난 4.11 총선 때 전주 완산을서 정운천 한나라당 후보가 선전해 새누리당도 껴안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물론 총선과 지선은 다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새누리당 쪽 후보도 기초나 광역의원으로 뽑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생겼다.문제는 누구를 광역과 기초단체장으로 선출해야 지역을 새롭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여부다. 전북은 지난 총선서 국회의원 7명을 물갈이 했지만 오히려 전북의 정치력이 더 약화됐다는 여론이다. 그렇다면 내년 지선을 세대교체의 장으로 만들어 지역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민주당 일변도의 일당구조가 경쟁구도로 바뀌면서 새인물 수혈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면면을 보면“그 밥에 그 나물 같다”면서 “뭔가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아무튼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이나 도지사를 자당 출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섣불리 후보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정동영 상임고문의 전략공천 카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의원들이 순회경선을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신당쪽은 강봉균 전 의원을 지사 후보로 접촉했으나 본인이 고사해 또 다른 인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안신당이나 언론사들의 신년호 여론조사와 구정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큰 판 한번 벌여보자.”며 애정과 관심을 나타냈던 사업이 전남의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다. 해남과 영암의 바다를 막아 전남 서부권에 대규모 관광시설을 건설, 동북아 관광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북의 새만금처럼 J프로젝트는 전남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이 사업이 지난 13일 기공식을 가졌다. 총 면적 33.9㎢(1026만평)에 1조1037억 원을 투입, 2025년까지 친환경 해양관광 레저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호텔 등 휴양 숙박시설과 남도음식문화촌, 컨벤션센터, 워터파크, 마리나시설, 골프장과 빌라, 레저 주택, 시니어 빌리지 등이 들어선다.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면 1만8300여 명(7320가구)이 상주하게 된다. J프로젝트는 불행하게도 새만금사업과 무척 닮아 있다. 간척사업이라는 점, 해양관광 레저도시라는 콘셉트, 동북아 거점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비전, 중국과 가까워 중국 내륙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구상, 전북과 전남 두 지역의 최대 역점사업이라는 점 등이 같다. 향후 숙제가 민자유치라는 점도 같다. 개발내용이 상당 부분 겹쳐 있어 경쟁이 불보듯 뻔하다. 1991년 착공된 새만금사업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금과 같은 공사 진척도로는 2020년 완공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 5명을 거친 사업의 진도가 이 모양이다. 새만금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착공된 중국 상해의 푸동(浦東)지구는 이미 10년 전에 세계 500대 기업중 108개 기업의 투자를 끌어냈다. 외자 기업체 숫자만 6887개에 달한다. 한때 푸동 경제특구를 부러워 했던 새만금은 이제 J프로젝트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J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동북아시아의 관광거점이 될 것, 세계가 주목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새만금의 질투를 의식한 것일까. 정 총리는 다음날 새만금에 들러서도 “새만금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한국 경제부흥의 전략기지’로 개발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립서비스?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마는 하도 많이 속아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코끼리는 크지만 기억력이 좋고 온순하여 친밀감을 갖게 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동물원을 대표하는 동물을 꼽으라면 그 우선은 단연 코끼리다. 코끼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동물이어서 거래 할 수 없다.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동물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 2010년 10월 서울동물원에 스리랑카 아기코끼리 한 쌍이 들어왔다. 그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코끼리 기증은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대표와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의 친분으로 이루어진 선물이었다. 20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운동을 지원해온 김 대표는 추운 겨울날, 길에서 떨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보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두 명의 스리랑카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의 딱한 처지를 살펴 일자리와 쉴곳을 마련해준 김 대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외로움을 나누었다. 스리랑카의 전통명절 행사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한 노동자가 스리랑카에 있는 작은아버지를 그 행사에 초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야당의원이었던 그의 작은아버지는 노동부장관으로 일하면서 스리랑카 젊은이들의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한국을 다녀간 뒤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얼마 전 재임에 성공한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이 그이다. 2004년 12월 쓰나미로 재난에 빠진 스리랑카에 정기적인 의료봉사와 지원활동까지 펼쳐온 김 대표를 라자팍세 대통령은 늘 국빈으로 환대했다. 하루는 감사의 표시라며 코끼리 선물을 제의해 김 대표를 놀라게(?) 했다. 물론 김 대표는 선뜻 받기 어려운 선물이어서 사양했는데, 우연히 서울동물원 코끼리가 노쇠하여 대가 끊길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암수 코끼리 한 쌍을 기증해달라는 부탁을 다시 받은 라자팍세 대통령은 기꺼이 보내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는 야당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켰다. 민간외교의 빛나는 결실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진출은 이제 20년을 넘어선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의 벽은 여전히 크고 높다. 길거리에 서있던 스리랑카노동자들에게 손 내밀어 안아준 인연으로 스리랑카의 ‘국빈’이 된 김 대표의 이야기는 그래서 울림이 더 크다.
요즘 한반도 안팎이 요란스럽다. 역사를 뒤돌아봐도 열강의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시대, 6·25전쟁, 분단이 고착화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항상 긴장이 감돌고 있다. 38선 총격사건, 도끼만행사건, 땅굴사건 등이 북핵문제로 한층 얼어붙었다. 햇볕정책을 계기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잇따라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 정상 회담을 하는 등 온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연평도 해전, 개성공단 갈등 등 남북 사이는 다시 꽁꽁 얼었다. 남북 사이에 해빙 조짐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대한민국 사회도 덩달아 이념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북’ ‘종북몰이’다. 상식적으로,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북’은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정권이 ‘종북몰이’를 한다는 비판적 주장이 있는데, 실제 종북하는 자나 세력이 있다면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정권, 안보책임기관 등에서 모른 채 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같은 민족에 대한 동질감과 사랑은 인간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남북의 현실에서는 넘어서면 안 되는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재판이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도 그 선에 대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 자체가 어찌보면 이념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이다.북한은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자리에서 출당 제명,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장성택은 회의 현장에서 보안원에 의해 체포된 뒤 끌려나갔다. 북한은 그가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양봉음위한 파렴치한 인물이라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내쳤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까지 북한 최고 권력자를 3대에 걸쳐 보위한 장성택이 하루 아침에 비참하게 몰락한 것이다. 우리는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사건과 갑작스럽게 몰락한 북한 권력자 장성택 숙청사건의 진실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 이석기 사건은 재판중이고, 장성택 사건은 북한 당국의 발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적과 대치하는 인간사회에서 양봉음위(陽奉陰違), 구밀복검(口蜜腹劍)하는 인물과 세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뢰가 중요하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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