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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 왜 그럴까. 남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그렇다. 재산이 많고 권력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장차관 등 벼슬이 높거나 재벌이 다 행복할까. 이들은 더 큰 숨겨진 고민거리가 있을 수 있다. 눈높이를 위로만 쳐다보니까 자신을 왜소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모든 걸 물질 위주로만 재단해서 보는 경향이 팽배해져서 더 그런 것 같다.지금 이 순간 각자가 정말로 행복한 사람임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요즘 날씨도 하늘의 축복이 쏟아져 내린 것처럼 아름답다. 귓볼을 간지럽히는 바람 끝이 살갑고 맑고 푸른 하늘이 더 없이 높아 마냥 좋다. 천고마비 계절이 실감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한다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있으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갈파했다.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뭣일까. 내 맘속에 있는 것이다. 잠시 언더우드의 기도문을 떠올리며 생각하자.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자 되지 못해도 빼어난 외모 아니어도 지혜롭지 못해도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겠습니다."(이하 생략)굳이 아귀다툼하고 살 필요가 없다. 자신이 감사하는 맘만 갖는다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절반가량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조사 받거나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물갈이 여론이 높다. 또다시 해먹겠다고 바둥거리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10.16 23:02

마이스산업

2006년 문을 연 마카오의 베네치안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복합리조트다. 전시, 공연, 스포츠, 관광 및 쇼핑, 회의, 컨벤션센터, 호텔, 음식점, 영화관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1층엔 축구경기장 3개 크기의 카지노시설이 있다. 미국 NBA 농구 등 유명 스포츠 경기도 열린다. 1조4000억 원이 투입됐다. 호텔 근무인원만 1만명, 연관 업종까지 합하면 종사인원이 3만명에 이른다. 베네치안 호텔 오너인 애덜슨 회장은 개관 당시 비행시간 3시간 이내의 관광객이 대상이다. 3년이면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지금쯤이면 본전을 뽑고도 남았을 터다. 애덜슨 회장은 헬기로 새만금 지역도 시찰했지만 기반시설 등이 미흡해 투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회의, 보상관광, 컨벤션, 전시, 이벤트가 합쳐진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ibition) 산업은 신시장과 일자리 창출, 항공 숙박 관광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융복합관광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린다. 2011년 기준 1인당 지출액이 2585달러였으니 일반 관광객의 2배가 넘는다. 베네치안 호텔의 경쟁력은 여러 기능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 가능한 집적화에 있다. 자치단체들이 마이스산업 유치와 시설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 EXCO와 고양 KINTEX, 부산 BEXCO, 광주 김대중센터, 인천 송도컨벤시아, 창원 CECO 등이 추가 확장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전시 컨벤션시설이 없는 곳은 전북, 강원, 충북 3곳 뿐이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1330건 중 전북 개최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2007년 세계한상(韓商)대회와 아셈 차관회의도 무산됐다. 모두 시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지금 대구 EXCO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1317일) 역시 전북에겐 그림의 떡이다. 세계 110개국 6000여명이 먹고 마시고 숙박하면서 관광 및 쇼핑을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총회가 돈을 쓰게 만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주시가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시민 1859명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100만 대도시 분야에서 컨벤션센터와 호텔건립을 으뜸으로 꼽았다고 한다. 전주시정이 새겨야 할 가치이자 방향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10.15 23:02

사회적 참살이

건강하고 멋있게! 오래된 우리들의 꿈을 대변하는 구호다. 말하자면 '삶의 질'을 높여 좀 품위 있게 살아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특이한 것은 이런 일을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 따로 건강돌보기 따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건강도 챙기고 생활 자체의 질도 높여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생활방식을 흔히 '로하스'(Lohas)라 부른다. 이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을 뜻하는 말로 2000년 미국의 한 컨설팅업체가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개념이다. 이를 추구하는 '로하스 족'은 자신의 건강 외에도 미래 소비 기반의 지속가능성까지도 고려하는 친환경적 소비 형태를 고집한다. 구체적인 실천행위로는 장바구니 사용하기, 천으로 만든 기저귀나 생리대 사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린터의 카트리지 재활용하기 등을 들 수 있다. 로하스 개념은, 함께 누릴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하는 '사회적 참살이'라는 점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잘 먹고 잘 살기를 추구하는 웰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집안의 벽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이 웰빙적 태도라면 그 벽지의 원료가 재생이 가능한 것인지, 폐기할 때 환경 저해 성분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지는 것은 로하스적 자세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살되, 나와 더불어 너의 삶도 함께 고려하자!'를 모토로 삼고 있는 '로하스 족'은, 그래서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까지도 고려하며 한계에 다다른 지구환경보호에도 앞장을 선다. 대단한 철학이나 실천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흔히 '로하스 지수'로 싱싱함(生), 함께함(同), 편안함(安), 즐거움(樂), 친환경(淸) 등 다섯 가지의 지표를 들고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도 그 지수는 높일 수 있다. 어지러운 주류 언론에 현혹되지 않고 4대강이나 밀양, 강정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만 해도 된다. 장바구니를 챙기고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며 생태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의 건강한 먹거리와 맑은 물, 공기, 푸른 숲을 위해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모아나간다면, 우리가 바로 이 시대의 희망연대 '로하스 족'이 되는 것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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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3.10.14 23:02

태조 어진과 봉안

우리나라의 초상화 역사는 풍요롭다.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는 당대의 미술사를 주도했을 정도로 왕성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었다고 규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선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었거나 실제로 사용하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 낡게 되면 새로 제작한 뒤 불태워 없애버리는 관행으로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상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왕의 초상 '어진(御眞)'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화가 얼마나 활발하게 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만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영조의 어진뿐이다. 특히 태조의 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하다. 어진은 당대를 통치한 조정과 국가의 상징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태조어진은 여기에 조선 창업자의 초상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태조 어진이 모셔진 곳이 바로 전주의 경기전이다. 어진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곳을 진전이라 하는데, 태조 어진을 모신 진전은 전국의 다섯 곳에 세워졌다.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와 태조가 태어난 영흥, 태조가 성장한 개성,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다. 경기전의 '태조어진'은 다섯 곳에 봉안되었던 어진 중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10월 12일,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전주를 다시 확인시키는 '태조 어진 봉안 행사'가 재현된다. 지난해에도 열렸지만 올해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1688년 숙종은 전주의 태조 어진을 모셔와 서울에서 모사본을 작성한 후, 원본을 다시 전주에 봉안했다. 모사본을 모신 영희전(永禧殿)은 국왕이 왕세자와 함께 직접 추모 의례를 진행하는 국가 의례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려대 사학과 강제훈 교수는 영희전 의례가 강조되면서 전주 경기전 어진 또한 영희전 어진의 모본으로서 그 중요성과 정치적 위상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해석한다. 강교수의 고증 의례를 바탕으로 치러지는 올해 행사는 1688년의 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의 역사적 존재를 일깨우는 좋은 기회다. 강 교수는 1688년 태조 어진 모사 작업의 전 과정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 '(태조)영정모사도감의궤'를 바탕으로 올해 의례를 준비했다고 한다. 정확하고 상세한 문헌 기록에 근거를 둔 것 인만큼 기대가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10.11 23:02

한글과 소통

우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로 알고 있다. 누구든지 쉽게 익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문자다. 24개의 자모를 결합해 낼 수 있는 소리가 이론적으로 무려 1만1000개가 넘는다. 실제로도 8,700개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거의 모든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글이 세계 수천가지 문자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만이 아니고 세계 과학자들이 인정한 결과다. 세계문자학자들이 모인 세계문자학회라는 것이 있다.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또 다양한 소리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연구하는 단체다. 지난해 세계문자학회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지난 2009년 1차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는 영어 알파벳을 비롯해 러시아와 독일 등 세계 27개 유력 문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세계문자올림픽은 각국의 학자들이 자국 고유 문자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 독자성, 실용성, 응용성 등이 심사 기준이다. 결국 다양한 소리를 문자로 쉽게 표현하고, 나아가 배우기 쉬운 한글이 문자로서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한글의 우수성은 1997년 10월1일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데서도 증명된다. 한글은 백성과 소통하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의지가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까지 조선의 문자는 한자였다. 백성들은 우리말을 하면서도 대부분 문자는 몰랐다. 어려운 한자를 읽고 쓸 줄 몰랐다. 상류 양반 계층만이 한자를 사용했을 뿐이다. 백성을 무식쟁이로 만들어 일방통행식 통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지만, 중앙정부의 뜻이 백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며 원했던 것은 백성과의 소통이었다. 백성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제거하고 싶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언어와 문자 소통이 원활한 세상이다. 그러나 문자와 말이 오가는 것 자체가 소통인 것은 아니다. 세종은 그런 소통을 원하지 않았다. 백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을 원했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는 '소통'에 충실한가.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10.10 23:02

안갯속 구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에 공천폐지가 확정되지 않아 입지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현직들을 제외하고는 안철수 쪽에다 한발씩 걸쳐 놓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속 탄다. 그간 여론의 흐름을 놓고 볼 때도 안철수 지지도가 도내서 만큼은 지난 대선 때만은 못해도 줄곧 민주당 보다 우위를 지켜왔기 때문에 안철수 쪽 노크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민주당 쪽서는 이미 발표된 도내 25명의 안철수 쪽 실행위원 면면을 봐도 참신성과 역량이 떨어진다며 애써 평가절하 하는 모습이다.여야 공히 정당공천폐지를 매듭짓지 않아 아직도 선거구도가 안갯속이다. 선거를 불과 7개월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내서는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잇따라 사법처리 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어 안철수 쪽이 어부지리(漁夫之利) 하고 있다. 임실 부안 진안 장수 순창 고창군과 두 군데 정도가 더 조사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정권초기 전방위적 사정 작업치고는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그 배경에 의구심을 보낸 반면 그간 전북의 지배세력이 민주당인 만큼 수술대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으로 갈려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연말께 3선 출마여부를 밝히겠다던 김완주 지사가 침묵모드를 깨고 3선출마를 엿보이게 하는 일련의 행보를 취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추석 이후 지난 9월27일 전북 출신 경제 금융 실업계 원로 15명으로 전북도 투자유치자문단을 뜬금없이 구성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명분상 참여 인사 면면을 봐도 그럴싸해 보이지만 왜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조직을 만들었는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7일에는 효성의 라이벌사인 일본 도레이사를 새만금에 끌어 들여 3000억 원을 투자토록 발표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있다.김 지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의원측은 불편한 심기다. 그간 두 입지자들은 가급적이면 김 지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지지세를 굳혀 나갈려고 했던 것. 하지만 김 지사의 표밭행보가 계속되면서 서서히 송시장과 대립각이 날카롭게 세워지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의 도지사 출마관계로 무주공산이 된 전주시장 자리는 현재 난립해 있지만 안철수 쪽서 실행위원이 발표되면 그쪽으로 지지세가 쏠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10.09 23:02

단체장의 리더십

전북지역의 몇몇 기초단체장들이 수사선 상에 올라 있다. 역대 임실군수 3명이 내리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는 데다 강완묵 전 임실군수도 최근 중도하차한 뒤 끝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역주민들로선 안타깝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확정판결 전까지는 아무리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지만 흠집은 이미 나 있다. 행정 권위나 단체장에 대한 시선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이미지에 대한 타격도 크다. 이래저래 지역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인 막스 베버(18641920)는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과 균형감각, 책임감을 들고 있다('직업으로서의 정치')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고 정치활동에도 투신했던 그가 이 세가지를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꼽은 것은 역설적으로 당시 정치 사회상황이 이 자질을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북의 단체장을 이에 빗댄다면 도덕성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민선 단체장은 거의 제왕적이다. 인사, 예산, 사업, 감사, 계약업무를 총괄하는 사령관이다. 부하직원들이나 이권에 관련 있는 사람들은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면종복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단체장은 자신을 객관화할 겨를이 없다. 비판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예 비판적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듣기 좋은 얘기를 골라 하는 사람만 가까이 한다. 사고와 가치의 동종교배다. 결국 열성인자들에 둘러싸여 귀가 닫히고 눈이 멀고 만다. 이쯤 되면 갈 곳이라고는 낭떠러지 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자질과 리더십이 관심이다. 전국 최하위권인 전북처럼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뭔가를 '변혁시킨다(transform)'는 말은 단순히 바꾼다(change)는 개념이 아니라 마차공장이 자동차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형식이나 내적 특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와 비전에 호소하며 조직의 의식을 한단계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리더십이다. 지난 40여년간 전북은 근본적 변화 없이 덧칠만 해왔다. 변혁적 리더십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리드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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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10.08 23:02

드럼에 묻힌 아리랑

올해 소리축제가 아리랑으로 서막을 장식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소리로서의 아리랑을 다양한 변주와 목소리를 통해 대규모 콘서트' 형태로 선을 보였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기획되었단다. 총연출을 맡은 프로그래머가 오랜 고심 끝에 내놓는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당일 관객들의 반응도 꽤 뜨거웠다.그런데 기분이 영 찜찜하다. '아리 아리랑 소리 소리랑'을 내세웠는데 정작 아리랑을 느낄 수 없었다. 아리랑이 후렴구로는 들렸지만 그 고유의 한과 신명은 전해지지 않았다. 소리도 고함만 들렸을 뿐 우리 소리가 주는 아기자기한 흥과 맛은 귀를 씻고 들어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 의자까지 뒤흔드는 드럼의 강한 북울림만이 엉덩이를 통해 전해졌을 뿐이다.세계적인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모았다며 사회자는 흥분을 했지만 정작 뛰어난 가창력만 선보였을 뿐 이 무대의 기획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좀 더 삐딱하게 들으면 우리의 목소리 음악이 다른 나라의 것들에 비해 얼마나 열등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라고 야유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정가 명인까지 막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기왕 목소리음악을 모으려 했으면 우리 판소리나 아리랑과 견줄 수 있는, 민족음악적 요소가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음악의 연주자들을 초청했어야 했다. 뮤지컬이나 팜 가수가 아니라. 노래도 아리랑의 주제나 분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것들로 했어야 했고. 우리에게는 다양한 아리랑이 있다. 그러나 상주아리랑만 그나마 그 원형을 이해할 수 있게, 하지만 매우 초라한 형태로, 제시되었을 뿐 다른 것들은 무엇인지도 모르게 편곡(왜곡 혹은 해체?)되어, 그것마저 북소리에 묻혀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무대연출의 소박함(무대 변환이 거의 없고 출연자들이 전원 함께 올라가 물 마시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가끔씩 박수를 치며!)이나 사회자의 감탄사와 미사여구에 사로잡힌 요령부득을 탓할 여유가 없다. 프로그래머나 집행위원장이 한 작품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이제는 번거롭다. 이 지역 연주단들의 소외문제도 그렇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철학과 정체성을 통해 우리 소리의 멋과 맛을 되새길 수 있다면, 그 진정성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용납할 수 있다.여느 공연기획사도 선뵐 수 있는 무대가 소리축제를 대표하는 개막작이라니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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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07 23:02

영화 워낭소리

2009년, 300만 명 관객을 울게 하고 웃게 했던 독립영화가 있다. 뒤를 이어 몇 편의 독립영화들이 분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객 300만 명이란 숫자는 독립영화 영역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 이야기다.'워낭'은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혹은 말이나 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이른다. 영화는 강화도 봉화에 사는 팔순 노인부부와 그들이 30년 부려온 소의 일상을 그렸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러나 이 소의 나이는 마흔 살이나 된다. 할아버지에게 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농사를 지어주는 일꾼이고 오가는 길의 자가용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를 위해 불편한 다리로 날마다 소먹일 풀을 베기 위해 산을 오르고,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도 치지 않는다. 다른 소리는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청력이 약해졌지만 아무리 작게 울려도 소의 워낭소리만은 알아듣는 할아버지와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는데도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아무리 무거운 나뭇짐이라도 지고 일어서는 소. 그러나 끝내 수명을 다한 소를 보내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고맙다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 좋은 곳으로 가그레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그레이. 이때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데이."내레이션도 없이 노인부부와 소의 일상을 통해 눈물겨운 감동을 전하는 이 영화에 열광한 관객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과 100만 관객 돌파 영화 가운데 최소 제작비(2억 원), 최고수익률(4500%) 등의 꿈같은 기록을 헌사했다. 덕분에 그 흔한 스타도 없고, 메이저 제작사나 배급사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워낭소리〉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실제주인공인 부부를 보도하고 여기에 관객들의 호기심까지 더해지면서 주인공들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촬영지의 관광상품화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별세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1년여간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온갖 통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고 있는 시대, 그러나 정작 진정한 소통은 단절되어 가는 시대에 〈워낭소리〉가 준 울림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다. 영화 〈워낭소리〉를 다시 보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3.10.04 23:02

안부전화

지난 1일 부산시 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쪽방에서 67세 할머니가 백골화 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년 째 월세가 밀리자 집주인이 경찰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할머니의 시신이 이미 백골 상태인 것으로 보아 5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할머니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옷을 9겹이나 껴입은 것도 모자라 모자와 목장갑까지 낀 채 발견됐다. 할머니는 겨울철에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건은 적지 않다. 20년 전 신입 기자 시절이다. 한 통의 전화에 편집국이 잠시 소란스러웠고, 기자들이 서둘러 도착한 곳은 전주시 효자동의 한 주공아파트였다. 혼자 살고 있던 할머니가 사망한지 몇 일만에 발견된 현장이었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자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창문을 뜯고 내부를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안방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시신은 부패해 가고 있었다. 겨울철이었다면 발견이 늦어졌을 것이다. 가족이 곁에 있었다면 할머니의 운명은 어땠을까. 아마 응급처치 후 살아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부쩍 많아지면서 이 같은 사건이 적지 않은 것은 현대인들의 이기주의, 부도덕한 가치관 탓이다. 전통적 가족 체계가 무너져 핵가족사회가 되면서 독거노인세대가 급증해 빚어지고 있는 비극이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북인구 180만3230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31만6303명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대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의 비중은 28.4%에 달했다. 노인세대는 생활능력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고령 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 수급자의 26%나 된다. 이들 노인들 중 상당수는 거리로 나서 폐지를 줍고, 돈을 아끼기 위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산다. 지난 2일 열일곱번째를 맞은 노인의 날의 현주소다. 노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오는 2020년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핵가족화, 경제난,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가족조차도 돌보지 않는 분위기가 현대인의 위기다. 방법은 있다. 자녀들이 고향 부모에게 안부전화 자주 하고, 이웃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벽을 허물고, 홀로사는 노인의 고독사를 막는 것은 인간적 관심 뿐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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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10.03 23:02

무기력증에 걸린 전북

전북의 앞날이 암울하다. 모든 부문에서 꼴찌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이 주축을 이뤘던 70년대만 해도 교육부문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간 도민들은 지역발전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나름대로 힘도 모아봤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오는 결과는 허탈 그 자체였다. 자연히 정권에 대한 불신과 관에 대한 원망만 커졌다. 해도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 의식만 생겨났다. 여론주도층도 비판만 가할 뿐 행동하는 양심은 보이지 않았다.상당수 도민들은 실패의 연속이 되다보니까 지금 와서는 무력증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사업해서 돈좀 벌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수도권이나 타지로 뜨려고 한다. 생각지도 않게 뜯기는 돈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전주는 인구가 적어 익명성도 보장 안 된다. 사업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다. 전주는 맞벌이 공무원 가족들이나 살기 좋은 도시다. 자연환경이 그런대로 잘 보존돼 있고 대부분 한시간권안에 골프장등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지역발전이 갈수록 침체돼 가지만 그 누구 하나 전북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고함치는 사람조차 없다. 문제는 오늘 같은 상황이 잘못하면 다음 세대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짙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 이어 현 정권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전북은 더 죽을 맛이다.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대되면서 전북은 기업 유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좋은 기업이 유치 안 되면 2세들이 객지로 떠나가야 하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을 대거 물갈이 시켰지만 아직껏 밥값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더 주민들을 실망시킨다. 임실군수는 모두가 사법 처리돼 낙마했고 부안은 재판중이고 진안 장수 순창 고창군수가 사법처리 수순을 기다리거나 조사 중이다. 이쯤 되면 성한 자치단체가 없을 정도다. 가난한 동네에서 단체장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것은 부끄럽고 창피할 노릇이다.전북이 무력증이란 중증에 걸려 있어도 치유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쪽으로 참여할 멤버들이 속속 드러나지만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도민들이 어떻게 전북을 낙후의 늪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중적으로 놀면 지역이 더 어려워진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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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10.02 23:02

공약(空約)과 사과

"정치인은 어디에서나 똑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준다고 약속한다" 비록 빌 공(空) 자 공약일지라도 유권자의 환심을 살 공약을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비수처럼 찌른 말이다. 김제 죽산의 원평천 하류 콘크리트 교각은 공약(空約)의 상징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장경순씨가 1960년대 말 총선 때 김제∼부안간 산업철도를 건설하겠다며 내건 공약이다. 교각까지는 설치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엔 결국 경제성 문제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처럼 공약(空約)으로 끝난 공약들은 부지기수다. 공약을 뿌려대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치인의 타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선거철이면 온갖 공약들이 난무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토론에서 재원문제가 불거지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엊그제는 "어려운 재정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했다. 공약 후퇴논란이 일자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지역공약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전북의 현안 7개 사업을 공약했다. △새만금 △식품클러스터 △고도 르네상스 조성사업은 추진하지만 △미생물융·복합과학기술단지 △지리산·덕유산권 힐링 거점 △동부내륙권 국도 건설 △부창대교(부안∼고창) 등 4개 사업은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내년 예산을 단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 관심이 많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4년전 많은 공약들을 쏟아냈다. 공약대로라면 지역마다 유토피아가 건설될 것이다. 하지만 빌 공자 공약이 더 많다. 공약은 검증이 핵심이다. 지금부터라도 검증해야 한다. 목표와 이행 가능성, 기한, 타당성, 예산확보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이라야 제대로 된 공약이다. 그럴 때 실천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공약을 이행치 않았을 때 제어장치가 없다는 데에 있다. 사과 한마디로 끝나고 만다. 응석 떨기의 사과만 해도 책임이 모면되고 만다. 유권자를 공개적으로 사기치는 행위인 데도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다면 이 역시 큰 문제다. 공약 불이행시 사기혐의를 씌우는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할 모양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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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10.01 23:02

군자불기(君子不器)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많은 기업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현대 사회는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전해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시민운동도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때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던 '전문성 타령'이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제적 효용성,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분업을 강조하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러하듯 전문성도 순기능 못지않게 심각한 역기능을 안고 있다. 우선 편협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관심대상을 한정시킬 수밖에 없다. 시간과 역량의 한계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면서도 여기에서 얻은 편향적 입장이 '전문가의 이름으로' 고수되며 그 권위로 사회의 주요정책에까지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능주의에 함몰하기 쉽다는 것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전문적 기능 수행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켜버린다. 전체의 조화나 균형은 '보이지 않는 손'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도덕 무풍지대에 안주하는 것이다. 4대강, 새만금, 원자력발전소 문제들은 바로 이런 기능주의 전문가들의 편협함이 빚어낸 재앙들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산업적 이득만 계산했지 그것들이 영원히 확대재생산해낼 생태환경의 부작용까지는 보지 못한 것이다. 편리와 돈이라는 부분을 취하려다 삶의 질은 물론 그 기본적 생존조건까지 통째로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분업을 기본조건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자본 세상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갇혀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라면 그 역기능까지를 감안한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수단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교양과 도덕심의 문제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는 그래서 나온 말이다. 요즘 들어 인문학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평생교육 차원에서는 중요시 되면서도 중등학교나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은 여전히 일인일기(一人一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학은 기업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규격화된 기능인을 양성하라는 윽박지름에 숨 돌이킬 틈이 없다. 많은 교양교육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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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3.09.30 23:02

내기마을의 불행

'내기마을'. 이름도 예쁜 이 마을에 요즈음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좋은 일로 이름을 알리면 반가울 일이지만, 암환자가 집단 발병하는 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내기마을은 현재 주민등록상 거주자 52명, 실제 거주자 43명인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이 얼마 안 되는 주민들 중 2009년부터 폐암 식도암 방광암 판명을 받은 암환자가 12명이나 된다. 그 연유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난무한다. 마을의 바탕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가장 넓은 들판을 안고 남향으로 앉은 내기마을은 예부터 터가 좋기로 소문났다. 중종 때 춘추관기사관홍문관박사구례현감성균관학관봉상시판관을 지낸 안처순이 이 곳 출신이다. 마을에 있는 '영사정'이 그를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안처순은 조광조가 이끈 '사림파'에 가담했으며 왕에게 향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근사록》을 간행하여 보급했던 인물이다. 6.25때는 지리산 자락이 눈에 보이는 거리에 있는 마을인데도 전사자 한명 나지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물론 좋은 터에 마을을 세운 덕이라고 여겨왔다. 내기마을은 주변의 넓은 농토와 섬진강을 배경으로 다양한 유적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가야계의 대표적 묘제인 수혈식 석곽묘와 백제계의 횡혈식 석실분이 공존하는 고분군도 그렇거니와 인근 산성과 유물 산포지의 특성이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사실 남원은 내기마을 뿐 아니라 유적 분포의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에 귀 기울이고 돋아보게 할 만한 지역의 노력이나 활동은 미진하다. 그 단적인 예가 내기마을이다. 이 마을 주변에는 아스콘공장이며 채석장, 한국전력의 대규모 변전소와 고압 송전탑까지 온갖 시설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다. 참으로 특별한 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유해요소를 방출하는, 주의가 필요한 시설들이다. 이 시설들이 내기마을의 암환자 집단 발병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지난 23일, 마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이르는 양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곧 정밀역학조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뒷북치는 행정이 한심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원인규명에 나서 하루라도 빨리 마을의 상처가 치유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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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9.27 23:02

한명회 그림자

요즘 인기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 무렵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과 충신 김종서 등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역사적 사건에 대중들의 흥미거리이기도 한 '관상'을 덧칠, 영화적 재미를 더한 영화다. 도입부와 말단부에 나오는 늙은이는 수양대군의 책략가 한명회다. 영화는 한명회를 한동안 베일 속에 감춰둠으로써(물론 대부분의 관객은 알고 있지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입부에서 한명회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최후를 맞을 땐 "그 관상가의 말이 틀렸어. 내가 어리석었어. 미신이었어"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세조와 예종, 성종까지 세 임금을 모시며 왕에 버금가는 절대 권세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 한명회는 훗날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된다. 산 한명회의 목은 온전했지만 죽은 한명회의 목은 잘렸으니, 결국 관상가의 말이 맞은 셈이다. 영화 '관상'은 세조가 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최후를 자막 처리하면서 '불의는 결국 심판 받는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아울러 김내관이 뛰어난 관상가였음을 내비친다.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태어나 체격이 왜소했지만 머리가 비상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부모를 일찍 여의었던 그는 소년시절이 불우했다고 한다. 38세이던 1452년에야 겨우 말단 자리를 얻었다. 수양대군을 먼저 찾아간 한명회는 수양의 머리가 돼 1453년 계유정난과 1456년 사육신 주살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도승지로서 세조를 가장 가깝게 보필했고, 1466년에는 영의정에 올랐다. 세조가 1468년 집권 15년 만에 51세로 단명했지만, 한명회는 예종과 성종의 장인으로서 권력을 이어가는 등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다 1487년 72세의 나이에 죽었다.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격성과 욕망이 강한 존재다. 자신의 욕망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공격성을 키운다. 한명회는 자신의 불우하고 나약했던 젊은 시절을 만회하기 위해 수양대군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했을지 모른다. 수양과 한명회의 욕망이 결합, 공격성도 강해졌다. 대개 권력가들은 그 정점에 있는 자들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은 이제 그 진위 여부보다 정치권력의 음모 존재 여부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 '관상'은 세상 사람들에게 '한명회 그림자'를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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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9.26 23:02

발등 찍힌 전북

긴 추석 연휴로 강운태 광주시장의 망언이 잠잠해졌지만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것 같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광주 전남은 역사적으로 전주에 있는 전라관찰사의 지배하에 있었다. 전주감영은 제주도까지 관할구역이었다. 지금껏 전북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을 친형제처럼 살갑게 대해왔다. 1988년 이후에는 DJ를 기필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망 때문에 정치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했던 것. 그 결과 1997년에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평적 정권교체를 가져오게 했다.도민들은 DJ가 정권 잡으면 세상이 확 바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건 순진무구한 생각이었다. 노무현 때도 같았다. 지난 91년 착공한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DJ와 노무현정권 때 전남 실세 국회의원들이 뒷전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발목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북이 뒤처진 원인은 그 당시 전북 정치인들이 전남 실세들의 방해공작을 막지 못한 탓이 컸다.강시장의 망언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이미 수차례 광주 군공항 이전을 국방부장관과 협의해 왔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광주 전남 사람들은 자기네 이익이 걸리면 전북은 안중에도 없다. 그 같은 사람들을 형제처럼 여겨온 게 원망스럽다. DJ가 대통령 된 것은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광주 군공항을 군산미군공항으로 합치자고 제안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이제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의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에 우리도 자력갱생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간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한두번 애먹인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제 도민들은 강원 충청인의 실용주의 노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광주 전남과 정서적으로 묶여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광주 전남과 정서를 공유하는 한 전북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다.8개월 앞으로 다가선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전북 국회의원 같은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선 안된다. 그렇게 강시장 한테 무시당하고도 멍청스럽게 앉아 있는 꼴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성명서 한줄이나 기사 멘트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당장 민주당 일변도의 정치지형을 경쟁구도로 바꿔 놓아야 된다. 그래야 험한 꼴 안보고 살 수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9.25 23:02

안철수 신당의 과제

추석 연휴 민심은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바쁜데 여야 정치권은 대립각만 세우고 있으니 좋은 반응이 나올 리 없다. "서민 삶 팍팍한데 정치권은 싸움만"(전북일보) "먹고 살기 팍팍…싸움만 하니 폭폭"(전북도민일보) "민생에 관심은 있나, 쓴소리 봇물"(전라일보) "정치권 똑바로 하라 분발 촉구"(새전북신문) 등 전북일보를 비롯한 도내 지역신문의 정치기사 제목들이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정치 기사들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지방선거 영향력 주목-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 촉각' '민주, 안풍(安風) 미풍에 그칠 것' '내년 지선(地選) 올인 안철수, 도내 정치 세력화 박차-새인물 찾기 어려움 호소' '도내 고위 공무원 지방선거 출마 러시' 등의 기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포인트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일 것이다. 공천 문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폐지를 결정했지만, 새누리당 쪽의 저항이 심해 간단치 않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공천 폐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당 소속 의원 반발도 심하다. 결국 공약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될 것 같다. 신의가 박 대통령의 장점이라지만 이행을 하지 않으려는 공약이 하도 많으니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대선 이후 쭉 호남 지지율이 높은 '안철수 신당'은 여전히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본지 23일자 3면)에서 정당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40.4%)을 가장 먼저 꼽았고 민주당(22.4%), 새누리당(7.8%), 정의당(3.4%), 통합진보당(3.3%) 순으로 응답했다.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 36.8%, 안철수 신당 24.8%, 민주당 13.5%였다. 안철수 신당이 저변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을 쳐다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당 조직이 없는 고위공직자들이 특히 그렇다.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안철수 의원은 "가치를 공유할 인재영입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럴려면 찾아오는 사람만으로는 안된다. 인물을 찾아서 '모셔야' 한다. 이것이 을(乙)의 자세고 다른 정당과 차별화하는 길이다. 헌데 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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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9.24 23:02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긴 기다림에 짧은 만남. 긴 한숨에 잠깐 동안의 웃음. 다시 끝 모를 이별, 한숨, 그리고 이어질 숨죽인 한스런 울음! 턱없이 아쉽지만 이런 장면이라도 기대하고 있었다. 광복 55주년을 기해서야 겨우 시작한 남북이산가족 상봉. 그동안 별별 핑계를 대며 중단하고 취소하고 연기하고 별짓을 다하다가 어렵게 다시 마련된 자리, 진정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려는 간절함을 조마조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민족 최대명절 직전의 날벼락!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 땅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것일까? 이념이 무엇이고 체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애타는 가슴에 못질을 해대는 것일까? 그들의 '벼랑 끝 작전'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거대한 국가 예산을 물 쓰듯 하면서 초법적 사찰도 마다하지 않는 막강 정보력의 국정원이 이를 전혀 예축하지 못했다는 점. 우리의 소중한 권리까지도 유보한 채 키워온 괴물 기구가 있는데도 우리는 왜 예측불허의 날벼락을 수시로 맞아야 하는 걸까? 이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북측의 동향을 살피고 있지 않았단 말인가? 그들의 속성을 알면서도 손 놓고 있었단 말인가?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또 무슨 해찰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북한의 이런 "반인륜적" 변심을? 그래야 대북 경계심을 더 조장할 수 있고 국정원 존립의 당위성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테니까. 조짐이 없지 않았다. 살얼음 위를 걷는 마음으로 조신해야할 판국에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층인사들은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종북세력'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매카시즘의 칼날은 유신군사독재시절을 주눅 들게 할 정도다.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고려하지 않고 철지난 이념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몰린다고 이런 가락에 장단 맞춰주고 싶었을까?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했다. 소인배들이나 남의 탓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제대로 된 외교라면 상대의 반응이나 전략까지 헤아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이 "인륜적"이라며 더 서둘렀어야 했고 기왕 합의를 했다면 더 성심을 쏟았어야 했다. 명절 끝 '직녀에게'나 흥얼거려야 하는 우리 꼴이 참 처량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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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3 23:02

고향길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현철이 아버지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순한 바람 되어 헉헉 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민족작가회의 창립 회원인 윤중호 시인의 시 '고향길'이다. 자신도 몰랐던 지병으로 48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은 늘 그리던 고향의 정경과 정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했다. 꺼져가던 고향은 시인이 남겨놓은 시들 때문에 환하게 되살아난다. "왜정 때 부역질로 만들었다는 신작로 따라/ 고향을 떠나왔다/ 그 뒤로도 자꾸 신작로가 자라서/…칡넝쿨처럼 타고 넘더니/ 아는 얼굴들 모두 신작로 따라 대처로 떠나고/ 이제 내가 아는 얼굴 되어, 신작로 끝/ 빈집, 불 밝혀야 하나"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한 켠을 지키고 있는 건 농촌의 고향이다. 농촌은 곧 사라져버릴 것처럼 안타깝고 쓸쓸하다. 고령 인구에다 문패만 남겨진 주인 없는 빈집들, 오가는 사람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마을, 석면 투성이의 슬레이트 지붕들…. 농촌은 이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울음 우는 곳이 아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라며 시인 정지용이 그리던 옛 고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한 지 오래다. 그럴 망정 고향은 누구나의 가슴에 살아 있다. 사랑하는 부모형제, 옛 친구들 그리고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고향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든 가슴 설레는 게 고향길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대여섯시간씩 길 위에서 시달려야 하는 고행길이라지만 고향길은 설레이고 즐거운 여정이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명절은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향수란 내가 자라고 살았던 공간적 고향과 내가 살아오고 경험했던 시간적 고향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이다. 다 떠난 농촌, 노인만 남아 있는 마을.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분하다. 꿈엔들 잊힐 리 없는 옛 고향을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의 삶에서 정말 소중하게 지키고 아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추석 고향길이었으면 좋겠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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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9.17 23:02

항아의 노래

"인간의 사랑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사랑 가득 차면 행여 남에게 넘칠까/ 다만 두려운 마음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월궁미인 항아(姮娥, 혹은 嫦娥)의 눈물어린 탄식 한 부분이다.그녀에 관한 전설은 중국 중추절(仲秋節)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그녀의 남편은 백발백중의 신궁(神弓).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 재앙이 심각해지자 그는 그 중 아홉을 활로 쏘아 떨어뜨린다. 그 공로로 그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로초(不老草)를 얻는다. 이 약을 먹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부인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먹지 못하고 그녀에게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불한당에게 이 귀한 약을 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한 입에 이 약을 털어 넣고 마는데. 그러자 몸이 둥둥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편이 마음에 걸린 항아는 인간세상과 가장 가까운 달에 가까스로 올라 선녀가 된다.집에 돌아온 남편은 부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밤길을 찾아 나선다. 그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그 달 안에 언뜻 항아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했다. 그리운 마음에 향을 피우고 그녀가 즐겨하던 음식을 그득 장만하여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하여 중추절 제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해맑은 달을 대하며 어두운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교(皎皎)한 달을 바라보며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달을 자주 대하다 보면 "차고 이우는 달을 닮아/ 채움과 비움이 자유자재한 영혼으로/ 사는"(고진하 시) 그런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 교교함을 거울삼아 자신들 삶을 잠시나마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중추가절의 참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해안(海眼)스님이 권하는 '멋을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멋을 아는 아름다운 삶에 달 바라보기는 필수항목이다.달빛이 특히 좋은 계절, 밝고 커다란 한가위 보름달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도 살필 줄 아는,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금 명인 원장현의 '항아의 노래' 연주가 멋들어진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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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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