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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책마을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듣기로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강좌 프로그램에서도 '귀농 귀촌'강좌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귀농 귀촌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덕분인지 우리의 농촌마을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사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의 황폐한 현실은 우리 것만이 아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고 과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살리기'가 이러한 현실을 증명한다. 마을살리기가 화두가 된 요즈음,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살려낸 성공사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도 그 대표적 예다.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마을을 이른다. 유럽에는 현재 알려진 곳 만해도 20곳이 넘는 책마을이 있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킨 구심점이자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성공한 예다. 미술평론가 정진국이 1년 동안 유럽의 책마을 돌아보고 쓴 여행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 소개된 책마을 24곳. 이 마을들을 들여다보면 책과 농촌 문화의 가치를 잘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로 진화시킨 지혜가 그저 부럽다. 더구나 196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책마을을 선언했던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 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1990년대부터 조성된 마을이다. 불과 10-20년이란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통마을이 붕괴된 이후 빠른 속도로 쇠락의 길을 가야했던 농촌이 이처럼 또 짧은 시간에 부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위스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는 1993년, 책마을을 출범시켰다. 상설서점만 13개인데, 대부분이 지역출신이 운영한다. 책마을 아이디어는 마을의 700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마을에 활기를 넣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이 제안에 공감하고 책과 고향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책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은 여름이면 축제를 벌인다. 작가를 초청해 강연과 낭송회, 사인회를 개최하고 전시회와 영화상영, 책 제본 시연과 같은 책과 관련된 행사를 더하는데 축제기간동안에만도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책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향은 같다. 고창 해리면 나성리 월봉마을의 폐교된 나성초등학교가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도전만으로도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9.13 23:02

강운태 망언

인간은 먼 옛날부터 말과 수레, 배를 만들어 공간 이동을 해 왔다. 사람은 물론 물자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을 닦아 역을 운영하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말을 관리했다. 하천과 바닷가에는 나루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에 이어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이것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기차, 배, 비행기가 속속 만들어지면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단순한 이동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고, 그 기술력은 전쟁의 승패도 갈랐다. 동력 관련 기술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 공항, 또는 그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데 11시간 정도면 되기 때문이다. 말이나 돛단배를 타고 여행하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1969년 대한항공이 창립된 후 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여객기와 전투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최근 국산 초음속기를 수출할 정도가 됐다. 지난 10일 경남 사천 공군비행장을 출발, 7시간동안 5600㎞를 비행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항공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i 2대다.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물량은 16대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예나 지금이나 빠른 교통·통신은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인이다. 군사전쟁은 물론 경제전쟁에서도 마찬가지고, 생활현장에서도 그렇다. 특히 글로벌 세상에서 국제공항이 없는 지역은 경쟁에서 크게 밀린다. 모든 자치단체가 공항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광주공항을 살리겠다고 광주 군공항을 군산 미군비행장으로 이전시키려는 광주시의 태도는 심각한 집착증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의 마음엔 광주공항 살리기 위해 군산공항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음모만 가득해 보인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 후 광주공항은 김포·제주노선만 존재하는 국내선 공항으로 전락했다. 그 바람에 예전에 비해 크게 썰렁하다. 무안국제공항도 상해 주4회, 심양 주3회, 마닐라 주2회 운항할 뿐이다. 무안공항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운태 시장은 군산공항을 언급하기 전에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폐합, 공항 경쟁력 제고에나 신경쓸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9.12 23:02

MOU 체결의 허실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살리자고 기관 단체장들이 어깨띠 두르고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 자신들 낯내려고 사진 찍어 신문 방송에 기사화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식 캠페인은 안 하는 게 낫다. 전통시장 가서 홍어 들춰 올리며 사진 찍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됐지만 볼썽사납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낯 간지러운 짓을 하는가. 그런 것 잘 했다고 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표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너나 할 것없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유치를 얼마 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구속력도 없는 MOU만 체결해 놓고 마치 기업이 유치된 것처럼 자랑이 대단하다. 그간 수없이 체결한 MOU가 얼마나 허당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기업유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단체장들이 오라가라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단체장들이 말하는 그대로는 아니다. 사실 전북의 기업유치 여건이 안좋다. 공항이 없는 등 SOC가 제대로 구축이 안돼 있고 숙련된 기술자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 특히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으로 기업들이 평택 이남으로 내려 나가는 걸 싫어한다. 익산으로 주얼리업체들이 중국에서 U턴해온 것은 예외나 다름 없다. 경기도 안산시 공장부지가 평당 2백만원을 홋가하는데도 그곳에다 공장을 지으려 한다. 그 이유는 땅값 상승에 따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그간 희망의 땅으로 인식해온 새만금지구에 전북도가 체결한 기업유치 MOU만도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4월27일에 삼성그룹과 체결한 MOU다. 당시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이전키로 결정 해놓고 전북 도민을 달래려고 새만금에 삼성카드를 꺼냈다는 비난섞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그룹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2단계 예정부지 350만평에 20조원을 투자해서 새만금그린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MOU 체결 때 김완주지사와 함께 있었던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삼성측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현직에서 물러났다.지금껏 새만금사업과 관련해서 체결한 MOU가 10%만 제대로 추진됐어도 전북은 성공했다. 단체장들이 치적용으로 체결한 기업유치 MOU가 지금 와서는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휴지조각이 돼 날린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9.11 23:02

시화호와 새만금

'죽음의 호수'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 참게들이 다량 서식하고 철새들의 놀이터가 됐다. 산업시설이 꽉 들어찬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인구 75만 명의 안산시와 45만 명의 시흥시를 끼고 있지만 수질은 문제꺼리가 되지 않는다. 해수 순환과 하수처리시설 보강, 갈대 습지 조성 등 수질개선에 힘 쏟은 결과다. 지금은 수질이 양호한 COD 3.0ppm을 유지하고 있다. 시꺼먼 호수를 깨끗한 수질로 바꾼 과정과 기술, 노력 등이 이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죽었던 시화호'를 넘겨받아 재생시킨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견학 오는 전문가 집단과 국내 방문객들을 맞이 하느라 연일 바쁘다. 본사 논설위원들이 시화호 현장을 찾은 지난 6일에도 해외 방문객 등 6팀이 시화조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시화호 수질이 개선된 가장 큰 요인은 해수 순환에 있다. 막았던 방조제를 일부 헐고 그 자리에 조력발전소를 세웠다. 하루에 두번씩 밀물과 썰물 때 발생되는 수위 차(9m)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처음엔 경제성 때문에 주저했지만 발전단가가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해소됐다. 조력발전은 1967년 프랑스가 랑스에 발전소를 세운 것이 처음이지만 지금은 캐나다 중국 등에서 운영 중이다. 시설용량 25만4000kw인 시화조력발전소(수차 10기, 수문 8문)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40만명이 쓸 전기 량이다. 해수 유통량은 하루 1억4700만㎥으로 시화호 용량의 50%에 이른다.시화호는 해수 순환을 통한 수질개선과 친수 및 레포츠 공간, 갈대습지 조성, 송산 그린시티 등 새만금과 닮아 있다. 규모는 새만금이 훨씬 크지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개발환경이 엇비슷하다. K-water가 개발하는 1000만평이 넘는 산업용지는 수도권 서남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이걸 보면서 수도권이나 해외기업들이 과연 새만금까지 내려 올른지 상념이 많았다. 착공 22년이 지났어도 수질 해결은 고사하고 바닷물도 다 빼내지 못한 새만금 아닌가. 변종만 K-water 전북본부관리처장은 공영개발이 해답이라고 했다. 참여기업간 경쟁과 재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이 12일 문을 연다. 직원 모두가 미래형 친환경 복합도시 개발의 상징인 시화호 현장을 견학하길 권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9.10 23:02

체 게바라

"특히,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갔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을 깊이 사랑하거라./ 그것이 혁명가가 지녀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불꽃처럼 살다 간 체 게바라가 자녀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한 구절.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떠나면서도 자녀들에게 감히 혁명을 권하고 있다. 갖은 역경,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혁명가의 길을! 정의와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함께하는 혁명적인 삶! 가정의 이름으로, 현실을 핑계로 꿈도 이상도 모두 포기해버린 우리들 일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우리는 이런 '다름'을 '틀림'으로 호도하며 자위한다. 심지어는 그런 삶을 모욕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소시민적 옹졸함을 덮을 수 있으니까. 빛고을 '체 게바라 티셔츠' 해프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섣부른 이야기는 그를 모욕하기 쉽다. 혁명과 혁명가의 의미를 더럽힐 수 있다. 그 징후는 90년대 후반에 불기 시작한 '게바라 열풍'에서 확인된다. 영웅 없는 시대가 영웅을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그가 일생을 바쳐 저항했던 제국주의 미국의 심장부에서 아무런 반성 없이 그가 추모되고 있는 모습을 영 볼썽사납다. 사르트르가 평한 "우리 세기에서 가장 성숙한 인간"을 존중하는 진정성은 사라지고 그의 외모가 풍기는 '저항의 이미지'만을 취하는 선정적 열기만이 있을 뿐이다. 제임스 딘이나 마이클 조단에 대한 환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이용한 상업주의의 횡행. 심지어 쿠바나 볼리비아 정부조차 이 추모열기를 이용하여 게바라 상품화에 여념이 없다. "그의 이념 따위는 필요 없다.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얼굴만이 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칼, 덥수룩한 턱수염의 이미지만 남고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억압하게 하는 '그 무엇'에 대해 근본적으로 저항했던" 고독한 혁명가의 격정적인 삶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그냥 검은색이 필요해 입은 티셔츠 가지고 징계를 내세우는 매카시즘 색깔론도 그렇지만 '대중문화의 일부'일 뿐이라며 도망가기에 급급한 '무섬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잘못을 얼버무리기 위해 국정원이 조장하는 공안정국에 야당은 물론 모든 언론이 일시에 백기를 들고 휘둘리는 꼴과 닮았다. 정녕 혁명의 시대는 끝났나 보다. 허기는 군사쿠데타가 혁명으로 둔갑하는 시대이다 보니.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9.09 23:02

도시 쇠퇴

전북지역 10개 시군에서 도시쇠퇴가 진행 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가 인구감소와 산업쇠퇴, 주거환경 악화지역 증가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전국의 228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다.도시쇠퇴는 인구 성장률과 총사업체 변화율 노후건축물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30년간 현재 인구가 20% 이상 감소, 최근 10년간 사업체 수가 5% 이상 감소, 준공 20년 이상 노후건축물이 전체 건물의 50% 이상 등을 기준으로 이중 2개 이상 해당할때 도시쇠퇴지역으로 분류됐다. 다행히 전주와 군산 완주 고창이 제외됐지만, 이 지역들도 이 세가지 요건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성장하는 도시'로는 꼽히지 못했다.사실 대부분의 시군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도시 노후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인간이 늙는 것처럼 도시가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가는 도시의 활력을 어떻게 하면 유지시킬 수 있느냐하는 문제일 것이다.한국의 도시들은 1990년대 도시안의 구도심들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했던 결과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사이, 신도시 건설로 금세 도시가 새롭게 발전되리라던 예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증명되고 있다. 구도심 쇠퇴와 신도시 성장의 불균형은 다시 말하자면 '거품경제'의 실상과 같은 것이다. 도시전문가들이 구도심이 살아야 도시가 균형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그런데 구도심 공동화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구도심 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앞세워지는 것이 재개발과 재건축이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썩 좋은 답이 될 수도 없다. 이미 여러 도시들이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재개발 재건축을 시도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워 추진했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도시문제와 맞닥뜨려 곤혹을 치루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과제는 건강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찾는 일이다.우리보다 앞서 도시쇠퇴를 직면한 세계의 오래된 도시 중에는 문화적 관점으로 쇠퇴하던 도시를 살려낸 사례가 많다. 한 도시의 문화가 그 도시의 경제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환경을 돌아보면 쇠퇴하는 도시들에게는 더 소중한 선례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9.06 23:02

명절 교통사고

올 추석은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5일간의 황금연휴다. 추석이면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기차를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불편한 고향길은 어느 사이 승용차 고향길이 됐다. 그러나 시나브로 승용차 귀성객이 많아지면서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가리지 않고 교통체증이 극심해졌으니, 예나 지금이나 귀성길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승용차는 단순한 고향 방문 수단이 아니다. 승용차는 오랜 만에 뵙는 부모님, 그리고 형제 자매들을 만나 전해 줄 선물 보따리를 실어 나르는 고마운 존재다. 게다가 고향을 떠나올 때 부모님들이 안겨주시는 쌀 등 농산물을 잔뜩 받아갈 수 있어서 그 용도가 매우 긴요하다. 하지만 명절 연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면 자동차 비극이 벌어지고 있으니 아찔한 일이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의해 발표된 과거 10년간 설·추석 연휴동안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총 1,015건이었다. 이 사고로 57명이 사망했고, 59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자도 110명에 달했다. 자동차가 많이 움직이니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인명피해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명절 교통사고는 점심시간 무렵 경부선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심야시간인 0시 무렵 사고도 많았다. 서해안과 경부선 모두 오후 4∼5시경 교통사고 발생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비용도 컸다. 물론 사망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하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과거 10년간 발생한 연휴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피해비용은 125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28.32%)과 전방주시 태만(26.11%)이었다. 추석은 분명 가슴 설레게 하는 명절이다. 모든 귀성객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두르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졸릴 때는 쉬었다 가야 한다. 운전대를 잡은 이상,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며 주행해야 한다. 졸면 죽는다. 추석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조상 성묘에 나서야 할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병원에 누워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운전자들은 과속하지 말 것이며,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전방을 똑바로 주시하면서 신호와 횡단보도를 예상해 운전해야 한다. 모두가 좌석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9.05 23:02

안갯속 지방선거

내년 지방선거가 아직도 안갯속이다. 여야 간에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안철수 쪽에서 신당을 창당할지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항소심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주 완산을 이상직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말 이전까지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받으면 오는 10월말에 재선거가 실시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세 가지 변수가 확정되지 않아 지역 정가에 각종 설이 난무,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김지사 3선 출마여부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김승수 정무부지사가 사퇴하고 나온 게 김지사의 3선 불출마를 뒷받침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부지사는 16년간이나 김지사 옆을 따라 다니며 수족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전주시장 출마 때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김 지사가 있기에 김 전부지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비서역할의 이미지와 한계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아직은 전주 정서상 나이가 벼슬로 통하는 마당에 김 전부지사가 치고 나가기에는 버거울 것이란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문제는 도민들이 새 인물로 도지사를 갈아 치우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정치권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 여부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쪽이나 이 문제로 고민스러워 보인다. 민주당은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심지어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 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나도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도지사 출마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송하진 전주시장이나 유성엽 국회의원이 정동영카드로 확정될 때는 당내 입지상 딛고 일어설 방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안철수 신드롬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철수 쪽에서 도지사 카드를 잘 빼면 풍향계는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전주시장 선거구도 등이 민주당 대 안철수 쪽 양자대결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타천 형태로 전주시장 후보군이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정당공천이 없을 경우 눈여겨 볼 대목은 임정엽 완주군수, 행안부 이경옥 2차관, 장세환 전 국회의원, 유대희 변호사 등이 꼽힌다. 민주당 쪽에서는 김승수 최진호 진봉헌 조지훈이 벼르고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9.04 23:02

작은 영화관

나이 50이 넘은 중년들은 학창시절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던 추억이 있다. 시골 학교에서 읍내 영화관까지는 보통 7∼8㎞, 10㎞가 넘는 곳도 있다. 이런 먼 길을 2열 종대로 줄지어 산과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오솔길과 마실길로 전교생이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영화 보러 가는 날은 소풍 날처럼 들떴다. 주연배우와 영화 스토리는 두고두고 이야깃 거리가 됐다. 눈물 샘을 자극했던 리칭 주연의 홍콩 영화 '스잔나', 장대한 스케일의 서부활극 '치삼' '석양의 깽들', '벤허' 등 명화들이 많았다. 단체 영화관람은 무료로 도시문화를 접할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당시 김제엔 영화관이 두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읍 단위 영화관 사정이 똑같다. 컬러 TV와 비디오 보급, 컴퓨터와 인터넷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이게도 귀농 귀촌인 등 농촌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문화시설 확대다. 전북에 살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경제낙후(34.6%)와 일자리부족(26.5%) 다음으로 문화복지시설 부족(17.4%)을 꼽았다. 30대 이상은 경제문제를, 20대는 문화를 우선시켰다. 새해 본지가 실시한 도민의식조사에 나타난 반응이다. 아무리 농촌 활력을 부르짖은들 문화 인프라가 형편 없다면 삶의 질은 곤두박질 치고 말 것이다.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관'이 요즘 각광받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농촌지역도 도시처럼 개봉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지원해 만든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없는 김제 임실 무주 고창 완주 진안 순창 부안에 들어선다. 작은 영화관 전국 1호점인 김제 '지평선 시네마'가 내일(5일) 개관한다. 김제 검산동의 청소년극장을 리모델링해 34석과 65석 두개 상영관을 조성했다. 하루 5회씩 상영하며 관람료는 5000원이다. 김제시민이 전주까지 나가 영화를 관람하고 식사까지 한다면 대략 10만원이 드는데 이젠 2만원이면 족하게 됐다. 전북이 시작한 이 사업은 정부의 '문화융성을 위한 지역정책사업'에 뽑혔다. 앞으로 영화관이 없는 전국 109개 시군에 작은 영화관이 조성된다. 전북의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뻗어나간 케이스다. 유진룡 문체부장관이 다양한 기획 상영전 개최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작은 영화관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9.03 23:02

수경행권(守經行權)

시민단체 임원취임을 위해 인감증명을 떼러갔다. 신분증을 요구하기에 공무원증을 내밀었더니 안 된단다. 규정에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 된다고 되어 있단다. 신분증은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거 아니냐? 이 공무원증에 사진이 붙어있고 생년월일도 명기되어 있다. 이것으로 본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더구나 이것은 부동산 매매 등 금전거래와 관련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그 규정을 왜 만들었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에게 증명서 함부로 발부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든 거 아니냐?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동어반복의 '규정타령'뿐!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번거롭다는 거 잘 알지만 학생들의 평생학습에 대한 열의를 생각하여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 들어 새삼 재직증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지난 학기에도 강의를 했고 학점까지 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규정이 새로 바뀌었단다. 내 신원을 확인하고 강의 요청을 한 거 아니냐? 해보지만 역시 여기도 '규정타령'! 수경행권(守經行權)이란 말이 있다.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권도를 행한다)는 뜻이다. 미생지신(尾生之信)과 대비되는 말로, 옛날 미생이란 사람이 다리 밑에서 만나자는 약속(규정)을 큰물이 났는데도 융통성 없이 지키려 하다가 물에 빠져죽은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형수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고 있는데 남녀유별의 예(규정) 때문에 손 내밀어 구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예를 놓치는 일이다. 요즘 한창 유행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좋은 의사'는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병원규정에 대항한다. 규정에 얽매인 '의료기술자'에 맞서 참된 의료인의 길을 추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울분을 대신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규정(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유념할 점은 그것의 목적, 그 정신과 철학을 함께 새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에게는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원칙이듯 공무원들이 보다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원칙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 서류가 좀 미비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민원인들을 돌려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공무원이 공무원한테 공무원증 때문에 곤욕을 치러서 그런지 객설이 좀 길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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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3.09.02 23:02

채용신과 초상

사람은 곧 역사다.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일은 기록이나 유산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의 역사 읽기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럿이다. 당대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肖像)을 통해 역사를 읽는 방법도 그중 하나인데, 이 경우 초상은 그림으로 역사 속 인물을 만나게 하거나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하는 흥미로운 통로가 된다. 초상은 물론 사진이나 그림 등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혹은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을 이른다. 전통적으로 화맥이 탄탄한 전북에는 초상화로 이름을 널리 알린 화가가 있다. 근대 한국화단의 마지막 초상화가로 꼽히는 채용신(蔡龍臣 1848-1941 )이다. 그는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전통과 서양화법을 조화시키고 근대 사진술을 반영해 '채석지 필법'이라는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맥은 당대에서 끊기고 말았다. 채용신은 전북출신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무과에 급제한 그는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말년에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파직하고 전북에 내려와 살면서 이 지역 곳곳을 다니며 자신에게 의뢰하는 인물들의 모든 초상을 그렸다. 정읍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가 남긴 초상은 적지 않다. 대표작은 역시 고종 어진이지만 당대의 유학자와 우국지사들의 초상이 그의 필선에 담겨 후대에 남았다. 최근 흥미로운 해설을 보았다. 미술평론가 조은정교수의 분석이다. "채용신의 인물 초상은 당대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하는 조교수는 그의 초상에 나타난 인물들이 공통으로 소유한 사상이나 교유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 채용신이 다룬 인물 중에는 학문적 뿌리를 함께 하며 동시에 의병?항일 활동 등으로 얽힌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많다. 조교수가 '그의 초상화를 통해 근대지사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일제 강점기 치열했던 민족적 구국의 일념들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채용신의 초상부터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화가들이 남긴 초상을 한곳에 모은 전시 〈역사 속에 살다-초상, 시대의 거울〉을 열고 있다. 인물 초상을 통해 당대의 삶과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수집했을 초상화의 면면을 보면 놓치기는 더욱 아쉬운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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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8.30 23:02

수입차

최근 수입차들이 대거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더니 올 상반기에 벌써 11.88%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판매된 수입차는 총 7만4487대다. 전년동기 대비 19.7% 증가한 것이다. 인기 수입차는 BMW,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다. 이들 4대 메이커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폭스바겐 1만 798대, BMW 1만 665대, 벤츠 6656대, 아우디 5328대 등 총 3만3447대에 달했다. 상반기에 판매된 전체 수입차의 45%다. 나머지가 토요타, 혼다, GM 등이다.수입차가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치밀한 전략 때문이다. 국산 자동차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FTA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산차-수입차' 가격 경쟁력이 엇비슷해진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격을 크게 내린 2000cc급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게다가 연비 효율이 매우 뛰어난 디젤엔진을 장착, 소비자 마음을 열고 있다. 예전 중대형차 위주의 수입차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의 주요 고객층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장년층 뿐 만 아니라 30대 전후의 젊은 층으로 대폭 확산됐다. 수입차 구매층의 30% 정도가 30대 전후의 젊은 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산차와 엇비슷한 가격이라면 연비가 좋은 수입차를 구입하겠다는 압력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진 탓이다. 그러나 수입차의 매력을 좇다 낭패를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국소비자원이 14개 수입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국내 판매 자동차 1만대 당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를 비교한 결과, 크라이슬러코리아(14.7건), 아우디코리아(13.7건), 지엠(GM)코리아(13.5건) 등의 피해 접수가 많았다. 물론 판매대수가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2008년 56건에 불과했던 수입차 피해 접수는 2009년 107건, 2011년 161건, 2012년 187건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리비도 많이 든다. 수리 수요가 많은 3개 부품(앞범퍼, 뒤범퍼, 사이드미러)에 대해 '판매가 대비 수리비'를 비교한 결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차량의 수리비는 판매가의 10.6%나 됐다. 2000cc급 수입차의 1회 엔진 오일 교체 비용은 최고 26만2350원이나 됐다. 어쨌든 국산차가 파업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잠식이 심각하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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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8.29 23:02

돈 선거 유감

민주당은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입지자들이 안절부절 한다. 그간 도내서는 민주당 공천장이 바로 당선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공천 받기 위해 국회의원한테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가며 충성맹세를 다했던 것. 지역정서로 묶여 있는 정치상황에서는 정당공천제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형식만 공천이지 사천(私薦)이나 다를 바 없었다.지방선거 때는 국회의원이 왕 노릇을 톡톡히 한다. 국회의원이 공천 때 갖는 권한이 막강해서다. 하지만 공천이 그냥 대충해서 이뤄지는 법은 없다. 국회의원한테 충성을 다했거나 아니면 정치자금을 갖다 바쳤든지 뭔가 구체적인 액션이 있어야 가능했다. 본인들은 한사코 금전거래 같은 건 절대 없었다고 자물쇠를 채우지만 돈 없이는 지방의원 되기가 쉽지 않다. 돈 공천은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국회의원 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그 충당 방법으로 쉽게 공천 장사를 했던 것. 물론 돈 안주고 공천 받아 국회의원 당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케이스고 일반적으로는 돈 아니면 안되었다. 이게 한국정치가 넘어야 할 숙명의 벽인 것이다.보통 기초의원하려고 해도 억대 쓰는 건 일도 아니다. 도의원은 더하고 시장 군수 등 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 자금 빼고도 공천 받는 데만 수억 원씩 쓴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 돼있을 정도다. 정치권서 오가는 돈은 영수증 처리도 안 해준다. 본인이 쓰는 경비를 제외하고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는 정치권서 공천 받아 배지라도 달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액수도 정치력과 평판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천 받을 때 뭉칫돈이 오간다는 게 일반적인 사실이다. 5만원권 고액권이 나오면서 실제로 건네는 돈의 액수가 종전보다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그나마 재력이 있으면 실탄 만들기가 쉽지만 그렇지 않고 남의 힘 빌리다 보면 강완묵 전 임실군수 같은 케이스가 만들어 진다. 오늘도 불나비 마냥 감도 안 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배지를 달려고 경제력도 없으면서 선거판을 잔뜩 흐려 놓고 있다. 지금 배지 달고 큰소리치는 지방의원 중에는 낙선하면 당장 은행 차압 들어올 사람도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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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8.28 23:02

지방 3.0

2009년 11월 서울지역의 시내버스 운행 프로그램(앱)을 한 고등학교 학생이 개발, 보급해 화제가 됐었다. 공개된 서울과 경기지역 버스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버스노선도와 운행시간, 실시간 운행정보가 담긴 서울 버스응용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 앱(App)은 한달여만에 4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공공정보를 잘 활용하면 생활 서비스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각 경찰서의 범죄율 데이터를 가져다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알려주는 예보 서비스도 만들 수 있고, 정부의 공중위생업소 인·허가 정보를 활용하면 이발소를 창업하려는 이들을 위한 입지선정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또 어린이집 관련 정보 이를테면 아동·보육교사 수, 특별활동비, 급식현황, 위반 처분내용 등을 공개함으로써 학부모가 제대로 된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정부 기관이나 자치단체의 공공정보를 손쉽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는 공공정보 개방운동이 '정부 3.0'이다. 정부 1.0이 관 주도의 일방형이라면 정부 2.0은 제한된 공개와 참여의 쌍방향이고, 정부 3.0은 개방과 공유·소통·협력을 통한 맞춤형을 의미한다. 정부 3.0은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의 하나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와 관련돼 있다. 정부는 출연기관 등으로 공개범위를 확대하고 매년 1억 건 이상의 공공정보를 개방할 방침이다.자치단체들도 '지방 3.0'을 내걸고 경쟁적으로 공공정보 발굴에 나서고 있다. 지방 3.0은 정부 3.0을 실천하는 자치단체의 대응과제다. 정부 3.0의 모든 일이 현장인 지방에서 이뤄지는 만큼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면서 문제를 깨닫고 주민과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치행정의 본류라 할 것이다. 그런데 전북도는 자체 발굴한 공공정보가 50여 건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1700여 건)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등은 활발하다. 자치단체의 참여도가 정부 3.0의 성패를 좌우하고, 주민 편리 및 행복과 직결되는 만큼 전북도와 시군이 공공정보 발굴에 소홀히 해선 안된다. 공공정보 공개는 시내버스 앱처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8.27 23:02

'동학혁명' 5·16 그리고 10월 유신

"기금은 전북도, 도 농협, 정읍군에서 각각 1백만 원씩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당시 국가재건회의 교통체신위원장이었던 박두선(朴 斗先)장군(정읍출신)이 박정희 의장에게 건의하여 1백만 원을 얻어와 총 4백만 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그 때, 4백만 원이란 돈은 대단히 큰 돈이었다."황토현의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세워질 때 그 기금(성금이 아니라)이 어떻게 마련되었는가에 대한, 당시 중심에 서있었던 이치백 원로언론인의 증언이다. 이 회고록에 의하면 이 사업이 처음 제안된 것이 1963년 7월. 도 단위 기관장들도 참여한 한 술자리에서 당시 전북 지사였던 김인(金仁, 현역 육군준장)에게 건의하면서 시작된다. 김지사는 "너무도 시원하게" 동의하고 다음 날 농협도지부장, 정읍군수, 도 공보실장과의 자리까지 주선해 준다.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우선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을 세우기로 이야기를 모으고 건립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위원장에 가람 이병기선생이 추대되고 기념노래(작사 신석정, 작곡 김성태)까지 마련되는 등 "건립사업은 순조로이 진행되어 마침내 이해 10월 3일, 황토현 현지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의장이 "임석한" 가운데.1963년이면 비상시국이다. 5.16군사 쿠데타 이후 2년, 아직 민정이양 직전의 가파른 정국! 이런 시국에 동학난으로 불리던 사건을 기념하자는 제안은 거의 목숨을 건 모험이다. 그리고 제안 3개월 만에 그 많은 기금을 모으고 기념노래가 만들어지며 기념탑이 세워진다! 과연 국가(재건회의) 차원의 비상조처가 수반되지 않고도 가능했을까? 동학농민혁명100주년기념사업은 준비모임 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렸는데. 그리고 10년 후인 1973년, 10월유신 1년 후에 우금치 동학혁명군위령탑이 세워진다. 마찬가지로 건립위원회는 조직되었다. 그 비문에 왈 "님들이 가신지 80년 5,16혁명이래의 신생조국이 새삼 동학농민군의 순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면서 빛나는 10월유신의 한 돌을 보내게 된 만큼 우리 모두가 피어린 이 언덕에 잠든 그 님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이 탑을 세우노니서기 1973년 11월 11일 제자 대통령 박정희" 그중 '5.16혁명' '10월유신' '대통령 박정희' 부분은 망치질로 지워졌다. 역사는 기리는 것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떤 정신으로 기리느냐가 중요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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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6 23:02

샤라포바의 개명

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26, 세계 랭킹 3위). 실력에 미모까지 갖추어 '테니스 여신'이란 별칭을 얻으며 주목을 모아온 샤라포바가 이번엔 개명(改名) 해프닝으로 화제가 됐다.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는 것도 관심사였지만, 하루 만에 다시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 번복은 이번 해프닝의 절정이었다. 그런데 이 개명 해프닝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정황이 읽혀진다. 샤라포바가 이름을 바꾸기로 했던 배경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샤라포바가 개명하려고 했던 이름은 '마리아 슈가포바'. '슈가포바'는 자신이 투자한 사탕회사의 브랜드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샤라포바가 메이저 마지막 대회인 'US오픈'에 슈가포바란 이름으로 출전하기 위해 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 개막하는 'US오픈' 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다시 샤라포바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개명의 목적이 온전히 사탕회사의 홍보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명 계획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절차가 쉽지 않고 기존 후원사와의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란다. 개명은 불발됐지만 어쨌든 샤라포바 해프닝을 세계의 수많은 언론들이 뉴스로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본 것이 있다. '슈가포바'다. 아마도 이번 해프닝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샤라포바가 출자한 회사의 사탕 브랜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슈가포바 사탕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이름 바꿔서 사탕 팔아요"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을 보면 정작 개명을 하지 않고도 당초의 목적이었던 브랜드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본 것 같다. 이쯤 되니 한편에서는 샤라포바가 자신의 사탕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개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번 해프닝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곧바로 이어진 샤라포바의'US오픈' 불참 발표는 이러한 정황을 부추기기에 족하다. 오른쪽 어깨 염증 때문이라지만 개명 해프닝을 둘러싼 일련의 행보와 구분 짓기엔 명쾌하지 않다. 2001년, 열네 살에 프로로 입문해 승승장구하면서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샤라포바는 올해 들어 유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3위까지 밀려난 것도 이 때문이지만 혹시 지나치게 상업적인 처세가 그 기운(?)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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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8.23 23:02

태풍

태풍은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끼치는 반갑잖은 손님이다. 하지만 그 무소불위한 자연의 무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올해도 벌써 제12호 태풍 짜미가 필리핀과 대만을 강타하고 중국으로 빠져나갔다. 곧이어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제13호 태풍 페바가 북서진하고 있다. 페바는 주말쯤에 중심기압 960hPa, 최대풍속 40m/s 규모의 강한 중형급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바의 강풍 반경만 400km에 이르니, 제주도에 상륙할 경우 한반도 피해는 매우 클 것이다. 페바가 우리나라를 피해간다 해도 연이어 북상할 것으로 보이는 태풍들 중에서 12개 정도는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물러나면 태풍은 제집 드나들 듯 한반도를 향해 돌진해 올 것이다.문제는 태풍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또한 대형태풍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것은 2003년 태풍 '매미'로 순간 풍속이 무려 60m/s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륙한 볼라벤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51.8m였으니 매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것은 기후 온난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 강력해지는 것은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많아진 인류가 자초한 것으로 '자업자득'이다. 과학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20세기 이후 화석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면서 오존층이 파괴되고, 대기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총 7개의 섬 중에서 벌써 두 개를 잃고 말았다. 투발루는 섬 전체가 바닷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받게 된 태풍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한반도 주변의 태풍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 재해니, 인재니 따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한편, 태풍은 대기와 바다, 육상의 쓰레기들까지 한꺼번에 휩쓸어 '대청소' 효과를 주기도 한다. 올여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제주도 주민들은 태풍이 몰고 올 단비를 기다리고 있다. 태풍 피해가 적지 않지만 생태계에 없어선 안될 존재이기도 한 셈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8.22 23:02

선출직 자질

선거를 겨냥해서 입지자들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따라 선거결과가 확 달라질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1988년 이후 지역선거판을 독점해온 민주당에 안철수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쉽게 당선될 수 있었다. 그래서 입지자들이 민주당 공천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선 그 같은 일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선거는 모처럼만에 경쟁구도속에 치러질 것 같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민주당 대 안철수 쪽 대결이 이뤄질 것이다. 현재 드러난 면면을 보면 거의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 중에는 안철수 쪽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다. 현직들도 조심스럽게 안철수 쪽을 저울질 한다. 안철수 쪽에서 보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만큼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역을 장악해 거의 다 민주당 쪽에 경도돼 있기 때문이다.알아야 면장 노릇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아무나 선거직을 할 수 없다. 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은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된다. 정치적 판단력은 말할 것 없고 중앙정치권과의 폭넓은 인적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일예로 문화가 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들은 하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실천방안을 내놓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자치단체를 창조적으로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 도의원과 시군의원 몇 번 했으니까 단체장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과 착각이다.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그 사람이 현직 때 어떻게 일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언론이 검증할 사안이지만 무조건 고위직을 지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 없다. 공직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꾀가 생겨 힘 있는 지역 유지의 민원을 편법으로 처리해 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민원은 해결했을지 몰라도 자치단체와 주변에 폐해를 끼친 것이다. 지금 그런 공무원도 단체장에 나가려고 기웃거린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재산형성 과정을 엿보는 것이다. 그걸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자신의 분수도 모른 채 도의원이나 기초의원 하면서 돈좀 벌었다고 단체장까지 넘본다면 그 지역은 어떻게 될까. 주민들은 그런 사람이 단체장 되는 걸 막아야 한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8.21 23:02

신(新) 직업

엘리베이터 승무원이란 직업이 있었다. 1984년 준공 당시 호남 최고층(15층) 최신식 건물인 전북일보사 빌딩 엘리베이터 두곳에도 두명의 여 승무원이 배치됐다. 깃털이 달린 사관생도 모자에 제복 차림의 멋진 승무원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일자리가 넉넉했던 호시절의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타이피스트와 전화교환원은 1960∼70년대만 해도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년 쯤 후엔 회계사, 슈퍼마킷 계산원, 콜센터 직원, 은행 창구직원, 파출부 등의 직업도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로봇 등이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대와 환경 변화로 새로 생기는 직업들도 많다. 노인복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족 대신 노인을 돌봐줄 '실버 시터(Silver sitter)', 노년 설계를 담당할 '실버 디자이너(Silver designer)'도 그런 직업이다. 실버 디자이너는 노인의 건강과 교육, 취업, 사회활동, 재산관리 등 전반적인 삶을 재설계한다. 기후변화로 재난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재난 및 재해관리 전문가와 자원 컨설턴트, 질병방역 전문가 등도 수요가 많아질 직업이다. 과도한 경쟁과 자살률 1위의 환경 속에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치유할 운동치료사, 정신상담사, 음악치료사 등도 인기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최재천의 '10년후 세상') 얼마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신(新) 직업'이 눈길을 끈다. 향후 도입이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직업 100개를 선별했다. 이를테면 이혼플래너, 냄새판정사, 디지털장례사, 댄스치료사, 장애인 여행도우미, 자살예방상담사, 정신대화사(말벗도우미), 자연치료사, 소셜미디어관리 전문가, 사이버언더테이커, 매매주택 연출가 등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이런 직업들이 앞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육신은 편안해 진다. 반면 정신은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새 직업군(群)도 정신치료 영역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엔 1만6000여개의 직업이 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직업의 수요는 늘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명멸하기 마련이다. 지금 인기 직업이 언제 타이피스트나 전화교환원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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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8.20 23:02

문화저널 통권 300호…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조성에 기여한다." 이 지역 문화종합정보지를 꿈꿔온 '문화저널'이 표방하는 기치다. 1987년 6월 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 등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문화저널구락부'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창간호를 낸 [문화저널]이 300번째 책을 발간했다. 열악한 지역 여건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보란 듯이 뿌리치고 한 권의 결호도 없이 27년을 버텨왔다. '부채를 청산할 수 없어 그만둘 수 없다!'는 말이 말장난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도권에서도 불가능했을 장한 일을 이 척박한 지역에서 일궈낸 것이다. 은근과 끈기! 이 보다 더 적합한 수식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만 머물렀다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뜻 깊은 성취를 이루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해내고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하나의 정책으로까지 안착시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잡지의 숨은 공이다. 이 잡지와 이를 발간하고 있는 [마당]이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을 마련해주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제 [문화저널]은 역사가 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지역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일차 사료(史料)를 간직하고 있다. 300호 권두칼럼에서 서울대학교 박명규교수가 지적한대로 '[문화저널]를 통해 본 전북의 사회사'라는 논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기까진 한 경지가 된 것이다.앞으로도 이 역사 쌓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 내려놓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깃발이 되었다. '문화권력'이라는 시샘어린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았지만 27년간 키워온 내공이라면 어느 정도의 '권력'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일 수 있다.문제는 이 잡지가 지니는 가치나 '권력'에 비해 독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중한 노력의 결실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라도 300호 기념으로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스스로 이 지역의 문화를 가꾸는 일이요 우리들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길일 터이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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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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