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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좁은 지역사회에서 살다보면 대부분이 형 동생관계로 묶어져 있다. 관계의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형 동생문화가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얼마든지 좋게 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끼리끼리 문화가 배타적 측면이 강해 때로는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연고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까 때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생겨난다. 타 지역도 이 같은 현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북사회는 파이가 작어서인지 형 동생문화가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가 걱정스럽다.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가운데는 알게 모르게 지연이나 혈연보다는 학연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연이 편가르기 기준으로 작용한다. 전북사회가 생산활동 미진으로 역동성이 떨어져서인지 아직도 학연관계가 고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접 충남이나 광주 전남만해도 대학 중심의 학연관계가 형성돼 지역사회를 주도해 가지만 전북은 유별나게 고등학교 중심이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서 일류고등학교가 없어졌지만 잦은 선거로 출신 고등학교를 더 따진다. 지역이 발전하지 못해 못사는 원인이 여럿이 있겠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사소한 것에서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역대정권들이 국가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전북발전을 더디게 했지만 약간은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바로 학연에 따른 형 동생문화의 잘못일 수 있다. 앞에서는 체면 때문에 좋게 말해 놓고서는 뒤에가서 총질을 가하는 이중성이 문제라는 것. 형 동생 문화는 정과 의리가 본질이어서 교언영색하는식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 체면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만날 때마다 술 밥 한번 먹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 광주나 전남에서는 그런식으로 안한다. 말하면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 자꾸 립서비스를 하다 보면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세상을 가식적으로 살다보면 진정성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 사람은 신뢰가 안 간다. 형 동생은 말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관계다. 마음의 문을 열고 뼈속으로 스며드는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빗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서로가 사소한 것에서 신뢰를 쌓으면 전북은 희망이 생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지만 굳이 헛소리하면서 살면 안된다. 괜히 싫은 소리 들을 필요도 없다. 지금 전북이 힘들지만 더 희망적인 사회로 가려면 형은 형처럼 동생은 동생같이 의리를 지켜고 살아야 한다. 학연과 같은 인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배척할 게 아니라 큰 생각을 갖는 사람을 안아줘서 키워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북인들이 역사의식을 갖고 형 동생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워 갔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산조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기악독주곡이다.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散調)을 들어 허튼 가락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허튼가락에 즉흥성을 더하는 시나위와는 또 다른 기악곡이다. 산조는 19세기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가야금산조가 기원이지만 이후 거문고나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악기별 산조가 음악적 특징을 안고 만들어졌다. 형식적 틀은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지만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와 즉흥성으로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산조는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로 연주되었지만 특히 전라도지역에서 빛을 낸 음악이다. 산조 명인 중 전라도 출신 연주자들이 많고 그들의 산조가 오늘의 무대에서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전북에도 시대를 잇는 산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다. 신관용류 산조는 김창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영채 명인으로부터 이어진 가락이다. 신관용(1912~1961)은 김제 출신이다. 아버지는 피리와 장구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는데 열다섯 살에 가야금 명인 이영채를 만나 가야금 산조를 배웠다. 그러나 스승의 가락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 가락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완성한 가락으로 자신만의 산조를 구축했다. 이영채류가 아닌 신관용류 가야금산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는 스물일곱 살에 결혼했으나 아편에 빠져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권번에서 가야금을 가르치거나 잔칫날 초대받아 연주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렸다. 게다가 타고난 기량으로 복잡한 기교와 강한 즉흥성을 즐겼던 그로부터 가야금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제자도 제대로 두지 못했다. 다행히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는 강순영이 받아 가야금병창으로 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된 강정열에게 전해졌지만 그 전승의 맥은 여전히 불안하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무형문화재 지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를 문화재로 지정해 계승의 길을 열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군산대 최동현교수는 그는 가난에 시달리고 아편으로 건강을 빼앗긴 삶에서도 가야금에 대한 열정만으로 한 시대를 살다 간 명인이라며 전승의 가치가 높은 그의 산조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슬프디 슬프고, 간절했던 신관용류 산조가락을 이어내는 일, 서둘러야 할 일이다.
전국이 마라톤 열기에 휩싸여 있다. 전국 각지에서 360여개 대회가 열린다. 올해 첫 대회는 강원도 평창국제알몸마라톤대회 등 3개 대회였다. 마지막 대회는 인천 정서진 썬셋런 대회다. 정서진 마라톤대회는 아마도 강원도 정동진이 새해 일출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것에 착안한 것 같다. 장흥 정남진대회도 있다. 전국의 각종 마라톤대회는 지역 특색, 특정 인물이나 역사, 기념적인 날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순수한 마라톤대회도 적지 않지만 강원도 대관령눈꽃축제, 경남 밀양아리랑 등 대회 타이틀을 보면 대회 성격이 드러난다. 전북지역도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등 11개나 된다. 전북에서는 9월30일 전국부부가족마라톤, 10월3일 김제새만금지평선마라톤, 11월18일 고창고인돌마라톤, 11월25일 남원춘향전국마라톤 등이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대회에는 수천여명이 참여한다.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42.195㎞ 풀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프, 10㎞, 5㎞ 등 코스가 다양하다. 단거리는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출전한다. 즐기고, 건강도 챙기고, 선물도 챙기니 1석3조 정도는 된다. 게다가 성취감이라는 묘미도 있다. 마라톤 참가자는 결승선까지 쉼없이 달린다. 심한 고통이 따르고 부상 위험도 있지만 마라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과 묘미 때문에 마니어층은 전국 각지의 대회에 참가한다. 꼴찌도 좋다. 4시간 넘게 걸려서라도 기필코 결승선을 끊고야 마는 집념을 보인다. 그 때 최대의 행복을 느낀다. 그렇지만 남이 한다고 곧장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특히 장년과 노년층은 신중해야 한다. 건강 챙기려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10월3일 예정된 제17회 김제새만금지평선전국마라톤대회를 앞두고 김제시가 일선 이통장에게 선수 2명씩 등록해 달라고 독려, 일부 이통장들의 빈축을 사는 모양이다. 한 이통장은 우리지역 마라톤대회가 성황리에 열렸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고령이 대부분인 농촌 주민들까지 겨냥해 마라톤 선수 등록을 독려하는 것은 동원 행정이다. 체면상 그냥 사비로 2명 분 등록 처리했다. 씁쓸하다고 말했다.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됐을 때 영화제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영화기반이나 도시규모, 휴양시설과 같은 국제영화제를 치르기에 특별히 좋은 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불모지와 다름없던 여건에서 출발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출발 당시의 이런 우려와 달리 오늘날 부산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발전에 기여한 공과 별도로 그 자체 전주의 큰 자산이 됐다. 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많은 영화 마니아와 관광객들이 전주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 해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전주한옥마을이 뜰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젊은층들이 찾았던 20년 가까운 영화제가 있었다. 부산부천전주 등 메이저급 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후 지역별로 영화제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새로 만들어지는 영화제는 대부분 장르 영화제다. 충북 제천에서는 2005년부터 음악영화로 구성된 영화 상영과 청풍호를 배경으로 한 음악 프로그램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열고 있다. 순천에서는 영화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서로 교감하며 생명존중의 가치를 나누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올해로 6회째 열었다. 울산에서 7일부터 5일간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이색적이다. 국내 유일 국제산악영화제인 이 영화제는 알피니즘(전문 산악)클라이밍(전문 등반)모험과 탐험(산악스포츠)자연과 사람(자연과 삶, 문화) 등 7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6일 개막하는 천안 춤영화제는 총 40개 작품의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역시 귀한 장르 영화제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무형을 주제로 한 영상영화제다. 무형문화재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인 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자리한 까닭에 가까이서 무형유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올해로 5회째다. 그러나 지역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는 행정의 노력과 함께 전문가들의 열정, 관객들의 참여가 있어서였다. 무형유산의 귀한 가치가 영상축제를 통해 전주의 또 다른 자산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휴거(携擧)란 예수가 재림할 때, 구원 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휴거라고 하면 당연히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휴거가 일부 어린이들 사이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바로 휴먼시아 거지의 약자라는 거다. LH 임대아파트 브랜드에 사는 아이들을 차별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장난삼아 쓰는 비속어라고 하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거주지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 척도가 달라지는 기가막힌 현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비단 주거공간 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편의성이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서울 한복판에 있던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도민들은 크게 편리해진 것 같아도 속내를 보면 일반 민원인의 불편은 여전하다. 국민연금공단 전북본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본부에 가서 직접 민원을 처리할 경우는 많지않고 재심신청 등의 업무는 대부분 지역 본부의 몫이다. 그런데 민원중 중요한 것은 지역본부에서 처리해야 하나 전북은 본사만 있을뿐 지역본부가 없기에 불편이 크다. 예를들어, 무주지역 가입자가 민원처리를 위해 광주본부를 찾을 경우 꼬박 한나절 이상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전북은 경제적으로 권역이 다른 광주에 편입돼 지역낙후가 가속화 하는 실정이다. 1988년 전북지부가 있었으나 2003년 효율성 논리에 의해 광주로 통합되면서 이런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연금공단 전북본부를 하루빨리 부활시키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북몫찾기나 전북독자권역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연금공단 전북본부는 왜 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될만 하다. LH전북본부, 농어촌공사 전북본부, LX전북본부 등이 있는데 정작 필요한 연금공단 전북본부는 왜 없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들어 강원, 충북, 전북 등 소위 강호축을 살리는 정책의 일환으로 전북, 강원, 충북 본부를 설치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북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금융중심지로 비상을 꿈꾸는 만큼 연금공단 전북본부의 설치를 통해 지역주민과 더 깊게 호흡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전북에 사는게 또다른 형태의 휴거처럼 놀림감이 돼서는 안된다.
전북이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먹고 살기가 힘든 곳이 돼 가고 있다. 농경사회가 주를 이뤘던 시기에는 전북이 빛을 봤지만 본격적인 정보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구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도가 유별나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빈곤의 악순환 마냥 젊은층의 타 지역으로 엑소더스가 이어진다. 한마디로 청년층의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기업을 당장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는 처지라서 딱하다. 전북은 지난해 군산조선소와 올해 GM군산공장의 폐쇄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익산의 넥솔론도 똑같다. 지금은 과거와 달라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을 상대로 관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통상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지사나 시장 군수가 다 하는 것으로 알지만 부풀려진 대목이 많다.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에 그친다. 전북은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고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이 제대로 확충이 안돼 기업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현재 수도권 개념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확장됐다. 서울 경기는 물론 강원 충청까지 포함됐다. 항구만해도 인천 평택 대산항이 있다. 그에반해 군산항은 해마다 금강 상류에서 밀려드는 토사로 제 구실을 못하고 새만금신항만 건설도 목포 대불항과 광양항 사이에 끼여 있어 어물쩡하다. 새만금신항만은 수심이 20M 이상 깊어 천혜의 항구여건을 갖췄지만 정부의 개발의지가 약해 우리 뜻대로 개발될지도 미지수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어 네덜란드 암스테르항처럼 새만금신항만을 개발해야 하지만 그렇게 안되고 있다. GM군산공장이 문 닫으면서 도민들이 삼성한테 군산이나 새만금으로 와서 투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도민들이 삼성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새만금에 2011년 4월 투자하기로 MOU를 체결한 것은 진정성 없는 연극 각본이나 다름 없었다. 삼성도 MB정권한테 잘 보일 필요가 있었고 김완주 전지사도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겨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삼성을 끼워 넣어 새만금투자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MB정권이 성난 전북민심을 달래려고 위무책으로 이 같은 쇼를 벌인 것. 도민들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삼성한테 전북에 투자토록 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정권의 도덕성 확보를 위해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 때문에 삼성한테 전북 투자유치를 강권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대통령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재판이 계류중이어서 투자를 더 종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싯점에서 자존심 상해가며 삼성만 쳐다볼 게 아니라 전장산업 분야의 우량 중기를 빨리 유치하는 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좋을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일본의 창의도시 가나자와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물이 있다. 지름 1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형 건축물 21세기 미술관이다. 땅으로부터 솟아난 높이는 부분적으로 2층 공간을 유지한 1층이 전부. 넓은 면적 위에 낮게 들어앉은 이 유리 건축물은 주변의 어떤 도로에서도 걸어들어 올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반대로 미술관 안에서는 360도 파노라마로 도시의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미술관은 가나자와시의 8년에 걸친 도심 지구 정비 구상계획에 따라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착공 2년만인 2007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1년째, 건축물로서의 역사는 짧다. 게다가 어느 도시나 하나쯤 갖고 있는 관립미술관이다. 그런데도 개관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도시가 그렇듯이 가나자와도 구도심 활성화가 오랜 과제였다. 2000년대 중반, 호사를 누렸던 영화관조차 상권에 밀려 구도심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이후 단 한곳만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가나자와 도심은 활기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체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미술관 건립이다. 가나자와시는 곧 시청 옆에 있는 가나자와 대학 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지만 활용 용도에 따른 이견에 부딪쳐야했다. 전문가들이 나서 시민들과 토론하며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고서도 과다한 비용과 지나친 현대적 건물조형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 시는 예산절감으로 시비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극장을 갖춘 미술관 건립을 위해 설계는 국제 공모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고, 예산은 건립비용만 1천3백억 원이 투자됐다. 지난 7월, 21세기 미술관을 다녀왔다. 개관 초기나 지금이나 미술관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 도시의 문화공간으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가나자와시의 전략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진 덕분이다. 공간의 힘으로 공동화 위기에 처해있던 도심 한복판에 시민들이 찾아오고 도시의 옛 중심부에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돌아보니 우리에게도 공간이 없지 않다. 다만 그 기능과 위상이 다를 뿐. 자치단체의 꾸준한 노력에 시민들이 화답해주는 21세기미술관의 풍경이 그래서 더 부럽다.
요즘 학원가에는 입시학원에서 본 유명강사를 공시학원에서 다시 본다는 말이 있다. 유명 인터넷 공시학원의 1년짜리 프리패스 수강료가 1년 사이 두 배나 뛰었다는 한숨도 공시족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시험용 지식과 시험치기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이 입시학원보다 공무원시험학원에 몰려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이른바 공시족 40만 명 시대의 대한민국 사회 풍경이다. 민원은 캠프에다 해야 빠르고 확실해! 어느 선거캠프에서 일한 뒤 한 자리 얻어 근무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공무원보다 단체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관계자를 통해야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등 각종 선거에서 직접 뛴 선거캠프 출신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든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선뜻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선거천국인 한국 사회 풍경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시험기술자에게 높은 강사료를 지불하면서 피터지게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열망하던 공무원이 됐다. 그렇지만 황당하게도 선거캠프에 줄서지 않으면 공무원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빈정거림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른바 인사에서의 발탁과 좌천은 관선시대나 민선시대 모두에 존재한다. 문제는 그 잣대가 캠프에 기울어져 있다는 큰 의심이다. 10년, 20년은커녕 30년 가량이나 일한 공무원이 어느날 갑자기 캠프와 줄 닿는 공무원 상사, 또는 캠프출신 상사를 만난다. 게으르고, 실력없는 공무원이라면 좌천은커녕 퇴출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일생일대 비극은 정년까지 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청와대, 정부, 지자체 등 거의 모든 선출직 현장에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고위공무원은 이장 출신이 장관하는 분위기에서 승진 장관은 기대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일할 맛 안난다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열공 공시족들, 캠프족 넘볼라.
박항서 감독이 다시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던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준결승에 오르면서다. 베트남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도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정상권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 감독의 활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쓸 만큼 칭송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도 한때 잘 나갔던 지도자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만들 당시 그는 한국 대표팀 수석 코치였다. 월드컵 직후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메달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후 그는 변방으로 밀렸다. 상무 감독을 끝으로 한국리그를 떠난 후 지난해 베트남 감독을 맡아 한국에서 못다한 지도자로서 능력을 활짝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외국팀 한국인 지도자로 축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배드민턴에 전주 출신의 박주봉 감독이 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복식 은동메달 등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앞을 가로막은 곳이 일본팀이었다. 박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올핌픽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과 마찬가지로 박주봉 감독 역시 한국에서는 변방에 있었다. 서울 올림픽 시범경기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국제대회 72회 우승으로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으나 한국 배드민턴계는 그가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곁을 주지 않았다. 선수로서 화려한 꽃을 피운 박 감독이 일본에서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휩쓸던 박주봉 감독의 일본 국기를 가슴에 단 모습이 어쩐지 낯설다. 자의반타의반으로 한국을 떠난 두 지도자의 성공 신화가 흔연스럽지만은 않다. 고국과 고향이 이들을 품지 못한 것 같아서다.
소주방(燒廚房)은 조선 시대, 대궐 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을 말하는데, 지금부터 3년전 경복궁 소주방이 일반에 공개된 이래 큰 인기몰이를 하고있다.일제가 1915년에 헐었던 소주방을 100년 만에 복원했다. 소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고, 수라간은 음식을 차리는 곳으로 맡은 기능이 조금 달랐으나 요즘엔 둘다 같은 의미로 쓰인다. 왕의 밥상을 체험하는 수라간시식공감은 늦은 밤 경복궁 소주방에서 야경과 국악 공연을 즐기며 궁중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 총 122회를 운영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소주방이 언제부터인가 저렴한 술집을 의미하게 됐다. 소주방이나 갈까 이 말은 곧 가볍게 술 한잔 하자는 의미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엔 소주방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는 3인방을 흔히 소주방이라고 한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을 청와대 소주방이라고 한다는 거다. 현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면서 요즘 소주방이라는 말이 전혀 엉뚱한 줄임말이 된 것이다. 하기야 경제정책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음식을 만드는 곳인소주방과도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있다고 강조했고, 뒤이어 장하성 정책실장도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부여당쪽에서는 실행한 지 1년도 안돼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패러다임 전환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에서는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불가능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소주방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정책의 효과는 매우 지대하기에 발전방향을 어떻게 잡고 나갈지 지도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일례로, 수년전 KTX역을 어디로 결정할지를 둘러싸고 지도자들이 과연 심도있는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당시 끝냈어야 할 전북혁신도시역논란이 뒤늦게 오늘날 재현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수도권 완화를 위해 어제 혁신도시 시즌2 가동방침을 표방한 가운데 KTX와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전북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평일에는 전주가 너무 조용하다. 고요하고 거룩하기 그지없다. 평일 밤 10시 이후에는 택시도 손님이 끊길 정도로 한가하다. 인구 65만의 도시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그 이유는 산업도시가 아닌 탓이 크지만 돈벌어 먹고 살기가 어려운 도시기 때문이다. 요즘 같으면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렇게 장사가 안된 때가 없었다고 한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폭염이 한달간 지속된 탓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측면이 많다. 전주는 소비도시지 생산도시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기업이 없다 보니까 생산유발효과가 별로 없다. 맞벌이 월급쟁이나 살기 편하고 좋은 도시다. 그에 반해 막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더 어렵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일자리가 있는 편이다. 워낙 음식점이 많아 여자들은 벗어 부치고 나서면 일자리는 구할 수 있다. 기술 없고 힘 없는 나이든 남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주유소 주유원이나 아파트 경비 단순노무직 등을 빼고 나면 거의 일자리가 없다. 자녀들한테 사업자금을 대줬다가 퇴직금까지 날린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의 우리 부모들은 자식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사랑하는 맘 때문에 노후자금으로 마련해둔 피 같은 돈도 줘 왔다. 사업이 어렵다고 손 벌리면 부모 입장에서 마냥 외면할 수 없어 빚가지 내서라도 도왔다. 하지만 맘 먹은대로 사업이 잘 안돼 하루 아침에 쪽박찬 사례도 있다. 주위 사람 체면 때문에 말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이 있다. 당장 한푼이라도 벌어야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편안했던 가정도 불화만 잦아진다. 예전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부부간에도 이 같은 희생정신이 약화돼 가고 있다. 남편이 경제적으로 가장 역할을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아내가 나서서 억척스럽게 일해서 성공적인 가정을 일으켜 세운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부애가 약해서도 그렇지만 굳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 전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그래서 이혼율이 높다. 다 이유가 있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 일자리가 없어서 생긴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만 성과가 더디다. 도나 전주시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못내고 있다. 백세시대에 나이들어서도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벌건 대낮에 벤취에 앉아 소주나 마시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백성일 부사장 주필
북한의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월북문인의 해방이전 작품 공식해금조치가 있고서다. 이후 온전한 예술사 복원을 위한 북한 예술작품 연구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많은 예술작품이 우리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지만 남과 북이 가로 막힌 현실에서 북한의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제목만으로는 익숙해진 작품들이 있다. 피바다와 꽃 파는 처녀 같은 가극작품이다. 가극 중에서도 이들은 모두 혁명가극으로 분류된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기초하여 혁명적인 주제를 독창적인 표현방법으로 만들어낸 혁명가극은 음악과 춤, 연극 등을 모아낸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창극이나 악극,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하지만 사상계몽과 선전선동을 위해 예술성보다는 규모를 중시한다. 보통 한 작품에 2백 명 이상의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의식화된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켜 악덕지주나 외세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중음악과 군중무용이 서사시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인데, 극의 주요 부분에서는 단조로운 곡조를 계속 반복하는 절가,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방창이 동원된다. 이러한 음악형식은 종래 가극이 지닌 낡은 음악형식을 버리고 가극의 대중화와 통속화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혁명가극의 대표적인 표현 기법으로 꼽힌다. 가장 먼저 만들어져 혁명가극 창작의 모델이 된 피바다는 1936년 8월 만주 만강부락에서 만들었다는 혈해가 원제로 알려져 있는데 1971년 피바다 가극단에서 새롭게 제작해 초연한 이래 북한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공연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만 1천3백여 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했다. 이들 작품에 예술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예술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니 예술의 창작 주체도, 그 의미와 가치도 다를 수밖에 없다. 2005년, 평양에 갔을 때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아리랑을 보았다. 무대 배경이 되는 카드 섹션에만 5만 명, 매스게임에 2만 명 등 출연진이 10만 명이나 된다는 집체극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이 작품을 보기 위해 평양은 물론, 버스로 아리랑열차로 지방에서 올라온 수만 명 관람 인파는 충격이었다. 이질적이고 낮선 문화와 예술의 존재는 분단의 오랜 시간이 가져온 결과다. 80년대, 북한의 예술작품이 해금되면서 기대되었던 남과 북의 예술교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과제가 따로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폭염으로 치닫던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살림을 차렸다. 박 시장은 역대 기록을 싹 엎을 만치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된 상황에서도 에어컨 없이 한 달을 지냈다. 편익시설이 잘 갖춰진 번듯한 관사를 두고 옥탑방 살이를 택한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을 전형적인정치쇼라고 폄하했다.취사시설이 없는 옥탑방에서 비서들이 가져다주는 밥을 먹고 어찌 제대로 된 옥탑방 취약계층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서울시장 3선의 박 시장이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굳이옥탑방 체험에 나선 것은 그저 서민 코스프레의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등의 말로 박 시장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쇼였다고 하더라도 박 시장의옥탑방 정치가 던진 화두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직접 옥탑방 살이에 나선 것만으로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박 시장은 옥탑방 살이를 끝내면서 강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강북의 생활기반시설 확충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수십 년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과 투자,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덧붙여서다. 이런 강북 구상을 내놓기 위한 잘 계산된 꼼수일지라도 직접 체험을 통해 나온 낙후지역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누가 쉽게 토를 달 것인가.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생활정치다. 자치단체장은 이벤트 없이도 늘 시민과 함께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단체장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현장과 괴리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 민선 7기가 시작됐으나 전북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서민들 속에서 뚜벅뚜벅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이벤트라도 벌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단체장이 있기나 한가. 지역 현안을 확 뚫을 전북 단체장의 시원한 정치쇼라도 보고 싶다.
6년 전인 2012년은 태풍의 해였다. 8~9월에 무려 3개의 대형 태풍이 전북을 강타해 큰 피해를 입혔다. 2012년 8월25일부터 30일 사이에 잇따라 한반도를 덮친 1415호 태풍 덴빈과 볼라벤은 서해안을 통과하면서 6365억 원대 피해를 입혔다. 전북지역에서는 4명이 숨졌고, 각종 재산피해는 총1029억 원에 달했다. 볼라벤의 최대 풍속은 초당 47.7m로 역대 최대 풍속 기록한 매미의 60m에 근접했다. 이어 9월17일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전북지역 피해는 볼라벤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지리산 뱀사골에 350㎜가 넘는 등 전북 대부분 지역에 1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강풍은 10~20여㎧ 정도였다. 1000㏊ 정도의 농경지 침수, 몇 채의 주택과 축사 등의 침수파손 등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인명 등 큰 피해는 없었다. 이에 비해 산바가 직접 통과한 영남 지역 등의 피해는 컸다. 산바는 경남 남해에 상륙, 진주-포항-강원도 강릉-양양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제주도에 최고 863.5㎜의 비를 쏟아붓는 등 위험반경 내에서 400㎜를 넘나드는 폭우와 초속 40m에 달하는 강풍으로 통과지역 일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사망 2명, 이재민 3843명, 재산피해 3657억원 규모였다.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이 때문에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 지역에 강력한 바람과 폭우가 집중된다. 산바의 왼쪽에 위치해 위험반경에서 벗어나 있던 전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태풍이 서해안쪽 보다는 남부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향하거나 일본 쪽으로 향하면 전북은 태풍의 왼쪽에 놓이게 된다. 북상 중인 태풍은 제19호 태풍 솔릭, 제20호 태풍 시마론이다. 시마론보다 훨씬 강한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란 예보,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솔릭을 서쪽으로 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예보대로 솔릭이 서해상으로 북상, 충남 보령에 상륙하면 전북은 태풍 오른쪽에 놓이게 된다. 줄서기,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는가.
백제의 수도는 처음 위례성 이었으나 장수왕의 남진정책에 밀리면서 공주로, 마지막엔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멸망(660년)한 이후 무려 1300 여년간 잠들어있던 부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면적(624.6㎢) 면에서 서울시나 고창군, 무주군 등과 비슷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부여를 일컬어 상전벽해(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의 표본으로 꼽는다. 롯데그룹과 충청남도, 부여군이 함께 손을 잡고 거대한 프로그램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경주보문단지가 있다면, 서쪽에 백제문화단지가 있는데 2010년 완공된 백제문화단지는 8000억원 이상이 투자됐고 주변에는 이후 롯데리조트, 아웃렛 매장 등이 들어섰다. 백제문화단지 활성화를 위해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일대에 쇼핑, 레저, 문화가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롯데가 약 50만평, 충남도가 약 50만평, 총 100만평 규모의 이 단지에는 310개 규모의 호텔급 콘도를 비롯, 롯데아울렛, 골프장 등이 연일 성업중이다. 군 단위에 불과한 부여가 이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심대평, 이완구, 안희정으로 이어지는 역대 충남지사의 열정과 역대 부여 군수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공감 능력, 그리고 부여출신 정계거물 JP(김종필 전 총리)가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를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주민들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치열한 논쟁을 벌였으나,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일부 비판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렸다.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소매상이 피해를 본다는 고정관념이 강했으나 이를 논리와 설득으로 넘어섰다. 2010년 롯데부여리조트를 필두로, 롯데스카이힐 부여CC, 롯데아울렛 부여점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지역경제는 크게 살아났다. 전통 문화유산을 숙박, 쇼핑시설 등과 연계시키면서 지역 부가가치 또한 크게 높아졌다. 롯데아울렛 부여점은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고, 방문객의 9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주변 상가도 활기를 찾았고 지역민 고용에 따른 낙수효과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구 7만의 자치단체 부여는 오늘날 놀라울 정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부여군의 상전벽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부럽기만 하다. 지금은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전주시민의 주거환경이 악화돼 가고 있다. 그간 전주시가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설해 바람길 차단으로 열섬현상이 발생,여름철만 닥치면 폭염에 시달린다. 전주시는 지형특성상 대구처럼 분지가 형성돼 있어 물길과 바람길 관리를 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이 주택 2백만호 건설정책을 밀어 부칠때부터 전주시가 주변 환경을 크게 고려치 않고 아파트 신축에만 열을 올려 도시 전체가 오늘과 같은 거대한 콘크리트 숲을 만들었다. 전주시의 허파에 해당한 완산칠봉 주변과 다가공원 화산공원 건지산 기린봉 주변에는 고층아파트가 속속 건설, 환경파괴로 생활환경이 나빠졌다.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도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바람길이 차단돼 여름철에는 열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주천 남부시장 일부 구간에다가 콘크리트로 주차장을 설치해 생태계 파괴를 부추켰다. 이처럼 전주시가 지형 특성을 감안치 않고 물길과 바람길을 차단해 여름철만 닥치면 폭염속에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폭염이 한달 이상 지속됐지만 그 가운데 전주가 유난히 소나기도 내리지 않아 전프리카(전주 아프리카)란 말까지 생길 정도로 가마솥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전주시가 그간 열섬현상해소를 위해 1천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근본해결에는 못미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주천과 삼천이 갈수기에 물이 부족해 하천오염이 심각하면서 악취가 풍겨 나와 제대로 문 열고 살 수가 없을 정도다. 해결책은 먼저 물길을 통해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 전주천과 삼천에 갈수기 때도 충분한 양의 물이 흘러 내려 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 문제는 2014년부터 용담댐광역상수도가 개통되어 임실 방수리 물을 상수도로 사용치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실군과 다시 협의해서 전주천 유지관리수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에서 전주시 대성동까지 상수도관이 매설돼 있어 임실군과 협의만 잘 이뤄지면 전주천 유지관리수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천의 하천유지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협의해서 삼천 상류에 있는 농업용 구이저수지에다가 막은댐에 있는 옥정호 물을 품어 올려 도수로를 통해 구이저수지로 흘러 들어가게 한후 그 물을 다시 삼천으로 일정하게 방류시키면 가능하다. 지금 전주는 관광객들로 사람은 모이지만 큰 돈은 모이지 않는다. 풍수에서는 물을 돈으로 본다. 한강의 유수량이 엄청나 돈과 사람이 서울로 모이고 있지 않은가.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를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려면 치산치수정책에 입각,전주천과 삼천을 물로 넘실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주는 발전할 수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인터넷이 일상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시작했던 즈음, 국경의 경계 없이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메일’이 있다. ‘만약 세계가 인구 100명의 마을로 축소된다면…….’으로 시작되는 이 메일은 인구 통계 기준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 63억 명을 100명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 세상을 읽어낸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이렇다. “100명 중 52명은 여자이고 48명은 남자.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은 어른들이며 어른들 가운데 7명은 노인이다. 90명은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이며,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이 백인이다. 33명이 기독교, 19명은 이슬람교, 13명은 힌두교, 6명은 불교를 믿고 5명은 나무나 바위 같은 모든 자연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24명은 또 다른 종교를 믿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부의 편중이나 환경에 대한 해석이 더해진다. “100명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마을의 부 가운데 59%를 가진 6명 모두 미국사람이며,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남은 20%를 80명이 나누어 쓴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100명 중 7명안에 드는 부자이고, 75명은 먹을 양식과 집이 있지만 25명은 그렇지 못하며, 그중 17명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이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갖고 있으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새롭게 일깨워준 메시지의 원전은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성장의 한계> 공동저자인 미국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 박사가 1990년 한 신문에 ‘마을의 현황 보고’란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이다. 누군가에게 전달된 e메일이 다시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이 메시지는 더 새로워지거나 깊어져 한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신문 칼럼으로 그쳤을 원고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과정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변화하는 시대에 숫자 또한 새로워지겠지만 자기중심적 삶에 대한 성찰을 간곡하게 권하는 메시지의 힘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전쟁과 테러, 난민과 이산, 환경 등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는 지구의 온갖 문제를 거대한 담론으로서가 아니라 일상 속 깨우침으로 다가오게 하는 이 메시지의 생명력이 새삼스럽다.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처음엔 ‘서울대 우조교 사건’으로 불렸다.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1년 계약직 우조교는 그의 직속 상관인 신모교수의 성적 발언과 신체접촉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신교수에게 거부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가 얻은 것은 조교 재임용 무산이었다. 재임용 추천권을 쥐고 있던 신교수의 보복이었다. 우조교는 1993년 10월 신교수와 서울대총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승소와 패소를 거듭한 끝에 그는 6년 만인 1999년 6월 서울고법으로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이 사건은 피해자를 중심에 두었다는 점, 애매모호하게 다뤄지던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법적 개념을 좀더 확실히 정립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신교수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에는 성폭력특별법이 제정(1994년 4월 1일 시행)됐고, 가정폭력특별법(1998년 7월 시행)도 만들어졌다. 이후 군산 대명동 사창가 화재사건은 성매매방지법(2004년 9월 23일 시행)을 이끌어냈다. 1991년 1월 김부남씨는 9세에 불과했던 자신을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법정에 선 그는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게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여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을 가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해자답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번 판결에 사회가 어수선하다. 신교수 사건, 김부남 사건 등을 통해 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장벽을 넘지 못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위력만 있었고, 그 위력이 가해지지 않았을까. 조폭 두목은 직접 ‘살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든지 부하에게 살해를 지시한다. 눈빛, 턱짓 등 다양하다. 부하는 그 암묵적 지시를 어길 수 없다. 보복이 가해지는 환경 때문이다. 세상에는 을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야 판결할 수 있는 사건이 수두룩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요즘 전주 동문예술거리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삼양다방도 한 때 사라질 처지에 있었다. 건물마다 편리성과 쾌적성을 갖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도심에서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다방이 지금껏 생존했다는 게 사실 용하다. 상업적 잣대를 들이댔다면 삼양다방은 이미 문을 닫아야 했다. 삼양다방을 살린 힘은 추억과 향수를 지키고자 했던 지역민들의 간절함이었다. 현존 최고령의 다방이 그저 역사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은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특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낫도(Natto. 청국장)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기업들이 낫도 시장을 평정하고 싶어도 지역별, 혹은 업체별 각기 고유한 맛을 갖고 있어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 교토에 가면 백년 된 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3대가 안된 음식점은 요리도 아니다’는 말도 듣는다. 음식 장인들의 자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경우도 ‘since 00년’의 간판을 단 가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오래된 역사가 가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담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업의 대물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가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어떻게든 가업에서 탈출시키려는 부모의 마음이 앞서면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같은 업종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도 한몫 거든다. 100년은 고사하고 몇 년 버티기도 힘든 게 자영업의 현실이고 보면 대물림 운운이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일본은 2만개가 넘지만 우리는 90여개 불과하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엊그제 대를 이어가며 100년의 전통을 자랑할 소상공인을 키울 ‘백년가게’ 16곳을 선정했다. 지역별로 6곳의 서울에 이어 전북이 4개로 가장 많다. 전주의 한식당 ‘늘채움’과 서적·교구의 ‘탑외국어’, 정읍의 제일스포츠와 정읍낚시 등이다. 30년 이상 도소매·음식업을 해온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서비스, 마케팅 차별성, 평판도 등을 혁신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아 뽑힌 곳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꿋꿋이 살아남아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한 ‘백년가게’를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군산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큰일났다”며 한숨부터 내쉰다. 대기업 가동이 중단되면서 군산 경제의 거의 절반이 날아가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엊그제 휴가차 전북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저변의 민심을 듣겠다며 전주, 군산, 익산 등지를 돌면서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낱같은 도움의 손길을 기대했던 도민들에게는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방 뿐이다. 사실 대통령이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해 달라고 대기업에 주문하는것은 과한 일이다. 모두 하소연 하는 상황에서 전북에 집중 투자해달라는 말 자체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얘기다. 하지만 지금의 전북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다. 현장을 찾은 이낙연 총리가 직접 느낀 바를 국정에 투영하고, 대통령의 결단을 끌어내는데 일정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게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소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전북의 경제상황은 심각을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2014년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마스다 보고서’가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이후 우리에게도 ‘지방소멸’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종전 지방소멸은 장수, 임실처럼 고령화가 심하고 출산율이 낮은 군단위를 의미했다면 최근들어 지방 제조업의 위기는 지역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키면서 지방의 인구유출을 가속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의료, 교육, 교통, 주거, 문화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수도권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13일 한 보고서에서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10곳 중 4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석을 했다.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한 결과,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에서 2018년 89개(39%)로 14개(6.1%포인트)증가했다. 도내 14개 시군중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이었다. 군 지역은 말할것도 없고, 김제, 남원, 정읍 지역도 소멸고위험 지역에 가까워졌다. 군 단위중 가장 발전성이 있다는 완주조차도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가까워졌으니 다른 곳은 더 말할것도 없다. 도하 언론에는 도내 각 시·군이 하루가 멀다하고 모든 상을 휩쓸고 있는게 보도되고 있으나, 지방이 소멸되고 있는게 작금의 전북 현실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뭉쳐야 산다’ 5극 3특 시대, 통합을 움직이는 힘은 결단과 책임이다.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와 골목경제
‘공직자 줄서기’ 악습, 이번엔 뿌리 뽑아야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전주스러움'에 대해 - 정명희
새 주인 맞는 군산조선소, 신조선박 보고 싶다
인생은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