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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향한 여정

1942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발표한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은 사회복지의 이상적인 모델을 상징한다. 이러한 복지의 이상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도시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읍시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현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많은 지방 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육아시설의 부족과 일자리 부족이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출산과 육아 지원에 초점을 맞춘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선, 공공산후조리원과 소아외래진료센터, 어린이 전용병동을 설치해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 정읍 등 서남권 지역의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이 없어 전주, 광주 등으로 원정을 가야 했고, 민간 산후조리원의 높은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출산 환경을 개선해 많은 가정이 안심하고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소아외래진료센터와 20병상 규모의 어린이 전용병동도 구축하고 있어 출산 후의 건강 관리와 아이들의 의료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도내 최대 실내 놀이시설인 천사히어로즈가 들어서 있는 내장산 문화광장에 다양한 시설을 집적화해 이곳을 어린이의 성지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먼저 ‘어린이 기적의 놀이터’는 면적 1만 9000㎡의 다양한 놀이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유아놀이터, 흠벅놀이터, 오르락내리락놀이터, 롤러슬라이드 등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시설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여기에 순환열차와 동화마을 테마공원, 익스트림 스포츠시설, 미디어 아트관을 연차적으로 설치해 계절과 상관 없이 온 가족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가족친화형 공간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또한, 정읍천·정읍역 연계 핫플레이스 사업으로 공연, 체험, 휴식의 복합공간을 조성해 정읍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여가 활동이 가능한 장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읍천은 시민들에게는 여가생활을, 관광객에게는 정읍의 새로운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기업애로 해소를 위한 1기업 1담당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책들은 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도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는 출산, 육아, 교육,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인구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학수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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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8 16:29

새만금 SOC 예산농단 누가 책임지나

정부는 지난해 8월 느닷없이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SOC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런데 적정성 검토 용역 결과, 최근 '문제없음' 으로 결론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의 용역 결과, 추진 근거 적법성·유관 계획 연계성·추진 절차 준수성·평가 방법 합리성·자료 공신력 등 5개 지표가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왔다. 새만금 도로, 공항, 철도 등 주요 SOC가 모두 이 지표의 기준을 충족한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올해 예산을 반토막 내버린 예산농단은 합리적 근거나 적법성 조차 없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번 용역 결과를 보면 새만금 SOC 추진 단계에서 수립된 사업 계획에 법적 근거가 충분하고 법령이나 지침에 규정된 제반 사업 추진 절차를 준수했음이 확연해졌다. 문제는 잃어버린 새만금사업 1년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거다. 올해 예산을 반토막내고 우여곡절끝에 겨우 일부 복원하기는 했어도 짓밟힌 전북도민의 마음은 과연 누가 치유할 것인가. 더욱이 수십년째 진행돼온 국가 주요사업을 하루아침에 재검토라는 명분 하나만 가지고 중단시킨 예산 농단 자행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처럼 결론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도출됐으나 그간의 갈등과 상처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제대로된 사과나 변명 한마디가 없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장장 8개월에 걸친 새만금 SOC 사업 검토 용역 결과는 잼버리 파행을 명분으로 자행됐던 전북죽이기 행태가 무리였다는게 재확인됐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새만금을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은 그나마 작은 희망을 갖게한다. 박 장관은 "공항, 항만, 철도로 이어지는 복합 물류 '트라이포트(Tri-Port)'를 완성해야 하고, SOC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새만금 산업단지 확장과 기업 유치를 촉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새만금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예산농단을 자행한 기재부와 이에 장단을 맞췄던 정치권과 행정부 책임자들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잼버리 파행에 따른 감정적 대응은 잘못이었음을 시인하고 응분을 책임을 지기 바란다. 그게 바로 천심이고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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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8.15 16:28

폭염 속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관리에 만전을

말복이 지났어도 한여름 땡볕더위의 기세가 여전하다. 고온에 습도까지 높아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보통 여름철 무더위는 말복이 지나면 누그러들지만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절기상 더위의 끝을 알리는 ‘처서’(22일)가 지나도 당분간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도 나왔다. 극한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걱정이다. 건설현장에서 땡볕을 받으며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온열질환 예방 기본수칙을 강조하고는 있겠지만 40도에 육박하는 극한의 폭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보통 건설현장 주변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각종 작업과정에서 고온의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기상청 발표 수치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폭염에 취약한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도권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작업중지권’ 행사를 적극 권장하는 추세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현장의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법률로 정해진 노동자 안전장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에 한해 사업주(제51조)와 근로자(제52조)의 작업중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사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설현장에서 작업을 멈추는 작업중지권을 근로자가 스스로 행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놓고 법정다툼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올여름 극한 폭염 속에서도 전북지역에서 사업주나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건설 현장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행여 폭염 속에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 근로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을 경우 주저 없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조항을 보완하는 등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노동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5 16:28

상의 회장 선거 '시즌 2'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의 '시즌2'가 재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김정태 회장 체제의 선거 과정을 되돌아 보면 그야말로 내홍의 연속이었다. 윤방섭 전 회장과의 악연에 따라 양 측의 소모적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2021년 회장 선거에서 윤방섭-김정태 후보가 결선 득표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연장자 원칙에 따라 생일이 1개월 앞선 윤 회장이 당선돼 취임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의 선거 불공정 제소로 사상 초유의 회장 직무정지 사태가 발생해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그 뒤에도 양 측간 신경전이 계속되더니 급기야 윤 회장의 재출마를 둘러싼 파동을 겪으며 선거를 치른 결과 이번엔 김 회장이 설욕을 하며 회장에 올랐다. 그런데 선거 이후 6개월 만에 윤 전 회장 중심의 인사들이 새로운 경제단체 설립을 가시화 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음주 출범 예정인 이른바 '기업사랑도민회' 창립 총회가 그것이다. 300명 이상이 동참하는 걸로 알려지면서 설립 취지와는 무관하게 지역 경제계의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때 전의를 불태웠던 상대 세력이 별도의 구심체를 통해 각자도생의 뉘앙스를 띠자 설립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잼버리 후폭풍에 따른 새만금 국가예산 삭감 과정에서 겪은 도민들의 참담함과 울분은 뼈에 사무친다. 정부 여당이 잼버리 실패 책임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SOC 사업마저 적정성 검토라는 미명아래 올스톱시켰다. 다행히 지난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용역 결과가 나와 그동안 멈춰 섰던 현안들이 다시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이 중차대한 시점과 맞물려 경제계 분열로 비춰질 수 있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서민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똘똘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혹여 대립과 반목은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때 지역 경제를 이끌었던 수장의 '딴 살림' 모양새에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기도 한다. 전북이 직면한 총체적 난국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경제인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마치 정치 집단처럼 주도권 싸움을 방불케 하는 모습은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감이 있다. 과거 상공인 화합을 해칠 수 있다며 합의 추대를 고집했던 그 마음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역 현안 해결에서 항상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온 것도 경제인의 몫이었다. 그런데 승자 독식의 선거를 둘러싸고 파벌이 형성돼 진흙탕 싸움장으로 바뀐 지도 꽤 됐다. 심지어 선거에서 쓴맛을 본 후보와 지지자 일부는 회원 탈퇴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치인 선거 뺨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사실 경제계 만큼 직능별로 전문성 있는 조직을 갖춘 곳도 드물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조직 출범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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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8.15 16:28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 철학자 헤겔의 역사관 변화와 관련하여

왜? 역사가가 철학에 관해서 글을 쓰는가라고 오해할까봐 모두에 짧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는 비엔나대학교(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 약 600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오늘날 독일어권과 그 주변 지역-을 통치하던 시절 1365년 개교했고,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기로 유명함)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시 서양사를 주 전공, 철학을 부전공으로 했으며, 철학 세미나를 거쳐 박사학위 마지막 ‘철학 과목 구두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다. 그리고 귀국해서는 인문대 사학과에서 과의 강경한 요구에 따라 ‘서양사상(철학)사’를 30여 년간 가르친 바 있다. 그러면 “이해하기 어려운 명작”이란 평을 받는 헤겔의 역사철학 세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역사는 이성화(理性化)의 과정이고 자유의 증대 과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헤겔(G. Hegel)이 그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 ‘변화’(變化)가 오늘날 우리 정치계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그러면 이어서 헤겔이 그토록 중요시한 ‘변화’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필자는 독일 초대 바이마르 공화국 대통령(F. Ebert) 기념 연구재단의 연구비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독일 내에서의 원활한 연구를 위해 제공되는 ‘무료 특급 열차표’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무료 특급 열차표를 이용해 처음 도착한 곳은 독일의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강의했기로 이름난 프라이부르크대학이었고, 이어서 방문한 곳이 대 철학자 헤겔과 천재라 칭하는 셸링이 장학생으로 있었던 그리고 독일 정신의 근원지로 유명한 튀빙겐대학이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더니 갑자기 한 건물의 옥상에 이르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푸른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한때 헤겔이 살았던 기숙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때 나의 뇌리에 스쳐지나간 것 하나는, 이 작고 고색창연한 도시에 그 유명한 대학이 있는 것처럼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국립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도 잘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한창때의 헤겔이 이 조용한 소도시에서 프랑스혁명을 맞아 열광하였고 새로운 역사이론(歷史理論)들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어서 헤겔의 난해하기로 이름난 중요한 역사이론들 가운데 제일 먼저 요사이 정계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변화’(變化)에 대해서 밝혀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왜 헤겔이 ‘변화’를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는가 하면, 변화가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이것은 자연의 목적(目的)을 전제로 볼 때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로서 그 본질이 불가피하게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존재에서 자신을 위한 존재로, 가능성에서 실재로 ‘변화’하는 발전 모델과 일치를 이룬다고 보았다. 즉, 인간 속에 주어져 있는 배아(胚芽)는 충만 된 삶으로 발전하거나 아니면 몰락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생의 법칙이며 정신적인 생도 이와 같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헤겔은 변화와 밀접한 관계 하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지상에서는 난폭과 냉혹함과 잔인한 것이 일어나고 있지만 때때로 행복하고 평화로우며 악의 없는 시대도 존재하는데, 역사철학자들은 후자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행복한 시대를 백지(白紙) 로 볼 뿐이다”라는 것이다. 가공할만한 것, 전쟁·산통·긴장 속의 성장, 민족과 문화가 겪는 사고(死苦), 이 모두를 이성적인 것으로 보았으며, 이를 통해서 이념(Idea)이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끝으로, 프랑스의 저명한 계몽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인간 역사는 진퇴를 거듭하면서 발전해간다”라고 했는데, 앞으로, 위험한 경지에 다다른 우리의 정치는 후퇴를 두려워하면서 방향을 ‘변화시켜’ 희망의 세계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이규하 전북대 인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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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15:34

내가 한 게 귀촌이라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까

귀촌이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다.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인데 완주로 오고 나서 귀촌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귀촌과 귀농은 엄연히 다르지만 묶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하게 다른 것은 귀농은 정말 농사를 짓겠다는 결심 혹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농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귀촌은 그러기엔 애매하다는 점이다. 삶의 터전을 시골로 이동하는 것은 같지만 직업은 농사를 짓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다 보니 하나의 교육으로 묶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는 내가 살면서 터득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어떤 이웃을 만나는지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는다. 막상 귀촌했지만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그 막막함을 첫날부터 느꼈다. 그렇게 일주일은 동네를 탐방하며 뭘 하기 전에 일단 지리부터 파악했고 기웃기웃 궁금하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뽈뽈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면 나에대해 이야기 할 곳이 생긴다. 동네에 이런 청년이 있구나 하며 관심 가져주는 어른들이 계셨던 것은 감사한 일이고 운이 좋았다. 그리고 귀촌을 장려하는 지자체 별로 다양한 교육들이 많다. 그 교육들을 살펴보면 관심 있는 것들 생각도 못해 본 교육들이 있다. 일단은 별로 흥미가 없어도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육을 신청해서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면 거기서 기회가 생긴다. 나 역시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귀촌을 하고 나서 많은 청년들이 대부분 이런 중간지원조직에서 근무를 하며 지역을 배워가는 비율이 높다. 한정된 일자리, 농사가 아닌 일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지역으로 오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걸 느낀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먹을 때도 이왕이면 작은 마트, 큰 마트,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이 있으면 고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런 편하고 다양한 선택지 때문에 어느순간부터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순간이 왔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모든 생활에 100% 만족은 어려운 것처럼 여기서의 아쉬움, 저기서의 아쉬움 말하자면 끝이 없으니 그냥 내가 선택한 이곳에서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행복감을 느끼려한다. 여기에도 노력은 필요하고 도시에서의 노력과 결이 다를 순 있다. 그렇지만 귀촌을 장려할 수 있냐고 내 스스로 물어본다면 50%이다. 나에겐 맞는 부분이 더 컸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고 나 역시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 그건 더 살아봐야 아는 것이니까 다만 이쯤되니 이젠 언제까지 더 있지? 이런 고민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많은 준비를 해서 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떠난 친구도 있고 준비 없이 와서 나처럼 사는 친구들도 있고 그 사이 다른 지역으로 고향으로 각각 떠난 친구들도 많다. 여전히 시골에선 할 일이 많다. 그게 세상이 말하는 멋짐과 다를 수도 있지만 거기서 흔들리는 나, 비교되는 나 그럼에도 그 안에 있는 행복을 누리는 나도 나다. 비교는 끝없고 어딜 가도 나를 따라올 것이다. 내게 귀촌은 비교하는 나를 멈추고 일단 나를 바라보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조아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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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15:34

이단(異端)

정통과 이단이 만나는 곳에 갈등과 폭력이 일어난다. 정통의 입장에서 이단(異端)은 정통과 다른(異, 이) 끝(端, 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고, 이단의 입장에서 정통은 바르고(正) 전통(統, 통)이라는 착각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시작되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도 정통과 이단이라는 충돌이다. 르완다 기독교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살 영국 청년이 어린이 댄스 교실에 흉기를 들고 난입하여 어린아이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청년이 이슬람 난민이라는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펴졌고, 영국 전역에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난민 추방 폭력으로 이어졌다. 경찰차가 불타고, 유색인종의 차를 부수는 장면이 TV에서 연일 방송되었다. 마침 영국에 머물던 필자에게도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은 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왔고 집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위대가 목표로 삼은 런던 월섬스토(Walthamstow) 지역이나 시내 중심의 시위 예상 지역에 수만 명의 폭력 반대 시민들이 운집하여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정통과 이단 논쟁이 있다, 기독교는 정통이고 이슬람은 이단, 백인은 정통이고 유색인종은 이단, 영국인은 정통이고 난민들은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지에서 영국으로 들어온 무슬림 난민, 이민자들은 이번 폭동을 주도한 영국 백인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이단이다.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독교 윤리에 대항하는 이단 집단이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다니고, 자기들만의 상권을 형성하여 거래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영국의 복지를 독식하는 용서할 수 없는 이단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와 주택은 부족하고, 주택가격과 물가는 치솟고, 도둑과 폭력으로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영국에서, 그 원인은 모두 이민자, 난민, 이슬람, 무슬림에 있다는 생각이 보수 백인들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지금은 영국 정부의 강력한 처벌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잠잠해졌지만, 이 소강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필자가 영국에서 직접 목격한 정통과 이단의 갈등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5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고 있다. 농어촌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이나 건설, 식당,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이 없으면 도저히 유지하지 못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가사 관리 돌봄 인력이 들어와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시각 역시 정통과 이단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단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과 멸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한국인이라는 정통의 갑옷을 입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단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잠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이단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 외부에서 들어 온 사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멸시가 존재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이단이라고 공격한다면(攻乎異端, 공호이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격한 사람에게 돌아올 것이다(斯害也已, 사해야이).” 이단에 대한 공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공격한 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공자의 경고다. 정통과 이단은 영원하지 않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단과 정통은 자리를 바꾼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을 공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공자의 경고를 귀 기울여 들을 때이다. /박재희(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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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15:33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국세청

요즘 국세청은 대부분 경제 행위와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 분석해서 과세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기법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세무조사가 아닌 분석자료를 근거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소명을 요구하고 그 소명자료를 분석해 추정하거나 추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은 소득과 지출에 관련된 분석시스템을 개발해 2010년부터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PCI분석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개인의 소비 지출이 그가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을 초과할 경우 이를 적출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즉 일정기간 취득한 재산과 소비를 합친 금액과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금액을 비교해 신고한 소득이나 금융기관의 대출액보다 더 많은 자산을 구입하거나 소비했다면 무슨 자금으로 취득 또는 소비했는지 분석하고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하는 시스템입니다. 국세청은 PCI시스템을 통하여 분석된 자료를 이용해 고소득 자영업자 및 전문직, 현금수입업종 등 취약업종의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며, 고액 체납관리 및 세무조사대사 선정시 도움이 될 것이며 근로장려금 집행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CI시스템 도입이 15년이 되어 가고 있는 지금 자금출처 조사의 선정 기준이 점점 정교해지고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어 탈세 적발률도 상당히 증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자녀에게 재산을 세금없이 주려고 하는 개인들은 현금증여에 대한 필요성을 점점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생활비 정도의 자금은 부모가 현금으로 인출해 자녀에게 넘겨준다고 해도 국세청에 적발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큰 금액을 주고 그 자금으로 자녀가 재산을 취득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다면 증여세가 과세될 가능성이 높으니 증여신고를 꼭 하는게 좋습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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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13:02

자치경찰시대, 지원과 참여를 통한 혁신적 협력 치안 필요

2013년 세상을 분노케 했던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용의자들이 도주하며 인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 총기 탈취 목적으로 침입했다가 대학교에서 자체 조직한 MIT경찰대에 쫓겨난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자치경찰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위와 같은 대학 경찰뿐 아니라 공원 경찰, 주택 경찰, 운송 경찰 등 다양한 유형의 자치경찰이 ‘특별구 경찰(Special-District Police)’ 명칭으로 이미 1920년대부터 시민과 밀접한 특정 시설과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치경찰제는 2021년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우리 전북에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올해로 2기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경찰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 치안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사례의 ‘학교 경찰’처럼 국내 치안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협력 치안 모델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치안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여성,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민생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23 익산시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범죄 피해 두려움이 2021년 대비 10.4%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찰력 증강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을 통한 맞춤형 치안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우리 지역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익산시의회에서 도내 최초로 ‘익산시 범죄예방 등 자치경찰 사무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자치경찰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자치경찰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여 더욱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시민 협력단체가 조직·자생되어 경찰과의 협력관계 증진에 우호적인 치안 생태계가 이미 조성되어 있다. 예로 우리 지역의 대학생들과 자율방범대원들은 협력 치안의 중요성을 일찍이 실천하고 있다. 원광대 학생들은 스스로 ‘캠퍼스폴리스’를 구성하여 축제 등 학내 행사 질서유지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 지역 자율방범대는 최근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는 등 경찰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치안 활동에 대해 지원이 미미한 점은 대폭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야식 및 유류비 수준 지원에서 벗어나 상근 인력 고용이 가능하도록 예산의 대폭 확대가 절실하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을 바탕으로 소속 회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구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자치경찰 사무 일부를 위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율방범대와 같은 경찰 협력 단체에 일부 불법주차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는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소속감을 부여하여 더욱 안전하고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이처럼 우리 지역의 치안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며, 시민과 함께하는 ‘협력 치안’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금까지의 단발적 지원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협력 치안을 이제는 획기적인 지원으로 활성화해 혁신적인 도약을 할 때다. /고영완 익산경찰서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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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3 18:18

시디플레이어의 귀환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에서 수많은 미디어 기기들이 사라졌다. 카세트테이프 시디플레이어도 그들 중 하나다. LP로부터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시디로 이어져 온 음악재생 미디어 기기의 쓰임은 수명을 다한 지 오래.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이제 자동차나 노트북에서조차 시디플레이어를 만나기 어렵다. 그나마 시디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면서 ‘굿즈’란 새로운 쓰임을 얻기도 했지만, LP나 카세트테이프는 영락없이 유물 신세(?)가 됐다. 그런데 일상에서 사라졌던 그들 음악재생 미디어 기기들이 다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케이(K) 팝계에서 불기 시작한 복고 감성, 레트로 바람 덕분이다. 시디플레이어를 포함한 굿즈를 묶어 음반이 나오는가 하면 카세트테이프와 미니어처 LP까지도 등장했다. 어떤 통로로든 버려지고 잊혀진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 순환의 풍경을 마주하며 떠오른 공간이 있다. 독일 서남부에 있는 중소도시 칼스루에의 미디어아트센터 ZKM(Zentrum fuer Kunst und Medientechnologie)다. 지상 5층, 길이 500m에 폭이 100m나 되는 이 거대한 건물에는 현대적 미술관과 음악스튜디오, 미디어 뮤지엄, 미디어 도서관과 미디어극장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 들어서 있다. ZKM의 전신은 탄약공장이다.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곳에서는 2차 세계대전까지 탄약과 화약을 생산했다. 전쟁이 끝나자 기능을 바꾸어 제철소로 활용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중공업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업종에 진출하면서 제철소의 기능도 중단됐다. 빈 건물로 방치된 지 20여 년. 시는 공간의 쓰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칼스루에시는 정보과학에 일찍 눈을 떴다. 칼스루에 대학 출신 하인리 헤르츠 박사(‘헤르츠'라는 단위를 만들어낸 과학자)의 영향이 컸다. 새로운 미디어를 주목하고 있던 시는 이곳을 정보 통신, 방송시설, 문화예술 등 3가지 영역을 집적하는 미디어아트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탄약공장을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미디어아트센터로 바꾸는 일은 시민들에게도 큰 환영을 받았다.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공간의 가치로 삼은 ZKM은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오래전 쓸모가 없어진 낡은 TV나 녹음기 전축 등 다양한 매체기기와 원형을 훼손당한 음반과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공간이다. ZKM은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오래된 음반과 비디오테이프로부터 수만 장의 음향 영상물을 복원해냈다. 밀려오는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리지 않고 버려지는 비디오테이프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ZKM의 선택은 빛난다. 우리도 얻고 싶은 지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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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8.13 16:13

연구자의 조건과 사회학적 상상력

‘연구자’는 말 그대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연구를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보는 일”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연구를 하는 연구자는 어떤 조건과 자세를 가져야 할까? 한국 사회학계의 거목인 고(故) 최재석 교수(고려대학교 문과대학)는 그의 회고록에서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묘심(猫心고양이‘묘’, 마음‘심’)을 말했다. 고양이를 지극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진 최재석 선생이 말하는 ‘묘심’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호기심’이다. 고양이는 특히 호기심이 많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호기심은 주로 탐색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고양이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양이는 자신이 사는 환경을 이해하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호기심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의 상호작용에 호기심을 보이며, 이는 그들의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가 새로운 사람(동물) 또는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본능의 일환이다.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야 할 연구자가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듯하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묘심’의 두 번째 특징은 ‘자존’이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거나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 옆에 오지 않는다며 강아지의 복종적인 성격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또 고양이는 조용하고 차분한 데 비해 강아지는 떠들썩하고 분주하다고 하였다. 반려동물들에 대한 개인 선호의 차이야 있겠지만, 최재석 선생이 비유한 연구자가 가져야할 조건으로 고양이의 ‘자존’을 이야기 한 것은 이해가 된다. ‘묘심’의 세 번째 특징은 고양이는 ‘고독’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독은 곧 비사교성을 말하는데, 연구자는 연구과정의 고독을 인내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사회에 속해 있는 인류의 삶과 행동에 대한 학문이다. 우리(인류)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제로는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명한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개인적인 삶과 보다 넓은 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하였다. 이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이에 대한 수많은 연관요소들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학문적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삶에 대한 능동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건 비판적이건 문제의식을 갖고 원인과 현상에 대해 연구하며 대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 상당히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나 급격한 인구감소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농·산·어촌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와 대안 제시는 매우 시급하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농촌사회학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멸위기극복’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어 보인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연구자의 조건과 라이트 밀스가 말한 사회학적 상상력이 대안 아닐까?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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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3 15:22

김관영 지사의 재선 기상도

김관영 지사의 재선 얘기가 요즘 부쩍 잦아졌다. 7월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기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다. 그가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도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도민들과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김 지사의 재선 출마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북발전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여기는 완주 전주 통합과 관련해 그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 절차가 갖는 기업유치의 파급효과를 강조하려다 재선 문제가 나왔다. 그로서는 가급적 입장 발표를 꺼려 했던 완주 전주 통합과 차기 재선에 대해 자신의 속내를 공식화 함으로써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기류로 그의 재선 가도는 일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기업유치는 김 지사 도정 철학의 기조다. 그런 만큼 논란이 뜨거운 지역현안 해결에 있어서도 이 원칙을 전제로 매듭을 풀고 있다. 그는 이번 완주 전주 통합의 중대성을 감안해 도지사로서의 찬성 입장을 담아 지방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기업유치 관점에서도 이 문제가 결정적 모멘텀인 점을 들어 재선 출마의 불가피성을 꺼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업유치의 열악한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과거 낙후지역이란 꼬리표의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그는 선제적으로 역동적 움직임을 보이는 타시도와 비교할 때 조바심이 생긴다. 유치 기업 대표와의 일화를 공개하며 우회적으로 거취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을 믿고 전북을 가야 하는데 최소 8년은 우리를 책임 져야 한다" 며 그들의 노골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 그는 기업인을 격려하기 위해 재선 출마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재선 관련 잠재적 지지층의 변화는 흐린 뒤 서서히 개는 중이다. 전북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의 쌍끌이 역할을 해온 국회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든든한 우군이 된다.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현안 추진에도 이들의 어시스트는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비록 정치적 셈법은 달라도 전북발전의 공동목표를 위해 김지사와 함께 투트랙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기업유치의 전제조건 충족은 지속적인 과제다. 그런 이유로 메가시티 경쟁이 치열한 타 시도의 사례는 전북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렇게 생태계 여건이 미흡한 가운데서도 김 지사가 공을 들이는 완주 전주와 새만금, 두 곳은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전북의 행정 경제 중심지와 지정학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업에게 어필이 가능한 곳이다. 그리하여 기업유치 실적은 김 지사 재선의 화창한 봄날을 예고한다. 도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 가치인 만큼 도지사 입장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선 기업유치가 관건이다. 하지만 온갖 악조건 속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낸다한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가로막는건 민주당 컷오프와 경선이다. 지난 선거 '송지사 컷오프 약몽'을 떠올리면 된다. 그에 못지않게 경쟁자 또한 만만치 않아 산넘어 산이다. 그래도 '김관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기업유치 전도사로 알려졌다. 도민들도 전북의 가장 절박한 현안으로 이 문제를 꼽고 있어 그로서는 최상의 히든 카드임에 틀림없다. 지금 상황의 재선 흐름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8.13 15:21

장애인 올림픽에도 큰 관심을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으로 2024 파리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쳤다. 곧이어 오는 28일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단 83명이 출전한다. 응원곡 ‘슬로우’(slow)를 발표한 세계 최초 청각 장애 K-팝 그룹 빅오션 멤버 3인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그저 체급이 다른 동일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올림픽의 국민적인 성원과 열기를 패럴림픽에도 몰아줘야 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12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결단식을 개최했다. 사실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적다. 하지만 천천히 가도 함께 가면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정신으로 무장된 태극전사들의 선전은 계속될 것이다. 결단식에서 유인촌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여러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이며 모두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안전하고 성공적인 대회 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동현 선수단장은 출정사를 통해 “우리 선수단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 중심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수단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12일 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패럴림픽에 17개 종목 177명(선수 83명, 임원 9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금메달 5개 이상 획득, 종합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속 5명의 선수가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섰다. 또한 3명의 감독·코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게 된다. 이번 대회에 도내에서는 육상, 사이클, 탁구, 태권도, 조정 등 5개 종목에 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016 리우 패럴림픽대회 육상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전민재(지체)와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연패에 빛나는 사이클 이도연(지체), 2021 도쿄 패럴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 백영복(지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던 태권도 이동호(지체), 조정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선웅(시각)이 출전한다. 전북자치도 소속인 사이클 이영주 감독과 신익희 코치, 사격 한찬희 코치가 국가대표 지도자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도민들이 더 큰 관심과 성원을 이들 패럴림픽 선수단에 보낼때 힘든 여정에서 큰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장애인선수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3 14:00

신임 민주 도당위원장, 정치력을 복원하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에 재선의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군을)이 취임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전북지역 국회의원 10명을 대표하는 등 전북 정치의 구심점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계속 쪼그라드는 전북발전을 견인하면서 각종 현안을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 또한 주어졌다.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전북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정치력을 복원해 달라는 말이다. 전북 정치는 그동안 인구 감소와 경제력 약화로 영향력이 해마다 뒷걸음쳐 왔다. 특히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왕성한 패기를 기대했으나 무기력과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다. 개개 의원들이 약체인데다 사분오열돼 전북의 목소리를 높이고 전북몫을 가져오는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이 이번 22대 국회는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의원 등 다선의원이 주축이 돼 대정부 활동 등에서 정치력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춘석 의원이 국회 국토위에서 장관을 불러놓고 예산문제 등 전북에 대한 홀대를 꼼꼼이 따지며 호통치는 모습은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상징적 풍경이었다. 또 정동영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경륜을 유감없이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12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월 1회 아젠다회의’를 제안했다. 도내 국회의원이 매달 모여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좋은 제안으로, 10명의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한다면 전북 정치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이다. 둘째, 전북 현안을 해결하는데 앞장서 달라는 점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전북에는 고질적인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로 지역주민의 컨센서스를 모아야 하는 일과 정부 및 국회로부터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일이 그것이다.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및 군산·김제·부안을 묶는 새만금권특별지자체는 마땅히 나가야 할 길이지만 장애물이 많다. 그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오히려 걸림돌이다. 이들을 설득해 전북이 좀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또한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같은 경우는 중앙정부와 타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현안이다. 이 위원장은 겸손하고 공세적인 자세로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3 12:05

새만금 잼버리 1년, 전북은⋯

꼭 1년이 지났다. 그해 여름 전북이 성난 민심의 화살받이가 됐다. 지난해 8월 1일, 열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한 폭염 속에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숱한 논란을 남겼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고, 국민 몫이 된 부끄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정부·여당에서 작정하고 지방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진작 번듯한 ‘수변 관광도시’가 돼 있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30년 넘게 공들인 이 기회의 땅에 생각지도 않은 야영장이 설치됐다. 행여 개발에 도움이 될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지역사회 응어리진 설움이 폭발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도의원들도 삭발 단식투쟁을 이어나갔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나서 ‘도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를 멈추고 책임규명에 나서라’고 외쳤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대폭 삭감된 새만금 국가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단계에서 일부 복원됐다. 그리고 그사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실추된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 전북의 위상은 회복됐을까? 우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책임 소재 규명이 필요했다. 논란 직후 감사원에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김관영 도지사도 “이제 법과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교훈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소재가 드러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세월이다. 감사원에서 즉각 감사에 돌입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김 지사가 공언한 자체 감사는 예견됐던 것처럼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중단됐다. 그러면서 뜨거웠던 잼버리 논란은 도민의 관심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어쨌든 세계인의 눈이 쏠렸던 새만금 야영장 부지는 지금 잡초만 무성한 채 적막감이 감돈다. 잼버리를 유치하면서 밝힌 국제행사 이후의 계획은 모두 어그러졌다. 기후재난으로 가뜩이나 힘들었던 지난해 여름, 전북도민들은 무기력에 빠져 상실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게다가 최근에도 ‘국토부 SOC사업 전북 차별’, 여당 전당대회에서의 ‘전북 무시 발언’ 등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 1년 전의 외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시 상실감이 밀려온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치인의 단식은 오래갈 수 없고, 잘린 머리털도 금세 자라난다. 현실을 바꿔낼 힘과 의지가 미약한 분노는 오래가지 못한다. 보여주기식 결의와 호소만으로는 안 된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그들의 ‘지역 홀대·차별’ 주장도 이제 식상해진다. 지역의 내재적 발전 역량, 지역혁신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 지역정치권과 지자체가 주어진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8.12 18:22

'합법적 분양사기'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

엄정숙 시인의 <바닷가의 집>이라는 시가 있다. “어쩌다가 바닷가 빈집으로 이사를 했다. 알고 보니 빈집이 아니라 벌써부터 바다가 살고 있었다.” 이 낭만적인 시를 읽고 나는 불현듯 다른 말을 넣고 싶어졌다. “어쩌다가 축사 옆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알고 보니 아파트가 아니라 축사 안에 이사한 것이었다.” 완주군 이서면에 위치한 혁신에코르 2차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말 그대로 축사 안에 사는 것 같은 악취로 인해 지난 10년간을 고통 받아왔다. 입주 당시 악취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은 바가 없었다. 입주 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꼭 해결하겠다’는 전북도와 전북개발공사의 약속이 있었지만, 그 약속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도 주민들은 두통을 일으키는 악취를 참고 또 참았다. 10년이 지나면 저렴한 분양가로 내 집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민들의 간절한 꿈이 사라질 상황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다. 혁신에코르 2차(59㎡)의 분양가격은 1억3000만원대. 이는 바로 옆에 위치한 3차(85㎡)의 분양가인 1억3000만원~1억4000만원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10년 공공임대인 2차의 분양가는 인접한 3차 시세 가격을 그대로 반영한 감정평가액으로, 5년 공공임대인 3차(85㎡)의 분양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과 이에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각각 산정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건설업체가 건립한 30평대(3차)와 20평대(2차)의 분양가가 같다는 것의 불합리함을 아무리 소리쳐도 법이 그렇다는데 왜 우기냐고 한다. 심지어 전북개발공사에서도 10년 공공임대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곳의 선례가 되기 싫다는 이유로 분양가 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전북개발공사는 계획대로 9월 1일부터 분양을 서두르고 있고, ‘합법적인 분양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입주민들은 거대한 법과 권력 앞에 가로막혀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개발공사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북도민의 세금을 출자받아 세워진 공기업이다. 지금도 자본금이 부족할 때마다 전북특별자치도로부터 현금 출자를 받고 있다. 개발공사의 설립 근본에 무주택 도민을 상대로 집장사를 해서 큰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것은 없을 것이다. 혁신에코르 2차는 2014년 입주 당시 무주택 희망자가 적어서 계약자를 제대로 모집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유주택자들도 입주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개정했고, 이로 인해 분양전환을 앞둔 2024년 8월 현재에도 유주택자 비율이 35%를 넘어서고 있다. 생각보다 비싼 분양가에 주거 취약층은 분양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고 그 자리에 임대사업을 위한 투기 수요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분양으로 얻게 될 이익과 불합리한 법에 근간한 공격적인 분양 추진으로 주민들의 갈등과 불신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2차 주민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3차와의 분양가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10년을 기다린 이 아파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오직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세월 열악한 정주여건에 악취까지도 꾹꾹 참아야 했던 우리 입주민들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개발공사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우현숙 완주 혁신에코르 2차 분양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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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2 18:02

한국 경제에 충격요법(Shock Therapy)이 필요한 이유

최근 한국에 대한 OECD의 2024년 보고서는 국가의 회복력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택 마련이 어려워지고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는 주요 수출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 변화에 취약하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에 경제 성장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보호와 성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극심한 갈등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투자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든 것이 막혀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현재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들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신산업 육성에 빠르게 대응하는 충격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충격요법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몇 가지 주요 영역으로는 먼저, 노동시장개혁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심각한 차이가 특징이다. 시장은 노동자를 위해 보다 공평한 혜택과 보호를 위해 노동법과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개혁하고 급변하는 경제, 특히 기술 및 녹색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갖추도록 교육 및 직업 훈련에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OECD는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 생명공학, 재생에너지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셋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리며,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켜야한다. 여기에는 규제 개혁, 녹색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포함되어야한다. 넷째, 우리 경제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과 경제 정책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 OECD는 한국이 보다 강력한 재정 정책을 채택해야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 확대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세제 개혁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경제 용어로 ‘충격요법’은 국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 변동성, 국내 구조적 문제, 에너지 의존도 등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한국 경제의 도전 과제이다. 사회적 저항과 단기적인 경제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지만, 사회 안전망과 복지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여 충격요법의 위험성을 제거해야할 것이다. 최근에서야 22대 국회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입장차이가 크다.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포괄적인 계획 및 효과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탄력적이며 포용적인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기대해본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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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2 17:36

오롯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기를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2011년, 영화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신예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이웃집 문에 붙였던 쪽지다. 그 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예술계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예술인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며, 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최고은 법'으로 불리며, 이후 10년 넘게 수차례 개정을 거쳐 예술인 복지의 기틀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이 물음으로부터 글을 시작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 예술인 지원의 방식과 기준에 변화가 있었다. 예술인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는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국가는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의 결과다.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예술 노동과 예술인 삶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올해 예산은 5년 전보다 166% 증가한 1,067억 원. 예술활동준비금, 생활안정자금, 예술인 고용보험,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이 그 대표적 사업들이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도 많은 예술인이 중앙복지사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약 6,100명이 예술인 활동증명을 완료했고, 올해 601명이 예술활동준비금 18억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북지역 예술인 활동증명 완료자 수 기준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높지 않은 비율이라 아쉽지만 그나마 이를 제외하고는 지역 예술인들이 혜택 볼 수 있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국토부와 협력하여 예술인들에게 주거∙창작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은 주로 서울 중심부에 공공임대주택이 위치해 있어 생활권이 지역인 예술인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녀돌봄센터도 마찬가지다. 또한 예술인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문화예술 용역 및 일거리와 연결되는 것을 고려할 때, 예술시장이 열악한 지역의 현실에서는 그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역 소외와 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인복지사업에서도 나타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예술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청년예술가의 지역 유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은 지역 곳곳으로 이어져야 하며, 예술인 복지정책 또한 예술인의 삶 곳곳에까지 맞닿아야 한다. 중앙과 지역, 현장과 사람, 일상으로 연결되는 범국가적 예술인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바로 중앙과 지역을 잇는 강력하고 활발한 협력적 연계망이다. 그리고 광역단위든 지역이든, 예술인 복지 기능과 역할을 위한 거점이 마련될 때, 중앙 정책이 지역 곳곳, 예술가의 삶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다. 지역 예술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예술인 복지정책 한계점에 대한 지역의 제안이다. 예술인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지금도 예술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있을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 비록 작고 습한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지라도, 오롯이 창작에 매진할 때,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며 우리 삶과 사회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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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2 17:36

완주 침수피해자 실효성있는 도움줘야

세상사 모든 일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촘촘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어느 부분에서는 허점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약 한달쯤 전인 지난달 10일 발생한 호우 피해는 군산, 익산, 완주 등지에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폭우가 내린 지난달 10일 전북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다. 새벽부터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집 밖을 내다보니 장성천의 물이 불어나 거센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냉장고를 비롯한 가재도구가 둥둥 떠다녔다고 하니 그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한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간절하게 손을 내밀던 주민 18명을 전원 구조했다. 운주행정복지센터나 인근 운주파출소, 운주동부교회 등으로도 대피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집 전부를 고쳐야 하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300만 원이라고 한다. 무려 한달전에 발생한 집중호우의 여진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수해 당시 집 안에 있던 가재도구 대부분이 물에 잠겨 못 쓰게 됐다. 하지만 보상금은 300만 원에 불과해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무려 한달전 장선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11세대 17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운주행정복지센터에 머무르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들에게 '일상회복'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살던 집을 고쳐 쓰고 싶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고, 노인 혼자 할 수도 없어서 막막하기만하다. 도배·장판 보수작업과 파손된 가재도구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않다. 지원금 조차 턱없이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주택파손의 경우 면적에 따라 최소 3300만 원에서 최대 1억 20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이 지원되는데 문제는 주택침수에 대한 보상금이 일률적으로 3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300만 원으로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는 것도 버겁고, 집집마다 피해 정도가 다른데 다른 대책은 없느냐고 묻고 있다. 수해로부터 재기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 당국은 좀 더 꼼꼼하게 살필 것을 강력 촉구한다. 선진사회는 힘없고 말없는 소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 듣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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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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