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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예총 회장 사퇴, 새로운 리더십 나와야

전북예총이 시끄럽다.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법정다툼이 일더니 결국 현 회장이 사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1만5000여 명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전북예총이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과연 이러한 예총이 존재햐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올해 1월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비롯되었다. 낙선한 후보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 최무연 후보는 당선된 “이석규 후보가 연예예술인협회 정회원 소속으로 등록했지만, 회원등록 연월일이 없는 회원등록 번호만 있어 5년 이상의 활동한 경력을 확인할 수 없다”며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북예총 임원선거관리규정에는 ‘회장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자는 소속단체에서 5년 이상 활동한 정회원’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주지법 제11-2민사부는 결정문에서 “후보자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입후보해 이뤄진 선거는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전라북도 연합회 회장으로서의 직무집행 정지를 구할 피고의 권리가 있고,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춰보면 (직무정지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이 회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북예총은 선관위를 다시 꾸리고 다음달 열릴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전북예총 회장은 전북 예술인을 대표하는 실력있고 덕망을 갖춘 인사가 나서 예술인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축제의 장이 되어야 회장선거가 정치권 못지 않은 진흙탕 싸움이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예총은 예술인마저 외면하는 단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판이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 예술인들을 붙잡고 예술인들이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감투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외면 받는 건 당연하다. 전북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었으나 역사와 문화예술만은 어느 지역 못지 않게 풍요롭다는 자부심을 가진 곳이다. 옛부터 스스로 ‘예향’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침체된 전북의 문화예술을 일으켜 세우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03 11:40

김제시의회 시민들 신뢰 회복 가능할까

김제시의회가 제9대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이미 시의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은 시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김제시의회는 일부 의원들의 도덕적, 윤리적 문제와 불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지탄을 받으며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제시의회는 제9대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해 지난 1일 재적 의원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80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의장과 부의장으로 3선의 서백현 의원과 재선의 이정자 의원을 선출했다. 2일에는 행정경제위원장에 문순자 의원(비례), 안전개발위원장에 오승경 의원(초선), 운영위원장에 전수관 의원(비례)을 각각 선출하면서 제9대 후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새로운 원 구성과 함께 향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먼저 후반기 원 구성 입성을 위한 이합집산에 따른 의원들간 불화 가능성이다. 상임위원장 3명 모두 초선이고 이 중 2명은 비례대표가 당선되면서 과연 재선 이상 의원이나 지역구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불만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실제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치열한 편 가르기 양상을 보였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과반수 표를 얻기 위해 과열경쟁을 벌였고 판세가 기울어졌다고 판단한 입지자들이 본의 아니게 출마를 포기하거나 큰 표 차이로 낙선하면서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은 의원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우려되는 것이다. 의정활동 성과도 지속될지 관심사다. 시의회가 최근 제9대 전반기 의정활동의 대표적 성과로 조례 발의가 54건으로 제8대 전반기 대비 2.5배 증가했고 5분 자유발언은 53건으로 5배 급증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의정활동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어 후반기 의정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밑바닥 수준인 시의회의 청렴도 제고도 시급하다. 국민권익위가 밝힌 2023년도 김제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전체 5등급에서 최하등급을 면한 4등급에 그쳤다. 부당한 업무 처리 요구, 계약업체 선정시 부당한 관여, 의정활동 관련 금품 요구 등이 지적됐다. 후반기 출범이 시의회가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강현규
  • 2024.07.02 17:59

미우나 고우나 국힘 협조를 받는 게 상책

김관영 지사를 비롯 단체장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해 믿음을 갖게 한다. 민주당 판인 전북은 기업과 자원이 빈약해 갈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66년 252만이었던 인구가 175만도 무너졌다.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2년전 김지사가 취임할 당시에 비해 3만이 줄었다. 전주시도 주변 시군에서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인구가 조금씩 늘어 65만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무너졌다. 전북이 농경사회가 주축을 이뤘을 때만해도 경제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탄탄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제때 구조조정을 못해 경제력이 뒤쳐지고 말았다. 우리보다 도세가 뒤에 있던 강원과 충북이 앞서 간다. 학창시절부터 남들한테 뒤지는 것을 싫어했던 김 지사로서는 몹시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그래서 취임 일성으로 김 지사가 대기업 5개를 유치해서 고용창출을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던 것. 단기필마로 지사직을 거머쥔 김 지사는 김앤장 출신답게 성과주의를 무척 강조한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담당토록해서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김 지사의 철학이 맞아 떨어졌다. 해마다 전북에서 청년 1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간다.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왜 부모 형제를 떠나 타관땅으로 가겠는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만 늘어간다. 이 문제가 이미 고착화 되버려 재정이 빈약한 시군서는 복지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도 버겁다. 그간 나름대로 출산장려정책을 폈지만 별다르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언발에 오줌누기식 지원 밖에 안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북이 발전할려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난해 김 지사가 후발주자로서 새만금에 2차전지특화단지지정을 받은 것을 교훈 삼아 정부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서 성과를 계속 거둬 나가야 한다. 관건은 얼마나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바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공무원을 발탁해서 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무라인의 역량을 강화해서 전북이 정권으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지역정서가 민주당 일변도로 오래동안 고착되다보니까 현 윤석열정권과 유리되면서 전북몫 챙기기가 어렵게 돌아간다. 지난 대선 때 전북에서 윤석열후보한테 14.4%라는 최고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이를 설득자료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윤 정권을 싫어하는 도민들이 많아도 국힘쪽에서 5년간 국정운영을 맡은 여당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힘도당위원장인 5선의 조배숙 의원과 김지사간에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라서 협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전북이 정부의 지원을 폭넓게 받으려면 민주당 의원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도 21대에 비해 전북 출신의원들이 고루게 상임위에 배치된 탓에 국가예산 확보에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정부 여당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힘과의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조 의원을 비롯 연고의원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정무라인을 다시금 점검해서 약한부분을 보완토록 해야 한다. 김지사는 특히 잼버리대회 이후 소원해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빨리 복원해서 전북이 더 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울러 도내 출신 중진의원들과 초재선의원들까지도 같은편이지만 도정추진에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대화의문을 활짝 열고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도민들은 지난 2년간 김관영도정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유치가 절실하기 때문에 도전경성으로 매진하길 바란다. 아쉬운 건 김 지사 혼자서 뛴다는 이야기가 안나오도록 측근을 정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7.02 17:59

유럽의 흑사병을 넘은 소멸 위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끌고 있는 K-POP도 과거부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그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만국의 공통적 삶의 주제인 ‘사랑’마저도 통하지 않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사랑을 넘어 결혼까지 포기하면서 한국이 소멸 위기에 몰려 있다. 1960년과 1970년대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에서는 작은 국토에서 급격한 인구 증가를 염려해 인구정책을 펼쳤고 이런 정책은 1990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구호까지 외치며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을 장려했었다. 그런데 불과 40년 전까지 인구 증가를 걱정하던 한국 사회가 이제는 OECD 가입국 중 출산율이 최하위를 기록하며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매년 감소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2024년 0.68명까지 감소했고 이는 임신할 수 있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68명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한국의 소멸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수치이다. 이런 수치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보다도 낮은 것으로 아시아 꼴찌를 넘어 전 세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시급한 현 사회의 문제이자 미래 한국 경제 및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저출산·고령화가 미래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 영향으로 45.8%가 인력 수급의 우려를 꼽았고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과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0%)이 뒤를 이었다.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 중인 출산율로 최고의 대학 입시 전략은 ‘재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고 국내 한 기업은 출산 장려를 위해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에서 아이 1명당 1억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며 현재까지 70억원을 지급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마저 한국의 출산율을 주목하고 있는데 뉴욕타임즈는 한국을 언급하며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평가했고 일본의 한 경제지에서는 ‘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지난 15년 동안 정부는 3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유럽의 성공적인 제도를 도입했으며 휴직 제도와 보육 및 양육을 위한 현금성 지원도 향상됐지만 출산율은 하락을 넘어 추락으로 이어졌다. 일찍이 1910년대에 유럽에서 저출산이 큰 사회 문제였던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시대의 저출산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된 직장을 잡기 위해 필자의 세대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도 쉽지 않은 데다 월급은 10년 전보다 10% 정도 상승한데 반해 집값은 10배 폭등한 이 사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후세대에 전수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출산율 상승을 위해 그동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해왔던 출산지원책의 패러다임을 출산 의사가 있으나 난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 지원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산업유치에 힘을 쏟고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의 고향 전북도 청년 유출이 심각한 소멸 우려 지역이 아닌 1960년대 250만명에 이르렀던 그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영광을 다시 찾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최형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7.02 15:16

미술관의 문턱 넘기

어려서 아빠가 손에 쥐어 준 크레파스와 색연필은 내 놀이기구였고 장난감이었다. 일터로 나간 엄마의 빈자리에 자연스레 아빠의 화실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던 내가 가장 가깝게 보고 만지고 익숙한 것이 그림이었다. 전북도립미술관 근처에는 유휴열미술관이 있다. 1987년 유휴열 작가(서양화가)가 작업실이 필요해 이곳에 터를 잡았고 2020년 4월, 화실 옆 기존 갤러리 건물을 개조하여 유휴열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하였다. 그림과는 무관하게 빙빙 떠돌다 고향에 온 느낌으로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4년 동안, 많은 작가와 전시회를 마주하며 작가와 관람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작품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는데 무심코 들어왔다가 미술관임을 알고 어색해하거나 멈칫거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고 자주 들었던 말은 “그림을 볼 줄 몰라서요” 이다. 미술은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어렵고 생소하며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를 떠올리기는 쉬워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면 발걸음이 오래 머물고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유명하니 당연히 훌륭한 작품일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경험과 배경에 따라 미술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좋은 시 한 구절을 읽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색감이나 터치 혹은 전체적인 조화가 편안하다면 그게 바로 좋은 작품이 아닐까. 또한 작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상상해보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해진 답도 없고 그 답은 내가 만들기에 달려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는 재미를 스스로 찾았으면 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들 덕분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르도 다양하고 그 수도 넘쳐난다. 어떤 스타일의 작품이 나와 맞을지는 직접 내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봐야 알 수 있다. 때로는 작품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기억들을 상기시켜 색다른 즐거움을 줄 때도 있다. 살면서 경험했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감정들을 작품을 통해 만난다면, 그 시간들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내 삶이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혹은 여가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그림이라고 대답하는 분이 많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이색적인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나 교양 강좌,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 해설(도슨트)도 있고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파리나 런던, 뉴욕 등 여행을 가면 평소 미술관과 친하지 않던 사람들도 꼭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다. 그곳은 오랜 시간을 통해 쌓아온 역사와 전통이 있고 흔히 말하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예술이, 미술이 생활 속에 함께 녹아 살아가는 분위기가 부럽다. 언론에서는 미술 작품이 투자 수단이 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고, 대규모 아트페어에 관람객이 몰려들어 판매액이 얼마라고 보도하지만 실상 미술 저변은 여전히 찬 바람이 분다. 특히 우리 지역은 미술 학과, 학생들도 줄어들어 젊은 작가들도 많지 않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게 순수미술을 고집하는 그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림 그리는 것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 낭만적이었던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은 아득하다. 되돌아보면 내 집 거실에 그림 한 점 걸려있는 집이 얼마나 될까. 미술관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유가림 관장은 2020년 4월부터 유휴열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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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7.02 15:16

평화의 소녀상, 해외 분투기

사르데냐섬은 이탈리아반도 서쪽 바다에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두 번째 큰, 지중해 제2의 섬이다. 이 섬에 있는 스틴티노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휴양 도시다. 지난 6월 22일, 이곳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해외에서는 열네 번째 설치된 소녀상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우리나라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것이 시작이다. 소녀상이 처음 제막된 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1천 회를 맞은 날이었다. 열서너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소녀의 슬픈 사연을 형상화한 소녀상은 부부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씨가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많던 소녀 시절을 돌려주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소녀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립되기 시작했다. 해외 소녀상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립공원 공립도서관 앞에 세워진 것이 처음이다. 그 뒤 세계 도시들의 소녀상 건립이 이어졌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의미 있는 연대였지만, 해외에서의 소녀상 건립은 순탄치 않았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만 해도 재미 일본인 극우세력들이 반발해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등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해외 도시의 소녀상은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지속적인 압박으로 철거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철거된 소녀상도 있다. 독일에서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 카셀시의 카셀대학에 설치됐던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온갖 훼방으로 2023년 3월, 철거되고 말았다. 베를린의 소녀상 역시 설치 허가 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철거될 위기다. 새로 설치된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의 소녀상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제막식 연기를 요구했던 일본 정부가 소녀상 옆에 놓인 비문을 문제 삼아 지속적인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에도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은 끝내 소녀상을 지켰다. 제막식에서 발레벨라 시장은 그 의지를 이렇게 밝혔다. “전시 성폭력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문제다. 소녀상은 비극적인 전쟁의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고통, 그 외침에 답하는 연대다.” 일본의 소녀상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왜곡된 역사를 앞세우고도 당당하게 나선 일본 정부와 비교해 우리 정부는 ‘필요하면 적절한 대응을 검토해나가겠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해외 소녀상. 자칫 때를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7.02 15:13

본격 장마 선제적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를

2일부터 3일까지 남부지방부터 수도권까지 많은 비가 예보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가 가동됐다.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한 것이다. 호우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수도권에는 30~80㎜, 많은 곳은 120㎜까지 예보됐고 강원권은 20~80㎜, 충청권 30~80㎜, 전라권 30~80㎜, 경상권 10~80㎜, 제주는 20~60㎜의 비가 예보됐다. 기후위기가 현실화 한 요즘엔 특정 시기나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호우로 인한 각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론은 하천변, 저지대, 지하차도, 지하 주차장 등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우회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게 그나마 최선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산사태·낙석 우려가 큰 경우엔 반드시 인근 주민을 선제적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침수 우려지역 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경우 자칫 피해가 커질 수 있기에 안전망이 잘 가동돼야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높은 경각심과 자발적인 조치다. 산사태 우려 지역이나 하천변, 지하공간 등 위험한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도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점검에 나섰다. 그간 누적강수가 많았고 추가로 강수가 이어진만큼 자칫 피해가 우려되기에 반지하주택 등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위험기상 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서, 소방 등 유관기관과 협업하는 시스템도 가동중이다. 불과 얼마전 전북은 생각지도 않았던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호우로 인한 2차 피해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전북지역에는 평균 72mm의 많은 비가 내렸고, 특히 남원은 125mm로 최고 강수량을 보였다. 장수 109.5mm, 순창 105, 완주 94.9mm, 전주 73mm, 장수 73mm, 임실 68.1mm, 부안 64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뱀사골 160mm, 번암 134mm, 주천 124mm, 풍산 107mm, 고산 949mm 등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아직 피해는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부터는 기상예보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국민행동 요령에 따라 통제된 구역에는 진입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7.02 14:26

새만금특별지자체, 올해 안에 출범시켜라

김관영 특별자치도지사가 올해 안에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을 위해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미적지근한 태도에서 적극적 자세로 돌아선 것 같아 반갑다. 그동안 다른 지역은 황새 걸음을 걷는데 전북만 뱁새 걸음이었다. 경제가 가장 낙후되고 인구 소멸의 급행열차를 타고 있는 전북이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없을 것은 뻔하다. 이제라도 새만금특별지자체와 전주·완주 통합에 속도를 내 성장동력의 모멘텀을 마련했으면 한다. 김관영 지사는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을 포함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새만금을 매개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멸 위기 극복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2022년 1월 13일 시행된 제도로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단체를 말한다.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 수 있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인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이 대상이다. 전북도가 조례 등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으나 첨예한 관할권 다툼으로 첫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관할권 문제와 특별지자체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5월부터 ‘새만금 메가시티 발전구상 연구’에 착수했다. 오는 9월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과 익산시를 포함한 광역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내용이다. 기존 새만금 권역 3개 시·군에 익산까지 범위를 넓혀 인구 65만 규모의 특별지자체를 지향한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다른 지역은 지금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활발하다. 대구·경북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정부가 충청지방정부연합(충청권 특별지자체) 규약을 승인해 오는 10∼11월이면 출범할 예정이다. 이처럼 광역간 통합이 이루어지는데 전북만 기초단체 통합도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이로 인해 정부 예산 확보나 국가사업 유치에 불이익이 크다.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들을 설득하는 한편 전북특별법에 규정된 특례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올해 안에 성과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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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02 12:02

기업인의 책임을 곱씹다 - 아리셀 화재 참사에 부쳐

“20대 청년이 공부하는 도중에 잠깐 아르바이트 하다가 그만….” “딸이 올가을에 결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조카들 이제 29살인데, 애들이 다 없어졌어요.” 지난달 말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족, 지인들이 전한 사연이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청춘들이었고, 열심히 살아보고자 멀리 이국땅까지 찾아온 외국인 취업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의 신산했을 삶을 전해 들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저 안타까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려 23명의 직원이 퇴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 앞에서 기업인(CEO)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생각 끝에 ‘기업인의 책임’을 원론적 수준에서 다시금 정리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기업의 목적을 가능한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우선하는 경영’이야말로 기업의 본질적인 사명이라는 것이 필자가 얻은 결론이다. 회사를 성장시키는 주역인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인지, 우리는 이번 참사를 통해 반드시 제대로 배워야 한다. 또한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경영의 최상단은 항상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특히 이번 참사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취업자를 대할 때,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싶다. 외국인 직원은 우리말이 서툴고, 업무 환경 및 문화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칫 소외되기 쉽다. 하지만 외국인 취업자는 이미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들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취업자는 약 92만명. 전체 취업자의 3.2%에 달하며, 가장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맡고 있다. 물론 사람을 우선시하는 경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필자 역시 잘 알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과 격무를 달고 사는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있다 보면 신경 쓸 일이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비나 가족’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사용한다.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돈은 기업의 성장과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비나텍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금까지 소홀했던 부분이 없는지 전사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결함이 발견되면 아무리 큰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바로잡을 계획이다. 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법. 기업인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건의하고 싶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 ‘좋은 환경’의 조건에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을 포함하여 주기를 요청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의 성장은 사람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데 진정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기업인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외국인 취업자들이 차별받지 않기를, 유족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기를 기원하며, 마음 깊이 애도의 뜻을 전한다. /성도경 비나텍주식회사 대표이사 △성도경 대표는 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 이사장·(사)탄소수소산업연구조합 이사장·지식재산혁신기업협의회 부회장·(사)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 부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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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17:27

풍선 날리기, 작란(作亂) 또는 전쟁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띄워 올리는 일은 그 행위만으로도 낭만적이다. 타이완 시골 마을 지우펀의 풍등처럼-. 띄우는 이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풍등이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를 때 우리는 환호작약한다. 거기 쓰인 글귀가 ‘선영아 사랑해’든, ‘엄마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요’든 그걸 띄워 올리는 마음들이 두루 간절하고 아름답기에 나랑 별 관련 없는 풍등에도 같이 손뼉 치며 기뻐한다. 이래저래 풍선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맨몸으로는 지상에서 오 미터도 못 떠오르는 인간의 유한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낭만적 소품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에 이런 풍선은 어떤가? 오늘도 어김없이 재난 문자가 온다. “00시 00분경 00지역 상공에서 북한에서 날려보낸 오물 풍선이 포착되었습니다. 야외활동 간 적재물 낙하에 유의하시고 발견 시 내용물은 열어보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관서에 신고하시고-.” 말 그대로 재난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풍선을 들고 나라와 나라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희한한 일이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한쪽은 위대한 공화국 이름으로 한쪽은 풍요의 상징 자유대한의 이름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아름다운 한반도의 밤하늘을 향해 밤도깨비 두상처럼 괴이한 풍선을 날려 보내며 그들끼리 박수를 친다. 선진국 문턱에 다 왔다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도대체 이 유치하고 졸렬하기 그지없는 풍선질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대체 낭만적이지도, 랑만적이지도 않다. 전략으로도 전술로도 그다지 효과적일 리 없다. 그저 네가 하니 나도 한다는 단순한 발상, 네가 먼저 멈추기 전엔 언제까지나 계속한다는 억지 떼쓰기에 다름 아닌 짓이다. 저쪽이 담아 보내는 건 오물에 양말짝에 담배꽁초요, 이쪽이 보내는 것은 상대방 vip의 포르노 합성사진, 드라마, 가요가 담긴 유에스비란다. 이런 일로 상대방 접경지역의 주민들 사이에 자기 정권에 대한 저항정신이 싹트고 자본주의에 대한 동경심이 사무치게 치밀어 오른다면야 반쯤은 효과가 있다 할까? 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그럴 리 없다는 사실 아닐까? 그렇게 자유대한을 동경하게 하고 싶으면 전면적인 개방정책을 펼쳐서 남한의 드라마며 가요가 북한 주민의 일상을 헤집게 할 궁리를 하는 게 훨씬 빠른 길 아닐까? 적개심과 조급함에 사로잡힌 몇몇 탈북자들이 이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저 불장난이거나 아니면 소동을 만들어 주목받으려는 작란(作亂)에 지나지 않는다. 장난이거나 작란이거나 그것이 총질로 이어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마는 것을 숱한 전쟁사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끔찍한 일인가? “조카는 폐결핵으로 죽어가는데, 이래 가지구 약이나 제대로 들어가갔네? 내레 다시 묻갔어. 도대체 이거이 누구를 위해서 보내는 거이가?” 얼마 전 막을 내린 어떤 연극에서 한 탈북자가 풍선 날리기를 막으며 애타게 호소하는 대목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풍선이란 말인가? 제발 멈추자. 이제 먹고 살 만한 나라, 체면과 자존심도 좀 챙길 때가 된 나라가 한발 양보하고 먼저 멈추자. 그게 그리 어려운가? 영 멈출 수 없다면, 그 안에 몇 안 남은 이산가족들의 편지라도 넣어보면 어떨까? 빛바랜 가족사진이라도, 눈물 젖은 손수건이라도 넣어 보내면 어떨까? 꿈인 듯 생시인 듯 답장이 오지는 않을까? 유치한 장난에 하도 지친 끝에 해보는 공허한 상상이다. /곽병창 극작가∙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곽병창 교수는 창작극회 창작소극장 대표·전주시립극단 무대감독·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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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17:27

‘물로 보지 마’ ⋯ 먹는 물 논란

주변에 귀하지는 않아도 ‘물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물’이다. ‘물로 보다’·‘물 쓰듯 한다’는 관용구가 자주 쓰인다. 물을 하찮게 여긴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부족한 게 많았던 때, 그나마 주변에 넘쳐나는 게 깨끗한 물이었던 시절에 나온 말일 게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물을 헤프게 쓰거나 하찮게 여겨도 될 만큼 물 걱정이 없는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극심한 계절적 격차가 문제다. 겨울~봄철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뭄이 끝나면, 곧바로 홍수를 걱정해야 한다. 모자라서 근심, 넘쳐서 걱정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물에 대한 관심과 논의의 초점은 ‘안전한 식수’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거나 끓여 먹는 가구가 크게 줄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수돗물에 대한 불신 해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익산이 수돗물 논란으로 연일 뜨겁다. 익산시가 수돗물 공급체계 개선방안을 다시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해묵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익산의 수돗물 공급체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전주권광역상수도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완주 대아저수지의 수자원을 만경강 상류에서 끌어내 자체 시설에서 정수한 후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돼 있다. 익산시에서 10여년 전부터 광역상수도로의 상수원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전주권광역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완주 고산정수장에서 금강 상류 용담호의 물을 정수 처리해서 관로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시에서 운영하는 2곳(신흥·금강)의 지방정수장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완주 고산천 취수보에서 약 28km에 이르는 농업용 대간선수로를 통해 공급하는 물을 원수(源水)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관로가 아니라 개방형 수로를 통해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는 탓에 수질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지방정수장의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책이 급해졌다. 광역상수도로의 전면 전환이나 기존 시설 보수·신설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논란에는 이유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맞서기 때문이다. 광역상수도로 전환할 경우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광역상수도에는 관련 법률(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톤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이 수도요금 고지서에 통합하여 부과된다. 시민 생활용수 공급을 전적으로 공기업에 맡기지 않고, 자체 정수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선택은 그 물을 먹어야 하는 시민들의 몫이다. 지자체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시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장마가 시작됐다. 집중호우와 함께 태풍급의 강한 비바람도 예보됐다. 다시 물난리를 조심해야 할 때가 왔다. 어쨌든 이제는 ‘물을 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시기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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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7.01 12:06

단체장, 지방의원 남은 2년 성과로 말하라

가장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표로 심판을 받아 주민을 대표해 살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결국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였는지 여부다. 화려한 언변이나 순간순간을 넘어가는 임기응변, 소통과 화합도 결국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7월 1일은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 도정과 도내 14개 시군정 임기가 4년 임기중 꼭 절반을 넘어가는 분수령이다. 결론은 지난 2년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공약을 다시 점검하는 한편, 더 낮은 자세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취임 2주년을 맞으면서 김관영 지사, 서거석 교육감, 14개 지역 시장군수, 도의회와 시군의회는 모두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짧게 보면 2024년 올 한해의 절반이 휙 지났다. 전북특별자치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백년대계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실 특별자치도 역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제도일 뿐이다. 도민이 행복한 전북을 만드는데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전북자치도의 경우 민선 8기 전반기 2년간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기회발전특구 지정, 사상 최대의 기업유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등 뚜렷한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람이 떠나고 기업이 외면하던 전북에 지난 2년간 12조8000억원의 기업유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부단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밤낮으로 뛰었기에 이룬 성과다. 하지만 아직 체감할만한 뚜렷한 과실은 없다. 확실하게 수확을 해야만 각종 정책이 도민의 삶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여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자랑하기에 앞서 더 겸허한 자세로 부지런하게 뛰어야 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접시 깨는 것은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일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뭔가를 해봐야 한다. 도내 시장, 군수나 도의원, 시군의원들도 지난 2년 전반기 성과에 안주해선 안된다.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자화자찬은 이제 필요없다. 가시적 성과가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갈수록 쇠락하는 전북은 이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그게 민선 8기 후반기를 맞는 지금의 시대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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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01 11:58

고급외제차 음주운전 사망사고, 엄벌하라

고급 외제차 운전자가 음주운전과 과속으로 경차와 충돌해 10대 운전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한 경찰들은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현장에서 신분 확인과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아 사고 처리의 허점이 드러났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엄벌과 함께 경찰의 미흡한 사고처리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고는 지난 27일 밤 12시 45분께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광장 인근 교차로에서 황색 점멸 신호에 직진하던 포르쉐 차량이 적색 점멸신호에서 좌회전하던 스파크 차량의 측면을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운전 연습을 하고 귀가하던 꽃다운 10대 여성이 목숨을 잃고 동승한 10대도 중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를 낸 포르쉐의 최고 속도는 시속 164㎞에 달했다. 이때 사고 차량 운전자는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고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잠시 후 차량 운전자는 병원에서 빠져 나왔고 당황한 경찰은 뒤늦게 운전자를 찾아 음주측정을 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이었다. 자칫 제2의 김호중 사건이 될 뻔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6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술 마신 차량에 의해 매일 성실한 가장이나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생명을 잃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음주운전 재범률은 43.6%에 이른다. 거의 습관성이 되었다. 2018년 부산에서 군복무 중 휴가 나온 장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뒤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에 의해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되고, 처벌 수준도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2천만원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가 반짝 낮아졌을 뿐 큰 차이가 없다. 그것은 음주운전을 대하는 태도가 관대하고 처벌 수위가 약한 탓이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다.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량은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상습운전자에 대해서는 신상 공개와 함께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을 불행하게 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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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7.01 11:40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필링 코리아, 필링 캠퍼스’로 !

우리에게는 아직도 ‘세계한상대회’로 더 잘 알려진 ‘제22차 세계한인비지니스대회’가 오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북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다.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행사지만 ‘필링 코리아(Feeling Korea), 필링 캠퍼스(Feeling Campus)’의 컨셉으로 준비하면 매우 매력적인 대회로 승화시킬 수 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거주하며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역 디아스포라’가 주요 참여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전체 한민족의 13%에 해당하는 약 750만 명의 동포가 180여 개국의 나라에 진출하여 살고 있다. 올해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명칭을 변경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로 전 세계 한인 기업인 3,000여 명이 모이기 때문에 국내외의 관심이 매우 크다. 참가업종도 제조업, 4차산업, IT, 금융,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동포 기업과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외국인 기업도 참여하는 상생의 자리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유치경쟁도 아주 치열하다. 이번에도 인천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온갖 불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전주 유치에 성공하였다. 이 대회는 우리 지역의 경제영토를 세계 전역으로 확대시키고,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꼭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에 변변한 대형 컨벤션 하나가 없어서 대학의 운동장에 에어돔(Air Dome) 텐트를 치고, 큰 국제 행사를 치러야만 하는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악몽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국제적인 망신살을 뻗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고, 스스로가 많이 위축되어 있다. 발상을 전환해 보자. 오히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대학 캠퍼스에서 개최된 적은 없었다’는 점에 착안해 보자. 대학 캠퍼스에는 젊은 인재와 생동감이 넘친다. 전북대학교의 경우만 해도 무려 2만 명가량의 젊은 청년들이 상주하고 있고, 교직원을 포함하면 약 3만 명이 생활하고 있으니 생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곳이다. 도내 대학들과 연계할 경우 유사 이래 가장 활력이 넘치는 대회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캠퍼스는 지·산·학(地·産·學) 연계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여 사회에공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서 한상(韓商)을 꿈꾸는 한인 청년들의 롤 모델이 되고자 하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지로서는 최적지가 되는 것이다. 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더 있다. 전북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유명하다. 정문, 건지광장,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그리고 이 밖에도 많은 건물들이 전통 한옥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게다가 주변의 덕진공원과 전주는 다른 도시들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한국적 정취가 넘쳐난다. 점차 한민족의 정체성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한상(韓商)들에게는 탄산음료와 같은 청량감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2023년 세계잼버리는 도민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대단히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지역의 브랜드와 위상을 드높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활용하자. ‘필링 코리아, 필링 캠퍼스’의 기치를 내걸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젊음이 넘쳐나는 대회로 준비하자. 그러면 컨벤션이 아닌 운동장에서 치를 수밖에 없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는 디테일이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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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30 18:16

전북, ‘바이오산업 전략’ 뚝심있게 추진하길

전북특별자치도가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 절차를 거쳐 지정한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북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북 등 6개 지역이 신청한 오가노이드 분야는 어느 곳도 특화단지 지정을 받지 못했고,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도전장을 낸 5개 지자체는 모두 지정됐다. 신청 지역 11곳 중 5곳이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인체 장기 유사체로,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 인공장기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 분야는 관련 산업이 R&D(연구·개발) 단계이고, 아직 대규모 산업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특화단지를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산업단지 육성을 목표로 하는 특화단지 지정에 이를 만큼 오가노이드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 분야에서는 공모를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다. 어쨌든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7월 특화단지(새만금국가산단)로 지정된 2차전지와 함께 바이오산업을 전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웠던 만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바이오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산업이다. 지속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정부의 특화단지 지정 결과와 상관없이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을 뚝심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특화단지 지정은 무산됐지만 애초 계획대로 바이오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번 정부 공모에 대응해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바이오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해 놓았다. 바이오산업의 잠재력과 기회도 재차 확인했다. 특히 정부가 오가노이드 분야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한 만큼 향후 추가 도전의 기회도 분명히 주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지역 산·학·연·관의 역량을 총결집해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바이오산업 분야의 신규사업 발굴 및 관련 기업 유치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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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30 18:02

웅치전투 선양사업, 도민 관심 가져야

임진왜란 초기 호남 방어의 첫 승리로 조선을 지켜낸 웅치전투에 대한 선양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임진왜란 웅치 전적 종합정비계획 수립용역’이 진행 중이며 8월에는 ‘웅치전투 승전기념 추모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전북 도민들은 432년 전 호국을 위한 조상들의 자랑스런 역사에 관심을 갖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조선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1592년 7월, 진안과 전주의 경계인 웅치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전라도 관군과 의병이 금산을 넘어 전라도 감영이 있는 전주로 침공하려는 일본군을 막아내 임란 초기 호남 방어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육상전투에서의 실질적인 첫 승리였으며 민족사적 위기 상황에서 조선을 구한 구국의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전라도를 수호해 이후 군량보급과 병력 보충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유명한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말도 여기서 연유한다. 이같이 뜻 깊은 웅치전투를 기리기 위해 정부는 2022년 12월 웅치전적지를 국가유산인 사적으로 지정했다. 구역은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대 등 총 23만 2329m²에 이른다. 전북특자도는 용역에 대해 8월에 중간보고, 10월에 최종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웅치전적지는 방치된 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의 전투 유적지나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전체 유적지 중 일부만이 지정돼 구역에 대한 지속적인 보존과 조사·연구 등이 필요하다. 나아가 당시 함께 치렀던 인근 이치전적지는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웅치전투와 뗄수 없는 관계여서 충남 금산군(당시 전라도 진산군)과의 협력을 통해 연계했으면 한다. 충남과의 협력을 통해 이치전적지까지 호국의 성지로 격상되면 광역도간 협력사업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전북은 고비마다 개국과 호국의 빛나는 역사를 장식해 왔다. 서기 전 195-180년에 준왕(準王)이 전북지역에 한(韓)을 세웠고, 견훤왕이 900년 전주에 후백제를, 이성계가 1392년 조선왕조를 세웠다. 임진왜란 당시 웅치·이치전투, 그리고 1894년 동학혁명 등은 호국의 전통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침체되었지만 역사적·정신적으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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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30 18:02

군산시와 시민을 위해 시의회가 나아갈 방향

‘소통하고 공감하며, 행동하는 의회’라는 의정목표를 가지고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가 힘차게 시작했다. 제9대 후반기를 짊어질 의장으로서 어떻게 의회를 이끌어갈지 생각해 봤다.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지역경제는 어렵기만 하고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져만 가고 있다. 거기에 저출산, 인구유출 등 지역소멸의 위기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어떻게 하면 지역의 발전을 이루고 시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군산시의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본다. 첫째,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는 시민과 함께, 시민을 중심으로, 시민을 위한 의회가 되도록 할 것이다. 근로자, 청년,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경청하면서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각 상임위별로 시정업무 전반에 대해 세밀하고 심도 있게 점검하고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히 시정조치 할 것을 집행부에 촉구할 것이며, 시민 생활에 밀접한 민생 조례안을 적극 발의하는 등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민이 중심인 의정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둘째,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는 의원 간 화합하고 단결하여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집행부와 협치해 나가겠다. 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으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그 뜻을 집행부에 전달하는 대의기관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치가 가장 중요하다. 의원 간에 서로 화합하고 포용하면서 배려해 원팀으로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또한 시정에 대한 합리적 견제와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잘한 것은 칭찬과 격려를, 잘못한 것은 비판과 시정을 통해 군산시 발전을 견인해 나갈 것이다. 셋째,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는 연구하는 의회상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군산시 전통시장 발전 연구회(회장 김우민 의장) △군산시 폐자원에너지화 시설개선 연구회(회장 김경구 의원) △군산시 스포츠경쟁력 강화 연구회(회장 김영란 의원) △군산시 출연·출자 기관 발전 연구회(회장 한경봉 의원) △군산시 행정조직 연구회(회장 윤신애 의원) △군산시 지역경제 Platform 혁신 연구회(회장 나종대 의원) 등 6개 의원 연구단체를 통해 현장답사와 벤치마킹, 정책개발 연구용역 실시 등을 통해 타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직접 살펴보고,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토론함으로써 군산시의원들의 의정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는 군산시민을 대변해 안전한 군산시 만들기 등 현안문제 해결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로 근로자 23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군산시도 지난해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따라 기업 투자 유치가 가속화되고 있고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중 약 30%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기에 이러한 화학 사고에 안심할 수 없다. 화학 사고로부터 군산시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군산시의회에서는 더욱 철저한 안전대책 마련을 주문할 것이다. 군산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행동하는 의회상을 정립, 군산발전을 선도하는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마부작침(磨斧作針)’ 즉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의정활동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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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30 18:02

왜 거울은 깨지는가

요즘 모 재벌가의 이혼 이야기가 핫하다. 지난 5월 30일 항소심에서 아내에게 위자료 1조 3808억 원과 정신적 손해배상 2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은 단군 이래 최대로, 정·재계를 뒤집어 놓았다. 일반적인 위자료 적정선 3000만 원임에 비하면 천문학적인 돈이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본분을 다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이들의 이혼 소식은 마음마저 혼란스럽게 한다, 이혼을 일컫는 파경(破鏡)은 깨진 거울이라는 뜻으로 부부의 사이가 틀어져 헤어지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본래는 헤어진 부부가 다시 합칠 것을 기약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진나라가 수나라에서 망할 즈음 진나라 관리 서덕언(徐德言)이란 사람이 헤어지게 될 아내에게 두 쪽으로 깬 거울 한쪽을 주며 말했다. “수나라가 쳐들어오면 우린 헤어지게 될 터이니 이 깨진 거울을 증표로 가집시다. 내년 정월 대보름에 장안의 길거리에 내다 팔면 기필코 내가 그대를 만나러 가리다.” 약속했다 이듬해 정월 대보름날 서덕언은 장안에서 어떤 노파가 깨진 거울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품에 있는 거울 반쪽을 맞춰보니 딱 들어맞았다. 깨진 거울의 뒷면에 자신의 심경을 쓴 시를 노파 편에 아내에게 보냈다. 아내는 수나라의 노예가 되어 성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처지였다. 이처럼 애틋한 소식을 들은 수나라의 귀족 양소(楊昭)가 그녀를 풀어주어 두 사람은 재결합하게 되었다. 이처럼 파경은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언약하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와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파경은 갈라섬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후 관계를 잘라버리고 깨진 거울만 강조하여 부정적 인간관계로 변질한 것은 사회가 그만큼 거칠어졌다는 의미다. 파경이라고 하는 이혼의 이유는 보통 성격 차이나 한쪽의 외도나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위장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성격으로 맞추기 어렵거나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활 방식에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한 쪽이 외도를 저지르는 때 이혼의 이유가 된다. 이 경우 신뢰가 깨지고 마음의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족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돈 때문에 싸우거나, 부부 중 한 명이 경제적인 파탄의 원인 제공이 되어 이혼을 선택한다. 이는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해치게 되어 결혼 생활 지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혼은 종종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되지만, 종종 필연적인 결말이 되기도 한다. 파경을 막기 위해서 부부는 노력해야 한다. 서로의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차이를 수용하고 타협점을 찾아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한 신뢰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대화하면,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재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해야 한다. 가정의 경제적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제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갈등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부부간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특히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취미 활동을 통해 공동관심사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눌 때 부부 사이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러한 노력은 부부간의 결속력을 강화하여 파경을 예방하고,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파경을 맞은 부부에게 묻는다. 왜? 거울은 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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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30 18:02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

전북이 못사는 원인은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생태계를 과감하게 구조조정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농경사회가 주를 이뤘던 시절에는 전북경제력이 탄탄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경제력이 뒤쳐지게 됐다. 특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일 먼저 간파할 도지사들의 리더십과 역량이 부족해 전북 산업화를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한 탓이 결정적이다. 민주화 이후 DJ 노무현 문재인대통령 등 진보세력이 3차례 집권한 때가 전북 한테는 좋은 기회였지만 전북출신 정치인들이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탓이 결국 오늘과 같은 지역낙후를 가져왔다. 전북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한테 역대 최고로 14.4%를 지지, 호남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다. 정서상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윤석열정권에 안티세력이 많지만 정권 출범 이후 혹시나 행여나 하고 윤 정권에 실날같은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전북은 존재감 없이 찬밥신세로 전락,정권으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현재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바꿔져 인구소멸지역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지난해 새만금에서 개최된 잼버리 대회가 전북도의 사전준비 소홀로 실패했다는 누명을 똘똘 뒤집어 써 광역단체중 유일하게 국가예산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젊은 김관영지사가 동분서주해도 지역낙후를 떨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는 척박한 기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에 2차전지특구를 지정 받는 쾌거를 이룩하면서 자신감을 가졌지만 정권이 밀어주고 지원해주지 않아 갈수록 속만 타들어 간다. 올해는 김 지사가 바이오특화단지를 유치하려고 바이오선진도인 충북과 힘을 합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가 오가노이드 분야를 선정치 않아 희망의 싹을 띄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의약품을 신청한 인천 등 5개 지역은 모두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윤석열정권은 지난 총선때 여소야대 구도가 왜 만들어졌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20년만에 10석 전석을 싹쓸이 한 가운데 국힘후보가 11.5%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윤석열정권에 대한 국정심판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북도한테 몰아 씌운 것에 대한 반발심이 크게 작용해서 국힘후보들의 득표율이 저조했다.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힘을 필요로 하는 전북을 더 이상 소외시키지 말고 본인이 후보시절 말했듯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표생표사(票生票死)란 말도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낙후가 심한 전북을 특자도출범과 더불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처럼 국힘후보한테 표를 주지 않았다고해서 전북을 홀대하면 전북은 낙후를 극복할 수가 없다. 지금 안티세력이 많은 전북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역으로 도움 주는 게 윤 대통령이 할 일이다. 백성일 주필 백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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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6.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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