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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청 ’쓰리 딸랑이‘ 들어봤나요?

‘쓰리 딸랑이’. 요즘 무주군청 직원 사이에 웅성거리는 말이다. 군청 조직에서 시작된 이 말은 이제는 주민들 사이에까지 파고 들었다. 무릇 ‘딸랑이’라 함은 아부성 강한 자를 비꼬듯 표현하는 단어. 다시 말해 군청 내에 세 명의 아부쟁이가 있다고 꼬집고 있다. 알아보니 일부 5급 사무관들의 평소 행태가 도화선이었다. 행정복지국장 자리가 다음 달 공석이 되는데 그 자리에 오르고픈 사무관들의 행태가 얼마나 눈꼴사나웠으면 조직 내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정도가 지나쳐 선을 넘었다는 것일테다. 이를 꼬집는 조직과 지역사회의 ‘따끔한 회초리’임을 당사자들부터 알아채야 한다. 군청 수뇌부는 군민들의 이런 평가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더욱이 그 발원지가 군청 내 하부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부 떨어 승진하려는 자는 배제하고 국장 자리는 능력과 인성, 리더십 등을 검증받아 가야한다. 온갖 공치사는 제 몫으로 돌리고, 불량 민원인이나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부하직원 등 뒤로 숨어버리는 비겁자는 국장이 아니라 팀장의 자격도 없다. 역량이 모자란 자는 스스로 손사래를 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2018년 조직 개편을 통해 만들어진 두 국장 체제는 당시 ‘무주군 실정에 무슨 국장?’, ‘옥상옥’을 들먹이며 결재 라인 하나만 더 는다는 ‘국장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 시스템을 이제 와서 들춰내긴 싫지만 이전에 무주군에서 5급 사무관이라면 ‘오를만큼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조직의 정점이었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승진욕을 탓할 수는 없지만 5급도 과분한 자는 스스로 자기 그릇 크기를 양심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 밑에서 올려보는 눈초리가 더 매서운 법이기 때문이다.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고,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승진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직생활의 ‘아름다운 마침표’가 어딘지 숙고해 주기 바라면서 단체장의 혜안도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김효종
  • 2024.06.09 16:44

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이미 상가 78곳이 문을 닫고, 원룸 42곳도 사실상 폐업했다. 원룸 공실률은 8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택시와 버스업계도 직격탄을 맞았고, 도심권 상가도 그 여파를 감수하고 있다. 800여명에 이르던 학생은 온데간데없고, 300여명의 교직원도 직장을 잃었다. 지역에서는 서남대 폐교로 1,000명이 넘는 공장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시스 2018년 3월 23일자- 서남대 폐교 당시 한 언론이 남원지역 경제가 얼마나 피폐해지고 있는지 보도한 내용의 일부다. 대학가 주변은 물론 시내의 음식점까지 타격을 받았다. 당시 서남대는 지역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대학 덕분에 젊은 층과 외지인이 모여들었고, 이들이 쓰는 돈은 지역경제를 돌게 했다. 이처럼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지역경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북대와 남원시가 폐교된 서남대를 ‘전북대 글로컬캠퍼스’로 되살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등 지역 노동시장을 활성화한다.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지역 기업과 산업에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혁신을 도모한다. 또한 대학은 구성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킨다. 대학병원도 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대학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취업을 통한 노동시장 활성화나 연구와 기술 개발 등 수치화하기 어려운 경제적 효과를 제외하고, 고용과 소비창출 효과로 한정하여 전북대 사례를 보자. 전북대는 대학병원 포함 교수, 직원, 조교 등 약 8000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직원 5500명과 전주시 직원 2300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여기에다 전북대는 2만1000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청년인구의 타 지역 유출을 막고 있는 셈이다. 전북대 구성원들의 연간 소비창출 효과를 분석해보면 대학병원 포함 교직원은 3196억 원, 재학생은 1574억 원 등 연간 총 4770억 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의 연간 소비창출 효과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각각 3883억 원, 2046억 원 정도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전북대의 소비창출 효과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지역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의 진앙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다. 1970년대 초반 100만 명을 넘던 출생아수는 지난해 23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은 50만 명에 이른다. 반면에 N수생을 포함한 대학입학 가능인원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지역대학들의 몰락을 막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인재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여년 후 지방대학의 60%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북지역의 경우엔 20개 대학 중 30%인 6개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대학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것은 이미 서남대 사례에서 증명됐다. 지역대학이 혁신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등 지역 혁신주체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지역대학이 생존의 몸부림치고 있는 지금 아니면 때는 늦는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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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6.09 15:14

대안교육이 희망이다

‘아이들과 한나절 들판과 야산을 누비면서 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지식과 태도가 대견하게 성장하였음을 알게 된다.’(최재천, 2022) 아이들은 소리 없이 꽃처럼 피어나고 곡식처럼 익어간다. 학교는 마음껏 꿈을 꾸고 친구와 속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 배움터이다. 삶의 행복을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이다. 선생님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둘도 없는 친구요, 담쟁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전문가이다. 우리 학교에도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가 있지만 이는 아이들끼리 혹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 희망은 모순된 교육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한국교육은 미래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앨빈 토플러, 2001) 이미 작고한 석학의 오래된 진단이지만 여전히 뼈아픈 지적이다. 국가 존망이 걸린 재앙적인 초저출산의 배경에도 교육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안교육은 부조리한 교육 모순을 인식하고 끊임없는 배움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안교육은 부적응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도 아니고 대체재도 아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 혁신을 선도하며 미래교육을 만들어간다. 대안교육은 삶을 배워가는 학생들과 함께 각자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간다.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삶이 모두 교육이고, 모든 생활 현장이 학교가 된다. ‘대안’은 오래된 미래의 새 꿈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잡아가면서 자기가 꿈꾸는 삶을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교육이다. 정해진 틀을 벗어난 현장체험, 독서, 토론 등을 통해 자발성과 상상력을 훈련하게 된다. 이들이 새로운 사회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미래교육, 4차산업혁명 등을 얘기하면 우리는 두렵기까지 하다. 지식의 융∙복합, 에듀테크 등에 적응하는 것도 걱정이고, 여기에 메타버스까지 등장한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과 물리적 실재가 실감기술을 통해 융합된 세계로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간이다. 메타버스에서 배움의 장소와 내용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대안교육의 접근방식을 메타버스에 접목하면 우리가 세계 교육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깨어 있는 교사와 학생들은 메타버스에서 기성 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없던 교육을 꿈꾸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디지털 금식을 하면서 독서와 자기성찰을 통해 전체 맥락에서 판단하는 능력과 용기를 키워야 한다. 공립 대안학교가 다수 만들어져야 한다. 교사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하여 소수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인가대안학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안학교가 아이들의 맑은 눈처럼 빛나는 ‘대안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환경과 자원을 충분히 갖춘 공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교육화된 대안학교가 우리 교육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 일반학교에 대안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다. 대안학교는 수많은 프로젝트로 구성되는 모자이크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오늘 행복한 아이들에게 불안한 미래는 희망이 된다. 아이들은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처럼 오늘을 즐겁고 아름답게 살 천부의 인권을 가진다. 학교에서 지금 이 시간이 기쁨 넘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대안교육에서 스스로 사랑이 되어 아름다운 봄길을 걸어갈 것이다. /황호진 전북대학교 특임교수∙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09 15:14

코레일유통 지역상생 고민도 함께 해주길

요즘 성심당 대전역점의 임대료 문제가 정치권까지 나서는 등 전국적인 화제로 등장했다. 임대료가 1년 새 4배 가까이 오르면서 대전의 대표적 빵집인 성심당이 퇴출 위기에 직면한게 도화선이 됐다. 성심당이 5년 동안 지급한 월세가 1억 원 가량으로 1년 새 무려 4배나 뛰었다고 한다. 코레일유통이 1년 사이 월 임대료를 4배 높인 이유는 임차인인 성심당의 매출액이 월평균 25억9800만원으로 산출되는 등 영업이 잘된게 결정적 이유다. 비단 성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도시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기차역 내 상가의 높은 임대수수료에 대한 논란은 전북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전과 부산, 전주까지 기차역 내 상가에 입점했던 지역업체들이 높은 임대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폐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관광객 편의와 지역소멸 우려 등을 감안해 공기업이 임대료 부과정책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코레일은 지난 2019년 기차역 내부 입주업체에 대한 사업주체를 코레일유통으로 일원화했는데 기차역 내 상가 임대수수료 정책은 보증금 10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과 월 매출의 최소 17%~최대 49.98%이다. 업체의 입점은 공개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매출에 비례한 임대수수료 산정 방식으로 인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퇴출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전주역에 입점해 있던 PNB풍년제과가 지난 2019년 역 인근 상가로 옮겼다. 당시 코레일유통 측에서 요구한 수수료는 월 매출의 30% 수준이었는데 PNB풍년제과측은 임대료가 너무 높아 입찰을 포기했다고 한다. 부산의 대표 음식인 삼진어묵도 코레일유통이 요구하는 월 3억 원 상당의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부산역 인근 매장으로 이전했다.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 수익을 못내는 업체들은 입점을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고, 매출이 잘돼 이익이 많으면 덩달아서 임대료 폭탄을 맞는 구조다. 결국 그 부담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양상이다. 못버티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까닭에 코레일유통측에 무조건 임대료를 내리라고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자칫 지역의 대표적인 상품이나 업체들이 하나둘 퇴출되면서 가뜩이나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소멸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레일유통은 당연히 영업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겠으나 한편으론 지역상생 이라고 하는 비경제적 측면의 고민도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06 17:01

농업위기 대응, ‘농특산물 판로 확대’ 전략을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반도의 곡창 전북은 예로부터 다양한 농·수·축산물의 생산·가공·유통기지로서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를 비전으로 내걸고, 농생명·식품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 폭락과 기후변화·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농촌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농도(農道) 전북’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농산물 판매수입 등 순수 농업소득이 감소하면서 농업인구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이대로라면 지역소멸의 비극은 농어촌에서부터 시작될 게 분명하다.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전북의 비전인 농생명·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의 기반산업인 농·수·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민소득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 각 지자체와 농협 등 관련 기관·단체가 전담조직까지 구성해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 안정적인 판로를 찾고, 수출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지 오래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통합마케팅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에 노력해 왔다. ‘농산물 통합마케팅’이란 시·군 지역농협 등 유통조직들이 농산물을 개별적으로 출하하던 것을 한 조직이 통합해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농산물 통합마케팅 전문조직 육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산지 유통조직의 전문화·규모화를 추진해 큰 성과를 거뒀다. 지자체와 농협 조직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지역 농특산물의 유통구조를 선진화했다는 평가다. 전북이 ‘대한민국 농생명 산업의 수도’로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농협 등 관련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의 근간 산업인 농업 경쟁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선 각 지자체와 농협이 농업·농촌의 위기, 그리고 농산물 유통환경 다변화에 대응해 지역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06 17:01

[금요수필] 마음의 풍경

어제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풀과 나무들은 가뭄의 단비를 만났으니 마냥 반가울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등산을 하니,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멀리보이는 모악산 능선에는 안개구름이 자욱이 펼쳐져 있었다. 먼 산의 안개 속에서 고향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싱그러운 계절을 맞이하니 새삼 사색에 잠기게 된다. 산에 올라오니 산새의 푸르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건넛집 나무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있었다. 그 새들의 소리가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한동안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며 뒤안길을 돌아본다. 마음 한곳에는 항상 응어리로 남아있었던 것들이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그것들을 담아서 덜어내고픈 마음이 답답함으로 앞선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시간들 속에서 헤메이는 것이, 그저 한줌의 의미 없는 것에 대한욕심인 것을, 부질없는 세상살이를 부여잡고 허비하는 시간들, 이모두가 아쉬움으로 스쳐 지나간다. 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 그 시간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들이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펴지며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나에게 전율처럼 들려온다. 사람들은 때로는 외로워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때론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관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슬픈 만남일 것이다. 사적인 만남마저도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람을 만나는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서로가 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맺는다면, 이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름다운 만남이 아니겠는가. 사람 때문에 아파하지 마라. 모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 마음을 도려낼 것도 애쓸 필요도 없다. 몇 사람은 흘려보내고 또 몇 사람은 담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라며 ‘김 재선’ 시인님은 마음을 달래주었다. 인생길에 곳곳에 숨어있는 인간관계들, 살포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 돌려주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인생이고, 결국에는 모두 지나간다. 어떤 기쁨은 내 생각보다 빨리 떠나고 어떤 슬픔은 더 오래 머물지만...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삶을 배우게 되는 시간에 감사한다. 인간을 품어주던 자연도 때로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정신없이 마구 달려가다 주위를 둘러보면 허망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고, 그 무엇보다도 삶의 여정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여기. 그날이 그날 같은 보잘것없는 일상이지만 곁에 있는 이들과 눈 맞추고 보듬어주고 마음껏 품어주는 지금 현재의 만남들이 축복인 것이다. 저 멀리에서 풍경소리가 내 귀가에 잔잔하게 들려온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겠는가. 유월 첫날, 시작된 햇살이 내 마음을 향해 정원에 핀 수국꽃들이 설레임으로 다가와 바람 과 함께 사라진다. 긴 하루가 지나고 서쪽하늘로 붉은 노을빛이 물들다. 바다도 덩달아 일렁인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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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6 16:59

국회의원 기대치의 불길한 예감

전북 국회의원의 고질병인 상임위 중복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4월 총선 직후 도민들과 약속한 '겹치기 해소' 기조가 갑자기 뒤집힘에 따라 도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농해수위에 의원 4명이 무더기로 1지망 신청을 했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은 10명이 고작인데 상임위는 17개로 전략적 배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쏠림은 자칫 정치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당선자 시절 이들은 전북 발전의 큰 그림에서 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된 상임위 중복을 피하기로 천명해왔다. 그런데 채 두 달도 안돼 언제 그랬느냐 식으로 약속을 깨고 정치적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주민에 의해 선택된 지역의 대표자로서 이중적 행태를 선보임으로써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상임위 중복은 의원 이기주의와 맞닿아 있다. 자기 정치 기반과 지역구 문제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들도 이 점을 의식해 현안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공감대를 가졌다. 의원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정치력 누수를 막자는 의미다. 상임위 연결고리를 한개라도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것. 3선 이상 의원들은 법안 처리 열쇠를 쥐는 상임위원장을 노리되, 재선 3명은 전북 위원장과 겹치지 않는 상임위 간사에 주력키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3명 중 이원택 의원만 농해수위 간사로 정해졌다.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후속 법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안위원장을 희망한 건 전략적 판단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총선 직후 일사불란한 모습과는 약간의 온도 차를 느낀다. 지역 정치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구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다. 사실 22대 국회의원 면모는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의원 등 기존 중심축이 여전한 가운데 공석이나 다름없던 이상직 이용호 의원 자리에 이성윤 박희승 의원이 들어왔다. 여기에다 재선 김성주, 초선 김수홍 의원을 꺾고 합류한 5선 정동영, 4선 이춘석 의원이 중량감을 한층 더해줬다. 파워 게임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다. 22대 국회의 방향성은 21대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지역 현안 해결사를 자처한 건 공통점이다. 관심을 끄는 건 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이해 충돌 양상이 빚어지면서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도지사 선거 논란을 기폭제로 해서 균열 조짐을 보이던 21대 국회의원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원팀’ 은 무색해졌다. 김관영 도정 출범 뒤에도 이런 기류가 계속되더니 급기야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무기력한 의정 활동이 부각되면서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2년 뒤 도지사 선거의 데자뷔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상임위 배정에서 드러났듯이 의원들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6.06 16:59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자경하지 않아도 절세하는 방법

얼마전 양도세 상담한 사례에 대하여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아버지가 3년간 집 앞에서 직접 경작해온 농지를 상속을 받았는데, 타지에 살고 직장을 가지고 있는터라 자경할 생각이 없는 의뢰인은 농지를 팔게 된다면 세금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를 하였습니다. 먼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매를 한다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이 동일하게 되어 양도세는 부담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농지가 팔려고 내놓아도 바로 팔리지가 않기 때문에 6개월내에 매매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세금을 적게 내려면 농지가 사업용토지로 인정받아야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건을 설명드렸습니다. 상속받은 농지를 무조건 사업용토지로 인정받으려면 아버지가 8년 이상 재촌 및 자경을 해야하는데 그 요건은 의뢰인에게 해당사항이 안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5년 이내에만 양도하게 된다면 사업용으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속개시일부터 5년이내 양도시 3년간 사업용으로 의제가 되므로 양도일로부터 소급하여 5년 중 3년간 사업용 사용으로 인정되어 사업용토지의 기간조건을 충족시킬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농지, 임야, 목장용지 3개의 지목에 대해서만 인정되기에 의뢰인은 5년이내에 농지를 양도하는게 최선책일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직접 내려와서 농지를 경작하여 아버님의 경작기간과 합산해 8년이상이 된다면 100% 감면이 가능하지만 의뢰인에 상황에서는 5년 이내에 양도를 하는게 최대한 절세하는 방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속받은 농지에 대한 처분의 시기 및 방법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으니 상속을 받게 되었다면 처분하기 전에 미리 전문가와 상담해보시는게 좋습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06 15:34

태평성대를 위한 교태(交泰) 혁명

요즘 석천학당 학생들과 주역 공부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모든 것은 변화하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주역 철학은 상처 나지 않고 온전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인생은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가온 상황을 정확히 인정하고(時, 시), 바라보고(觀, 관), 결정(彖, 단)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질문과 대답은 모두 나의 몫이다. 주역은 나에게 묻고 내가 답하는 학문이다. 세상에 나만큼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기에 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엄중하고 현명한 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역의 11번째 괘, ‘지천태(地天泰)’ 괘를 뽑았다. 태(泰)는 평안하고 태평하다는 뜻으로 사람 이름이나 지명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한자어이기도 하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편안하다는(國泰民安, 국태민안), 태안(泰安)은 인류 역사의 꿈이었다.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은 주역의 태괘(泰卦)에서 유래한다. 하늘(天)과 땅(地)이 서로 자리를 바꿔 교차(交, 교)하여 태평한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최초 만들어졌던 세종 때에는 왕과 신하들이 정사를 의논하고 연회를 베풀던 장소였다. 하늘은 자신을 낮추고 내려가고(來, 래), 땅은 하늘 위에 올라가(往, 왕) 존중받는 지천(地天)의 세상이 태평성대다. 강자가 약자를 섬기고, 권력이 개인을 보호하고, 갑이 을에게 양보하는 세상이 교태(交泰)의 세상이다. 강자와 약자가 대립하지 않고 소통하니 같은 꿈을 꿀 수 있다. 기업이 교태하면 경쟁력이 강화되고, 가정이 교태하면 만사가 형통하다. 교태는 역할을 바꾸는(交) 혁명이다. 대한민국의 다음 혁명은 교태혁명이다. 정치인은 나라에 헌신하고, 의사는 환자를 섬기고, 경영자는 노동자를 존중하고, 강자는 약자를 보호하고, 국가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실질적 혁명이 교태혁명이다. 교태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약이 필요하다. 첫째,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주장을 하는 거친(荒, 황) 집단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과감하게 포용(包, 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맞다’라고 해도, 과감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 있어야 그 사회는 건강하다. 비록 말은 거칠고, 표현은 서투르지만 사회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하게 하는 교태백신이다. 둘째 과감한 개혁이다. 강물(河, 하)을 맨몸으로(馮, 빙) 건널 수 있는 용기로 혁신과 개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태평성대에는 개혁의 주장이 힘을 잃는다. 평화와 안정이 영원할 것이란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태평의 시대는 언제든 불통의 시대로 바뀐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익숙하고 편한 것과 결별하는 용기가 있어야 그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소외계층의 보호이다. 세상은 강자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약자들도 보호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소외된(遐, 하) 사람들을 버리지(遺, 유) 않고 챙겨주는 대동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홀아비, 과부, 고아, 노총각 노처녀(鰥寡孤獨, 환과고독)는 맹자가 강조하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요양병원에서, 고독한 병실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좁은 방에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을 사회가 잊지 않고 배려해주는 세상이 교태의 세상이다. 넷째 사적 이익집단의 해체(亡, 망)다. 집단 이익을 위해 패거리(朋, 붕)를 조장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학연과 지연, 업연(業緣)으로 얽힌 사적 이익 집단은 세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과감한 이익집단의 해체, 교태혁명을 완수하는 방점이다. 땅은 계속해서 평평하게 이어지지 않고(無平不陂, 무평불피), 세상사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無往不復, 무왕불복). 태평성대도 때가 되면 불통의 시대를 만나고, 화려한 궁궐도 결국 폐허의 성(隍城, 황성)이 된다. 황성옛터에서 지나간 영광을 추억하며 넋두리하기 전에 교태혁명을 과감하게 수행해야 할 이유다. /박재희(인문학 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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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6 15:34

청춘의 여정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며 정년퇴임을 하는 우리의 어르신들의 성실함을 이어 받지 못한 걸까? ’한 가지 일에 끝을 봐야지‘라 말씀하신 어르신들의 충고가 왜이렇게 거스르고 싶은지. 이 것이 청춘인 건가? 2020년 4월 부터 준비하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홀로 10월에 이름도 생소한 제로웨이스트샵을 오픈하였는데 시간이 흘러 5번의 해가 바뀌었다. 그 시간 동안 환경은 친환경에서 필환경이 되었고, 환경 교육이라는 게 더이상 특별교육이 아닌 의무교육이 되어 있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 묻는다면 선두에 서서 변화의 혁신을 일으키진 못했으나 자원순환으로서 지역 내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미는 전달하지 않았나 하는 자찬을 해 본다. 그러나 현재 내면의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의 색이 더 진한 잔잔한 강가에 자리 잡은 물고기 같았다. 잔잔한 강가 머물다 보니 안주해지고 더 이상의 그 이상이 생기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감도 때론 생각났으며, 또 신선한 물고기를 보면 질투도 났다. 점점 강의 색이 나의 색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어느 시점,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이젠 이 잔잔한 강가를 떠나려 한다. 일각에서는 이정도면 자리 잡은 활동가인데 아깝지 않으냐라고 걱정해 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생소했을 무렵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창업했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낯설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외친다. 약해질 때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은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조동화 님의 시를 매번 되새겼다. 내가 가진 신념에 대한 소신의 답이 있다면, 그걸 계속 증명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만 4년 동안 지역에 함께 하면서 다양할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원을 순환하기 위한 재활용품 또는 재사용품들이 매장에 모이고, 또 절대적인 필환경을 외쳤을 때에 느꼈던 희열과 자부심은 그 어떤 순간들과 비교할 수 없게 자부심을 느꼈다. 낯선 단어였지만 이 단어의 뜻을 매장에서 형체화 시켜줬고, 어떻게 하는 방법을 알려 줬으며,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이런 성향의 나는 절대 이 강에 만족스러울 리 없다. 그래서 더 큰 바다로 나아가 가서 환경의 의미를 배우고 또 되새기기 위해 머나먼 향해를 떠날 예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환경활동가의 종말 서사를 이 칼럼에 기록하는 이유는 내 선택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달 해주고 싶어서이다. 청춘, 푸른 봄이 지난 6월의 어느 날, 나의 청춘은 어떤 색깔일까? 그리고 어떤 모습일까?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나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36살의 청춘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증명해 나가기 위해 도전도 하고 모험도 떠나는 여정들이다. 그러면서 느끼는 배움의 결과물들이 40살의 나를 만들 것이고, 그 40살의 어느 날들이 모여 ‘나’라는 수식어를 꾸며줄 것이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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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6 15:33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을 기리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護國報勳)이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그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단군 이래 반만년의 한반도 역사 안에서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영웅들은 수없이 많다. 이순신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같이 후세의 우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위인들은 물론 일제에 항거했던 독립운동가와 6.25 전쟁, 연평해전 등 전투에서 산화한 장병들,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맞서 무명치마폭으로 돌을 날랐던 분들 모두 순국선열이자 호국영령들이다. 보훈이란 과거 선열들의 숭고한 헌신을 현재에 영광스럽게 재현하고 미래 공동체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의 기반이 되는 민족의식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국가보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보훈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보훈행사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63년 처음 호국보훈 달 지정 이후 매년 6월 범정부 차원의 보훈행사를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작년 6월 5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모든 국민의 숙원이었던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이라는 경사도 있었다. 1961년 군사원호청이 설치된 이래 62년만에 부(部)로 승격된 것은 대한민국 국가보훈 체계의 위상뿐 아니라 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가 한층 더 높아진 뜻깊은 일이며,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한 대통령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작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리고 “제복입은 영웅, 그리고 그 가족들이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라며, 6.25 전쟁 참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걸맞은 존경심과 상징성을 담아 제작한 ‘영웅의 제복’ 수여행사도 주관하였다. 또한 올해 국가보훈부는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한 군인, 경찰, 소방관, 교정공무원 등 총 1만 6419명의 희생을 널리 알리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매년 4월 넷째주 금요일을 ‘순직의무군경의 날’로 지정하였다. 순직의무군경 대다수가 젊은 나이에 사망한 미혼이기에 그들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서도 이들의 호국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국가가 직접 나선 것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호국보훈의 정신은 현재를 사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세대까지 이어져 내려가야 한다. 국가가 없는 국민은 있을 수 없듯이,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그에 보답한다는 마음을 항상 견지하여야 한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보답이란 부담스럽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한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현충원, 호국원 등 국립묘지나 충혼탑에 방문하거나 국경일 각 가정에서의 태극기 게양, 국민의례 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진심어린 묵념 등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보훈활동이다. 제69회 현충일을 맞이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투사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러한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실천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나경균(새만금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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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4 15:51

발칙한 상상 6 - 이민 사회를 준비하라

합계출산율이 0.7명 이하다. 어른 세 명이 아이 한 명을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 어떤 학자는 백 년이 안 되어 지도상에서 한국인에 의한 한국은 없어질 거라 경고한다. 한국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장기화되고 젊은 남성들이 동조 파업에 나서니 당분간 좋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수백조 원을 수십 년간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젊은 세대들이 죽자고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으니 경제 전반에 걸쳐 우하향 추세가 한층 빨라져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접어들 일만 남았다.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다. 아직도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민에 의해 활력을 얻는 사회다. 늙어가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 사고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융합하는 가운데 통합의 길을 향한다. 노동시장과 종교, 인종 갈등이 산발적으로 일어나지만 이는 성장하기 위해 치르는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다. 이 거대한 여정은 시끄럽지만 한 국가의 발전 동력이 된다. 이제 한국은 피할 수 없이 멸망이냐 유지냐 둘 중 하나만 있고 제3의 길은 없다. 어쩔 수 없다면 개방적인 이민 정책를 수용하는 데 있어 경제와 문화 등에서 한국의 위상이 최고에 이른 지금이 최적기다. 시든 과일을 비싼 값에 사갈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성숙한 이민 사회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각종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하는데 필수적인 언어 교육, 직업 훈련, 문화 교육 등의 기본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는 한국 사회의 원주민들은 규범적으로 외국인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관계 맥락에서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한국의 이민정책은 이주노동자에게는 배제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고 여성 결혼이민자에게는 동화지향의 정책프레임이 작동하여 모순을 드러낸다. 이런 조건에서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 그리고 이민 관련 전담 기구인 ‘이민청’ 설립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토대를 쌓는 것 등이 거론된다. 노동시장의 요구와 이민정책을 연계해야 하며, 이민자들의 법적 보호와 인권 존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민자와 현지 주민간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이 필요하다. 이민자들이 돈 벌어 본국에 송금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길을 막고 돼지고기 파티나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긴 시간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이민정책의 변화를 꾀해왔다. 이제는 우리도 한국의 특정 상황과 요구를 고려하여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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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4 15:51

[조상진 칼럼] 내가 나이 들면 누가 돌봐주나

사람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한다.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와 늙고 병들게 되면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육아와 노후 돌봄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예전에는 아이를 돌보거나 노인을 간병하는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었다. 그것도 가정에서 무보수나 저임금에 의존했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도시화·산업화 등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어렵게 되었다. ‘돌봄의 위기’ 현상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사회적 돌봄(social care)이나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노후 돌봄서비스에 국한해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2025년에 고령화율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올 들어 이미 65세 이상 노인 100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노인인구 1000만명 시대에 국가가 고민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돌봄서비스다. 노인 간병은 어둠의 긴 터널과 같다. 대개 죽어야 끝나는 힘겹고 오랜 싸움이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간병이나 젊은 자식이 노부모를 간병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노인대국 일본은 간병파산, 간병살인이 사회 이슈화된지 오래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간병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자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살인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이제 간병은 치매나 암처럼 국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마땅하다. 그러면 대책은 뭘까. 우리나라는 돌봄과 관련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돌봄서비스의 인력난 문제요, 또 하나는 공공성 확보 문제다. 먼저 돌봄서비스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이슈노트를 통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간병 및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이다. 또 돌봄서비스직(육아 돌봄 포함) 노동공급 부족도 심각하다.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 →2032년 38만∼71만명 → 2042년 61만∼155만명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가족 간병의 증가는 2042년 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노인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202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7484곳이다. 전북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1198곳,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급여 252곳 등 모두 1450곳에 2만2521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국공립기관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공립기관 중 지자체가 만든 공립시설의 실제 운영은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진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업체들은 정부수가와 지원금에서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취하는 등 부조리가 잇달고 있다. 결국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나빠지고 이용자들은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노후돌봄, 내가 나이들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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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4 14:57

도민들이 체감 못하는 전북자치경찰

전북특별자치도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지난 3일 도청에서 자치경찰위원 임명식을 갖고 공식활동에 들어갔다. 제2기는 제1기가 다져놓은 바탕 위에서 도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맞춤형 활동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자치경찰제는 경찰법에 따라 2021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경찰사무 중 지역과 밀접한 생활안전,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안전 등의 치안을 담당하며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 감독한다. 국가경찰의 권한을 지역에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은 자치경찰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 업무가 달라진 게 거의 없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전혀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발하고 임명식이 거행됐지만 도민들은 관심이 없다. 그들만의 행사에 그치고 있다. 시행 기간이 길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왜 굳이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눴는지, 나눴다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변화를 느껴야 존재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1기의 경우 3년간의 임기를 마치면서 백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모두 103회 회의를 개최하고 373건의 심의ㆍ의결사항과 보고 안건을 처리했다고 나와 있다. 또 범죄예방 종합대책,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CPTED), 자율방범 순찰지원 앱(APP) 개발 등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없지 않다. 현재 자치경찰제는 국가·자치경찰 조직 분리없이 사무만 구분된 일원화 형태다. 업무와 지휘·감독체계만 조정됐을 뿐 조직과 구성은 그대로다. 도민들이 체감하는 경찰은 최일선에 나가있는 지구대, 파출소인데 이들은 여전히 국가경찰 소속이다. 위원회 구성도 그렇다. 위원장 1명,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4명이 경찰, 3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특히 전직 경찰들은 그 자리에 적임자인지, 그리고 퇴직 경찰관 자리만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하는 지적도 있다. 자치경찰은 도지사 소속으로 지방행정과 경찰행정의 융합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 인사 등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획기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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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4 14:50

백제유적의 '탁월한' 가치

백제는 고대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빛나는 문화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역사는 길지 않았다. 기원전 18년에 건국해 660년에 패망했으니 7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다. 이후에는 존재조차 미미해져 고대 삼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백제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되면서다. 그 뒤 서서히 역사의 전면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백제는 두 번이나 수도를 옮기는 천도를 했지만, 강과 바다를 안고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수운 해운 교통이 발달해 개방성이 강했다. 덕분에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자기화하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주변국에 다시 전달하는 교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대 동아시아 공유문화권 형성에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2015년 7월, 공주 부여 익산을 잇는 8개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충남과 공주가 무령왕릉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던 것이 1990년대 중반이니 20년 만에 얻게 된 결실이다.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을 함께 묶은 지구 단위라는 점이다. 당초 백제유적을 안고 있는 공주와 부여, 익산은 각각 따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그러니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와 진정성, 완전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등재 조건을 충족시키기 쉬웠을 리 없다. 2011년 3개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전북과 충남이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발족해 협업으로 등재 추진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추진단은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와 ‘문화전통 또는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3탑 3금당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가진 익산 미륵사와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왕궁리 유적의 역할은 컸다. 들여다보면 백제역사유적은 복원과 상상으로 지켜질 수 있는 가치,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려준다. 익산의 유적들이 특히 그렇다. 구체적 유적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섣부른 복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역사유적은 다양한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 지역마다 특성을 살리면서도 세계문화유산 도시를 어떻게 조성해나갈지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익산시와 익산문화재단이 만든 역사유적 관광상품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제유적의 탁월한 가치가 확산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반갑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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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6.04 14:04

유네스코 등재로 전북 태권도 성지 완성을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는 전북이 세계속의 태권도 성지화를 이루는 최대 핵심 단계다. 태권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가 우뚝 설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호재다. 사실 전북자치도를 넘어 대한민국 국가 차원에서 태권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만일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남과북은 이미 2018년 11월 26일 한국 전통 레슬링인 씨름을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경험이 있다. 씨름은 태권도 등재 과정에서 중요한 하나의 선례가 될 수있다.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전북 무형문화재 55호인 전북 겨루기 태권도가 객관적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실 태권도는 우리 민족과 더불어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온 스포츠이자 무도라고 할 수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태권도 세계화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의 태권도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남북의 태권도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임을 거듭 강조한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고, 전북이 그중에서도 태권도의 본향임은 물론이다. 태권도에서 절대적인 호구가 전북에서 대나무로 처음 제작되지 않았던가. 이미 북한은 2019년에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민족의 얼 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태권도가 세계무대에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태권도연맹 가입국가는 213개국인 반면, 유엔 회원국 193개국, 국제축구연맹 회원국은 211개국이다. 결코 사소하거나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는 하나의 선언적 의미, 상징적 의미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태권도 종주국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K팝, K푸드로 대표되는 K 컬춰는 먼 곳에 있는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물론 중앙정부와 태권도인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세계속의 태권도 성지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태권도의 날’이 지정된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다. 또한 8회 연속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대한민국 국위선양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북은 최초로 태권도 겨루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금의 태권도가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온 만큼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태권도 성지화를 일궈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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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4 13:02

성숙된 갈등문화, 소통을 통한 협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 빈부갈등, 노동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얼마 전 국무조정실이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발주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연구용역 결과, 한국은 사회적 갈등으로 매년 233조억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는 일어나는 여러 갈등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많은 갈등이 공권력으로 해결해 온 경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건강하게 갈등이 해결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갈등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경험을 충분히 했다. 이런 과거의 갈등 경험들이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협동적 노력을 좌절시키고,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갈등이라면 억제되고 해소되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갈등은 분명 순기능이 있다. 갈등은 그 수준이 심각해지고, 이를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 문제가 될 뿐, 갈등 자체는 사회발전 과정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부산물이며, 다양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갈등은 쇄신적 변동을 야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자기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며, 변화의 수용을 용이하게 하여 정체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순기능적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갈등은 해소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청내의 많은 갈등을 접하게 된다. 사측인 집행부를 대상으로 노측인 공무원이 근무조건 향상 등을 주장하는 노사갈등이 대표적이지만, 노사갈등 못지않게 노노(勞勞)갈등도 심각하다. 과거의 노노갈등은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생기는 노선의 차이로 인한 노조 간 갈등을 얘기했다면, 요즘은 직장 내 노동자 간 갈등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직장 내 부하직원은 상사의 갑질을, 상사는 부하직원의 을질을 호소한다. 갑질과 을질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세대갈등이 보인다. 기성세대가 나보다 우리를 우선하는 ‘WE 제너레이션’라면, MZ세대는 수직적 서열에 반감을 가지고 나를 중시하는‘ME 제너레이션’으로 갈등은 필연이다. 결혼한 직원과 결혼하지 않은 직원 간의 신종 노노갈등(노동자-노동자 갈등)도 있다. 가정과 직장의 양립,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직장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동료의 육아휴직, 육아시간으로 인한 업무공백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직원들의 몫이 되어 노노갈등을 유발한다. 갈등을 역이용하자. 성급히 갈등을 문제상황으로 인식하여 해소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루트의 온·오프라인 논의의 장을 형성하여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협치를 이루는 성숙된 갈등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내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그’가 되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서로 상생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치열하게 싸우되, 상대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성숙된 갈등문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성숙된 갈등문화는 우리 삶을 역동적으로 만들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일깨워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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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3 17:33

‘전북 PDF 웹 도서관’을 만들자

‘비매품 도서’ 중에도 좋은 책이 꽤 많다. 단체의 기관지와 회보, 사업 결과보고서, 연구용역 보고서, 전시 도록, 지자체의 홍보용 도서, 포럼·세미나 자료집 등이다. 이 책들은 특정한 사람이나 조건에서 무료로 나눠주기에 구하기 힘들다. 이 도서 중에도 공공기관이나 공익의 성격을 띤 단체는 도서관·연구단체·연구자 등에 책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상 그 자료들을 공공시설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책을 발행한 단체마저 여러 이유로 그 책을 오래 보관하는 일도 드물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신청하지 않아 도서관 납본 의무가 없고, 한정판인 데다 출간 수량도 적어 어느 순간 몽땅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비매품 도서에 대한 안타까움은 2017년에 나온 <항일운동을 증언한 염재야록>(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을 읽으며 더 짙어졌다. 이 책은 임실 출신 유학자 조희제(1873~1937)가 쓴 뒤 우여곡절을 거쳐 후대에 전해진 <염재야록>의 한글 번역본이다. <염재야록>은 어둡고 혼란한 시대에 책을 쓰고 지키느라 갖은 고초를 겪은 관련 인물들의 일화만으로도 절절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정작 일반인들은 한문으로 된 책의 본문을 읽을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한글로 번역된 책이 나오면서 한 말의 의병·독립 운동, 애국 투사들의 행적을 상세히 알게 됐고, 책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책 발간에 앞장선 광복회 전북지부는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번역본 270여 권을 전국 국립대학 도서관과 언론사, 전라북도 관계기관, 광복회 전국 지회 등에 무료로 배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북에서는 국립군산대·전북대 도서관과 전주시립 건지·금암도서관에서 번역된 책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원작자의 고향인 임실의 도서관을 비롯해 전북의 도서관 대다수에서는 그 책을 찾을 수 없다. 비매품 도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써 지켜낸 <염재야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한다면 책을 출판해 판매·보급하거나 전자책으로 제작해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자·번역자를 비롯한 많은 이의 결단이 필요하다. 비매품 도서의 활용과 보존의 대안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많은 비매품 도서가 웹 공간에서 PDF 형태로 다양한 독자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연구원 홈페이지에는 전북의 각종 동향 자료와 연구보고서가 있고, 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에는 전북 문화정책자료와 홍보 자료, 포럼·세미나 자료집이 있다.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전주시민의 생활사를 시민의 구술로 기록한 <전주시 마을조사서>와 이 결과를 활용해 작가들이 쓴 동화집 <고을 전주의 10가지 숨은 옛이야기>가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기관과 단체의 홈페이지 자료실에 상당한 양의 쓸만한 자료가 있다. 하지만, 어느 단체의 홈페이지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웹에서 그 단체가 낸 모든 오프라인 자료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년 전 자료는 거의 삭제됐다. 따라서 공적기금으로 제작하는 비매품 도서를 비롯해 각 단체의 홈페이지에 산재한 PDF 자료를 한곳에 모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는 ‘전북 PDF 웹 도서관’ 운영을 추진해 볼 일이다. 웹 공간을 활용하면 자료를 만든 취지를 한층 더 살릴 수 있고, 해당 자료들이 무참하게 사라질 일도 없을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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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3 16:41

정주여건 개선, 기업친화 정책

지난 4월 25일 '2024 국가브랜드대상' 시상식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기업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및 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헌신을 강조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관영 지사는 도정에 도움이 된다면 민간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연구기관 어디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포용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맥락에 맞춰 진척되는 전북도의 기업친화 정책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포함된다. △1기업 1공무원 전담제 △기업 민원 신속처리단 구성 △특구·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한 세제 감면 및 규제 완화 △이차전지 등 신산업 기업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환경단속 사전 예고제와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 운영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을 대상으로 비수도권 이주(移住)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의향이 있다’(31.7%), ‘의향이 없다’(45.7%), ‘잘 모르겠다’(22.6%)로 나타나 3명 중 1명이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이는 기존 통념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MZ세대는 자기 삶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수도권 거주 의향 결정요인으로는 ‘수도권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연봉의 일자리’(29.8%), ‘연봉과 정주 여건 둘 다 충족’(26.6%) 순으로 조사됐다. 비수도권 정주 여건 우선순위로는 ‘대중교통 접근성과 편리성’이 50.9%로 가장 많아 교통 편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주거환경’(46.9%), ‘의료 인프라‧서비스’(33.6%), ‘문화‧쇼핑 등 편의시설’(33.3%)이 뒤를 이었다. 즉,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충족하고 인프라가 맞으면 굳이 수도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듯 2030세대를 위한 지방 이주정책도 이제는 그들의 정주 여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련의 흐름과 보조를 맞춰 최근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경남 사천·진주 일대에 경남도와 사천시가 마련한 지원책 중에서 가족동반 이주를 장려하는 지원책은 좋은사례로 꼽을 만하다. 가족단위 이주직원은 4인기준 최대 1,400만원 상당의 정착지원금을 포함해 자녀장학금 등을 주고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 입주도 가능하다. 사천시가 마련한 29개의 이주 지원책에는 직원 가족의 창업을 지원하고 사천지역에서 취업을 알선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창업하려는 가족 구성원에게 창업간접비(연 400만원)와 인건비(1,000만원)등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지역에 일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정주 환경을 세심하게 설계하면 기업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전주로의 이전을 논의 중인 수도권의 한 게임업체의 주된 요구조건은, 정주 여건 개선과 직원들의 이전 지원책이다. 매력적인 이주 지원책과 함께 정주 여건 개선에 대한 획기적이며 체계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준비한 지자체만이 엄혹한 ‘지방인구 소멸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를 위해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친화 공간 확대, 안심 보육 환경 조성, 지역형 통합돌봄 서비스 지원, 아동 권리보장,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윤여봉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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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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