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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70세⋯농민이 사라진다면?

“엄마가 70 먹을 때 까지는 김치 담가줄게.” 임실군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친정엄마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다. 자식 중의 한 명은 가까이 살기를 바랐던 엄마는 전북에만 살아준다면 쌀과 김치는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쌀과 할머니가 담가주신 김치를 먹고 자라고 있다. 그런데 친정엄마가 올해 어느덧 일흔이 되셨다. 엄마의 일흔을 아주 막연하게 먼 훗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성큼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 농촌으로 시집을 오셨던 친정엄마는 일평생 마을의 막내로 사셨다. 농촌 마을에 더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탓에 마을에서의 막내 역할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셨다. 그런데 마을의 막내가 이제 70세가 되었으니,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내 고향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 기준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9000명 각각 감소했다. 20년 전인 2002년 208만1,900가구, 522만2900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통계청에서는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轉業) 등으로 전년 대비 농가는 8000 가구(-0.8%), 농가 인구는 5만 명(-2.3%)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고령 인구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9.8%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인 18%에 비해 농촌은 2.7배가량 많았다. 경지 규모로 보면 1.0ha 미만 농가가 75만 1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3.5%를 차지했다. 3.0ha, 이상 농가는 7만 4000 가구로 전체 농가의 7.2%에 불과했다. 농민은 왜 사라졌을까? 농산물 개방에 맞선 규모화 일변도의 경쟁력 강화정책이 70%가 넘는 가족 소농을 재촌 탈농으로 내몰았다. 농촌은 학교와 병·의원이 사라지고 목욕탕과 예식장, 식당과 슈퍼마켓조차도 문을 닫고 있다. 버스마저도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생활편의시설이 줄어들고, 일상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이 사라진다면? 캐나다 벤쿠버에는 농민이 20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마저도 규모화된 수출농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게 되었다. 뒤늦게 벤쿠버 푸드 전략을 수립하고,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아직 농민이 남아 있을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의 농어민 기회소득을 주목할 만하다. 농어촌 고령화에 따른 청년 및 귀농어민들의 농어업 활동,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환경농업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귀농어민, 환경농어업인 1만7700여명에게 월 15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의 광역먹거리 선순환 시스템 구축도 주목할 만 하다. 1 시∙군 1 공공급식센터 설치를 통해 시∙군 및 광역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가족·소농을 재생산하는 계획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민을 국토를 지키는 공무원이라 칭하며, 농업·농촌은 국가의 근간이라 말했다. 지역으로서의 농촌, 임시방편적 대증요법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없다. 일자리와 소득, 삶의 질이 보장될 때 비로소 농촌에 사람이 온다.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이효진 대표는 완주소셜굿즈센터 센터장·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사회적협동조합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 이사·재단법인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1.23 18:01

전주권 대형 총선 공약 발굴, 추진을

대선이나 총선은 지역의 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력 정당과 후보들이 저마다 대형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제시해 결과적으로 시간의 완급은 있을망정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북은 새만금 중심 발전전략에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얽매여 결국 대형 사업 추진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전주권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공약을 적극 발굴해서 강력히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발전이 더딘 동부산악권 발전 또한 중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북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전주권이 발전해야만 결과적으로 동부권 발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발전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5년 간 지역 내부개발은 타 지역에 확연히 밀리고 있고 새만금이나 고속도로, 철도 등을 제외하곤 실제 사업에 착수한 대형 프로젝트는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전주권은 500억 이상 사업 구상조차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면서 전북 낙후를 부채질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북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사업의 실행력'은 가장 핵심이다. 4년전 제21대 총선에서 제시됐던 대형 공약들 대부분이 실행되지 못한 상태다. 이번에 전북도가 발굴한 공약사업이나 예타 신청 사업 역시 새로운 내용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예타 면제 사업으로는 △새만금 국제공항 △전주권 광역매립장 순환이용 정비사업 등이었으나 새만금 국제공항은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전북도는 올해 예타 신청 사업으로 △수소특화국가산업단지 조성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확대 △종자생명산업 혁신 클러스터 조성 △군산 특수목적선 단지 구축 △국립수중고고학센터 건립 △청정수소 산업 클러스터 △미래 모빌리티 부품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조성을 채택했다. 지난번 예타에서 떨어진 하이퍼튜브 사업도 주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모두 해묵은 현안이다. 전주는 인구 65만 명이라는 상징성과 파급력이 있다. 정치적, 경제적 흡인력과 상징성이 크기에 차제에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하다. 구태여 부산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등 타 시도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중심권 도시 사업이 활발한 타 시도를 반면교사 삼아 행정기관과 지역 정치권이 전주권 발전전략에 힘을 모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23 15:14

특별시, 특례시, 특별자치도

처음은 역시 서울이었다. 명실공히 한반도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광복 직후 행정구역 명칭에 굳이 ‘특별(特別)’이란 단어까지 붙였다. 이후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직할시·광역시의 명칭이 부여됐지만 20세기까지 ‘특별’이 붙은 행정구역은 서울특별시가 유일했다. 21세기 들어 ‘특별한 곳’이 늘었다. ‘호칭(명칭) 인플레이션’이 행정구역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지방자치법과 각각의 특별법을 근거로 특별자치시·도가 잇따라 출범했다. 고도의 자치권 보장과 특례 지원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2006년 제주에 이어 세종(2012년)과 강원(2023년)이 각각 특별자치시·도가 됐다. 그리고 지난 18일에는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4번째 특별 광역자치단체다. 여기에 경기북부와 충북에서도 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 특별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하지만 희소성이 없는 특별은 무색해진다. 별로 특별하지 않게 된다. 민선 7기 전주시가 공을 들였지만 실패한 ‘특례시’도 2022년 1월 일제히 출범했다. 인구 100만 이상인 대도시가 기초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다. 경기도 고양과 수원·용인, 그리고 경남 창원시 등 모두 4곳이 특례시가 됐다. 이렇게 명칭에 새로 특별, 특례가 붙은 자치단체는 정말 특별해질 수 있을까? 18일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특별한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완화, 행정특례를 통해 지역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특별자치도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민의 기대도 커졌다.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정특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특별법에 핵심이 빠졌다. 대규모 지역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원대한 꿈만 꾸다 허무하게 무산된 경우가 허다했다. 대한민국에서 수도권 밖은 모두 벼랑이다. 지금 특별한 곳, 위기에서 안전한 곳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중심에 둔 수도권뿐이다. 특별시 서울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다가 수많은 위성도시와 신도시를 아우르는 매머드 생활권, 수도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민국 전체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저출산 시대,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까지 겹친 지방은 소멸 위기다. 결국 수도권공화국에서 균형발전 정책으로 내놓은 초광역권 전략 중 하나가 특별자치도다.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해서 특별한 기회, 새로운 시대가 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열어야 한다. 바뀐 명칭처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지역정치권과 도민의 몫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1.22 18:59

근로자 급여 전국 최하위…일자리가 답이다

전북의 직장인 평균 급여가 전국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지역소득이나 경제성장률도 역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전북도 기업유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원천징수 의무자 소재 기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북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585만 원으로 제주 3569만 원, 강원 3576만 원, 대구 3580만 원 다음으로 낮았다. 또 최근 3년간 17개 시·도별 근로자 1인당 평균 총급여액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북은 248만 원에 그쳐 전국 평균 증가 폭 385만 원보다 크게 낮았다. 이에 따라 전북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020년 서울의 80% 수준에서 2021년 77.7%, 2022년 76.6%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국에서 근로자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대기업이 몰려 있는 울산으로 4736만 원이었고 두 번째가 서울로 4683만 원이었다. 평균 급여가 4000만 원 이상인 시·도는 울산과 서울, 세종, 경기, 대전, 경북, 충남 등 7개이며 4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시·도는 제주를 포함해 강원, 대구, 전북, 부산, 광주, 충북, 인천, 경남, 전남 등 10개 지역이다. 이번에 조사한 총급여액은 연간 근로소득에서 식대 등 비과세소득을 차감한 값이다. 연말정산과 각종 공제의 기준이 된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말 잠정발표한 지역소득에서도 전북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58조로 전국의 2.7%를 차지했으며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역시 3246만 원으로 전국평균 4195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1위는 울산 7751만 원으로 전북의 2.4배에 달했다. 2위는 충남 5894만 원, 3위는 서울 5161만 원이었다. 지역내 총생산 실질성장률도 전북은 2.1%였으며 전국 2.6%를 밑돌았다. 이처럼 근로자 급여나 지역내 총생산이 낮은 것은 대기업 등 지역내 변변한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전북도와 정치권, 지자체는 기업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만드는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22 18:59

지방의 위기, 지방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섰다. 전체 총인구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중견기업의 76%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다양한 문화 예술, 기반 시설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방 소멸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청년 지역 연구 모임 <익사이팅>에서 ‘지방의 위기, 균형 발전의 시대는 갔는가’라는 주제로 한양대 글로벌 사회적 경제학과 김종걸 교수와 원광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원도연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하여 세미나를 열었다. 지방은 왜 위기에 직면했을까.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수도권을 이상적인 도시 모델로 지향했기 때문은 아닐까. 안전한 도시 환경, 문화 예술과의 접근성, 자연과의 조화, 편리한 교통 시스템, 다양한 일자리, 이 모든 욕구는 서울이라는 도시로 집중했다. 사람들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한정된 땅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주거는 불안정해졌고 수도권의 집값은 날로 치솟았다. 서울에 땅 한 덩어리를 사 놓는 ‘투자’가 ‘노동’의 가치를 넘어선 지는 오래다.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선망하게 만드는 동시에 지방의 가치를 격하하는 시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양대 김종걸 교수는 참여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취직이라는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고시원에서 쪽방살이를 참아내고 있고, 노인들은 치솟는 집값을 부담하지 못해 지하 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방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대기업 취직, 수도권 대학 진학이라는 단일한 가치를 좇으며 서울을 목적화하고 있다. 서울은 이 모든 욕구가 모여들어 포화상태가 돼버렸고, 지방은 따라 할 수 없는 서울을 따라가기 위해 방향을 잃어버렸다. 원광대 원도연 교수는 산업으로 지역을 키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를 기준으로 지방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토나 자원 등 새로운 기준으로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발제가 다 끝난 후에 참석자들과 함께 ‘이 모든 제언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종걸 교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군주도 정치인도 아닌 내가 왜 정치체계에 관해 쓰고 있는가. 군주와 정치인은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할 수 있으나, 나는 말밖에 못 하니까’라고요.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필자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를 꿈꿔본다. 누군가가 바꾸기를 기대하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듬어 가며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청년 모임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발전은 위기를 해결하면서 만들어진다. 이제 다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방의 위기, 지방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아현 전주 송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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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2 16:16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23년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희망과 기대로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지난 2023년은 ‘고물가’와 ‘고금리’, ‘저성장’이란 키워드가 대변하듯 국민 모두가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 특히, 농업인들은 러-우 전쟁, 이-팔 분쟁 등의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농자재값 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와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에 더해, 일상이 되 버린 농업재해 및 ‘럼피스킨’, ‘AI’와 같은 가축질병 등으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 농촌마을의 소멸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마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전북은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자타가 공인하는 농도인 전북 농촌에도 새로운 바람과 변화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산업화가 덜 되고, 낙후된 곳이라 말할지 몰라도 전북의 미래는 농업과 농촌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화려한 도시보다 좋아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가꾸고 만들어서 보존해야 하는 농촌의 가치는 한두 가지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미래 세대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전북농협은 변화한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농업인과 미래세대가 행복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 가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신바람나는 100년 농촌 구현을 목표로 지난해 ‘신농촌 포럼’을 발족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융합하고, 세대간 이해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활력과 희망이 넘치는 농촌’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민관학 협력을 통해 각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업들을 연계하고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실천방안을 도출해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제2차 신농촌 포럼에서는 마을호텔이라는 주제로 농촌마을에 호텔의 개념을 접목시키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기존의 호텔이 하나의 공간에 숙박, 휴식공간, 놀이공간 등을 집약해 놓았다면 마을호텔은 마을 전체에 그것들을 늘어놓아 소비자가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용하고 이를 통해 농촌지역에 삶과 일이 조화를 이루면서 생동감을 주자는 취지로, 관광·생활인구에 관심이 집중되는 매우 큰 시사점을 가진다. 일례로 강원도의 탄광촌 골목재생을 기초로 시작한 ‘마을호텔 18번가 협동조합’은 누워있는 호텔이라는 컨셉으로 마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마을호텔의 개념은 협동조합 이념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민관학 협력과 농협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행복하고 신바람 나는 농촌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처럼 농촌과 농업을 사랑하는 분들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면 ‘일자리와 소득이 풍부한 농촌, 사람이 찾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 지속가능한 100년 농촌’ 추진의 실질적인 원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함께하는 우리! 하나된 전북!’의 단합된 힘으로 전북특별자치도와 농촌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자. ‘강산도 아름답다 기름진 터전. 여기서 나고 자란 정든 내 고장. 이 땅은 피땀고인 농민의 나라. 우리는 주인이다 힘차게 살자. 협동의 깃발아래 한데 뭉치자.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이는 농협의 노래다. 다리는 끊어진 길을 이어 다시 새로운 길을 내고, 그 길과 길이 서로 소통하게 된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다리,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통로가 되고 지속가능한 100년 농촌을 위해 힘차게 달려나가자.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김영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김영일 본부장은 전주고를 졸업하고 전북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경제정책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농협경제지주 디지털경제부장∙산지원예부 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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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2 16:15

새로운 국악의 꽃, 창극

국악의 본향임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국악의 대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판소리 아니겠느냐 답할 것이다. 그럼 판소리가 진심으로 들을만하고 볼만한지를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성악적 특색을 잘 담아내고 있는 훌륭한 음악이지만, 일반인 수준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자어와 고어로 이루어진 ‘사설’이 어렵고 ‘소리꾼’과 ‘고수’로 짜인 구성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익숙할 수 있으나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이 판소리다. 반면 판소리를 바탕으로 연극적 요소와 연희적 요소가 어우러져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장르가 있으니, 그것이 창극(唱劇)이다. 흥부놀부가 박을 타고, 암행어사가 춘향이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았다면 이미 창극을 경험해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창극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누구나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음악 장르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창극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전통예술 중에서 앞으로 K-컬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을 창극과 탈춤으로 꼽았다. 맞는 말이다. 국악을 잘 모르는 사람, 국악이 처음인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창극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지기까지 하다. 화려한 무대와 흥미로운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극은 서양의 오페라와 뮤지컬에 비교될 수 있다. 소리와 무용, 조명 및 화려한 세트가 무대 위에 종합적으로 펼쳐지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반면 창극에는 그러한 정도로 숙련된 소리꾼과 연주자, 무용수가 필수인데, 이러한 방대한 인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창극을 제작할 수 있는 단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립창극단’과 ‘광주시립창극단’, ‘전남도립국악단’ 그리고 우리 지역 ‘전북도립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 ‘남원시립국악단’ 6곳이다. 전국에 고작 6곳의 단체가 있는데, 그중 우리 지역 단체가 3곳이다. 창극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과 지속적으로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지역 전북을 국악의 본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따라 하고 싶어도 쉽게 모방할 수 없고, 흉내 내려 하여도 높은 음악적 역량을 충족할 수 없어 포기하게 만드는 예술이 창극이다.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3곳의 창극을 운영할 수 있는 단체가 있고, 전주세계소리축제라는 소프트웨어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지역에서 춘향과 심청, 흥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재미지고 새로운 창극이 등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국악의 도시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K-POP, K-푸드의 뒤를 이어 국악이 K-컬처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을 때,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의 성지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국악으로 향유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술, 시대 흐름에 가장 적합한 전통예술장르, 그것이 창극이다. 우리가 찾고 있는 국악의 세계화, 그 해답은 창극에서 찾을 수 있다. /홍현종 JTV PD △홍현종 PD는 중앙대를 졸업했으며 전북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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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2 16:15

범죄인가요?

의뢰인은 여성 지인과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의뢰인과 지인은 술자리를 옮기며, 지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더 마셨다. 의뢰인은 지인의 집에서 자게 되었고, 각자 잠자리에 들던 중 의뢰인은 지인에게 두세 차례 스킨십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인이 완강히 거절하여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지인은 의뢰인을 강간미수로 고소하였다. 의뢰인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인 것인지 물어왔다. 세월이 변해가며 법적 감수성 또한 변해간다. 필자의 사무실이 시골에 있다 보니, 시골의 어르신들이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생의 유일한 낙은 음주로 읍내에서 대리기사를 부를 수 없어도 반주는 포기할 수 없다. 음주운전이 적발되더라도 벌금 정도라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은 큰 범죄다. 전과가 있으면 구속까지 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런 법적 감수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주운전 외에 이러한 변화가 큰 영역은 성범죄이다. 남녀가 술을 매개로 만나고, 사귐과 잠자리에 대한 요청과 거절 사이에 남녀 관계가 싹트곤 했다. 하지만 이제 만남과 잠자리가 그렇게 낭만적 영역이 아니다. 오랜 지인, 여성의 집, 음주량과 기억, 즐거운 술자리, 같은 공간의 잠자리와 합의 추정 등의 말은 성범죄의 성립에 별 영향이 없다. 대부분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 경우도 잦고, 기억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줄 알았기에 스킨십을 시도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기억이 없다거나 동의가 있는 줄 알았다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추행과 성행위의 시도가 있었다면, 강간미수라는 어마어마한 범죄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죄 사례가 많기에 알아서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길 기대하지만, 고소 이후에는 수사, 기소, 재판이라는 긴 사법 절차가 남게 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기소될 것이고,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다. 통상의 연애라며 억울해하는 의뢰인을 두고, 불기소, 무죄, 구속 가능성을 설명하며, 무거운 범죄임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1.22 16:15

전주시의회 의정활동비 상한 인상 이라니

지방의회 의원들은 사실 국회의원에 비해 들이는 시간과 정열이 결코 적지 않으면서도 받는 대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과 비교할때 그렇다는 얘기지 일반 서민들과 비교할때 수많은 명예와 지위, 특권을 누리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전주시의회가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상한액까지 늘리려고 하면서 시민정서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의정활동비를 월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지역 경제여건이나 시민들의 여론을 무시한 채 제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전주시에 따르면 의정비심의위는 지난 4일 첫 회의를 열고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시의원 한 명당 월 150만 원의 의정활동비를 지급키로했다. 일단 오는 30일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2일 인상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이와관련 논란이 거세다. 지난해말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의정활동비를 기존 광역의원의 경우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기초의원은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한도액을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랫동안 의정비를 동결시켰던 전주시의회는 소폭 상승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란듯이 월 150만 원으로 상한선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한 명당 266만 원의 월정수당(올해 기준)과 의정활동비 110만 원을 합해 376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에서, 월정수당 266만 원과 의정활동비 150만 원을 합해 410만 원을 받게된다. 경기 침체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있고 특히 전주시는 많은 빚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마당에 자치단체 세원 부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인상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거세다. 해마다 월정수당이 공무원 임금인상 수준에 맞춰 오르고 있는데, 의정비까지 지나치게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하나의 사례를 들자면 강원특자도 강릉시의회는 강원지역 기초의회 가운데 가장 먼저 의정활동비를 110만 원에서 135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확정했다. 전주시의회가 한번 더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22 13:26

見指忘月(견지망월) 전북특자도 탄생 ‘얼룩’

見指忘月(견지망월).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들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전주을)과 대통령실 경호처와의 소동으로 묻혔다. 전라북도가 12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날이었지만 여야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유튜버는 ‘사지가 들린채, 끌려나가’ 등의 각종 자극적 단어로 세상을 도배했다. 손가락은 특별자치도를 가리켰지만 바라본 곳은 소동이 일어난 현장의 모습이었다. 특별한 잔칫날이 되어야 할 이날 전라북도특별자치도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18일자로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별자치도란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한 행정, 치안, 교육, 산업 등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광역 지방정부를 지칭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같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어렵게 대통령을 초청했다.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삭감 등 중앙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을 풀어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강성희 의원이 강제 퇴장 당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초청된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강 의원과도 악수했다. 이때 강 의원이 윤 대통령의 손을 잡은 채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윤 대통령의 이동이 지체됐고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제지했다. 이에 강 의원이 반발하며 소리치자, 경호원들은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으며 행사장 밖으로 들고 나갔다. 이 상황을 두고 야당은 과잉경호를 주장하며 대통령 사과와 경호처 경질 등을 요구하는 정쟁으로 몰아갔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강 의원의 가벼운 행동을 질책하며 출범식 난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맞섰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정읍·고창)은 “이날 출범식때 저는 새만금 예산 학살과 여러 내용이 있어 항의 차원에서 (앉은 의자에서)일어나지도 않았다. 박수도 안쳤다. 제 앞에 왔을때 앉아서 악수했다”는 내용을 자랑하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일국의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킬건 지키돼 싸울땐 과감히 싸우는 모습이 아닌 소인배같은 모습이었다는 참석자들의 비난도 나왔다. 여야 누가됐던 대통령은 국가 행정부의 수반(首班)으로 직책 자체가 ‘국가’를 상징하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윤석열 개인이 아닌 국가에 대한 예우이다. 경호처의 과잉경호 역시 질책을 받아 마땅하지만 불시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대통령에 대한 의전, 경호는 당연한 행위다. 이날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북특별자치도민과 전북특별자치도다. 전북특별자치도민들은 강 의원과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 의원은 국회 및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의 다양한 항의 방법이 있음에도 왜 굳이 전북특별자치도 잔칫날 기념행사에서 항의했어야만 하는지. 윤 대통령은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밖으로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습니다. 그냥 놔두십시오. 강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른 자리에서 한 번 듣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범한 모습을 보일순 없었는지.

  • 오피니언
  • 이강모
  • 2024.01.21 18:04

‘청년이 떠나지 않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수도권 밖 도시의 가장 큰 숙제는 새해에도 역시 인구 문제다. 저출산에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까지 겹쳐 소멸시계가 빨라진다. 정부가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지방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구호뿐이다. 세계 꼴찌인 출산율을 높이는 일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더불어 지방도시에서는 청년층 이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실제 전북을 비롯한 호남권 대학 졸업자 중 절반 가량만 해당 지역에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취업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북과 광주·전남 소재 대학 졸업자의 지역 잔류 비율은 53%에 그쳤고, 수도권 취업 비율은 30.6%에 달했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역을 떠나고, 또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상당수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취업난 시대, 청년들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취업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가 많고 연봉까지 높으니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을 방법도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쳐다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청년층의 지역 이탈이 지속되면 생산인구가 감소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외치고 있는 균형발전·지역활성화 정책은 무색해지고, 지방소멸을 앞당길 것이다. 특히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비전을 내걸고, 18일 공식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의 힘찬 도약도 기대하기 힘들다. 청년이 떠나가는 지역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은 뜨거웠다. 특별한 기회, 새로운 미래에 대한 도민의 열망이 담겨서다.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순간부터 전북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전북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도민이 기대하는 ‘달라진 전북’은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고장’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시대, ‘전북 대전환’은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역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21 17:24

유령당원, 여론조사 왜곡…경선 방식 개선을

4·10 총선거가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과 후보자 모두 발걸음이 바빠졌다.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선의 근간이 되는 당원과 여론조사에 허점이 많아 이를 시급히 개선했으면 한다.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심사 기준은 △정체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능력(10%) △도덕성(15%) △여론조사(40%) △면접(10%) 등이다. 그리고 현역의원의 경우 하위 20%에 속한 의원은 득표율의 20%, 특히 하위 10%에 속한 의원은 득표율의 30%를 감산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다. 공천 룰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호남·충청권을 1권역’으로 묶고 당원 20%,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 방식의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2권역인 영남권은 당원 50%, 일반국민 50% 비율로 여론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그리고 현역 하위 평가자 10%를 일괄 컷오프한다. 이러한 방식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령당원의 문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5일 현재 우리나라 정당의 당원 수는 민주당 484만명, 국민의힘 429만 명 등 모두 1065만 명에 이른다. 20.7%로 국민 5명 중 1명이 당원인 셈이다. 영국은 1.3%, 독인은 1.5%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 중 80% 가량이 경선이 끝나면 월 1000원의 당비를 납부하지 않는 유령당원이다. 둘째, 여론조사의 왜곡 문제다. 공천 룰에서 보듯 여론조사는 경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선거자금과 조직에 의해 좌우된다. 경선은 통상 ARS 여론조사를 하는데 통신사가 제공한 안심번호를 사용한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1명이 신용도에 따라 3-9개까지 개통이 가능하다. 실제 주민들은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받지 않거나 거절하는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1000명의 표본을 얻기 위해서는 3만 건이상의 전화걸기를 시도한다. 이때 선거캠프 등에서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해 여론조작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결국 유령당원과 여론조사가 민의를 교란시키고 선거를 인물과 정책이 아닌 돈과 조직으로 치르게 한다. 선거 시작단계부터 불법과 꼼수가 횡행하는 것이다. 정당과 선관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21 17:24

35사단 이전 10주년 상생의 미래로 거듭나야

올해는 충경부대 육군 제35보병사단이 임실군에 둥지를 튼 지 10년째를 맞은 뜻깊은 해다. 지난 2014년 1월 이전에는 장송곡까지 등장해 일부 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10년째를 맞은 지금은 지역발전의 효자로 평가됐다. 35사단은 농특산물 판로확보와 소득증대, 지역관광 활성화 및 인구감소를 억제했고 주민세와 지방세 등 재정수입 등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35사단이 이전한 2014년은 필자가 임실군수로 첫발을 들인 특별한 해로서, 재임 10주년과 맞물리는 인연을 담고 있다. 임실군에 주둔 중인 35사단과 제6탄약창의 장병은 전체 2000여명으로 군의 인구 2만 6000여명의 8%를 차지한다. 이들은 한적한 임실읍에 주 평균 300여명이 외출하고 30여 명이 휴가를 통해 지역 상권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밤이면 이들로 인해 읍내에 활기가 돌면서 최근 커피숍과 PC방, 각종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상점들이 속속 들어섰다. 또 지역에는 연간 15억원의 지방세 수입을 비롯 장병들의 소비 촉진에 따른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연간 6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같은 효과는 임실사랑상품권을 외출장병에 매월 4000원과 이발비 6000원, 신병에는 5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실효를 거뒀다. 여기에 장병들의 이동과 안전한 부대 복귀를 위해 임실읍까지 무료수송버스를 운영하고 임실관광투어와 작은별 영화관 이용 등에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임실군은 또 대부분 전주와 완주 등에서 출·퇴근을 하는 35사단과 6탄약창 등의 군무원과 부사관 196명을 위해 임대아파트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자도지사가 적극 지원을 약속한 아파트 건립은 주거비 지원이 열악한 이들을 위해 군은 임실로의 유입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35사단 이전 효과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서도 임실군 방문자가 2018년 409만 명에서 2023년 852만 명으로 208%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전라선 KTX가 정차하는 곡성군(576만 명)과 구례군(628만 명)보다도 각각 276만 명과 224만 명이나 훨씬 많은 수치다. 또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옥정호 출렁다리 및 붕어섬을 비롯 성수산과 치즈테마파크 장미원 등 유명 관광지를 많이 조성한 것도 일조했다. 1200여명의 장병이 주둔하는 35사단은 연간 27회 이상의 신병수료식과 훈련병 등에 힘입어 관련 부모와 가족 등 7만여 명이 임실군을 찾고 있다. 35사단 이전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필자가 군수직을 맡은 지 10년이 되는 해로서 천만관광 실현에는 임실역에 KTX가 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바람이다. 다양한 관광자원과 축제 등이 어울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장병들의 부모와 가족, 관광객들이 임실군을 쉽게 방문토록 관련 당국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자체와 군부대 간의 모범적 상생모델이 된 임실군과 35사단은 앞으로도 깊은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100년 이상을 함께 걸어가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을 소망한다. /심민 임실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4.01.21 17:19

전북자치도시대의 첫 총선

상당수 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이번에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4·10일이 총선일이지만 전북에서 본선거는 거의 형식적으로 치러진다고 보면 된다. 왜 전북이 30년 이상을 특정당 중심으로 되었을까를 곱씹어봐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여야 경쟁을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 시스템인데 전북은 이같은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선거 때 마다 나타나는 지역주의를 망국병이라고 칭하면서도 고칠 생각을 안한다. 충청도나 강원도는 그 지역 주민들이 경쟁의 원리를 일찍부터 도입, 선거 때마다 피 튀기는 싸움판을 만들었다. 그 결과 여야가 공존하는 경쟁의 정치판이 만들어지면서 지역발전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 항상 도세가 전북에 밀렸던 강원특별자치도가 지금은 전북 앞에서 내달린다. 윤석열정권이 들어서면서는 정관계 요로에 강원도 출신들이 대거 포진, 10조 원 국가예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힘이 다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이유는 강원도특별자치도민들이 총선 때마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여야의원을 공정하게 뽑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전북은 어떠했는가. 물을 필요도 없이 한쪽으로 완전하게 기우는 선거를 해왔다. 진보정권의 탯자리나 다름 없었다. 공천이 당선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항상 현역들이 당 대표의 눈치나 살피는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작 유권자들은 안중에 없고 비중도 두지 않았다. 이같은 잘못된 선거문화를 유권자들이 확 뜯어 고쳐야 하는데 이를 행동을 옮기지 못했다. 민주당이 공천하면 묻지도 따져 보지도 않고 무작정 찍어줬던 싹쓸이선거가 패착이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까 역량있는 인물의 원내 진입이 어렵게 돼버렸다. 지난해 정부가 얼마나 전북의원들을 가짠하게 보았으면 사상 유례가 없는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 승인했겠는가. 남에게 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김관영 지사의 심정이 어떠했을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지난 18일부터 전북이 특자도가 되었지만 금세 세상이 뒤바뀌는 게 아니다. 도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패배의식을 떨치고 도전해야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선거 밖에 없다. 총성 나지 않는 선거판에서 전북특자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에게 실망과 아픔을 안겨줬던 정치판을 새 인물로 바꿔야 한다. 여나 야가 경쟁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예산을 확보하도록 그런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민주당 싹쓸이 선거로 가면 특자도 시대에도 전북발전은 영 가망이 없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북을 자신들의 공깃돌처럼 여겨왔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선거를 통해 표출시켜야 한다. 강원이나 충청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특자도민이 되었다고 마냥 기뻐만 할일이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총선판을 우리 의지대로 갈아 엎어야 한다. 그래야 자존감을 높이면서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1.21 17:17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으며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올해로 1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반란과 역적으로 낙인되었던 동학농민혁명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는 동학농민혁명 100주년(1994) 무렵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의 민주화 흐름에 힘입어, 학계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국적인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은 언론의 적극적인 특집 보도와 관련 콘텐츠 방영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 결실은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특별법에 의해 정부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를 설치하였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 신청을 받아 3천여명의 참여자와 그 유족을 등록하였다. 이후 기념재단이 유족등록 업무를 위탁받아 2023년까지 등록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3815명이며 유족은 1만3176명에 이른다. 그러나 당시 참여자들 가운데에는 후손도 없이 순국하였거나,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참여 사실을 자기 자손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숫자는 알 수가 없다. 죽음을 각오하고 나섰던 이들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서 이름조차도 묻혀버린 무명 농민군들이다.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어떤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다. 특별법에 의한 기념재단의 출범(2010)과 국가기념일이 제정(2019)되고 농민군의 전승지인 황토현에 기념공원을 개원함(2022)으로써 한국사회에서 동학농민혁명은 이제 그 명예를 되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지역감정이나 진영논리에 편승하여 동학농민혁명을 전라도 사건으로 폄훼하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작년에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185건이 유네스코 셰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된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준은 세계사적 중요성을 담보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중요성이나 정신적 운동이어야 한다. 따라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동학농민혁명의 세계사적 의의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으로 세계사적 명예 회복이라 할 만한 일이다. 갑오년 농민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 정부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집강소를 통한 민주주의적 지향, 국가공동체의 수호를 위해 일본의 침략에 맞섰던 농민군의 기치는 인류가 모두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로 평가된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는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면, 갑오년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존중받는 사회, 증오와 불신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생과 공존이 우선하는 사회, 경제적으로는 빈부의 격차를 완화하고 대립과 갈등보다는 상생과 조화를 이루어 내는 공동체를 이루어 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이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바꾸어 놓았듯이, 한반도에 대립과 증오의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뀌어져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인명 살상으로부터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과 전 지구적 과제가 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행동이 한반도로부터 동북아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키는 일이 130주년을 맞는 갑오년 농민군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신순철 이사장은 원광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30여년 재직했으며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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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1.21 17:10

[금요수필]고향 이야기

나의 고향은 김제다. 어느 고을처럼 박사를 많이 배출했거나 그렇게 뭐 하나 제대로 내놓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고향이 심산계곡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의 지평선을 보며 호연지기를 키우며 자라왔다. 역사적인 비골제, 새만금 등 많은 보물이 있지만 어느 누가 인내를 가지고 시시콜콜 남의 동네 자랑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여기서 접고자 한다. 하지만 나는 내 고향의 빛과 그림자를 내보이려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맞는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경우에 따라 악이 양을 구축하는 모순도 존재한다. 1997년 어느 날 부산 교도소에서 도둑놈 하나가 탈옥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영화에나 나올 법한 탈옥을 했다. 경찰은 처음 500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으나 잡히지 않자 5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기록적인 이 현상금은 모두가 욕심을 낼 만한 거금이었다. 그 도둑놈이 바로 김제 금구면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신창원이다. 그런데 옛날 시골은 가난했으며 술 마시고, 노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삼박자를 갖추었다. 신창원도 돈 잃고 홧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복날 개 맞듯이 맞고 자랐을 것이다. 배가 고프니 닭서리를 했을 것이고 이 발단으로 전과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 닭이나 과일 서리는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신창원은 도둑놈의 기질이 풍부했던 것 같다. 도를 넘는 절도 행위를 어느 누가 고발하지 않았겠는가? 필자도 어려서 가끔 무지막지하게 매타작을 당하며 살았다. 나의 아버지는 술도 안 드시고 노름도 안 하셨다. 그런데 내가 쌀 퍼다 술 마시고, 학교는 안 가고 극장에 앉아있다가 정학당하고, 싸우다 입원시켜 놓기도 했으니 아무리 인내심 많은 목사라도 한계가 있을 터라 맞아도 싸다. 그래서 필자는 반항하지 않고 사랑의 매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며 반성해서 도둑놈의 길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신창원이 709일 동안 홍길동 같은 도피 행각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고 6번에 걸쳐 경찰과 마주쳐 탈출한 장면은 국민들을 흥분시켰으며 탈옥한 도둑놈을 응원하는 팬클럽까지 생길 지경이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추적 도중 발견한 일기장에서 고아원에 200여만원을 기탁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번번이 눈앞에서 놓친 경찰은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심지어 신출경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도둑놈 하나가 김제라는 지명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셈이다. 어쩌면 부끄러운 흑역사이기도 하여 얼굴이 붉어진다. 이제 빛으로 넘어가 보자. 우리는 그 유명한 고름 우유 파동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진 목장을 운영하다가 1973년에 파스퇴르유업을 설립하여 기존 고온 살균 방식 기법을 저온 살균 방식으로 바꾸고 고름 성분이란 화두를 기존 우유업계에 던져 태풍을 몰고 왔다. 항간에서는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우유 산업은 놀라운 혁신을 가져와 국민들 건강을 증진시켰다. 특히 우리 교육계에 놀라운 그의 업적은 1993년 민족사관학교를 개교하여 최고의 선생님을 초빙하여 전액 무료로 최고의 인재를 양성했다는 일이다. 그가 바로 김제 만경 출신 최명재 회장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이끌어 나가다가 2022년 95세로 영면하였다. 수필의 덕목은 '겸손'이라 배웠다. 그래서 도둑놈도 하나 끼워 넣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조건 수필가는 '한국 창작 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수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행촌 수필, 꽃밭정이 수필, 은빛 수필, 전북펜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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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17:44

불편한 인사 기류

- 9급 공채로 출발한 공무원이 이른바 ‘공무원의 꽃’ 으로 불리는 5급 사무관까지 승진하는데 족히 20년은 넘는다. 공채 7급은 요즘 ‘고시’ 로 불릴 만큼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5급, 7급 자리가 민선 이후 외부 인사의 공직 통로로 둔갑, 무게감이 떨어진 느낌이다. 선거판을 기웃거리다 운 좋게 정무직에 발탁돼 승승장구하는 ‘어공’ 들이 늘어나면서다. 도청에선 심지어 2급, 4급까지도 꿰찬다. 공채 공무원(늘공)의 느림보 승진 기회에 비하면 그야말로 벼락출세한 셈이다. 더구나 늘공 입장에선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어공 상관을 모셔야 하는 처지라 상대적 박탈감은 훨씬 크다. 입신양명의 마지노선으로 일컫는 5급 사무관에 오르지 못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이 절대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 개방형 직위 공모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고자 전문성을 강조한 당초 취지가 실종된 탓이다. 선거 캠프 출신의 생계형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최근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과거 고락을 함께한 선거 공신들이 주군 보좌에 힘썼던 역할과는 결이 다르다. 공직 경험이 풍부한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도지사 시절엔 핵심 측근을 요직에 앉혀 비교적 조직 관리 안정에 주력해 왔다. 그에 비해 김관영 지사와 유종근 전 지사는 혜성처럼 등장해 실용 노선의 인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둘 다 공직과는 거리를 둔 직업에서 잔뼈가 굵고 주로 서울과 외국에서 기반을 닦은 터라 지역 사정에 어둡고 인재풀이 좁다 보니 인사 뒷말이 많다. - 최근 도립국악원장 공모 논란도 이런 배경에서 불거졌다. 문제는 일찌감치 사전 내정설로 호된 곤욕을 치렀던 민선 8기 산하기관장 공모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자격 논란은 차치하고 공모 절차의 공정성이 이미 훼손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모집을 통해 면접까지 마쳤는데 합격자 발표를 못하고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아울러 도청 대변인의 교체 과정도 순탄치 못해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후임자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면서 임명이 계속 늦어진 것이다. 잼버리 사태로 새만금 예산이 무더기 삭감된 위기 상황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 지난해 8월, 잼버리 초반 총체적 난국에 대해 정부 여당이 노골적으로 파행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며 몰매를 가했다. 새만금에서 개최됐다는 이유로 억울한 점이 있어도 전북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설상가상으로 새만금 예산을 78%나 깎으며 전방위 압박을 노골화 했을 때도 일단 숨죽이며 버텼다. 뒤늦게 크게 후회한 것이 그때 정면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이다.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던 잼버리 조직위의 책임 문제를 제대로 반박했어야 했다. 나중에서야 전북도에서 찔끔찔끔 해명 자료를 냈지만 자기 변명에 급급한 인상만 줬다. 대변인 교체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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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1.18 17:36

아름다운 산책

눈이 와 있다. 강물 위로 나온 검은 돌들 위에 눈이 소복하다. 하얀 눈이 마을을 고요하게 덮고 있다. 조심조심 강을 건넜다. 마을을 걸어 나온 내 발자국을 뒤돌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강물을 따라 걸었다. 눈은 가만가만 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따뜻해지는 나의 마음을, 이 온기를 이해하여 마음에 담고 새 나가지 않게 오래 오래 보관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따뜻한 내 손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자. 사랑이 변하지 않는 그 지점을 나는 걸으면서 배워 왔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상에 마음을 다 쓰자. 이 글이 산책을 나서는 나의 첫 마음이고 조심하여 올해 내 첫 글이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쁨이 슬픔을 설득할 수 있는 말들이 있어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 글이 중요하지 않다. 삶은 지나 가나니, 덧없다. 무정하다. 소용이, 내가, 어디에, 무슨 소용인가. 때로, 써 놓은 내 글 속으로 내가 들어가 편안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나는 기대한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고 세월은 흐르고 그때도 저 산에 바람은 저렇게 불고 눈은 내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저녁 노을로 시를 쓸 텐데,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너를 사랑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 길 위 관 목 숲에서 나무 쪼는 소리가 났다. 오색 딱따구리다. 검은 꼬리 밑 부분에 진 분홍색을 뽐내는 다섯 가지 색의 몸을 가진 새다. 땅 위를 뛰듯 서 있는 나무 몸을 타고 뱅뱅 돌아 뛰어오르며 쫀다. 숲에 눈송이들이 내리고 숲은 조용한 아름다움을 가져왔다. 큰 눈송이다. 눈송이가 막 타 놓은 솜처럼 성글고 희어서 세상의 어디에 닿아도 소리가 없다. 산을 그려주며 산을 지나온 눈송이들이 강으로 내린다. 눈을 감고 고요하게 서서 풀숲에 눈 오는 소리를 듣다가 가만히 눈을 뜨고 눈송이들을 따라 강가로 걸어갔다. 눈송이들은 지상으로 내려오며 자신을 응시하고 자기의 태도를 생각하며 내릴 지점을 골라 희게 앉는다. 우리는 왜 사는가. 무엇을 하러 여기 왔는가. 흔적도 없이 허공을 지나온 눈송이들은 강물에 내리는 소리도 파문도 만들 줄 모른다. 가치를 가져오는 곳이 허망과 허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눈이 그쳤다. 한 시간 쯤 강물을 따라 걷다가 다른 길로 강물을 거슬러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응달이어서, 눈이 녹지 않았다. 새와 짐승들과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 있다. 발자국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딛고 어디를 갔다. 쥐 오리가 물질을 한다. 물속으로 쏙 잠수하였다가 어디만큼 가서 물 위로 푱 나와 동그랗게 퍼지는 파문의 중심에 동동 떠 있다. 쥐 오리가 물속으로 쏙 들어가고 푱 나온다는 이 ‘푱’이라는 말에서는 명랑하고 기분 좋은 물소리가 하늘에서 들린다. 쥐 오리가 잠수하면 가만히 서서 저 아이가 어디로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다리지만 내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인다. 몸이 희고 검고 작은 할미새가 꽁지를 까불며 바람에 밀리는 살얼음 가장자리에서 얼어붙은 풀잎을 쪼고 있다. 새의 무게로 살얼음이 밀리며 살얼음이 챙챙챙 소리를 낸다. 너무 멀리 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다. 천천히 타박타박 걷다가 터덜터덜 걸었다. 집에 도착하였다. 마른 빨래를 개고 나서 새로운 빨래들을 탈탈 털어 종류와 크기와 모양을 따져 귀와 모서리들을 찾아 맞추어 가며 체계적으로 널었다. 누가 보기에도 좋게, 예술적(?)으로 빨래를 널려고 노력한다. 노력은 모든 일들을 익숙하게 하여 노련하고 세련되게 가다듬으며 삶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정돈의 기쁨은 일상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빨래를 잘 널고 나서 손을 툭툭 털면 내가 내게 쳐 준 박수 같아 좋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마을, 아침 산책이 나는 좋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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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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