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07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동학농민군이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

어머님께 올리나이다. 제번하고 모자 이별 후로 소식이 서로 막혀 막막하였습니다. …… 처음에 나주 동창 유기모 시굴점 등에서 죽을 고생하다가 한 사람을 만나서 소자의 토시로 신표를 하여 보내어 어머님 함께 오시길 기다렸더니, 12월 20일 소식도 모르고 오늘 나주 옥으로 오니 소식이 끊어지고 노자 한 푼 없어 우선 굶어 죽게 되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요. 돈 300여 냥이 오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 주시오. …… 부디부디 명심불망 하옵고 즉시 오시기를 차망복망 하옵니다. 남은 말씀 많으나 서로 만나 말하옵기로 이만 그치나이다. 1894년 12월 28일 달문 상서 2022년 국가등록문화재 825호로 지정된 이 편지는 동학농민군 참여자가 고향의 어머니에게 인편으로 보낸 한글 편지이다. 편지의 요지는 돈 300냥을 마련하면 풀려날 방법이 있으니 꼭 자신을 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담은 편지이다. 편지의 주인공이 나주 감옥에 있던 때였던 1895년 1월 3일 나주 감옥으로 이송된 부안 출신 농민군 김낙철의 일기를 보면, 당시 나주옥 수감자들의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수성군 100여 명이 돈 400냥을 주지 않는다고 나무나 철로 된 몽둥이로 3시간 동안 차고 때려서 그 광경은 차마 입으로는 다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진 자가 허다하고 피가 흘러 시내를 이룰 지경이었지만 자신은 손가락 하나만 부러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당시 수감자들이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수성군에 의한 무자비한 폭행과 가혹행위며 금전 갈취가 일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감자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고문의 관행은 3.1운동 참여자나 독립운동가들, 해방 후 6.25전쟁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수감자들에게까지도 이어왔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큰돈을 주면 중죄인이라도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당시 사회의 부패상은 감옥에 갇혔던 다른 농민군의 사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한달문(36세)으로 그 후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화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동학농민군에 참여하였다가 민보군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돈 300~400냥은 쌀 20~30섬 정도의 값어치로 서울에서 작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이 정도의 돈을 가져오라는 요청을 한 것은 그 집안의 경제력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학농민군들이 가난한 농민뿐만이 아니라 가세가 넉넉한 부유층이나 양반층까지도 참여한 사실을 입증하는 편지이기도 하다. 한달문은 1895년 봄에 감옥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그의 농민군 참여 사실 때문에 갑오년 이후 온 집안은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고 가세는 기울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편지는 동학농민혁명 연구뿐만 아니라 국어학적으로도 당시의 편지 형식이나 사투리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되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엄동설한에 냉기 시린 감옥에서 삶과 죽음을 가늠하기 어려운 아침을 맞으며, 날마다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려야 했던 갑오년 농민군의 간절한 염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가슴에 새겨야 할 편지이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5 15:34

총선 여론조사와 여론조작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공천과 관련해 후보 적합도 조사를 진행되는데 그 주체를 놓고 공방전이 한창이다. 일단 공개된 후보간 지지율 추이는 유권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 담보가 관건이라는 것. 하지만 전제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평가 자료를 비밀리에 조사함으로써 후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야 공천에서 경선과 컷오프, 하위 20%를 평가하는 자료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여론조사란 점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여론조사가 아무리 폭발성이 크다 해도 공정성을 상실하면 그에 따른 공천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도 잃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를 앞세워 공천 책임을 회피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중하기에 후보자 입장에선 지지율 변화에 민감할 뿐더러 실제 이를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쏟는다. 맨투맨 접촉을 통한 유권자 호소 전략보다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번에 흐름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거 브로커들이 지지율 여론조사를 미끼로 후보자에게 ‘딜’ 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끔 여론조사 발표와 투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떴다방’식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에도 정확성과 신뢰성 강화를 명분으로 결국 칼을 뽑은 셈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표밭 현장에선 ‘찌라시'성 루머와 함께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쑤였다. 시중 여론과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그럴싸하게 나돌면서 악의적인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돼 경찰 고소로 이어졌다. 정동영 유성엽 이환주 후보도 얼마 전 여론조사의 민심 왜곡을 직접 겪었다며 이의 부당함을 맹비난했다. 다른 조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응답률과 샘플 중 50% 이상이 접촉 후 거절, 중도 이탈 건수로 나타난다는 것. 여기에다 사전에 해당 여론조사 일시를 파악한 후보자 측의 조직적 참여 정황이 포착됨으로써 조작 의혹을 짙게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조사 대부분이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한 1인당 3개에서 9개까지 안심번호가 추출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조작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흔히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인지도와 조직력을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인지도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삽시간에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오랜 세월 공을 들이는 조직력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어쨌거나 그런 문제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딱히 이를 대체할 만한 평가 방식이 없다 보니 여론조사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막기 위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2.22 18:14

직박구리 부부

우주의 생태계는 만물이 거의 암수로 나누어져 짝을 이루며 살아간다.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아침이면 까치가 요란하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까치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면서 짖어대는데 그것도 해가 동쪽에서 비스듬히 중천을 향해 올라가면 소리는 끊기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지난번 문인화를 교습받으러 다닐 때 이야기다. 선생님 댁은 양옥 이층집이었는데 남향으로 앞에 잔디를 깐 정원이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정원수가 심어있었는데 아침이면 매일 직박구리 한 쌍이 날아와서 노닌다고 하셨다. 한 마리가 이쪽으로 날면 또 한 마리가 쪼르르 따라 날고 저쪽으로 날면 또 쪼르르 따라 날면서 아주 금실이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그해 초여름, 직박구리 부부가 키가 조금 큰 박태기나무에다 둥지를 짓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마음이 설렜다. 둘이 무슨 깃털 같은 것을 물어 오는가 하면 어떤 때는 지푸라기 같은 것도 물어 와서 동그란 모양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어느새 직박구리 둥지가 반도 더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퍽 가상하고 기뻤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부화시켜 대를 이어갈 요량으로 박태기나무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불청객처럼 불어오는데 그들의 둥지도 비껴가지 않아 여지없이 피해를 주었다. 밤새 불어대는 강풍이 창문을 흔들어 대더니 둥지 주변의 우거진 나무들을 강하게 흔들어 대니 무성한 초록 잎들이 못 견디며 아우성을 치고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조금 두려웠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차분히 개인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그동안 연습한 그림을 지통(紙筒)에 말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왠지 침울한 듯 느껴졌다. “선생님, 직박구리들이 둥지는 다 지었는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어제 태풍에 그만 산산이 부서져 잔디 위에 떨어져 있었어요”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아 그래서 선생님 표정이 그렇게 어두웠었구나.’ 나는 직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 고 귀여운 것들, 그 옆에 튼튼한 금목서에다 집을 지었으면 그런 낭패를 보지 않았으련, 쯧 쯧 쯧” 하시며 선생님도 혀를 차셨다. 그 뒤로 직박구리 부부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서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가습이 아려온다. 그렇게 서운한 마음으로 여러 날을 보냈다. 직박구리는 봄이면 두세 개의 알을 낳고 암컷이 약 2주 정도를 품어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런데 거의 완성되어 가던 둥지를 잃은 직박구리 부부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얼마나 실망했을까? 이 계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순환하고 진화하기에 그들은 또 다른 나무에 부지런히 집을 지으려 소재들을 물어 나르며 둥지를 지을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튼튼한 나무에다 둥지를 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두손 모아 기도한다. △배순금 수필가는 전주교대,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75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새교실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지역위원장, 지초문예 회장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24.02.22 17:17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

납세자가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양도세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자산을 보유하면서 지출하는 비용도 인정을 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잘 해놓으셔야 양도세를 줄일 수가 있겠습니다. 보유한 자산에 대하여 지출한 금액이 모두 필요경비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법에서는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들만을 경비로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노후화 되거나 기존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들어 인테리어하는 비용들이 그 세부 항목에 따라 인정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용으로 인정되는 경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코니 샤시교체비용, 베란다 확장비용, 난방시설 교치비용, 용도변경을 위한 각종 비용들이 이에 해당하게 됩니다.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비용들은 벽지 또는 장판의 교체비용, 보일러 수리비용, 옥상방수 공사비용등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도세 신고시 필요경비로서 인테리어비용을 전부 넣게 되면 세부항목에 따라 인정이 되지 않는 비용이 있을 경우 경비로 인정받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필요경비가 맞더라도 증빙에 의하여 지출사실이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입증가능한 증빙서류로는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간이영수증 등이 있어야 하며 영수증에는 공급자의 인적사항 및 공급일자, 금액 등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계약서와 적격증빙서류가 있다면 자금 흐름을 입증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계약서가 없거나 영수증을 분실한 경우에는 실제 공사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대금지급서류인 이체확인서 또는 견적서 및 공사현장 사진 등을 제출하여 납세자 본인이 사실입증을 직접 해야 인정이 가능합니다.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전문가의 조언 뿐 아니라 본인의 자료수집의 능력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양도세를 줄이기 위하여 지출한 영수증 등은 잘 구비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2 16:20

AI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설 명절 휴가기간 동안 SNS에서 따뜻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 한복판에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노인 옆에서 우산을 씌워드리고 함께 가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비를 맞으며 모시고 간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저녁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있는 추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날이 눈부시게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따뜻한 마음을 잃어가는 요즘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올해 최고의 화두는 ‘생각하는 AI’인 ‘생성형 AI’의 출현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상당히 밀착하여 다가오는 느낌이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에 탑재된 AI는 13개국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번역할 수 있게 개발되었고, 실제 사용해보니 일상대화는 물론 어려운 말도 대략 뜻이 통하는 수준으로 번역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하여 고생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이다. 2021년, 미국의 전 외무장관 키신저(Kissinger), 구글의 전 CEO 슈밋(Schmidt), MIT 학장 허튼로커(Huttenlocher)가 공저를 한 ‘AI 이후의 세계’라는 책에서 AI가 인간의 생활 전반에 있어서 대단한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였다. 2년이 지난 2023년 키신저 등 3명의 공저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Chat GPT가 지적혁명(Intellectual Revolution)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타임스는 직업세계에서 AI가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학졸업자의 7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만큼의 직업군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기술은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일과 삶의 현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AI의 활용으로 많은 것이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더 강해지고, AI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창의적인 사고를 생략한 채 습관적으로 AI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사회라면 ‘AI에 지배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주도적으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 번째는 교육현장에서 AI를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초등에서 고등교육까지 학문과 직업세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습득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탁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과 더불어 생활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은퇴한 세대도 3~40년 AI를 활용해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술 발전을 다룰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인성과 창의력이다. 사람이 AI보다 탁월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품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발전을 소화할 수 있는 인간적인 소양이다. 도덕적, 윤리적 의식을 함양해주는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적인 이해능력, 동료와 함께 협업공동체를 결성하고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소양을 개발하여 AI의 발전을 충분히 포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에게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도 기꺼이 우산과 따뜻한 마음을 내어준 여성을 보면서 AI시대를 맞는 우려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품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연대하고 AI에 지배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하여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현재를 살아간다면 ‘기술 지배의 차가운 개인주의 사회’가 아닌 ‘사람냄새 가득한 AI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2 16:20

새만금공항 화물 중심 기능 강화를

규모가 작고 이용객 또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활로는 여객 만으로는 안되고 항공화물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 오는 2029년 개항을 앞둔 새만금국제공항은 얼마나 빨리, 또 어느 정도의 인프라를 갖추느냐 하는게 관건이다. 예산이 대폭 삭감된데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일단은 개항이라도 하는게 급선무인데, 좀 긴 안목에서 보면 국내 15개 공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활로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결론은 여객 운송뿐 아니라 항공화물 분야로 특화하는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며칠 전 전북연구원(원장 이남호)이 이슈브리핑을 통해 항공물류 기능 강화를 통한 새만금 국제공항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간했다. 핵심은 여객 중심의 공항 발전전략 한계 극복이 필요하다는 거다. 항공물류 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이 제시됐다. 벨기에 리에주 공항처럼 특송물류, 국경 간 전자상거래 Sea&Air 복합운송, 콜드체인 물류 등에 특화하여 관련 대기업을 유치하고 항공물류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 새만금 국제공항의 항공물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속 각종 의약품, 신선식품, 국경 간 전자상거래 제품 등이 급증하면서 예상과 달리 항공물류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기도 했다. 2023년말 우리나라 전체 항공화물 물동량은 약 395만 톤인데 이 중 인천공항에서 무려 360만 톤(90.1%)이 처리됐다. 향후 새만금 국제공항에 항공물류 기능이 강화된다면 서해 중부권 Sea&Air 거점공항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분석에 귀기울여야 한다. 여객 중심 공항 발전전략 한계를 인정하고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항공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만 새만금공항이 활성화 됨은 물론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특히 비수도권 지역 유일의 한중 해상특송화물 통관장이 설치돼 특송물류의 경쟁우위를 선점했고, 향후 새만금 글로벌 푸드허브 조성이 추진되면서 콜드체인 물류거점으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충분한 것도 장점이다. 기존 공항과 차별화 된 독창적 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당장 새만금 국제공항 항공 물류 활성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항공물류 발전포럼을 구성해 활발히 운영하는 등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2 14:59

민주당 공천 파행, ‘시스템 공천’은 어디갔나

민주당의 공천 파행을 놓고 당 안팎에서 반발과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 유권자들의 반발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21일 4차 경선대상 심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전북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선거일이 바짝 다가오는데 익산갑을 제외한 나머지 전북지역 선거구에서는 경선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전주을 선거구는 공천 방식을 놓고 최근까지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걸려 있어 늦어진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게다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을 놓고 ‘비명계 공천학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박용진·윤영찬·홍영표 의원 등 수도권의 전북출신 비명계 의원 다수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주민들은 지역 현안 해결에 수도권의 전북 연고 의원들이 지원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석이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한데다 수도권의 지원군마저 속속 비명계 공천학살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전북 유권자들의 상실감과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심상치 않다.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밀실공천·사천(私薦)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물론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서의 공천을 놓고 크고 작은 잡음 속에 진통을 겪기 마련이다. 이 같은 진통을 줄이기 위해 각 당이 공천 원칙과 기준을 세워 명문화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을 보면 공정성·투명성에 의문이 든다. 당내 비명계의 주장대로 ‘이재명 사당화’라는 인상을 줄 소지가 충분하다. 의정활동에 적극적이고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높은 비명계 일부 의원들이 컷오프 위기에 놓이고 그 자리에 주로 친명계 인사들이 공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친명·비명으로 당이 분열되는 것은 물론 텃밭에서의 지지층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가 사태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당내 비판의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2 13:50

소멸 위기 전북, 스마트한 축소전략이 필요하다.

2024년 2월 13일 전북도민의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격년으로 발표하는 <전북 사회조사> 결과, 2023년 삶의 질은 6.55로 2021년 대비 0.05 높아졌다. 지역 생활이나 행복 또한 비슷하다. 멀리서나마 보는 기분 좋은 뉴스였다. 그러나 전북의 상황은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10년 후에도 전북에서 살겠다’는 답이 77.9%로 지난 조사보다 2.3% 늘었으나, 전북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175만명. 전북은 이미 소멸위험 지역이다. 전주만 주의 단계에 있을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인구변화를 보면, 50년 뒤인 2073년 전북 인구는 45만 명으로 줄 것이고 최악의 경우 100년 뒤엔 4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 말한다. 충격적인 예측이다. 사실 인구문제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0.6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로 우리나라는 심각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23년 12월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고,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국가소멸위기감’을 다룬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조앤 윌리엄 교수가 ‘한국 망했네’라고 통탄할 정도다. 이런 인구감소를 멈출 방법이 있을까? 여야를 막론하고 출산 정책에 나섰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아이를 낳으면 1억 원을 준다 했고, 서울은 1.8조원을 투입하여 아이 탄생을 응원한다 했다. 전북도 인구정책종합계획(23~27)을 세워 대응하며 여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주장에 따르면 지금껏 우리나라가 출산율에 쓴 예산이 무려 280조라 한다. 그러나 인구는 여전히 줄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은 자기가 사는 공간에 먹이가 없을 것이라 예상되면 모든 동물은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라고 말한다. 출산 여건도 그렇지만, 엄청난 경쟁률과 높은 노동시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여건과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구환경 변화는 아이 낳길 주저하게 만든다. 여기에 나 혼자라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나혼산’ 문화는 출산의 가능성을 확연히 떨어뜨린다. 지금에 출산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인구변화는 복지, 노동, 문화, 환경 등 모든 정책의 결과일 뿐, 출산율 정책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출산율 자체를 자극하기보다 출산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환경 창출이 중요하다. 인구감소에 맞는 적절한 지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MIT대 브랜드 라이언 교수는 디트로이트 등 미국의 쇠퇴한 공업도시를 연구하며 쇠퇴기의 도시전략으로 ‘완화적 도시계획’을 주장한 바 있다. 쇠퇴하는 도시 여건에 맞춰 축소를 완화하고 축소에도 지역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도시는 유지되고 재발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도시는 성장기에 건립된 도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높게 세우고, 도로를 넓게 만들었다. 이런 도시론 인구가 감소하는 축소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 스마트한 축소전략이 필요하다. 인구감소로 여유가 생긴 만큼 좀 더 인간적인 도시, 문화적이고 친환경적 도시로 만들고, 여기에 다양한 교류와 기회가 펼쳐지는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요컨대 출산의 욕망을 자극하는, 미래가 있는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심각한 위기에 서 있는 전라북도, 스마트한 축소전략을 기대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문화정책)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1 16:41

배려는(配慮)는 아름다운 장미꽃이다

우리 인간이 태어날 때 선하게 태어났는지, 악하게 태어났는지는 필자도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 문제는 오래도록 결론 없이 지금까지 설로 내려온 것 같다. 중국춘추시대 유학자이며 정치가이기도 한 맹자(孟子)는 성선설을 주창하며,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한 심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순자(荀子)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하게 태어났다고 성악설을 주창했다. 이를 두고 성선설을 지지하는 사람과 성악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성악설에 무게가 더 실리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성악설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이 팽배하여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만을 위한 생각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려는 마음이, 추호도 없이 일방적인 행동으로 치닫고 있어 혼란한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배려(配慮)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관심을 가지고 이리저리 마음을 쓴다는 뜻으로 되어 있으며, 나 아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도 있다. 즉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것으로 배려와 동등한 뜻을 가진 말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비근한 예로 지하철 임신부석은 임신부가 배도 무겁고 힘든 상황을 배려하여 비좁은 객차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지정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가 아닌데도 자기만의 편안을 위하여 젊은이들 혹은 젊은 신사가 앉는 경우도 있다. 또 경로석도 마찬가지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배려한 좌석임에도 젊은이가 앉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를 본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옛날에는 줄서는 것을 낯설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차례대로 줄서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약간의 질서 의식이 피어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1992년도에 유럽 꽃의 나라 네델란드를 여행한 바있는데 그때 암스테르담 시가지 삼거리에서 좌우 양쪽 차량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교통경찰관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삼거리에서 좌우 양쪽에서 오는 차량들이 바쁜 세상에 먼저 가려고 하는 마음도 있으리라 생각되나 상대방 차량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일단 정지하여, 상대방 차량을 먼저 가도록 하였다. 서로 차량끼리 먼저 가려고 하는 상황 없이, 엉키지 않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통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선진국이어서 교통질서도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한편 꽃을 가꾸고 사랑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서 꽃같이 순하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만하여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몸에 배어서 나오는 행동이라고도 생각해 보았고 부럽게 생각도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교통문화가 빨리 정착되길 기대해 본적이 있다. 요 근래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필자는 여도 야도 아니지만 여야가 서로 극한 대립하면서 상대방을 적 같이 대하고,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하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죽기 살기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기심에 매몰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어서 야기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배려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1 16:41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바란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7일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하였다.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이 초대 감사위원장을 맡았고 도지사ㆍ도의회ㆍ교육감이 각각 2명씩 추천해 감사위원을 구성하였다. 이는 전북특별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기존 감사관실이 행정부지사 소속 독임제 행정기관에서 도지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변경된다. 뿐만 아니라 과거 감사관 중심의 감사 행정이 양충모 감사위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 7명의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과 감사범위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및 그 직속기관ㆍ교육지원청, 교육기관(유치원ㆍ학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까지로 확대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도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하며,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감사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감사위원회의 출범은 큰 의미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 행정을 추진해 도민에게 신뢰받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도민이 신뢰하는 청렴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 성역 없는 투명한 감사를 위해서 최우선으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감사위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은 도지사ㆍ도의회ㆍ교육감의 추천을 통해 임명됐으며, 감사 인력·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집행부에 예속된 형태로 감사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 향후 독립성 확보를 위한 감사위원회 차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감사 전문성 확대가 필요하다. 감사의 전문성은 결국 우수한 사무국 직원에서부터 나온다. 지자체 감사의 대부분은 내부 행정직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탓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동료를 감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감사업무를 맡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로 감사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감사직렬 신설, 전문 임기제 채용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학예 관련 감사에 대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교육·학예에 관한 자체 감사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6조를 보면 감사위원회는 교육청 및 직속기관을 제외한 곳은 도교육감에게 감사를 의뢰하나 요건이 충족되면 위원회가 직접 감사나 재감사 요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충모 감사위원장과 감사위원들이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 긴밀히 소통하여 교육·학예 관련 감사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3등급,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4등급으로 청렴도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행정을 바라보는 도민의 냉정한 시각을 돌리기 위한 노력 역시 요구된다. 진정으로 특별한 전북이 되기 위해서 도민의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롭게 탄생하는 감사위원회가 그 막중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하며 물심양면으로 돕겠다. /김이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1 16:41

보조금 지원은 왜 독이될까?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보조사업을 접하게 된다. 우린 이런 보조사업을 통해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고 동력을 얻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팀들을 도와주는 보조사업 예산은 참 고마운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조사업 예산을 몇 번 지원 받아본 나도 그렇고, 지역에서 좀 활동을 해온 커뮤니티 팀들을 보면 다들 보조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들 말한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금 지원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할까? 우선 보조사업 예산의 장점부터 살펴보자. 지자체나 여러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원되는 보조금은 청년, 문화예술, 공동체, 로컬, 성평등, 환경, 장애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단체에 교부되어 활용된다. 지역 단체들은 이 예산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데 쓰인다. 보조금 예산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조사업 예산은 잘 쓰면 더없이 좋은 지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길래 지역에서 활동깨나 했다는 팀들은 보조사업을 멀리하려 할까?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건 정산이다. 나라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니 당연히 정산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정산은 생각보다 큰 품이 든다. 세상이 변하고 물가도 올랐지만, 보조금 예산 지출기준은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지출에 있어 생각보다 제약도 많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무정산 지원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산은 익숙해지면 수월해지는 법, 진짜 중요한 문제는 정산이 아니다. 2년 차 이상 지역에서 활동한 커뮤니티 및 단체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초기 보조금을 통해 활동도 이어오고 규모나 활동의 깊이도 깊어질 시기의 팀들 말이다. 이런 팀들은 이제 좀 규모 있는 보조사업에 지원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보조사업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의 인건비, 기획비 등은 여전히 지원이 불가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보조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주체는 점점 지쳐간다. 그렇게 보조사업을 받지 않겠다는 팀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그럼에도 보조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서 활동의 비용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보조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보조사업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비단 보조사업 구조의 문제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을 받은 우리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만드는 일이 아닌 해당 보조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과 그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 적절히 보조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것인지 말이다. 이런 고민이 없는 보조사업 수행은 예산을 쓰는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보조사업에만 의지하지 않고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초기 단계를 벗어난 단체들이 뚝딱 해결책을 마련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지역에서는 다양한 단체의 성장사례를 접하기도 어렵다. 지역 활동단체의 로드맵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에 남은 커뮤니티 팀들이 경쟁하기보다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1 16:38

의료대란과 캄보디아 예수병원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자신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던 6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이렇게 짧지만 웅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1969년 7월 16일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 호가 ‘고요의 바다’라고 명명한 달 표면에 착륙했는데 마침내 7월 20일,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으며 전한 말이다. 한 미국 여성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도 그에겐 작은 걸음이지만 선교와 의료분야에선 위대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때는 1897년 9월 15일 마티 잉골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을 떠나 54일간의 항해 끝에 한국 제물포항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50여 일 후 전주에 도착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을 찾은 마티 잉골드(1867∼1962) 여사가 설립한 예수병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마티 잉골드가 전주 성문 밖에 초가 한 채를 사들여 진료한 게 예수병원의 뿌리다. 국내 근대식 병원으로는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1885)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됐다. 말을 타고 왕진을 다니며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잉골드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주 묘지에 전주 서문교회를 세웠던 남편 테이트 목사 옆에 묻혔다. 묘비에는 "28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다"고 기록됐다.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던 잉골드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이어받았다. 대한민국 최초 민간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첫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이 개원 126년을 맞았는데 최근 사랑의 씨앗을 캄보디아에 옮겨 심었다. 전주 예수병원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캄보디아 예수병원을 개소한 것이다. 초대 예수 병원장인 마티 잉골드가 척박했던 곳을 찾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든 것처럼 이젠 잉골드의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뛰어들었다. 예수병원은 오래 지속된 사랑을 이제는 나누어 줄 때라고 판단해 1979년 내과 전문의 이용웅 선교사를 통해 첫 해외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내 도움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사랑과 복음을 인술로 펼쳐나갈 수 있게됐다. 신충식 예수병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예수병원의 숭고한 정체성을 잊지 않고 리더를 키워 국내 최초로 의료선교사를 파송했다”고 전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서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머지않아 아수라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의사 역시 생활인이기에 마티 잉골드 만큼의 헌신과 봉사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기는 커녕, 아픈 이들을 내팽개친 의사 자신이 훗날 별세했을때 묘비에 어떤 문구가 씌여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2.21 13:45

세계한인대회, 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삼아라

올해 전주에서 열리는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옛 세계한상대회) 개최 장소가 전북대로 변경됐다. 당초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치를 예정이었으나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에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 장소를 포함해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 등 철저한 준비로 지난해 8월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전 세계 한인 상공인이 모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행사로 4000여 명의 참석 규모를 자랑한다. 행사 기간에는 기업 전시, 수출 상담 등이 이뤄진다. 지난 2002년부터 세계한상대회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다가 21차 대회부터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해외와 국내에서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으며 올해 제22차 대회는 10월 10월 22∼24일 3일간 열린다. 전북은 국제공항과 컨벤션센터 등 기반시설 부족 등의 약점을 '고국의 균형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달라'며 호소한 것이 유치에 주효했다고 한다. 전주에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 컨벤션센터가 없고 숙박시설, 음식점 등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그런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망신을 살 수 있다. 이번 대회의 주 행사장인 기업전시장은 전북대 대운동장을 활용하는데 우천 등 기후 여건을 감안해 실내 천막 형태인 대형 돔을 임시 건축물로 조성할 예정이다. 또 1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삼성문화회관을 개‧폐회식 장소로, 실내체육관은 오‧만찬 장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진수당과 국제컨벤션센터, 한옥형 법학전문대학원 회의실 14곳에서는 각종 세미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북도는 6월에 도내 기업 120개사가 참가할 ‘Pre온오프라인 수출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 도내에서 대규모 기업 전시, 수출 상담이 진행됐던 적이 없었던만큼 본 대회 예행 연습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당연히 치러야 할 Pre 대회를 치르지 않아 점검의 시기를 놓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수출상담이나 전시, 해외진출 등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대회여야 한다.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전북도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를 멋지게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1 13:35

민주 ‘전주을’ 밀실 논란, 전북이 그리 만만한가

4·10 총선이 바짝 다가오고 있는데도 전북지역 유권자들은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비상식적인 행태 때문이다. 선거일이 불과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껏 운동장도 선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역대급 깜깜이다. 특히 전북은 선거구 조정으로 의석수가 1석 줄어들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전북지역은 전면 해체 후 재조립 수준에 가까운 선거구 변화로 다시 한번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주을’선거구를 당리·당략적 차원의 공천 저울질 대상으로 삼아 유권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격전지로 부상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주을이 민주당 밀실공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민주당은 전주을 선거구를 현역의원 탈당 지역으로 분류해 지난달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이후 전략공천설에 무게가 실리고 전략공천 대상자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진보당과의 연합공천설까지 흘러나와 민주당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출처가 모호한 여론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어느 기관에서 의뢰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민주당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공천 논란의 중심지에서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그 의도를 놓고 온갖 추측을 만들어내며 가뜩이나 혼선을 겪고 있는 지역구를 다시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민주당이 전주을 선거구를 아직껏 공천방식조차 정하지 않은 채 ‘주머니 속 공깃돌 가지고 놀듯’ 만지작거리는 데는 분명 ‘공천이 곧 당선’인 오랜 텃밭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전주을에서 밀실공천을 강행할 경우 전북 정치권은 방향을 잃은 채 사분오열되어 이리저리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이 바라지 않는 결과다. ‘경선’은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지각공천에 이은 밀실공천은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에 힘을 실어온 전북지역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전북이 그리 만만한가. 숱한 실망과 배신감 속에서도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변함없이 힘을 실어준 지역 유권자들을 언제까지 우롱할 텐가. 민주당은 지역 유권자들의 분노에 하루빨리 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1 13:15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힘

1950년대 중반,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 시에서 주민들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나마타 인근에 있던 화학공장들이 바다에 방류한 유기수은이 주범이었다. 금속 성분이 몸에 축적되어 수십 년 동안 진행되거나 수개월 안에 사망하기도 하는 미나마타병은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나마타 시에서 발병했다 하여 같은 이름을 갖게 된 이 병은 구마모토현 안의 도시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구마모토 도시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20여 년 지속된 추락의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은 호소카와 모리히로 지사였다. 1983년 구마모토현 지사로 취임한 그는 도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88년, 호소카와 지사는 뜻밖의 정책을 내놓았다. ‘풍부한 자연과 풍토를 살리면서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우수한 건조물을 만들고’ ‘주민들의 도시문화와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지역 발전을 이끌 구마모토만의 생활공간을 창조해나가는’ 정책. 도시 전역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들여놓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였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공공 영구 임대아파트였다. 기존 임대아파트가 갖고 있던 획일적인 디자인과 주거의 양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건축 방식 대신, 아름다운 디자인과 쾌적한 환경의 주거지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도시의 관광상품이 된 <호타구보 단지>나 <신치 단지> 등 구마모토현청이 관리하는 서민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축물보다 오래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와 재생의 힘을 불어넣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에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들이 지정되면서 도시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게 됐다. 집합주택, 교육과 스포츠시설, 관광시설, 농업시설, 박물관 미술관 관공서 등 종류도 다양하고 공원이나 전망대 다리 같은 조형물과 화장실도 여럿. 역사적 건축물은 별도로 지정해 지역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살렸다. 지금까지 추진된 건축물은 109개(2021년 7월 기준), 이 중 95개가 완공됐다. 주목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정책이 35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마모토현은 그사이 세 번이나 지사가 바뀌었지만,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더 적극적인 방식을 보완해 진행한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정책과 사업이 중단되거나 소멸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저 놀랍고 감탄스러운 일일 터. 들여다보니 이 정책의 진정한 힘 또한 여기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2.20 17:37

공천학살, 전북정치권에 던지는 화두는

중원 제패를 둘러싸고 자웅을 겨뤘던 항우와 유방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항우는 벌죽한 집안 출신으로 모든 면에서 뒤질게 하나도 없었던 반면, 유방은 학력, 경력, 집안 등이 소위 듣보잡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방이 최종 승리해 한나라를 열었고, 항우는 패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유방에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항우 곁은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보는 눈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게 결국 승패를 갈랐다. 구태여 옛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요즘 국민의힘과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과정을 보면 과연 누가 향후 국정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국민의힘은 용산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를 대거 꽂아야 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이도 요소요소에 끼워넣는 줄타기를 하고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소위 친명계로 완벽하게 포진시키려 하고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한동훈과 이재명의 명운은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확연히 갈린다. 그에 앞서 자신의 진영 엔트리를 정하는 공천전쟁이 여야를 막론하고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가 무려 30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이들은 제왕적 총재로서 국회의원 공천을 떡주무르듯 했다. 특히 양김씨의 경우, 전국 지도를 펴 놓고 마치 바둑돌을 놓듯 자신의 의중대로 공천자 하나하나를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국회의원은 나름대로 역량과 자질을 갖춰서 된 것 같아도 양김씨가 볼때는 하나의 바둑돌에 불과했다. 총재의 의중에 따라 요석이 폐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석작전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때론 폐석이 요석이 되기도 했다. 신인이건 중진이건 예외가 없었다. 총재로서 권력을 유지하고 훗날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만한 가치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게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눈 밖에 나면 물갈이의 대상이 되곤했는데 전북에선 한때 이철승, 손주항, 김원기 등이 마법에 걸리기도 했다. YS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나 사석이 됐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정가에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정계를 은퇴하지 않았던가. 역대 국회의원 초선 비율을 보면 21대 때 무려 50.3% 였고, 18∼20대는 44.8%, 49.3%, 42.3% 등이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히기 위한 이번 총선에서도 전북은 가장 먼저 사석이 될 가능성이 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모난돌이 거의 없는데다 유력한 도전자도 없기에 현역 생존율이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특한 컬러가 없이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나 실세들만 바라보는 해바리가 정치인이나 생계형 정치인들로 대거 포진돼 있다는 얘기다. 공천장을 쥐기위해 오로지 이재명 마케팅만 하고 있는게 오늘 전북의 현주소다. 그런데 최근들어 홍영표, 이수진, 박용진, 윤영찬 등 전북 출신 의원들이 퇴출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전북 지역구 의원 중에서도 재선 한명, 초선 한명이 낙제점을 받았다는 관측도 난무하고 있다. 2000년 제16대 총선때 당에 갓 들어온 이회창 총재는 김윤환, 이기택 등 중진들을 대거 낙천시켜 공천학살이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다. 가히 이번 국민의힘, 민주당 공천은 한동훈, 이재명 체제를 굳건히 하기위한 공천학살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자기 계보가 없는 한동훈과 달리, 이재명은 완벽한 당 장악을 기도하고 있는 듯 하여 물갈이와 공천학살의 칼날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 결과 총선 이후 전북정치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도민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2.20 17:19

기업하기 가장 좋은 전북특별자치도 강성노조 파업 상생의 길 찾자!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은 ‘화합과 전진’이라는 기치 아래 160개국 1만 3626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기량을 겨루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스포츠가 이룩한 세계 제4위라는 지위는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세계 열강의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계기와 바탕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서울올림픽의 유치와 대성공에는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의 숨은 공로가 있다고 한다. 당시 우리의 경쟁상대였던 일본은 IOC 위원들을 상대로 그 당시 일본의 대표 상품인 세이코 시계를 개별적으로 선물하고 로비를 했다고 한다. 반면에 고 정주영 회장은 서독에서 가장 싱싱한 장미꽃을 사서 IOC 위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방 앞에 매일매일 갖다 놓고 시들면 즉시 갈아주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IOC 위원 아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전북도 마찬가지다. 전북에 기업을 유치하고 전북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유치와 투자가 가능하도록 감동을 주어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첫째,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노사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은 기업과 강성노조 간의 갈등으로 많은 파업이 발생하며, 이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저해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노조의 입장을 고려하여 반영하고. 노조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소통하고 협력하여 최소한의 갈등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전북이 기업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업이 전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각종 기업규제를 완화 시켜야 한다. 현 김관영 도지사가 추구하고 있는 적극적인 기업유치 정책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추구이다. 각종 기업규제는 이윤추구 하락과 기업의 진출 적극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전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북의 정치인들은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가용할 수 있는 인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홍라희 여사는 고 이건희 회장의 아내이자, 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어머니이다. 여사는 당시 전주에서 판사를 지내던 홍진기의 장녀로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지금까지 전북은 전주 태생이면서 세계적인 그룹 삼성의 대모인 홍라희 여사의 빅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은 혈연과 지연이 아닌 이윤에 따라 움직이고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이 IOC 위원들의 아내에게 감동의 울림을 주어 올림픽 유치권을 따온 것처럼, 삼성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전북의 딸인 홍라희 여사에게 감동을 주어 전북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4년도는 128년간의 전라북도라는 이름 대신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롭게 출범한 해다. 앞으로 전북특자도는 대한민국 생명경제 중심지를 넘어 세계생명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과 모든 인맥을 동원해야 하며, 전북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제단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0 17:17

청소년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 먹거리 통합돌봄의 마중물

“밥 안 먹고 학교가면, 큰 일 난다.” 어렸을 적 필자의 엄마는 학교갈 때 무조건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 중에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친구도 꽤 있다고 한다. 한참 성장하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8)에서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998년 약 17.9%에서 2008년에는 약 27.0%, 2018년 약 37.4%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교육부와 질병 관리청에서 조사한 ‘학생 건강’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39.0%로 나타났다. 식사 결식 이유로는 아침 식사 결식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5.1%)가 가장 많았고, ’식욕이 없어서(21.4%)가 뒤를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 대상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위 조사에서 도내 초·중·고 학생 44.3%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1위의 결식률을 보인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시범적으로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 계획이다. 아침 결식 시범사업 지원 대상은 교직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도내 중학교 중 희망교 신청 학생이며, 학생 1인당 1일 3000원씩 연간 총 190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장의 준비 상황과 예산의 부족이다. 아침 식사 제공을 위하여 조리원 근무를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산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아닌, 간편 가공식품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식당이 있다. 애초 학교 밖 돌봄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방 중 초등돌봄 도시락공급에 이어 인근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공급으로 먹거리 돌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가능한 한 지역산 식재료를 쓰고, 인스턴트에 의존 않는 직접조리로 밥상안전과 질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1석 3조의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 아침 결식 사례를 포함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이 그러하고, 총선 국면에서 급부상 중인 주 5일 경로당 무료급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양질의 먹거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 방식은 청년식당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순한 현금지원 방식을 벗어나 밥상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 연결망을 강화하며,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먹거리 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한편, 먹거리 돌봄은 시군 단위 또는 읍면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 학생,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먹거리 돌봄을 수행할 핵심주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공공형‧통합형 먹거리돌봄센터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델 구축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0 17:17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