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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돼지들 제주도 여행

어린 시절 '돼지 같은 놈'은 멍청이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그런데 돼지들은 절대 명청한 동물이 아니므로 억울하다.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 풍요(豐饒)의 상징이다. 이런 돼지에 대한 잘못 알려진 인식과 편견을 짚어 보자. 돼지는 게으르다? 이 편견은 돼지가 사육되는 장소 때문이다. 대부분 농가의 돼지는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자연스레 활동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동물원의 돼지는 오히려 부지런하고 깔끔한 특성을 보인다. 돼지는 지저분하다? 절대 아니다 그 어떤 동물보다 깨끗한데 땀샘이 없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려고 진흙탕에 뒹굴며 체온을 식히려는 모습에서 '불결하다'는 편견이 생겼다. 돼지는 많이 먹는다? 절대 아니다. 돼지는 정해진 양 외에는 과식하지 않으며 배가 부르면 물러선다. 오히려 식탐은 인간들이 훨씬 강하다. 이 외에 돼지는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데, 개의 IQ가 30인데 돼지의 IQ는 50으로 오히려 개보다 영리하다. 또 돼지는 둔하다고 하는데 감각이 예민해서 소음 등의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이다. 그리고 돼지는 수영을 못하는 줄 아는데 홍수 났을 때 돼지의 수영 실력을 보았는가? 다음은 돼지 예찬론이다. 돼지는 예로부터 풍요의 상징으로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있다고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돼지꿈 태몽을 꾸면 복덩이를 분만할 꿈이라 했다. 어린 시절 나의 외할머니는 내가 돼지띠라 밥걱정 안 할 사주팔자를 타고났다고 귀여워하셨다. 몇 년 전 젊은 시절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우리 돼지띠 4명이 여행을 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는 20대에 만나 60대까지 같은 직장에서 반평생을 함께 근무했으니 아마 전생에 형제나 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다 보니 주말이면 등산도 함께하고 퇴근 시간이면 대포 집에서 흉허물없이 회포를 풀며 반평생을 함께 한 막역지우들이다. 그래서 정년 후 헤어지기가 섭섭해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담을 나누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년배니 살아온 과정이 엇비슷하여 무슨 말을 해도 대화가 잘 통했다. 그래서 때로는 부부간에도 자주 만나고 국내 외 여행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제주도로 갔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관광객을 괴롭히는 악덕 상인이나 소매치기도 없다. 안전하게 마음 편히 여행하기 좋은 관광지로 제주도 만한 곳이 없다. 도민들 의식도 선진 문화 시민다웠다. 산이나 바다 둘레길 등 가는 곳 어디서나 쓰레기도 없이 깨끗했다. 숙박업소나 식당도 청결하고 친절했으며 맛도 좋았다. 인간의 삶, 한 개인의 인생은 먼 길을 떠나는 여정과 같다. 우리는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 인생 속에는 평탄하고 즐거운 길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험난한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기도 하다. 또한 절망의 늪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가 하면 손쉬운 지름길들도 있다. 인생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자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돼지 부부들의 여행에서 얻은 교훈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낯선 곳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 스스로의 참모습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찾게 되는 것이 여행이었다. △최기춘 수필가는 한국문협, 전북문협 회원이며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수필부회장, 대한문학 부회장, 영호남수필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촌수필, 은빛수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5 17:07

경선 개입한 지방의원 불이익 조치해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총선 후보자 공개지지 금지 등 경선중립 준수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으나 전북에서 도의원과 시·군의원들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현역 국회의원의 눈에 들어야만 다음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앞장서서 눈도장 찍기에 주력하고 있다. 당장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는 총선 후보자들은 중앙당의 불개입 방침은 아랑곳없이 과도한 선거개입을 사실상 독려하는 분위기다. 결론은 민주당 중앙당이 말로만 지방의원 경선 불개입을 외칠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한 지방의원에 대해 구체적인 불이익 조치를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차제에 하향식 천민 정치구조의 틀을 벗어나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윤리규범 제8조(공정한 직무수행) 경선중립 의무 준수 근거 조항을 들어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선출직공직자의 특정후보 공개지지 금지와 경선중립의무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따르면 당 소속 공직자와 당직자의 줄세우기, 사조직 가입·참여의 권유나 강요 등으로 당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규정이 완전히 사문화 된 상태다. 전북지역 지방의원들은 개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카드뉴스나 글로 도배한 경우가 많다. 지방의원 경선 개입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 6일부터 경선 선거부정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당규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실례로 국주영은 도의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A후보의 사진을 내걸고, ‘여론조사에서 000을 선택해 주세요. 전화 받아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가 상대 후보측으로부터 신고를 당했고, 전주시의회 이국 의원 등 3명의 시의원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현역 의원을 선택해달라고 지지하는 SNS 홍보물을 올렸다가 신고되기도 했다. 도내 전역에 걸쳐 지방의원들이 경선중립 준수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선언적 의미의 규정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경선에 개입하는 지방의원에 대해 추후 각종 선거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해서 즉각 시행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좋은 말을 듣지 않는 지방의원은 실행력 있는 구체적인 제재를 통해 현실정치에서 배제하는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5 14:20

‘더 청렴한 전북교육’ 구호 아닌 실천을

전북교육의 청렴도가 바닥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더 청렴한 전북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육감이 주재하는 반부패추진단까지 운영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조직사회에 뿌리박힌 부패사슬과 관행을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4일 본청 전 직원과 지역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 5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반부패 청렴실천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렴 특강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국민권익위원회 정책간담회’도 열었다. 또 ‘청탁 알선’, ‘갑질’ 등의 문구가 쓰인 상자를 깨뜨리는 청렴실천 결의 퍼포먼스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인 4등급을 받았다. 2022년도에 이어 2년 연속 4등급의 불명예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보다 전관예우 카르텔 등 조직 내 뿌리깊은 부패사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육청 출신 공무원이 퇴직 후 교육청 사업과 관련된 민간 업체에 간부로 재입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계약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지난해에는 퇴직공무원 출신 업체 간부가 현직 교육청 간부들과의 해외 골프여행을 주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새해 출범과 함께 기치로 내건 ‘더 특별한 전북교육’은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부정부패로 얼룩져 청렴도가 최하위권에 있는 조직을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조직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청렴도부터 높여야 한다. 청렴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나 떠들썩한 구호로 확보되는 게 아니다. 또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얻기도 어렵다. 부패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강도 높은 청렴 대책, 그리고 구성원들의 관심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무의식중에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부패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또 객관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정실인사를 차단하고, 갑질 및 비위행위 발생 시 엄중 조치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5 13:43

타향에서 보내는 편지

방문을 열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내 고향! 꿈에도 잊힐리 없는 영원한 마음의 보금자리이다. 하지만 우리 고향이 180만 인구도 깨져버리고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은 한없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 기죽지 말고 전북만이 가진 역동적이고 빛나는 역사적 전통과 자긍심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전북은 수천년전부터 한반도에서 가장 풍요롭고 자랑스러운 시대를 만들어왔다. 즉 강화도와 화순지역보다 훨씬 규모가 큰 수천기가 모여있는 고창지역 고인돌 유적은 약 3000년전 청동기 시대에 이 지역이 가장 발달된 강력한 공동체였음을 말한다. 최근에 비로소 발견된 만경강 상류지역인 완주군 이서, 용진 일대의 대규모 청동기 유적들은 이 일대가 수천년전 마한의 중요지역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접한 익산 금마지역에 약 2000년전인 고조선 말기에 고조선의 준왕이 내려와 '한왕'이라 칭하고 주변을 다스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한'이라는 단어가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우리 국호로 되었다니 우리 고장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있다. 그후 3국시대의 가장 우수한 문화선진국이었던 백제의 실질적 토대는 벽골제로 상징되는 곡창지대인 우리 전북이었으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양최대규모였던 미륵사지 일대와 왕궁면 백제왕궁 유적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 시대에 정읍에서 불려오던 ”멀리 장사를 나간 남편을 애타게 그리는“ 1500여년전의 아름다운 노래가락인 '정읍사'가 조선시대의 '수제천'이라는 궁중아악으로 발전되어 지금도 국빈환영행사등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으니 감격적이라 하겠다. 백제멸망 200여년후 통일신라의 모순을 극복하고 백제 영광의 부활과 3국 통일의 깃발을 높이들었던 후백제가 36년간 수도로 삼았던 곳이 바로 전주이다. 신라의 수도 경주를 함락하고 전라도 일대는 물론 충청도와 경상도의 상당부분까지 지배헀던 강대국으로 고려를 압도했었는데 불행하게도 내분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퍽 안타까운일이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1170년 부패한 문신 귀족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무인집권시대를 열었던 풍운아 이의방이 바로 전주인이며, 그의 동생 이린이 태조 이성계의 6대조라고 전해진다. 그 집안은 지금도 전주일대에 수백년째 세거하고 있다. 1300년대 후반 고려의 왕권이 추락하고 권문세가의 횡포에다 홍건적, 왜구의 침범 등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500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전주에 뿌리를 둔 사람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1380년 태조가 남원에서 왜구를 격파하고 개경으로 개선하던 길에 전주의 종친들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었다는 오목대를 비롯하여 해마다 1000만명이상이 즐겨 찾는 한옥마을 중심에 있는 경기전과 그일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주 이씨의 시조이자 태조의 21대조인 이한 공의 사당인 조경묘, 단각인 조경단, 태조의 고조부인 이안사가 삼척, 함경도로 이주하기 직전까지 오랫동안 살아왔던 곳인 이목대, 객사의 풍패지관 현판 등이 이곳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상징들이다. 이상과 같은 조선개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만 보더라도 우리 고향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역동적으로 우리 민족역사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는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바, 이러한 긍지와 자신감이 특별자치도로 새 출발하는 우리 전북의 미래 창조에 크나큰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대석 변호사∙전 전주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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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4 15:59

역사극 '두 영웅' 이야기

지난해 여름 7월 달에 나의 졸작 <두 영웅>의 전주 공연이 있었다. 공연의 경위는 도지사 김관영님의 호의와 초청에 의해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서현석) 연지홀(666석)에서 멋지게 성사된 것. 객석은 전주 시민과 연극인 및 중학생들로 꽉 채워서 감동적인 연극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역사극 <두 영웅>은 지난 2016년 봄에 ‘노경식 극작가 등단50년 기념공연’이라는 명분을 걸고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의 막이 올랐다. 작품의 소재와 배경은 조선왕조의 ‘임진정유왜란’. 16세기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에 의한 미증유의 참혹한 7년 국난(國難)이 끝나고, 전후처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승병장 사명대사 큰스님(오영수/배상돈)이 일엽편주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너서 일본에 들어간다. 그리하여 에도막부의 권력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김종구)를 만나고 평화담판을 행하여, 향후 260여 년 동안 한일간 양국평화와 선린우호의 주춧돌을 쌓는다는 줄거리. <두 영웅>은 극단동양레퍼토리(김성노 연출)의 초연 이후 지난해까지 8년 동안 10여 차례의 순회 초청공연을 가진 바 있었다. 2016년 가을에 내 고향 남원의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첫시작으로 하여, 해마다 경기 용인, 제주 ‘설문대여성회관’, 충남 공주와 태안 ‘문화회관‘, 다시 ’제주문화회관‘과 부산 ’금정문화회관’, 수원 ‘경기아트센터’, 전주의 ‘한국소리문회의전당’(7월 8일)과 경남 밀양의 ‘성벽극장’(7월 28일) 등등. 극중에서 사명당은 전란 중에 납치돼서 끌려간 옹기 굽는 도공(陶工), 남원 고을의 심당길(沈當吉)을 만난다. “큰스님, 쇤네는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고 온 고을이 쑥대밭이 됐지라우. 그런 와중에 저를 포함한 80여 명의 옹기쟁이들이 한꺼번에 붙잡헤갖고 여그 가고시마(鹿兒島)까지 끌려오게 되었습니다요. --” 큰스님 사명대사는 깜짝 반가움에, “전라도의 남원 땅에서? 남원 고을이라면 나하고도 인연이 없지를 않아요. 갑오년에 남원의 교룡산성(蛟龍山城, 전라북도 기념물 제9호)을 수축할 적에, 성안에 있는 선국사(善國寺) 절에서 수개월 동안을 보냈었다. 해남 대흥사의 뇌묵당 처영(處英) 스님이 도원수 권율 장군의 명을 받들어서 의승군 수백명을 데리고 교룡산성을 새롭게 고치고 세울 때말씀이야. 그러고 운봉(雲峰)의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밭이 유명하고, 전주 완산칠봉(完山七峰)의 꽃밭도 아름다운 경승지이고 ⋯” 하면서 조선 백성의 뿌리와 핏줄임을 한시도 잊지 말고, 자식새끼도 풀풀 많이 낳아서 부디부디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당부한다. 그 도공 심당길의 가문은 <심수관>(沈壽官)의 이름으로 15대째 400년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었다. 심수관의 ‘사쓰마야키‘(薩摩燒, 窯)는 오늘날 일본 도자기의 세계적 명문 대명사로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998년에는 남원에서 <심수관 400년 귀향제>가 열려서 ’도자기 불씨‘를 일본에 가져가고, 서울에서도 심수관 도자기 작품 전시회가 개최된 바 있었다. 역사학자이고 항일독립운동가로 일제(日帝)의 괴뢰정부 만주국의 뤼순(旅順) 감옥소에서 순국하신, 단재(丹齊)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씀을 곱씹어본다. /노경식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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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4 15:59

새만금 이차전지 산업의 비상을 꿈꾸며

청룡의 해로 불리는 2024년의 시작과 함께 전북은 전북특별자치도라는 거대한 돛을 올리며 도민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러나 산적해 있는 현안들로 인해 도민의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의 추락, 일본의 핵 오염수 방출, 부동산 PF 위기, 수출 동력은 힘을 잃어 가는 상황 속에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전북의 경우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잼버리 파행,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실업률, 가속화된 인구 유출 등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이런 난관의 연속 속에 문제의 해결책이자 전북 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재생에너지산업이다.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에너지정책이 변화를 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RE100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기업들은 환경 및 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하여 RE100을 실현하지 않는 제품 및 기업들과는 계약조차 맺지 않는 실정이다. 또 전통적으로 에너지산업은 급변이 어려워 느린 산업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 등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에너지산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높은 광물자원의 가격, 연료비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제조원가 및 건설비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한국처럼 자원이 빈약한 나라들의 에너지산업은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지난해 전북은 이런 에너지 안보 위기라는 세계적 기조와 함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새만금이 국내 유일 RE100 실현이 가능한 곳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 끝에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며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초석을 쌓았다. 필자 또한 이차전지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충북 오창, 경북 포항과 상주, 울산과 치열한 경합에서 승리하고자 현장을 발로 뛰고 각계각층의 힘을 결집시키며 34년 전북도민의 염원인 새만금에 특화단지 유치를 성공시켰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새만금에 21개사에 달하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로부터 약 9조 이상의 투자유치를 이끌었고 관련 전후방 연관기업만도 70여개사에 달하게 되면서 우리 도는 인력양성, 폐수처리 등을 준비하며 이차전지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히며 4차산업혁명과 탄소제로 시대를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전자기기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시스템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특히 전기자동차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차전지에 대한 리사이클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되고 있다. 한국은 반세기 동안 여러 에너지원을 조합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성하며 큰 변화 없이 운영해 왔기 때문에 이차전지 등 에너지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위기’라는 세계적 흐름 앞에 문제점에만 집중해 언제까지 뒷걸음질만 칠 것인가? 또 인류의 역사 속에 두려움 없는 도전, 우려 없는 변화가 있었던가? 이제 변화에 대한 두려움, 우려는 내려놓고 새만금 이차전지 산업의 비상을 위해 온 힘을 모은다면, 전북특별자치도의 100년 대계인 일자리 창출 등이 이루어져 우리의 이웃이 더 이상 고향을 떠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 그렇게 꿈꿔본다. /김동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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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4 15:58

총선 결과와 전북의 미래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주도인 스프링필드에서 역사적인 출마선언을 했고, 결국 뜻을 이뤘다. 오바마가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가 아닌 스프링필드에서 출마선언을 한 것은 링컨이 이곳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한 때문이다. "분열된 집안이 오래 갈 수 없듯이 미 연방도 노예와 자유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서는 계속될수 없다"는 스프링필드 연설은 게티스버그 연설과 함께 명 연설로 꼽힌다. 국가도, 기업도, 가정도 다 마찬가지다. 지금 곤궁해도 단합하고 화합하면 미래가 있지만, 당장 풍요로운 듯 해도 내적으로 분열된 공동체의 쇠락은 시간의 문제일뿐 결론은 명확하다. 얼마 전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모든 면에서 아예 비교대상도 되지 않던 요르단이 완벽하게 한국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았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다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주장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는가 하면, 고참 선수들은 이강인을 출전 명단에서 빼달라고 감독에게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기가막힐 일이다. 한국팀 소행으로 보자면 0-2가 아니라 0-7 정도로 더 참패하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명색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나간 톱 클래스 선수들의 행태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한심 그 자체다. 선수단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는 별개로 정몽규 축구협회장, 클린스만 감독의 사퇴를 비롯한 축구협회 전체의 환골탈태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지 가늠이 안된다. 목전에 다가온 총선 결과는 백척간두에 선 전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지역발전의 기수가 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나 후보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정치인생 궤적을 보면 크게 눈에 띄는 이가 거의없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 국회의원들의 존재감 부재를 정면으로 거론,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전북 의원들은 이름도 모르겠고 지도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가 신당에 참여했기에 기존 민주당 의원들을 강력히 비판해야만 하는 상황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공천장을 주는 중앙당 실력자만 쫒아온 것이 지난 수십년 전북의 현실 아니던가. 전북 의원들이 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 후보로조차 나설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존재감 부재와 더불어 분열된 집안의 적나라한 현주소였다. 똘똘 뭉쳐도 될까말까한데 지역 의원들끼리도 사분오열돼 있으니 당선은 커녕 중앙당 주요 당직에 도전조차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올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보는 시각은 전북도민과 지역정치권이 전혀 다르다. 기재부 심의단계에서 크게 삭감된 새만금 예산이 국회에서 일부 복원된데 대해 지역 정치인들은 선방했다고 자랑하고 있으나 대다수 도민들은 혀를 끌끌차고 있다. 선량과 주민의 인식차가 이처럼 큰 것이다. 누구를 뽑아서 전북공동체 발전에 기여토록 할 것인가. 고뇌에 찬 불면의 나날을 보내는 도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2.14 14:34

전주상의 회장 선거, 후폭풍이 걱정이다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오늘(15일) 오후 3시 치러진다. 전주상의는 대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제25대 회장을 비롯해 수석부회장 1명과 14명 이내의 부회장 등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가 관심을 끄는 것은 현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지난번 선거에 이어 리턴매치로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3년 전 선거에서 45 : 45 표가 나와 연장자인 윤 회장이 당선된 바 있다. 하지만 매표 논란 등이 불거지며 전주상의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선거를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였다. 결국 법원에 의해 회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이를 이면합의로 봉합했다.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현 회장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대신 차기 회장으로 김 부회장을 선출하는데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부회장 측에서 합의서를 공개하며 윤 회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러자 윤 회장은 “전주상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당사자측과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고 사과하며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섰다. 이번 선거는 소속 의원과 특별의원 등 99명이 최종 결정한다. 비록 진흙탕 싸움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상으로 봐서 과연 이게 지켜질까 염려스럽다. 선거 과정과 결과를 두고 다시 법정으로 갈 것인가. 나아가 설령 결과에 승복한다 해도 두 쪽으로 나누어진 이 단체를 어떻게 화합시켜 나갈 것인가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전주상의는 법정단체로 지역 상공업계의 본산이다. 상공인을 보호하고 기업성장을 지원하는 등 전북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전주에서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가 열려 어느 때보다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또 다시 자리다툼을 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올해 1월, 전주상의는 전북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인 신년하례회에서 보합대화(保合大和)를 내세웠다. 한 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한마음으로 소통·협력·협치하고 지혜롭게 대응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원년’ 도민 대화합을 이뤄냅시다”라고 다짐했다. 전주상의는 이번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렀으면 한다. 제발 도민들로부터 존경은 아니더라도 손가락질 받는 부끄러운 상의가 아니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4 14:24

민주당 ‘전주을 공천 혼선’ 유권자 무시하나

제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대진표도 속속 확정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주을’선거구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만 10명이고, 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6명에 이른다. 지역구 현역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이 지역 의원을 지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도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제3지대 신당 후보까지 가세할 경우 전국 최대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전주을 선거구를 현역 의원 탈당 지역으로 분류해 지난달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이후 전략공천설에 무게가 실리고 전략공천 대상자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보당과의 연합공천설, 무공천설이 흘러나와 민주당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 민주당에서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이나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을 등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안이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등을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수년 동안 지역구에 공들여온 입지자는 물론 지역 유권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처사다. 전주을은 현재 전북지역에서 민주당 예비후보가 가장 많다. 일찌감치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고돼 있던 곳이다. 설 명절이 지나면서 총선 시계가 더 빨라지고 있지만 전주을 선거구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주을 공천 방식이 선거의 빅이슈가 되면서 정작 중요한 정책 대결, 인물 대결은 시작도 못하게 생겼다. 만약 민주당이 주머니 속 공깃돌 가지고 놀듯 유권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연합공천·밀실공천을 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이상직 전 의원 사태로 지난해 4월 실시된 전주을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유능한 후보자를 가려내 유권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게 공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4 14:12

스님이 전하는 마음의 지혜

스웨덴 국민이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했던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자신이 펴낸 책 한 권으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 그를 우선 주목하게 하는 것은 이력이다. 그는 명문으로 꼽히는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졸업하고 다국적 기업에 들어가 20대 중반에 임원이 되었을 정도로 일찍이 성공적인 삶을 얻었다. 그러나 쉴새 없이 이어지는 불안으로 행복하지 않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마음의 지혜를 얻는 명상의 길을 떠난다. 수행을 위해 태국의 밀림 사원에 들어가 승려가 되었지만 17년이 지나 ‘엄격한 계율조차 편안해지는 경지’에 이르자 그는 수행을 접고 다시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의 일상은 명상 모임과 강연을 이끌며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병,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그의 몸은 굳어져 갔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그는 따뜻한 지혜를 전하는 명상과 강연으로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지켰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자신의 60년 삶의 여정이 담긴 처음이자 마지막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원제 I May Be Wrong)>를 펴냈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30만 스웨덴 독자들의 열광을 이끌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전 세계 25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됐다. 누구나 부러워할 빛나는 성공을 거뒀지만 모두 버리고 산속으로 수행을 떠난 여정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마음의 지혜가 독자들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었을 터다. 2022년 1월, 세상을 떠났을 때는 스웨덴 전역에서 그를 추도하는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그가 태국의 사원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인터뷰하는 기자가 물었다. “17년 동안 승려로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이었습니까.” 그의 답은 단순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전하는 마음의 지혜가 또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만난 스님이 그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주겠다며 전해준 말이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를 세 번만 반복하세요.” 연휴가 끝나고 나라 안이 더 어수선하다. 사건 사고도 유난히 많고, 총선을 앞둔 정치판은 국민을 위한 민생 정책으로 승부하기 보다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갈등과 혐오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예외 없이 벌어지는 출마 후보자들의 이합집산도 갈수록 격렬해진다. 그래서인가. 연휴 덕분에 마주한 책 한 권이 전하는 ‘마음의 지혜’, 고요한 마음의 소리가 절실해진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2.13 18:20

전북이 못사는 이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1000쪽이 넘는 이 작품의 주인공 안나는 부러울 것 없는 기혼여성이지만 잘 생긴 청년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불륜에 빠지게 되고, 끝내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첫 문장처럼 불행한 사람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한 이유를 갖고 있다. 설 명절 연휴 내내 못살고 점차 더 초라해지는 전북을 보면서 이 문장이 떠올랐다. 전북도 전북 나름의 이유로 못살기 때문이 아닐까 해서다. 전북이 처한 현주소를 보자. 우선 전북이라는 공동체가 소멸하지 않고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권 통합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축소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지방은 뼈만 앙상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활권이 같은 자치단체의 통합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한 창원특례시와 청주·청원이 통합한 청주시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경북 군위군이 자진해서 대구광역시와 통합했고 충남 금산군이 대전광역시와 통합을 위해 군수와 군의회가 발벗고 나섰다.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의 경우 30년 동안 세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올 들어 민간단체가 나서 네차례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유희태 군수와 군의회뿐 아니라 전주의 일부 유사단체까지 나서 통합에 훼방을 놓고 있다. 공동체보다는 정치꾼들의 개인 욕심이 앞선 탓이다. 또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벌이는 쟁투는 얼마나 민망한가. 3년 전 선거 여파가 그대로 재연돼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당시 회원사 모집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소송취하와 임기 보장을 조건으로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이 합의문을 이행하라며 한쪽이 들고 일어나 차기회장자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마치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자리가 두 사람의 개인 소유물인양 주고 받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추락하는 전북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아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이와 함께 얼마 전에는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서 함량미달의 인물들이 옥신각신 하더니 소송으로 번졌다. 갈등과 불협화음 사례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서거석 교육감과 천호성 후보·검찰 사이에 허위사실공표를 둘러싸고 벌이는 재판이 1년 반 넘게 진행되면서 전북교육은 뒷걸음질이다. 또 지난해 8월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때는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로 새만금SOC를 비롯해 전북예산이 감축폭탄을 맞고 도민 전체가 수모를 겪었다. 특히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윤덕 국회의원과 김관영 도지사는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은 어떤가. 우범기 전주시장은 농구단 이전을 방관하다 뒤늦게 관변단체를 동원해 뒤꼭지에 대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러고도 기업 유치를 외칠 면목이 있는지 의아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전북지역 리더들의 행태다. 우리 속담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 먹는다’, ‘한솥밥 먹고 송사한다’는 말이 있다. 또 미국의 정치가 밋 롬니는 ‘리더십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까운 사람끼리 불화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전북의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러니 전북이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전북이 못사는 저마다의 이유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4.02.13 17:00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지속가능한 성장- 글로벌 생명 경제 도시를 위한 ESG 2.0 대전환 시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1.0과 ESG 2.0 사이에는 두 가지 뚜렷한 기간이 있다. ESG 1.0은 2004∼2018년 사이의 기간으로, ESG 개념이 금융 관점에서 투자 결정의 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ESG 1.0의 효율성은 실질적 변화 없이 마케팅 도구에 불과했다. ESG 2.0은 기후 변화가 글로벌 사회의 안정성에 미치는 위협으로 인식되어 규제 기관의 대응으로 주도되고 있다. 이들 목표는 ESG 정의와 지표를 표준화하고 시장과 공공 부문에서 그린워싱에 대응하는 것이다. 또한 ESG 공개를 규제 및 필수 활동으로 만들면서 지속가능성 회계 표준의 새로운 글로벌 기준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ESG 2.0은 ESG 1.0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ESG 공개가 규제와 의무화로 바뀌면서, 평가 및 선별에서 재무 요소와 일관되고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ESG 2.0 시대에 중앙 및 지방정부는 ESG 원칙을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통합에 그 중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장기적인 경제적 번영, 사회적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라북도가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새 출발하면서 ‘글로벌 생명 경제 도시 조성’을 목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ESG 2.0 대전환 시대에 특별자치도 출범은 성공적인 지속가능성 전략을 구축해야한다. 먼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환경가치 창출을 실현해야한다. 도는 기후 변화 완화, 탄소 배출 감소, 재생가능 에너지원 촉진을 목표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는 친환경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속가능한 교통 및 에너지 효율성 촉진, 천연자원과 야생동물 보호 정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형평성에 중점을 둬야한다. 성장이 지역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포용적인 경제 개발을 촉진하며 도민들에게 의료, 교육, 저렴한 주택과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셋째, 올바른 거버넌스가 보장되어야 한다. 도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신뢰와 믿음을 구축하기 위해 투명성, 책임성, 윤리적 의사결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는 강력한 거버넌스 관행 채택, 윤리적 조달 및 계약 참여, 공공 자금의 책임감 있는 사용 보장이 포함된다. 넷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협력 및 파트너십을 제고해야한다. 복잡한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민,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의 성공에 필수적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 추구에 자원과 전문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타 기관, 기업 및 시민사회 조직과 협력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한다. 도의 결정은 세대 간 영향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에 있어 장기적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성 목표 설정, 교육 및 인력 개발에 대한 투자, 인프라 투자가 미래 기후 변화에 대한 탄력성을 보장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요소들을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에 통합함으로써 ESG 2.0 시대에 더욱 탄력적이고 포용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현재 특별자치도민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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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6:35

한국 풍수학을 정립한 최창조 선생님

지난달 3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수학자 최창조(1950~2024)는 한 줌의 재로 영면에 들어갔다. 향년 74세. 평소 지론대로 화장하고 소박한 묘역에 안장되었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4년 대학 지도교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은 40년 동안 끈끈하게 지속되었다. 그해 <한국의 풍수 사상> 출간은 한국 풍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전통 지리 사상인 풍수가 학문 반열에 오르고 한국 풍수 1세대를 알리는 저서였다. <한국의 풍수 사상>에서 명당 개념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居所),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라고 언급하였다. 그해 완주지역 연화도수, 장군대좌, 노서하전 등 소위 형국론 답사는 풍수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에서는 수많은 지역 답사 자료를 사진과 곁들여 풍수를 이해하는 대중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1990년대 이후 강단이 아닌 현장에서 풍수학의 성과로 기념비적인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북한 유적 문화 답사기> <한국의 자생 1, 2> 등이 출간된다. 한국식 풍수를 ‘자생풍수’라 정의하고 명당 개념도 새롭게 정의한다. 자생풍수는 ‘치유의 지리학’이자 ‘인간의 지리학’이라 정의한다. 강단에 머물렀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한반도 구석구석에 발걸음이 닿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할 풍수의 핵심이다. 현재도 ‘자생풍수’는 풍수학의 정립을 넘어서 한국식 풍수를 설명하는 중요개념으로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시 풍수> <최창조의 새로운 풍수 이론> 등에 이르러서는 풍수의 파격이 등장한다. 좋은 땅이란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다. 도시에서도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데 아주 간단하다.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단정한다. 자생풍수의 개념 정립은 <사람의 지리학>에서 정리가 된다. 주관성(마음이 중요하다), 비보성(고침의 지리학), 정치성(새로운 세상, 개벽 지향), 현재성(지금, 이곳에서 적응하라), 불명성(비논리의 논리, 논리 뛰어넘기), 편의성(이상보다 현실에 충실하라), 개연성(그럴듯하게 보인다), 적응성(모든 삶의 분야와 연결된다), 자애성(내가 중심이다), 상보성(인간도 주인이고, 자연도 주인이다) 등이 그것이다. <한국 풍수 인물사>(2013)에서 선생의 명당 개념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람을 평온하게 감싸 줄 수 있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 그리고 마지막 저서 <한국 자생풍수의 기원, 도선>(2016)에서 풍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풍수 공부의 최종 목적은 도선의 자생풍수를 더듬는 것입니다. 따라서 1978년 대한지리학회와 서울대 지리학과 논문집에서 발표한 논문 이래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이 책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생풍수를 이루려는 풍수학의 40여 년 여정은 2024년에 마무리되었다. 자생풍수를 내세우듯 선생의 품성은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한국 풍수 대가는 한 줌의 재로 그토록 사랑했던 부모님 근처에서 묻혔다. 바로 그곳이 명당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수학의 정립은 이제 한국 풍수 2세대의 몫이 되었다. 이제 풍수는 생태환경 등 미래 학문으로 지평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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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6:35

빠른 선거구 획정과 공정 경선 보장하라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공천 신청자 820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 8일 지역구 공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와 면접을 토대로 공천자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현역평가 하위 20% 대상자를 개별통보했다. 민주당 공천 기준에 따르면 하위 10~20%는 경선 득표수의 20%, 하위 10%는 경선 득표수의 30%가 감산된다. 득표수 30% 감산은 경선 승리가 거의 불가능해 사실상 컷오프되는 셈이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도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다음 주인 19일부터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된다. 한편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이 모인 개혁신당은 제3지대 빅텐트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비례위성 정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15일 가칭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3개 정당 및 시민사회에 ‘범야권 선거연합’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구 후보 단일화 원칙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전북지역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구가 아직 획정되지 않아 후보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남원·임실·순창 선거구와 김제·부안 선거구가 인구 하한선인 13만6600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 두 선거구를 조정하려면 인근지역까지 손대야 한다. 이를 빌미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0개 선거구를 9개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른 지역과의 인구 형평성이나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로, 이를 최대한 빨리 획정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전북의 텃밭정당인 민주당의 경선이 과연 공정하게 진행되느냐 여부다. 현재의 심사기준인 정체성과 기여도, 의정활동능력, 도덕성, 여론조사, 면접 등은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개연성이 없지 않아서다. 그 중 가장 비중이 큰 여론조사는 선거자금과 조직에 좌우돼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유령당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하루빨리 선거구가 획정되고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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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13 15:40

전북 난임센터 건립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전국 각 지역 난임센터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키로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청신호가 되고있다.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도내 거점 대학병원에 난임센터가 만들어질 경우 빅5등 서울소재 대형병원을 찾기 어려운 지역민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최근 난임시술 의료기관 전문가,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 보건복지부 정책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2025년까지 난임센터 전국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키로 했다. 난임부부가 겪는 신체적·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사실 지역의 소멸은 곧 인구감소에서 기인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초혼 연령이 높아져 가임 능력이 떨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이에 따라 근종과 자궁내막증 등 생식학적 문제들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불임수술 특화 대학 병원 지정이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제 난임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복지부가 지방 국립대병원 역량을 서울 ‘상위 5대 병원’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지역 필수의료 중추를 담당하고 지역 환자가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적절한 판단이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추진하는가에 달려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전국 각 지역 난임센터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마전 전북대병원 채희숙 교수(산부인과)는 자궁내막종과 같은 난소 낭종을 제거한 후 출혈 부위를 로봇 복강경을 통한 미세봉합술로 지혈하는 방식을 도입해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 가임기 여성 난소 낭종 수술 방식은 개복이나 복강경, 로봇 복강경을 통해 낭종을 정상 난소 조직으로부터 벗겨내는 방식을 활용해 왔는데 낭종을 제거한 뒤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방식에 따라 수술 후 정상 난소조직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지만 난임부부를 위한 정책은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전북난임센터를 개소하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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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3 13:46

전주·완주 통합, 전북소멸 위기를 생각하자

전북일보와 KBS 전주방송총국이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10개 선거구에 대한 후보자 적합도 조사와 함께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게 그것이다.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도민 70%가 통합에 찬성하고 19%가 반대했다. 연령별로는 10∼40대가 50∼70대이상 보다 찬성률이 높았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주의 경우 찬성 대 반대가 86% 대 11%인데 완주는 42% 대 55%였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통합 관련 당시의 찬성 44.65% 대 반대 55.34%와 유사하다. 이는 지난해 5월 전북일보가 창간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난다. 조사 결과는 찬성과 반대 비율이 각각 전주시 82.5% 대 13.7%, 완주군 46.1% 대 48.8%였다. 완주지역 주민들의 통합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다 8개월 사이에 6%가량 식은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올해 들어 전주시와 완주군 관계자들은 통합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가 나섰고 완주군의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완주군수와 완주군의회는 통합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총선 입지자까지 가세했다. 지금까지 물밑에 있던 반대세력의 결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10일부터 민간단체인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와 완주역사복원추진위원회가 통합 주민투표 건의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전주·완주통합은 주민의 동의, 즉 완주지역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완주지역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군수 등이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서명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또 서명운동은 선거 전 60일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므로 금지된다. 이 기간동안 통합에 대한 생각을 숙성시켰으면 한다. 전북은 지금 피폐한 경제력과 함께 급격한 인구감소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13개 시군은 말할 것 없고 전주마저도 소멸 주의지역으로 분류된다. 통합을 통한 광역화와 집적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양 지역이 양보와 배려로 상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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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8:00

설 민심은 더 많은 헌신과 봉사였다

제22대 총선을 목전에 둔 이번 설 명절의 화두는 단연 “어느 정당이 과반수가 되고 누가 당선될 것인가”였다. 여소야대 정국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집권여당으로선 이번 총선의 승패가 곧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정권을 빼앗긴 야권으로선 만일 이번 총선마저 놓칠 경우 국정운영 과정에서 들러리 신세가 됨은 물론, 차기 대권조차 멀어질 수 있기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은 또한 차기 대권 후보인 한동훈-이재명의 운명을 가르게된다. 이러한 전국적인 큰 구도하에서 전북의 활로는 과연 무엇인가. 여야간 극한대결이 이어지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독주현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2월 2일까지 도내 전역 10곳 선거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곧 다가올 총선 판도를 가늠케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도 눈길을 끄는 새로운 상품이 없다는 거다. 오래전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 현실 정치에서 퇴장당했던 소위 올드보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은 오늘날 전북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하고, 존재감을 보이라는게 전북도민들의 강렬한 요구인데 현역 의원들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결과 재선, 3선을 향해 나선 현역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경우가 많으나 이는 그간의 성과에 대한 높은 평가가 아니라 소위 대안부재론 때문 아닌가. 각설하고 이번 명절의 화두는 화려했던 전북을 부흥시키라는 거다. 여와 야가 있을 수 있고, 지역간 갈등과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으나 국정에 적극 참여하는 과정속에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라는 거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구감소, 기업유치, 교육과 의료문제를 비롯한 민생문제에 더 낮은 자세로, 더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거다. 배지를 달고 번듯하게 행세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나선 선량은 결국 자신의 복지와 안위를 위한 생계형 취업자에 불과하다. 남을 이끌자는 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설 민심은 결국 사적인 부분을 모두 버리고 오직 공익을 위해 더 헌신하고 봉사하라는 지엄한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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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8:00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스토리

최근 총선을 앞두고 부지불식간에 회자되는 단어가 있다. “저 후보는 인생에 스토리가 있어”, “스토리텔링이 있어”.....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 없다는 것은 ‘특색이 없다’ 혹은 ‘밋밋하다’라고 치환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스토리텔링은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최초에 적용된 디지털미디어 뿐 아니라 문학, 예술, 영화, 교육, 게임, 광고, 축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장르로 외연이 확장돼 활용되고 있다. 근자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복잡하게 고도화된 이해관계와 주제를, 공감과 소통·인식공유를 근간으로 아우르는 상호작용과 가치창출의 도구로 활용된다. 기업과 경영, 마케팅 부분에서도 ‘스토리(story)’가 ‘무엇’이라는 내용을 나타낸다면 ‘텔링(telling)’은 ‘어떻게’라는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미국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신발 없이 다니는 어린이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탐스슈즈’(TOMS Shoes)를 창업했다.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는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되는 컨셉으로 성공을 거둔 TOMS는 ‘착한소비’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코스모폴리탄에게 스토리텔링한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세계적인 기업들도 브랜드 마케팅과 함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더욱 효과적이고 이에 진실성과 진정성이 더해지면 신뢰도는 승수효과를 거두게 된다. 우리에게도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24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舊세계한상대회) 전북·전주 유치 성공이 그것이다. 컨벤션과 숙박시설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경제거점으로서 전북의 유구한 전통문화와 미래성장산업을 연계하여 우리만의 맛깔스러운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운영위원에게 감동을 주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기업전시회, 산업박람회, 비즈니스미팅, 각종 컨퍼런스 등 산적해 있는 모든 과업들도 전북이라는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에 스토리(story)를 입혀내어 우리만의 유니크한 텔링(telling)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비견할 수 있는 성공을 확신한다. 신년벽두 전남 화순의 백신(Vaccine)특구가 2030년까지 5,000명 고용, 100개 기업 총 매출 1조 달성 비전을 선포하였다. 독감백신 연구와 생산관련 국내 1위인 ‘GC녹십자’ 유치를 위해 독감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 수십만개를 연구소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AI인자 통제시스템을 관계 양계장에 설치하는 등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국내 유일 백신특구 지정을 받았던 성공 사례는 이차전지 특구 지정에 이어 현재 바이오 특구, 방위산업 특구, 미래 모빌리티 산업특구 지정을 위해 뛰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토리텔링은 정보전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좋은 스토리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되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관점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결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윤여봉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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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7:59

푸른 용의 해

올해는 60간지(干支) 중 41번째인 ‘갑진(甲辰)년’으로 푸른 용의 해다. 십간(十干)을 오색(五色)으로 설명하면 갑을은 푸른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노란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정색(甲乙 靑, 丙丁 赤, 戊己 黃, 庚辛 白, 壬癸 黑)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색용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신비롭고 조화가 무쌍한 것으로 알려진 ‘청룡’이 유명한 반면 중국에서는 ‘황룡’이 유명하다. 그래서 궁궐 등 대궐에서는 밖과 내부 모두가 노란색으로 장식된 것은 물론 임금이 타고 다니는 가마도 완전한 노란색이다. 용은 거북, 기린, 봉황과 함께 네 가지 영수(靈獸)로 유명하다. 그중 용은 물을 관리한다 하여 기우제나 지우제 때면 꼭 용왕을 찾아 각별한 정성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용은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문명의 발상지 어디에서나 상상되어 온 동물로서 신화나 전설의 중요한 존재로 등장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민간 신앙의 대상으로서도 큰 몫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초기부터 조선조 숙종(1714) 때까지 사이에 무려 29차례나 용의 출현에 관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서해 용왕이 고려왕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作帝建)에게 ‘그대의 자손들이 동방의 명왕이 되고 싶다면 세울건(建)자가 붙은 이름으로 3대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하며, 용이 물을 많이 주지 않을 경우 흉년이 든다고 믿고 있기에 용을 수신(水神)이라고도 한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민족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나 기능이 조금씩 달리 파악되어 왔다. 이에 따라 그 조각이나 묘사 역시 차이를 보여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해온 용은 대개 중국인들이 상상하였던 용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익조’에 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는데 용의 머리는 낙타와 같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했다. 이처럼 여러 동물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하여 영수로 꼽히고 있는 것이어서 성취와 수호의 동물로 치부되고 있다. 철학관에서 깊이 믿고 있는 삼재(三灾)가 있는데 갑진년에는 인, 신, 유,(寅,申,酉)년생은 행운이 충만한 해로, 노력하면 매사가 소원 성취하여 결혼․취업․승진 등의 영광이 있을 것이며, 반대로 자, 진, 신(子,辰,申)년생은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해로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삼재를 피해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申)년생과 같이 길, 흉이 겹치는 경우에는 극과 극이 혼재되어 아주 잘되는 경우와 잘못되는 수가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예로부터 과거시험 등 어려운 시험을 ‘등용문’이라 했다. 등용문은 중국의 황하에서 시작되어 산서성에 이르면 3단계 폭포를 경유하게 되는데 그곳을 용문이라 하며, 잉어가 그 용문을 올라가면 용이 된다고 하여 입신출세의 관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한다. 또 사람이 출세하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도 한다. 아무튼 용자가 붙으면 좋은 표현이 따른 것을 보더라도 갑진년인 올해는 행운의 해가 틀림없을 것인즉, 국태민안(國泰民安)하기를 바란다. / 양복규 (동암법인 이사장, 명예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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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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