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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연극박물관을 세우자

연극박물관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에 800여 개가 넘는 국립·공립·사립·대학 박물관이 있지만, 연극박물관은 국어사전에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 공연예술을 앞세운 곳도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하나다. 대표적인 예술 장르인 연극을 상징화한 박물관은 왜 없을까? 이유를 불문하고 소중한 예술 자산이 무참히 사라지기 전에 유·무형의 연극 유산을 수집·연구·보존하고, 전시실·자료실·체험실·수장고를 갖춘 공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어느 지역보다 연극의 역사가 깊고 탄탄한 전북특별자치도가 먼저 관심을 보인다면 이는 무척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1910년대 이후, 전북의 연극판은 꾸준히 역량을 쌓으며 큰 성과를 올렸다. 1921년 전국 최초의 군(郡) 단위 소인극(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하는 연극) 운동이 고창에서 시작한 후 익산·김제·전주·군산·정읍·남원·진안·옥구·임실·무주 지역으로 확산하며 근대연극의 공고한 뿌리를 만들었다. 작품은 문맹 퇴치와 풍속개량뿐 아니라, 불합리한 시대를 깨닫게 하는 항일과 민족자존을 담기도 했다. 1921년 군산에서 창단한 동광단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극단으로, 평양·서울 공연에서 잇달아 흥행했다. 익산에서는 1926년 전북 최초로 연구극(硏究劇) 성격의 동인극단인 계명극단이 창단했다. 1932년에는 극단 연양사가 단원들의 역할을 연출·연기·무대·운영으로 나눠 전문극단의 출발을 알렸다. 이는 지역 연극계의 높은 자생력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전북의 연극은 1940·50년대 전주문화동우회와 전북극예술협회, 전문연극인과 순수예술, 이봉섭과 정구하, 학생극, 인형극 운동, 1960·70년대 박동화와 창작극회, 살롱극과 행동무대, 문치상과 비사벌극회, 대학극, 1980·90년대 황토의 부상과 창작극회의 부활, 소극장 연극, 관립극단(전주시립극단) 태동, 2000년대 전북연극제와 소극장연극제, 청소년연극제 등 촘촘하게 성과를 일구며 성장했고, 수준 높은 무대는 전국 규모 연극제에서 잇따른 수상으로 이어졌다. 척박한 환경에서 뚝심 있게 생명을 지켜온 전북 연극의 힘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창작 희곡 시대를 연 극작의 역사에서도 찾아진다. 전북과 연관된 국내 극작가의 숫자가 이를 증명하고, 작품의 우수성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연극의 갈래를 가면극, 인형극, 판소리, 창극, 신파극, 신극으로 크게 나눠도 전북 연극은 울울창창하다. 일인다역인 판소리의 발상지가 전북이며, 춤·음악·연극이 어우러진 농악의 신명과 멋이 살아 있는 곳이 전북이다. 판소리가 발전해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 된 창극의 연희자들도 대개 전북 출신이며, 세계 유명 인형극축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극단도 전북에 있다. 전북 연극이 한국 연극사의 굵직한 축으로 인정받는 것은 연극 정신의 맥을 이으며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침의 세월, 극단들의 탄생과 소멸이 악순환처럼 이어졌지만, 이것이 가져온 양적 질적 변화가 지금의 전북 연극을 있게 한 바탕인 것처럼 전북의 연극은 스스로 살아나고 다시 살아나며 억척스럽게 자신을 지켜왔다. 그 분명하고 무한한 생명력은 전북특별자치도가 한국연극박물관을 유치하려 할 때 경쟁력을 한껏 높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북 연극의 역사와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 도민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전북연극박물관’ 건립이 먼저다. /최기우 극작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2 17:59

도심하천 전주천 유수량 늘리기

강은 생명이다. 큰 물길을 따라 어김없이 삶터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그 물길에 기대어 도시와 문명을 발달시켰다. 그래서 큰 도시의 중심엔 꼭 이름난 하천이 있다. 그런데 이 도시하천에 큰 숙제가 생겼다.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는 일이다. 20세기 도시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유수량(流水量)이 크게 줄어 건천화(乾川化)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도시의 불투수층 증가와 녹지면적 감소, 치수 위주의 하천정비, 기후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량이 줄어든 도시하천은 수질 악화로 몸살을 앓았고,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 전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전주천과 삼천도 다르지 않았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주천은 물이 풍부해 시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고기잡이와 물놀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길 곳곳에 토사가 수북이 쌓인 모습, 그리고 둔치의 무성한 수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또 상류에서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에서만 흐르는 복류(伏流) 구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 유량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다. 다행히 이들 하천은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천 유량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남겨 놓은 것이다. 민선 8기 다시 하천에 주목한 전주시가 최근 ‘전주천·삼천 명품 하천 36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홍수 예방 및 시민안전 △시민 휴식·문화공간 조성 △하천 유지용수 확보 △하천 조도 개선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특히 유량 늘리기 사업이 관심을 모은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 수문 설치와 전주천·삼천 합류지점인 금학보 취수 및 하수 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건천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만경강 지류 전주천‧삼천 유량 늘리기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과 연계해 하천 정비 프로젝트를 역점 추진하면서 전북도가 ‘옥정호~삼천 도수터널 설치’ 사업을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에서 완주군 구이면 삼천 최상류까지 3km 구간에 도수터널을 설치하고, 초당 4톤의 물을 끌어내 삼천~전주천 하류~만경강~새만금 담수호로 이어지는 물길에 흘려 유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새만금 수질 개선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전북도가 별도 조직까지 꾸려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애초 막대한 사업비와 지역간 물분쟁 소지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적었다. 결국 탁상공론이었다. 도시하천을 시민 힐링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풍부해야 한다. 유량이 부족하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 전주시가 내놓은 ‘명품 하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하천 정비와 휴식·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번엔 하천 유지용수 확보사업에 우선순위를 두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2.12 13:24

특별자치도의 순항 여부는 항만 활성화에 달려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항해를 시작했다. 특별자치도에는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되는 만큼 자치의 주역인 도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전북특별자치도가 발전하려면 자치의 주역인 도민들의 주인 의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주인 의식 없는 무관심으로는 지역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북은 도내 유일의 항만인 군산항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다시피했다. 그저 항만에서 밥을 먹고 사는 항만인들에게만 관련된 일로 치부해 왔다. 지자체는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정치권도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같은 무관심은 군산항을 넘어 새만금 신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산항의 경우 동북아의 물류 거점, 대중국 교역 관문 등 선거 때만 정치, 행정적 수사만 반짝했지 항만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수출입 활동의 99.7%가 바닷길로 이뤄지고 있지만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은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올해로 개항 125년을 맞고 있는 군산항의 경우 1990년 금강하구둑의 완공 이후 토사 매몰로 인한 수심 악화로 근본적인 준설이 현안이 된 지 오래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도내 수출 물동량의 80%, 수입 물동량의 40%를 외지 항만에서 취급하는등 소위 항만 물동량의 역외 유출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군산항은 지난해 전국 항만 물동량의 1.49% 처리, 전국 항만 입출항 선박 중 2% 점유의 초라한 성적을 보였다. 국내 국가관리무역항 14곳 중 12위이다. 그런데도 관내 정치권과 행정기관등은 이 현안 해결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포럼 개최와 포트 세일 등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벌이고 중앙 부처에 준설 예산 요구 건의만 하면 끝이다. 이의 관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새만금 신항만의 상황도 좋지 않다. 신항만 건설촉진법에 따른 기본 계획에 의거, 항만 건설만 진행되고 있을 뿐 항만 운영을 위한 기본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새만금 신항은 공식적인 항만 명칭도 없다. 항계도 확정되지 않았다. 무역항의 지정조차 돼 있지 않다. 정온 수역 확보마저 불안하다. 2030년까지 5만톤급 6개 선석의 건설 목표는 관련 예산과 추진 과정 등을 볼 때 이미 물 건너갔다. 이게 신항의 현주소다. 그런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항 건설에 힘을 합해도 부족한 마당에 지자체간 관할권을 둘러싼 싸움만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4월 총선에 나갈 국회의원 예비 후보들의 출마변을 보면 항만에 대해 거의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군산항 3단계 항로 준설, 신항만의 차질없는 완공, 군산항 해상풍력 지원항만 조성 등 '뜬 구름잡는 공약'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새만금 신항은 향후 중국은 물론 동북아 교역의 거점으로서 전북 경제를 견인할 중요한 물류 기반시설인데도 관심을 갖는 도내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물류 전쟁 시대다. 이 전쟁에서 지면 낙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순항 여부는 항만 활성화에 달려 있다. 항만에 관심을 갖는 주인 의식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02.07 16:35

제3대 전북특별자치도콘텐츠융합진흥원장에게 바란다

얼마 전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청문과정에서 우려와 기대를 섞어 의견을 전하긴 했지만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먼저 진흥원이 지나온 궤적을 복기해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진흥원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내부 갈등이 심했고 한동안 퇴사가 이어지면서 퇴직자 양산기관이라는 오명을 얻기까지 했다. 정직원들의 퇴사가 빈번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관운영의 부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지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내부갈등과 비효율적 조직 운영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고도의 청렴의식이다. 진흥원의 정책파트너는 일차적으로 콘텐츠 기업으로서 콘텐츠기업을 상대로 과제공모와 계약체결,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진흥원에는 입주기업이 상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언제든 결탁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불가근불가원’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진흥원은 주는 쪽이고 콘텐츠기업은 받는 쪽이라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갑을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콘텐츠기업 지원은 진흥원의 당연한 책무다. 역으로 콘텐츠기업은 지원받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콘텐츠기업 육성과 지원이 법과 조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일방적인 시혜와 수혜의 관계로 오해하게 되면 결탁에 더해 갑질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주도면밀한 사업추진이다. 철두철미한 사업 설계와 관리는 당연한 기관운영 원칙이지만 진흥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외였다. 최근에는 소송전만 해도 두 건이나 있었다. 그중 한 건은 군산시가 원고였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이 원고였다.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반환 소송이 제기되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의 사업관리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서 업체를 고발하게 된 사건이었다. 소송 결과를 떠나서 공공기관이 사업관리 부실로 인해 두 번이나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실패를 거울 삼아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조직 역량으로 사업관리의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인지가 신임 원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끝으로, 진흥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관이다. 민간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는 콘텐츠기업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판로를 개척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진흥원의 미션이다. 하지만 진흥원이 기본 사명에 충실해서 마땅한 성과를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여전히 도내 콘텐츠산업은 영세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콘텐츠의 다양한 하위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도 않다. 바꾸어 말하면 콘텐츠 기업 경쟁력은 여전히 낮고 지역 콘텐츠산업의 생태계 조성도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진흥원은 2년 후면 출범 10주년을 맞게 된다. 별 탈이 없다면 신임 원장께서는 10주년 행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나온 10년을 되짚어 보고 다가올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는 자리를 갖게 될 텐데, 그때까지 진흥원이 존재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콘텐츠진흥 거점기관이라는 타이틀은 허명(虛名)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건투를 빈다. /윤영숙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07 15:18

고향사랑 버스에 타자

고향이 장수라고 하면 어디쯤에 있냐고 되묻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라북도에는 무주 진안 장수군이 있는데 합쳐서 무진장이라고 하고요, 무진장 눈도 많이 와서 토끼하고 발 맞추면서 누에와 돼지도 기르고, 담배농사 지으면서 살아왔던 두메산골입니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3개나 연결되고 사과와 한우, 오미자의 빨강색, 즉 3Red로 유명해 졌습니다.“ 그러면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늘 가고싶고 그리운 내고향 장수읍에는 약 20여개의 크고 작은 동네들이 있다. 우리 베이비부머세대들은 학생이 점점 늘어나서 초등학교 4곳에서 공부했다. 누나와 형이 동창이면 동생들도 모두 친구이고, 부모님들도 형제자매나 다름없이 서로 돕고 위로하면서 살아왔다. 요즘은 인구가 계속 줄어서 전국 226개 지자체중에서 223위로 지역소멸 위기에 있다. 엄청난 산악고원지대로서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학생들도 도시로 떠나가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충주시의 깊은산속옹달샘(명상치유센터)이나 인제군의 기적의 도서관과 같은 성공사례를 볼 때, 77%가 산으로 둘러쌓인 내고향 장수는 산과 숲, 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에 장안산과 팔공산이 있고 전북과 충남의 젖줄인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 섬진강의 최상류인 덕산용소와 수분리, 빼어난 절경과 깊은 숲이 있는 방화ㆍ와룡 자연휴양림, 의암 주논개열사의 생가와 유적, 승마학교와 동가야 유적지만 연결해도 '장수만세 으뜸관광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있다. 동선도 길지 않고 기존 도로와 국유산림을 잘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순환버스노선과 산악궤도 열차로 연결할 수 있다. 기존의 리조트와 호텔을 잘 활용해서 잘 놀고 잘 먹고 푹 쉬었다 가는 힐링명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장수군에서 선도적으로 성사시킨 다음에 진안 마이산과 탑사, 무주 덕유산과 구천동으로으로 확산시키면 '무진장 즐거운 최고의 힐링허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결국 남는 것은 마음 닦는 일과 나누면서 복 짓는 일"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 세대들은 고향발전을 위해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시대적 소명이다. 일제강점기와 육이오전쟁을 겪으시면서 가장 극한의 가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우리를 올 곧게 키워주신 우리의 부모님들은 영웅이시다. 지금도 고향하늘위에서 우리들을 지켜주고 계신다. 다 하지 못 한 효도를 고향사랑으로 보답해 나가면 된다. 성공한 고향기업가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행해야 한다. 이제는 고향발전을 위해서 모두가 힘을 모을 때가 되었다. 타지에 사는 고향사람들로부터 애향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읍면사무소에서는 동문회를 통하여 고향소식도 전하고, 고향발전을 위한 지원협력을 요청해 나갔으면 한다. 군청에서 동문들의 뜻을 모아 '논개고향사랑재단'을 설립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고향발전 사업계획도 수립하고, 군의회에 제안하고, 기금도 조성해 가면서 고향사람들이 고향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애향심이 곧 효도이고 애국심이다. 고향살리기에 서로서로 힘을 모으고 보태자. 고향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고향사랑 버스에 함께 타서 고향사랑 길을 힘차게 달려 보자. /류영하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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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2.07 15:18

전주천·삼천 ‘도심 힐링명소’ 로 거듭나길

전주시가 6일 ‘전주천·삼천 명품 하천 36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심하천인 전주천과 삼천을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수변 힐링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수 예방 및 시민안전 최우선(치수), 시민 휴식·문화 향유 공간 조성(친수), 하천 유지용수 확보(이수), 하천 조도 개선(편의증진)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이는 우범기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전주시가 이날 재차 밝힌 명품 하천 프로젝트 중 하천 치수 사업과 유지용수 확보 방안이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안전을 위한 치수사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하천 유지용수를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20세기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주천은 수량이 풍부해 시민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고, 고기잡이와 물놀이를 즐기던 곳이었다. 또 겨울철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던 생활과 휴식, 그리고 놀이 공간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 도시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도시하천들처럼 하천 유수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로 인해 전주천과 삼천은 생태환경이 악화되면서 시민 친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으로 이들 하천은 그나마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천 유수량 부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 전주시가 그 해법을 제시했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 수문 설치와 전주천·삼천 합류지점인 금학보 취수 및 하천 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도시하천의 건천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선 8기 전주시가 잇따라 내놓은 다른 대형 프로젝트처럼 역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전주시는 도심하천 치수 안전성 강화와 유지용수 확보, 수변 인프라 조성 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국비 4421억원과 지방비 2664억원 등 총 708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천과 삼천을 명품 하천, 시민 힐링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단지 청사진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국비 등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도심 생태하천 살리기의 성공모델로 전국적 주목을 받은 전주천과 삼천이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심 힐링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07 14:49

늘어나는 의대 정원, 지역에 남도록 해야

정부가 2025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의료계 반발로 1년 넘게 끌어오다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은 정책이 아닐까 한다. 보건복지부는 늘어나는 2000명 정원을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 배정하고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의 경우 의대 정원이 전북대 142명, 원광대 93명 등 235명이므로 최소 10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의대 정원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가 주장한 의대 정원 10% 감축안을 받아들여 3507명이던 의대 정원을 2006년부터 3058명으로 줄였다. 2017년에는 서남대 의대가 폐교되면서 의대 정원 적정선 논란이 일었다. 2020년에도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으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총파업하면서 코로나19 종료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9년 동안 정원이 동결되었으며 이제 2025년부터 5058명을 뽑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의료현장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지역의료 또한 황폐화되었다.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크게 못미친다. 문제는 증원되는 의사 인력이 지방과 필수의료분야에 남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 물론 의사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남는 의사 수도 많아지겠지만 좀더 디테일한 장치가 필요하다. 가령 현재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4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지만 이를 좀더 높였으면 한다. 또 지금까지 고교를 해당지역에서 나온 학생에게 자격을 주었으나 이를 중고교까지로 강화했으면 한다. 나아가 일본과 같이 입학 때부타 지역근무를 원하는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필수의료인력도 지역별 전문과목 쿼터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금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으나 자제했으면 한다. 이번 발표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거스르지 않길 바란다. 의대 정원 확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07 13:12

전북혁신도시와 새만금수변도시

전직 대통령, 특히 바로 직전의 대통령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우 휘발성이 강한 의제를 화두로 던졌다. “선거를 위한 당리당략이 지방을 죽이고 국가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 서울 메가시티 정책은 가뜩이나 비대한 서울을 더 비대하게 만들어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몰상식한 정책이다. 지방을 고사시키고 서울의 과밀 고통을 더 키우는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노무현재단이 개최한 ‘국가균형발전 20주년 행사’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몰상식한’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한’ 같은 자극적 단어를 썼다.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서울이 아닌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히 짐작하고도 남았으리라. 야당인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지금 긁어부스럼을 내지 않기위해 정부여당의 서울 메가시티가 ‘몰상식한 정책’임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다. 자칫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초경합지에서 의석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이 문제를 꺼내들고 있다.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했고, “구리의 서울 편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수도권 승부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과연 서자인가.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교육, 의료, 문화적 혜택이 다르지 않게해야 하는 제1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지 않은가. 정부 여당이 비수도권 지역 발전 약속을 뒤집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현 정부 대선 공약인 ‘500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지난해 상반기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22년 전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천도(遷都)로 몰아붙였다.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 전체적으로 득이냐, 실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매우 획기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 브라질, 호주, 독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겼으나 기존 수도의 경제적 기능이 몰락한 경우는 단 하나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초대형 광역경제권은 3천만명, 5천만명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메가시티 추진이 꼭 잘못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도권 메가시티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역 메가시티 추진을 게을리 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전북의 발전 방향과 관련, 전주권을 중심으로 한 광역화의 시도와 더불어 새만금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의 확대는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전북혁신도시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문제는 혁신도시 시즌2를 가속화해야 하고 특히 새만금 첫 복합도시인 수변도시를 얼마나 알차고 빠르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전북의 주도세력인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집권여당 또한 가난한 동생의 곳간을 털어 잘사는 형에게 골프채를 사주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민족대명절 설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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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2.07 11:03

열 네 살 징용자, 아버지의 기록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은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두툼한 종이(?)를 발견했다. 검은 철끈으로 묶여 있는 색바랜 원고 뭉치였다. 붉은 칸이 쳐진 200자 원고지를 빼곡히 채운 글씨. 열네 살에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갔던 아버지의 육필 수기였다. 수십 년이 흘러 아들은 칠순을 훌쩍 넘었고, 90세까지도 손가락 하나로 자판을 두드리며 교회 연대사를 집필하셨던 아버지는 올해 96세,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지내신다. 일제 강점기에는 어린 나이에 징용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해야 했고, 해방되어 고국에 돌아왔지만 5년 만에 터진 한국전쟁 때는 참전용사가 되어 분단국가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낸 굴곡진 삶. 그 자신 노년을 맞은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지성호 씨의 소설 <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가 출간된 배경이다. 아버지(지재관)가 남긴 육필 수기와 방대한 분량의 기록이 바탕이니 형식은 소설이지만 실화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의 강제징용 길을 따라 일본의 강제노동 현장을 답사했다.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로, 도쿄와 요코하마를 거쳐 아오모리에서 쓰가루 해협을 건너 홋카이도 산루광산까지. 답사 여정을 마치며 그는 ‘역사 안에 사는 삶과 역사 밖에 사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저자는 전주에 살면서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가르쳤고, 수 편의 음악극과 창작오페라 곡을 발표한 작곡가다. 오직 한길만 걸어온 그는 왜 굳이(?) 소설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을까. 사실 그의 글은 징용으로 끌려가 가족과 헤어져 강제노동의 고된 삶을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시간이 살아 숨 쉬는데도 여전히 강제징용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과 그런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바탕이다. 최근에도 지난 2004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일본 시민단체가 설치한 군마현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추도비가 강제 철거됐다. 추도 모임 중 ‘강제 연행’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 철거 이유다. 비슷한 시기, 경남 거제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거제시가 불허했다. 극우단체들의 민원과 이의제기 때문이란다. 묘하게 닮아 있는 상황을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도 없다. 그래서인가. 저자의 물음이 더 또렷해진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로 새긴 고통 앞에서, 그 수난사가 시간 속에서 상투화되어 박제화된다면, 그리하여 징용자들의 고통과 죽음과 그 인생이 역사의 지층에 화석처럼 묻혀 버리고 만다면, 무엇보다 그 기억조차 불편하다고 한다면,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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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위리안치된 새만금, 조기 방면하라

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이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둘러쳤다. 예산을 세워 주고도 움쭉달쭉 못하게 집행 보류의 형벌을 내린 새만금사업이 꼭 위리안치된 꼴이다. 지난해 8월 세계잼버리대회 부실운영 이후 무더기 삭감(삭감비율 78%)된 새만금 예산은 500만 전북인의 저항과 정치권의 노력 끝에 기사회생했다. 3017억원이 복원된 새만금 SOC예산은 총 4513억원이다. 당초 부처 예산(6626억원) 대비 68% 비율이다. 생니를 빼놓고 틀니로 갈아 끼운 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이 일부 조정된 예산마저도 집행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새만금사업의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라는 형벌 때문이다. 관련 용역이 마무리되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다. 예산은 복원했으되 형벌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위리안치된 새만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8월29일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기존에 계획된 SOC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은 무더기로 칼질 당한 새만금 예산이 발표된 날이다. 전북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쥐어 박고 달래는 격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다. 새만금 SOC는 정부가 틀을 짰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 절차를 밟아 추진된 사업들이다. 그런데도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상반기 수석비서관회의 때 새만금 기업투자가 정부 출범 이후 6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이 자료는 한덕수 총리가 전달해 윤 대통령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새만금 기업투자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기업유치와 기업활동을 용이하게 할려면 SOC를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거꾸로 SOC투자를 멈추게 하고 있으니 자기모순이 아니고 뭔가. 잼버리 부실운영과 새만금을 연결 짓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세워놓은 예산을 수시배정이라는 형벌을 씌워 집행 보류하고 있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SOC 투자를 멈추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속도를 내야 한다. 새만금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한 것도 윤 대통령이다. 정부는 또 새로운 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새만금산단 입주기업 및 민간투자 유치에 필요한 사업 만큼은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위리안치된 새만금 예산은 방면(放免)해야 맞다. 적정성 및 기본계획 재검토는 진행하되 여야합의로 복원된 예산은 집행하는 게 순리다. 이 예산은 계약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3월까지는‘풀어줘야’올해 안에 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만금 계획이 변경되는 건 치명적 걸림돌이다. 정쟁화되고 상처투성이인 새만금은 신뢰회복과 경쟁력 확보가 과제다. 정부의 투자계획은 글로벌 기업들도 지켜보고 있다. 신뢰는 기업투자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10조원 투자협약 역시 정부의 신뢰가 담보될 때 가능하다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새만금이 국가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전북자치도의 사업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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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돌봄사회위원회' 구성으로 돌봄 기반을 조성을 확대하자!

돌봄은 전 생애에 걸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며, 돌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늑대에게 길러지면서 늑대화 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환경 속에 길들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늑대 인간화 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오는가에 따라서 각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돌봄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창원과 표창원 사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돌봄을 받고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의 돌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고, 여전히 우리의 돌봄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돌봄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돌봄 문제 자체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좋은 돌봄 기반 중심의 돌봄 철학을 정립하여 함께 사는 돌봄 체계를 확대 재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적 책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상황과 미래의 삶에 부합한 철학적 기반과 지속 가능한 좋은 돌봄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논의의 틀-돌봄사회위원회(가칭)-이 만들어지길 제안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을 국가, 국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돌봄 문화의 토대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이고, 돌봄을 모두의 문제로 전환하여 돌봄 중심 사회의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부처의 돌봄 정책은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서 통합적인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돌봄 정책과 특별한 영역의 돌봄 정책은 매우 미비하다. 이에, 돌봄 정책의 종합적 발전 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돌봄사회위원회'를 국가와 지방 모두에 시급히 설치하고,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한적으로 논의 되는 돌봄 문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돌봄사회위원회'는 돌봄교육과 돌봄실천 활동, 지역별 돌봄 특화 정책 마련으로 좋은 돌봄 정책 마련을 잘 준비해 나가는 기반을 제공해야 하며, 돌봄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는 중심 기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 차원의 돌봄 문제, 지역별 돌봄 문제의 특성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역별 과제를 발굴하면서 오래된 과거를 잘 계승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지속 가능한 틀로 역할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좋은 돌봄 철학을 잘 정립해야 하기 위한 토대 또한 다져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돌봄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 있고, 돌봄 정책도 부처 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이에, 흩어져 있는 돌봄 사업을 잘 정비하고,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국가 차원의 담론과 지역 차원의 담론, 지역사회 담론, 개인적인 실천 담론으로 정리해서 좋은 돌봄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먼저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좋은 돌봄을 위한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돌봄을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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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나누는 만큼 더해지는 행복, 헌혈

“옛날 어떤 사람이 한 달 뒤에 베풀 잔치를 위해 소젖을 모으기로 했다. 그런데 소젖을 한 달 동안 보관하는 일이 어려워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낸 그는 한 달 동안 소젖을 짜지 않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소에게서 새끼를 떼어내 젖을 먹지 못하게 했다. 소젖을 짜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잔치 당일에 한꺼번에 짤 생각을 했다. 이윽고 잔치 당일이 되어 동네 사람들이 집으로 모여들었을 때 그는 소를 끌고 와 즉석에서 젖을 짜 사람들에게 따끈한 젖을 주려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에게서는 단 한 방울의 젖도 나오지 않았다. 날마다 젖을 짜지 않고 새끼에게 먹이지 않아 완전히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앞의 이야기는 불교의 비유 경전인 <백유경>에 나오는 일화이다. 소 주인은 한꺼번에 자신의 소유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나누지 못한 채 소젖을 말라붙게 했다. 소젖을 마르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날마다 소젖을 이웃에게 나눠주고 새끼 소에게도 나눠줬다면 매일 따뜻한 젖을 모두가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산을 많이 모은 후에 세상에 나눠주겠다는 생각은 욕심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나눌 수 있을 때는 가진 것이 풍족하고 넉넉할 때가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때이다. 큰 나눔을 하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작은 나눔은 작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눔의 근본은 물질이 아니고 마음이기 때문이다. 헌혈이 그렇다. “시간이 없어서요”, “아, 피곤한데…, 다음에 하지요” 시간이 없고 피곤해서가 아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나 아니어도 많이 하는데 굳이 나까지?’ 하며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채혈 현장에서 상담하다 보면 간혹 헌혈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헌혈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헌혈, 말이 쉽지 실제로 찔리는 바늘도 무섭고 또 헌혈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왜 계속 피가 부족하냐고 묻는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없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특히 장기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적정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실제 헌혈을 꾸준히 하는 분들도 많다. 우연한 기회에 생애 첫 헌혈을 하고 헌혈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한다. 처음이라 긴장되고 주사바늘도 무섭고 아플까봐 망설였는데 막상 헌혈을 해보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남을 도왔다는 뿌듯함이 좋았다고 했다. 게다가 건강한 신체에서 남아도는 혈액을 나누니 꾸준한 헌혈을 위해 건강관리에 더 힘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니 어느덧 헌혈 마니아가 되신 분들이다. 헌혈 나눔은 사랑 공식과는 다르다. 나에게서 내 것을 덜어내는데도 오히려 행복이 더해진다. 단순한 사칙연산으로 설명할 수 없고 사랑 공식처럼 상처받지도 않는다. 나의 몸에서 빠져나간 피가 타인에게 전달돼 새로운 삶을 탄생시키는 헌혈의 마법은 작은 나눔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내 것을 덜어내더라도 아무것도 줄지 않는다.”라는 이 거짓말 같은 공식은 헌혈이 이제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핵심 가치이다. 동절기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겨울 한파와 방학 등으로 헌혈자가 감소하면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는 매일 5,116개 정도의 혈액이 사용되고 있다. 언제 당신도 혈액을 필요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불의의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헌혈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혈액을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 가족이 될 수도 혹은 당신이 될 수도 있다. /이은정 전북특별자치도혈액원 간호팀 과장 (<헌혈, 사랑을 만나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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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6 17:47

정재규 전주지법원장, 사법신뢰 높여주길

정재규 신임 전주지방법원장이 취임했다. 대법원이 지난 5일 전국 법원장 16명에 대한 보임·전보인사를 단행한데 따른 것이다. 전주 출신으로 지역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와 주로 전주와 광주, 창원 등에서 근무한 정 법원장의 취임을 환영한다.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알고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약자 보호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해온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정 법원장은 추천제가 아닌 일반 임명으로 법원장에 올라 책임감 역시 막중하다. 정 법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판 지연을 해소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법원은 공정한 재판과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양심은 국가권력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을 지키면서 국민을 위한 헌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신속한 재판은 늦장 재판이 아니어야 한다. 지금 법원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재판 지연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판결 기간이 2017년 말 평균 294일에서 2022년 말 420일로 43%가 길어졌다. 이같은 재판 지연으로 소송 당사자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상황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범죄 피해자 구제가 늦어지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 등 권력자들은 재판부 기피신청과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질질 끌어 오히려 사법불신을 부르고 있다. 선거법으로 기소된 정치인이 임기를 채우는 일도 흔하다. 사건 자체가 복잡해졌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제 폐지, 판사들의 워라벨 중시 풍조 등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은 재판장 교체 시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법원장도 직접 재판을 맡도록 했다. 나아가 AI 활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 법조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우리나라 사법의 여명기에 뼈대를 세운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사도법관 바오로 김홍섭 서울 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법조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1위와 2위에 올라 있다. 전북은 노인과 경제적 약자가 많은 곳이다. 이들의 기본권 보장에 힘쓰는 한편 선거사범 등은 신속한 재판을 통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주지법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법기관으로 우뚝 서는데 정 법원장이 크게 기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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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06 14:32

전북혁신도시 입주기관 지역상생 확대를

전북혁신도시 출범 이후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입주 기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초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이때문에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지역 상생을 향한 노력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며칠 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윤수봉 도의원(완주)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전국 혁신도시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5분 발언을 통해 "2022년 기준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32.8%로, 전국 1위인 강원특별자치도(61.3%)와 차이가 크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이밀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역인재 양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전북혁신도시 입주 기관들과 좀 더 폭넓은 대화를 해야만 이런 문제를 조금씩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상생 노력은 사실 각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지역물품, 지역농산물 구매에 적극성을 보이는 곳이 있는 반면, 일부 기관은 상생 의지를 아예 찾아보기도 어렵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난해 지역물품 우선구매율은 평균 28.6%였다. 2021년 31.2%보다 좀 줄었다. 그런데 기관별로 살펴보면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이 77.7%로 가장 높았고, 한국농수산대학교 55.3%, 농촌진흥청(4개 소속기관 포함) 53.1%, 한국식품연구원 43.9% 등의 순이었다. 비교적 양호한 수치다. 그런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물품 우선구매율은 3.3%, 국민연금공단은 6.5%였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18.5%,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2.3%로 평균치 아래다. 명색이 금융중심지를 향해 도약한다고 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은 지역 상생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농산물 구매율도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지역농산물 구매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한국농수산대학교(96%)였으나 국민연금공단 행복연금관의 구매율은 0%로 조사됐다. 몇몇 사례만 가지고 지역상생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중요한 판단 근거는 된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북혁신도시 입주 기관들이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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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06 14:22

소멸의 시대, 학교 합치기

입춘(立春)이 지났다. 새봄이 오면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가 열렸던 부안군 하서면에서는 아주 특별한 학교가 새로 문을 연다. 하서면 내 백련초와 장신초, 하서초등학교 등 3개 작은 학교를 하나로 합친 통합 하서초등학교다. 이들 3개 학교 통폐합은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1년 하서면 주민들이 교육청에 학교 통합을 요구했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지를 확인한 교육청에서 행정절차에 나섰다. 통합학교 부지는 접근성이 좋은 장신초, 학교 명칭은 지역의 정체성 유지 측면에서 하서초로 결정됐다. 저출산 시대, 농촌 작은 학교의 출구 없는 위기를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남원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몰린 농촌 작은 학교들이 합치기에 나섰다. 통합 권역이 훨씬 넓어졌다. 대상 학교는 대강중, 수지중, 금지중, 송동중으로 학교명과 같은 이름의 4개 면 지역에 딱 하나씩만 있는 중학교들이다. 전북에서 읍·면·동을 뛰어넘는 지역 단위의 대규모 통합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면 지역에 있던 3개 초등학교가 하나로 합쳐졌고, 각 면마다 하나씩 있는 중학교가 얼마 후면 인근 4개면을 합쳐 하나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절벽 시대, 소멸 위기에 몰린 우리 농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농촌학교뿐만이 아니다. 신도심으로의 인구 이탈로 농촌학교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원도심 학교에서도 학교 합치기가 시작됐다. 해마다 줄어드는 학생 수 문제를 걱정해오던 전주 완산초등학교와 곤지중학교는 지난해 하나로 합쳐 통합 운영 학교가 됐다. 학교급이 다른 초·중학교 통합 운영이라는 점에서 부안·남원의 통합 사례와는 구별된다. 학교의 위기는 수도 서울에도 닥쳤다.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는 학교가 생기면서, 대안으로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 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 각 학교에서는 새 학기 채비가 한창하다. 올해도 입학생 수에 온통 촉각을 세운 학교가 적지 않다.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제 학교가 아닌 지역소멸 걱정이 우선이다. 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작은 학교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북형 적정규모 학교 육성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작은 학교 문제는 교육계의 오랜 딜레마다. 지금도 이 의제를 꺼내든다면 숱한 논란과 날선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숙제다. 지역 단위 작은 학교 통합 논의는 부안·남원에 이어 올해 전북지역 곳곳으로 확산될 것이다. 피하거나 배척할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혜안을 모아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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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2.05 17:34

돈을 또 갚으라고요?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변제기한이 지난 후 독촉을 받던 의뢰인은 빌린 돈을 어렵게 현금으로 모두 갚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인의 사망 후 지인의 유족으로부터 돈을 다 갚지 않았다며 차용증을 증거로 대여금 소송이 제기되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음에도 다시 소송에 이르렀다며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돈이 건네갔지만, 돈을 지급했다는 증빙을 남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금 수령증이나 변제확인서 등의 문서를 남기거나 계좌이체, 수표 등 기록이 남았다면 간단하게 돈이 건네 간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남아있지 않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당사자가 사망하였다면 그 정황을 모르는 유족과 해당 사실관계를 다투어야 하기에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변호사로서 흔하지만 난감하고 어려운 사건이다. 보통 돈은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돈을 갚은 시기의 현금 출금 내역을 찾아본다. 그리고 돈을 건넬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증인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돈을 건넬 당시 전에는 독촉한 사실이 있지만, 오랜 기간 독촉한 사실이 없다며 정황상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돈을 준 사실을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는 의뢰인이나,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유족이나, 이를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법원이나 모두에게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필자에게 이 같은 소송에서 좋은 기억, 좋지 않은 기억 모두 있다. 하지만 현금 출금 등 돈을 갚은 사실을 입증하더라도 모든 대여금을 다 변제했다고 인정받기까지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현금을 건네 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결론은 돈이 오갈 때는 반드시 계좌이체 등 기록을 남기고, 돈을 건네기 전 현금수령증 또는 변제확인서를 작성해 자신이 건넨 돈의 흔적과 모든 돈을 다 갚았다는 사실을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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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5 17:34

교집합과 개성공단

문학에서 수사법을 논하면서 원관념에서 보조관념으로 이미지를 의탁하며 건너갈 때 은유법을 활용한다. 가령 ‘그 여인은 한 송이 장미다’라고 했을 때 여인과 장미의 공통 특성인 ‘아름다움’이 양자를 연계시켜 ‘A는 B이다’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 이런 문장 기교를 은유법이라 한다. 또한 ‘여인’이란 단어는 숨고 ‘아름다운 장미여! 그대 영혼의 향기 그윽하여....’어쩌고 했을 때 원관념은 감추고 보조관념으로만 구성되어 ‘여인’의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문장 수사법을 상징법이라고 한다. 그 여인이 100퍼센트 장미다운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만 장미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그 여인은 장미다’라는 문장은 성립된다. 이렇듯 작은 일부가 전체를 대표하면 이도 또한 일컬어 상징이라 할 것이다.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할 때와 같은 논법이다. 그 매우 일부분의 양자 공통 특성(공유 특징)으로 서로 접속되어 엇물린 것을 수학용어로 교집합이라 일컫는다. 필자는 감히 한국 문학계에서 은유와 상징 개념을 교집합으로 설명한 최초의 사람이다. 그 공유됨으로 양자 사물은 서로 물들어 상생의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 한 가정에서 부부가 성립하는 경유도 서로 물들기에서 비롯된다. 서로 달랐던 가문의 문화나, 서로 다른 성격이 조금씩 닮아가서 서로 물들고 상생의 단계로 옮아가는 것이다. 가정의 완결성은 서로 물들어 교집합의 영역이 넓어감에서 담보된다. 파랑과 노랑이 상호 일부가 물들어 초록이 생겨나고 이 교집합이 생성의 색깔이 되는 것이다. 지구가 온통 초록으로 덮힌다면 인류는 번창과 번영을 누릴 것이다. 교집합을 정치적으로 운위하자면 협치니 협동이니 하는 용어에 접근할 것이다. 우리가 한때 개성공단을 창설하여 절묘한 교집합을 누릴 때가 있었다. 개성공단의 초록 색깔 창달은 우리 민족사에 빛나는 하나의 전기였었다. 재봉틀 돌리며 이념 논쟁을 할 리 없었고,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면서 체제 논쟁을 벌일 일이 없었다.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생산된 생산물은 해외에 판로를 넓혀 순이익을 높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이유로 개성공단은 파멸을 맞았다. 박근혜 정부였던가? 아예 개성공단 철수를 선언하고야 말았다. 국정 농단 이모저모보다 더 큰 만행이요 죄악이었다. 양쪽 민족의 공동선 추구가 약간씩 도모되고 있을 때 저리 어리석은 결단을 내렸으니....조금 과장해 말한다면 민족에 대한 반역이었다. 개성공단을 창의한 정치인을 일컬어 필자는 민족 최고의 예술가라 칭하기도 했었다. 북한은 오늘날 남쪽을 향해 주적이란 말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듯 트라우마가 울컥 솟는다. 양쪽이 자제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중국에서 ‘자제’란 용어를 사용하는 아이러니가 보인다. 교집합은 공영 공존의 미학이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이와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는 지구상 분쟁 지역에서 저러한 교집합 수준의 중립 지대나, 중화 경역을 만들지 못한 데서 비롯된 화근이리라. 예루살렘은 기독교인들이나 이슬람교도인 모두에게 성지이다. 함께 같은 신에게 경배드리면서 거기서 평화니 공존 공영의 단초를 못 만든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민족들인가? 개성공단을 불지른 우리네 누구의 어리석음의 극치여! 민족의 귀중한 슬기를 차단해버린 우리네 커다란 아쉬움이여! /소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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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5 17:34

새만금을 전북특별자치도 성공의 동반자로!

아주 긴밀한 사이를 일컬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새만금과 전북특별자치도도 그런 관계다. 새만금은 전북 발전의 희망이자 오랜 숙원으로 탄생하여 도민들의 염원 속에서 꽃봉오리를 틔우고 성장해 왔다. 지금은 기업 투자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성지가 됐다. 지난해 12월 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투자유치 10조 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면서 개청 후 9년간 투자유치 금액의 6.7배를 넘는 크나큰 성과를 이뤘다. 이는 필자가 부임하면서 제시한 10조 원 목표를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해 준 청 직원들과 함께, 새만금을 투자진흥지구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해 준 윤석열 정부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울러, 더 많은 기업이 찾을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같이 공유하고 일사불란하게 협치해 나간 전북도와 관계기관의 도움이 컸다. 그런 와중에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경사스러운 날을 함께 맞았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기조에 발맞춰 총 131개 조문을 통해 중앙 행정권한을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양하는 특례를 담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펼쳐지게 되어 기쁘다. 전북특별법에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내용이 많다. 새만금 무인 이동체 산업 육성, 새만금 고용 특구 지정, 연구 산업진흥단지 지정 특례 등을 새만금 사업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글로벌 경제 도시 조성, 이차전지 산업진흥, 케이팝 등 문화관광 거점 조성 등 새만금과 밀접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전북특별법이 담고 있는 새만금 사업 조항들은 새만금개발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 이차전지 기업 맞춤형 지원, 글로벌 식품허브, 컨벤션 허브 구축 등과 일맥상통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새만금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등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와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롭게 출범한데다가 새만금 사업의 최상위 계획인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이 시작되는 해인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따라서 바늘과 실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정기적인 업무 협의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체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날로 변화하는 새만금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만금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우리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뜻깊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의 성공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 역시 새만금에서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한층 더 견고해질 새만금과 전북특별자치도의 앞날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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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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