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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초겨울의 기다림이 지나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 사이로 바람 끝에 봄이 묻어왔다. 봄이 오니 그동안 가지 못한 여행 생각이 간절하다. 오래전 이맘때 친구와 처음 해외여행을 간 나라는 일본이다. 경차가 많고 도로는 좁아 보였다. 작은 집들과 겸손해 보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인상 깊었던 첫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각종 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이 많이 나왔을 텐데 요즘은 건강식품이나 명품 방송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 먹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은 것은 클릭 한 번이면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비록 잠시의 행복이지만 상대적인 우월감도 가질 수 있다. 집안은 물건들로 점점 가득 차고 빚도 늘어난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소유하면서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라고 착각하며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도시와 더불어 잠들지 못하고 바쁜 것을 핑계 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하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돈이 많든, 적든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기는 힘들다. 다만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할 뿐이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많은 요즘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은 늘 쉴 틈 없이 피곤하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각자의 도덕관, 윤리관 등 모든 가치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면, 주말조차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 정원을 가꾸듯이 마음의 여유를 위해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결핍이 일어나면 쉽게 화를 내고 지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치관의 부재,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성취의 기쁨 또한 찰나의 한순간이기 때문에 금세 또 다른 기준을 찾게 될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 물리적인 최소화한 삶뿐만 아니라 내 삶에 시간적 공간적 최소화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을 찾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 두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주변 사람들, 주변 풍경들을 돌아보고 다툴지언정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 년의 두 달은 부지런히 지나갔지만 내가 맞이하는 시간은 그 공간에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담아 손잡을 수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더 슬기롭게 꾸려가며 가끔 술래를 피해 나만의 숨을 곳을 찾아 짧은 고독도 즐겨야겠다.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첫 목적지로 터키를 꼽아 두었다. 사랑과 욕망이 가득했던 터키의 역사를 보면서 위대했던 술탄이 숨 쉬는 화려한 모스크도 궁금하고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비워진 나의 공간에 사람 냄새나는 여유를 담고 싶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4 13:56

고공행진 물가, 서둘러 종합대책 마련하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름값과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가히 `물가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다. 가장 피부에 닿는 게 유가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에 따르면 13일 전북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50.51원을 기록하며 8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 가격 2000원대를 넘은 주유소도 있고 자동차용 LPG 가격도 대부분 리터당 1000원대를 돌파했다. 정부의 유류세 20% 인하 방침이 7월까지 연장됐지만 이런 추세라면 휘발유 평균 가격 2000원 시대도 시간문제다. 유가 상승은 다른 물가 상승에도 기름을 부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배추 24.5%, 마늘 22.5% 급등했다. 수입쇠고기 15.9%, 조개 11.4%, 돼지고기 10.9%, 굴 9.9%, 오징어 7.8% 올랐다. 음식점의 생선회 7.6%, 쇠고기 8.5% , 식료품인 빵은 8.6% 각각 상승했다. 공업제품도 1년 전보다 5.2% 올랐다. 공공서비스 부문까지 가세해 전년동월대비 시내버스료 15.6%, 전기료 5.0% 인상됐다. 석유류 등 공산품, 농축산물, 서비스 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니 서민들이 `악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물가 현상은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가 겪고 있다는 점에서 뾰족한 대응 방법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노릇이다. 더욱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유류의 경우 전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향후 국제정세에 따라 물가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곡물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물가 자체를 정부나 지자체가 강제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생활물가 상승이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수수방관하지 말고 시급히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4 13:51

오수바우

일제강점기, 상당히 이름을 날렸던 명창 가운데 ‘오수바우’란 분이 있다. 오수암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흥보가>를 잘 불렀다. 특히 그가 부른 ‘제비노정기’는 당대 제일가는 기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양의 한 부자가 오수암 선생을 초청하여 <흥보가> 판을 벌렸다. 평양 부자는 예술가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판을 벌리는 것으로 교양인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집에서 소리판을 벌이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판을 즐기게 했다는 점에서 예술 후원자 대열에 충분히 끼어들었다. 보통 명창을 불러 소리판을 열어주려면 개런티로 1년 먹을 쌀을 주었다고 하니, 이 부자의 예술애호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오수암의 <흥보가> 판이 무르익었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는 자기집 처마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가 안쓰러워, 다리를 묶어서 하늘로 날려 보낸다.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 강남으로 돌아가 겨울을 지낸 다음, 이듬해 봄에 박씨를 입에 물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제비노정기’는 강남에서 출발한 제비가 중국의 명승지를 두루 거쳐서 압록강을 지나고, 평양과 한양을 통과하여 흥보 집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노래다. 제비가 날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노랫말도 빠르게 연행되지만, 그 급한 행로의 끝에 남원 흥보집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늦춰 너울거리면서 선회한다. 흥보가 반가워서 제비를 향하여 노래한다.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이리 오너라, 내 제비.” <흥보가>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면서 시원한 대목 ‘제비노정기’는 이 대목에서 마무리되면서 소리꾼은 큰 박수를 받게 된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다. 명창 오수암의 ‘제비노정기’가 “이리 오너라, 내 제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이 평양 갑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양반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더니 담뱃대를 휘두르면서 당대의 광대 오수암에게 달려들었다.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소리에 취해있던 오수암은 졸지에 갑부의 담뱃대에 머리를 맞아 피가 철철 흘렀다. 이 평양 갑부가 왜 이리 분기탱천하여 당대의 명창 오수암에게 분노를 터뜨렸을까? 부자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렇게 교양머리 없이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상황은 잠시 후에 밝혀졌다. 평양 갑부 애첩 이름이 ‘제비’였다. 자신의 애첩을, 이 한갓 광대놈이 손짓하며,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고 추파를 던지고 농락하는 모양이, 잠시 판소리를 들으면서 낮잠을 즐기던 노인의 귓전에 들리던 순간, 분을 못이겨 담뱃대를 날렸던 것이다. ‘이런 고얀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광대라고 대접하여 초대하고, 소리판 벌려 주고, 따뜻한 밥도 먹이고 든든히 케라를 주어 보내려 했는데······’. 부유층이 예술을 애호하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부자들의 예술애호와 예술가 후원은 교양과 품격의 상징이었다. 이웃 사람들에게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예술가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교양 있는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한다.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재단을 만들기도 한다. 부자들이 예술의 애호가가 되는 일과, 예술가의 후원자가 되는 것은 아름답고도 멋진 일이다. 다만, 부자들이 화를 내지 않게 예술가는 조심해야 한다. 예술가는 원래 눈치가 빠르지만, 정말 느닷없이 화를 내는 부자들을 당할 재간은 없으니까. /유영대 국악방송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3.14 13:45

선거홍보물, 언제까지 쓰레기로 남길 텐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 게시되고 배포됐던 선거홍보물이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다. 환경공약까지 담은 대선 후보 공약집과 현수막이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게 아이러니다. 온라인 홍보가 보편적 선거운동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과거 관행대로 홍보물을 남발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전북 도내에 후보자 벽보 5125장이 게재됐고, 각 세대에 약 85만 부의 책자형 공약집 등이 배부됐다. 2018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별 현수막 가능 매수가 읍∙면∙동별로 1장에서 2장으로 늘어나면서 도심 전체가 온통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전주시에 걸린 선거 현수막만 980장에 이른다. 가히 선거 홍보물 공해로 느낄 정도였다. 법규에 따라 공약집을 배포하고, 선거현수막을 부착하는 것은 후보를 잘 알리기 위함일 게다. 후보자 면면을 살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각 세대에 배송되는 책자형 공약집이 후보를 이해하는 데 얼마만큼 효과를 거두는지는 미지수다. 실제 전주지역 다세대주택과 아파트 등에는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공약집 봉투를 뜯지도 않고 버리거나 우편함에 방치해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약집이 없더라도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비교할 수 있어 굳이 책자형 공약집을 각 가정에 배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인터넷 사각지대에 놓은 유권자를 위해 홍보물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배송하게 하는 방법도 홍보물 남발을 막는 장치가 될 것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대선 때 공보물과 현수막에서 전국적으로 온실가스 2만8084톤을 배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컵 5억 4천만 개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다. 30년 된 소나무 8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불과 2주간 사용되는 대선 선거홍보물이 5억 4천만 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과 같다고 분석했다. 환경부가 여러 재활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선거홍보물의 온라인 전환과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다. 선거 홍보물 개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3 18:52

대선에 묻힌 지방선거, 이제는 정상궤도로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여야 양당이 대선에 사활을 걸고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면서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방선거 시계는 누르자마자 멈췄고 ‘깜깜이 선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야 양당은 대선에 전념하기 위해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리거나 개인 선거운동을 제한했다. 또 대선 기여도를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지방선거를 대선의 그늘에 가둬버렸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도 거대 양당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달 1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공천권을 쥔 중앙당의 방침에 반기를 든 입지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정당의 지방선거 시계는 멈췄지만 유권자들의 선거 시계는 그 사이 쉼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시계를 여전히 맞추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민주당 입지자들이 대선 직후,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면서 예비후보 등록과 정책발표 기자회견 등을 속속 취소·연기했다. 대신 반성과 사과·자숙이라는 단어들을 쏟아냈다.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선거결과에 대해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여당이 전북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거뒀는데 대체 무엇을 반성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의아하다. 오히려 중앙당이 지방자치를 무시하고,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화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지역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행태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와 반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지역의 이런 정치인들이 앞으로 지역발전과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부르짖고 나설테니 지역의 앞날이 걱정된다. 권력에 눈이 멀어 지방자치·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는 중앙당의 갑질을 이제는 막아내야 한다. 지방정치가 중앙에 휘둘리지 않고, 지방선거가 대선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방정치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여야 중앙당이 대선의 그늘을 거두고 지방선거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천심사 등 선거일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13 18:50

정운천의 쌍발통정치

날마다 뜨고 지는 해와 달이 다르듯 달라진 세상이 올 것이다. 48.59%를 얻은 윤석열 당선자 쪽은 마냥 기뻐만 할일도 아니고 47.79%로 정권연장을 못한 이재명 쪽도 부족했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새 정권에는 자만하지 말고 잘 하라는 격려성 주문을 했고 진 쪽에는 반성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게 했다. 윤 당선자가 질 수 없는 선거구도 속에서 막판까지 힘겨운 싸움을 한 것은 정교한 선거전략이 부족한 탓이 컸다. 전북에서 이재명은 8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예상했던 그 이상의 값진 결과이었다. 국민의힘은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호남에서 가장 많은 14.4%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80% 이상 득표하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득표를 많이 하면 수도권에서도 향우들이 막판 표 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남에 비해 유권자수가 부족한 호남은 이 같은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태어났던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586 세력들의 자만심과 조국이 보여준 내로남불, 부동산정책과 K 방역 실패 등 패인이 많았다. 전북 도민들은 문 정권에 순진무구하게 짝사랑만 했다. 64.8%라는 전국 최고 지지를 보여줬는데도 지난 5년간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별로였다. 다른 지역은 상전벽해를 이뤘지만 전북은 크리스마스 이브날처럼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전북인들은 성징이 유순하고 착한 탓인지 울어대지도 않았다.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도 혼내고 닥달하지도 않았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바라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적극적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목에 방울 달고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 부재도 전북발전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었다. 도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잘못 한 게 없다. 최선을 다해 민주당에 몰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책임 져야 한다. 문재인정권에서 인사와 예산 등 전북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무능력을 탓해야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예산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민의힘 정운천의원이 해결사로 나섰겠는가.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기자 함거까지 타며 속죄를 빌었던 정운천의원의 쌍발통정치를 밀어줘야 한다. 윤석열정권에서 전북이익확보를 위해 가교역할을 정운천의원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의원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 윤석열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는 본질이 다르다. 선거기간 광주 5.18 민주화묘역을 방문했던 일이나 하의도 김대중 생가를 배를 타고 방문해 김대중정신을 승계하겠다는 것만 봐도 남 다르다. 오직 국민만 믿겠다는 그의 말속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민주당이 172석을 갖고 윤석열정권의 바지가랑이를 잡는다면 국민들은 지방선거 때부터 용서를 안할 것이다. 지금부터 정의원이 내건 쌍발통정치가 작동하도록 밀어줘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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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3.13 18:50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더운 게 좋아, 아니면 추운 게 좋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후자를 선택한다. 더위를 잘 타서 땀이 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어릴 때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재밌게 보냈었던 시간들은 대부분 눈 내리던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름보단 겨울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하얀 눈, 크리스마스, 새해맞이 등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요소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곤 한다. 언제나 들어도 안타까운 산불 피해 소식이다.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산불 피해 소식은 올해 겨울에도 발생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의 영향으로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11일)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고, 최근 10년간 겪은 산불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를 발생했다는 예측도 뒤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2만 3천993ha의(11일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 면적인 2만 3천794ha을 넘어섰다. 축구장 면적(0.714㏊)과 비교하면 3만 3천604배 가량이다.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 일대에서 난 산불은 14일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피해 면적은 약 25ha로 울진·삼척 산불 피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난 5일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재발화하며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금정구, 경북 경주, 충남 서산과 공주, 경기 용인과 여주까지 전국 곳곳 산불 피해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끊이지 않는 산불에 예방하긴 위해선 그 원인과 이후 조치에 신경 써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7일 산림청은 지난해 발생한 산불 620건의 원인자 검거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검거율은 39.7%(24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속 CCTV는 많지 않고 목격자 확보도 어려워 산불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산불을 일으킨 실화자나 방화범에 대한 이후 처벌 조치도 경미하다는 의견이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또는 보호수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 15년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과실로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명확한 처벌 기준이 있지만, 실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쓰레기 소각 도중 0.01㏊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벌금 300만 원, 같은 해 3월 농산폐기물 소각 도중 4.42㏊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된 바 있다. 어떤 이유든지 화재가 가져오는 피해는 참담하다. 실화 또는 방화 구분 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사례로 경각심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작은 불씨라도 빠르게 퍼져 산불이 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많은 산이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는 산불에 매위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의 주된 원인을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및 쓰레기 불법 소각, 무심코 버리는 담뱃불 등 개인의 부주위로 꼽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를 되새길 때이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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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3.13 14:14

투자 순풍에 돛 단 새만금의 미래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디지털 등의 신기술이 우리 삶속에 깊숙이 스며드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도 국내‧외 2200여개 기업들이 저마다 신제품을 등장시키며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으로 뜨거웠다. 이처럼 기업의 움직임이 날로 가속화되면서 혁신 아이디어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제대로 실현할 인프라 구축과 투자가 시급해졌다. 기업들이 미래의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 베드로 새만금이 손꼽힌다. 특히 광활한 미개척지에 백지상태에서 건설되는 도시로, 기존도시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드론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춘 도시로 설계할 수 있으며, 다양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규제완화를 전제로 개발사업을 추진해볼 수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시와 산단 전체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므로 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과 ESG 경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새만금이 날로 높아지는 탄소 장벽의 압박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새만금만의 강점을 활용해 새만금개발청은 신산업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만금의 비전을 ‘그린뉴딜과 신산업의 중심지’로 선포하고,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여 매주 투자유치 전략회의를 운영하는 등 기업을 유치하고자 전력투구 중이다. 최근 새만금에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와 첨단소재의 친환경 전기차,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유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20년에는 SK로부터 2조 1천억 원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악조건 속에서도 태양광과 전기차 부품·소재 분야 강소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1조 3천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 이 중 이차전지 전해질 소재 기업과 이차전지 양극 원소재 기업 등 친환경 에너지원인 이차전지 관련 소재 기업들의 투자가 많았고,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입주함으로써 전기차 산업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60만 평이나 확보했던 장기임대용지도 빠르게 소진되어 추가적인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2~3년 후면 미래도시 새만금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공공주도 매립의 선도사업인 스마트수변도시 매립이 완료되고, 스마트그린산단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이 되면 투자유치는 봇물이 터지듯 할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친환경차 규제자유특구·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강소연구개발특구 등 기업 맞춤형 제도와 더불어 국제물류가 가능한 공항·항만·철도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여 새만금의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그린뉴딜과 신산업의 1번지로 거듭날 새만금에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모여드는 ‘새만금의 시대’가 기대된다.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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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08

5·18 최초 희생자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전’을 보고

개교 75돌 전북대학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 ‘비 위드 유(Be With You), 전북대학교’를 보러 가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답답하고,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기만 했다. 전북대 75년 찬란한 역사의 중심부에 ‘고 이세종 열사’의 처절한 죽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전이 열리는 박물관 전시장에 들어가 ‘고 이세종 열사’ 유품관 앞에서 피로 물들어 잿빛이 되어버린 청색 웃옷과 학생증, 빛바랜 사망확인서를 보는 순간, 그날의 크나큰 상처가 다시 선명한 뉴스가 되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0시경, 전북대 학우들이 농성하던 그 시각에 나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당시 나는 전북대 수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학생회관 2층 교수회의실(현 방송국)안, 계엄군이 곧 쳐들어온다는 긴박한 이야기에 술렁였다. 모두 농성장을 떠나야 할지, 그대로 지켜야 할 것인지 열띤 토론이 있었다. 함께 지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농성장 분위기를 바꿀 겸 각자의 주머니에서 십시일반 동전들을 모아 술을 사러 한 선배가 농성장을 나가는 사이, 나는 창문을 통해 정문(현 구정문)쪽에서 비추는 장갑차들의 불빛을 보았다. 그 불빛들이 순식간에 폭군이 되어 농성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릴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비상계엄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외치는 대학생들에게 총칼을 들이밀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학생회관 계단을 통해 군홧발 소리가 쿵쾅거리며 들려오고, 착검을 한 계엄군들에 의해 농성장에 있던 40여명의 학우들이 심한 구타와 함께 포승줄에 묶였다. 모두 운동장으로 연행되는 사이, 누군가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귓속말을 통해 전해졌다. 훗날 술 사러 농성장을 막 나갔던 선배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나가자마자 계엄군들이 들이닥쳤고, 학생회관 뒤쪽 풀밭에 엎드려 농성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구타소리와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처절한 비명소리를 떠올리며 농성장의 학우들과 고통을 함께하지 못함에 엄청 괴로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날 밤 목숨을 잃은 학우가 ‘이세종’이었다는 것을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들었다. 당시 경찰은 고 이세종 열사의 죽음을 ‘추락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2층 농성장에 있었던 우리들은 어느 누구도 단순한 추락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주검을 검안했던 이동근 전북대병원 교수는 훗날 “두개골 골절과 간장 파열은 추락이라는 한가지 원인에 의해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날의 사건은 어느 누구도 입 밖으로 내놓고 싶지 않은, 치유되지 않는 각자의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이세종 열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국 최초의 희생자였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실과 광주의 참혹한 현장의 축소판이 바로 전북대에서 앞서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진상 규명은 물론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40여년이 지난 지금, 전북대가 특별전을 통해 고 이세종 열사의 유품을 전시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1980년 5월 18일 전북대 학생들의 농성과 이세종 열사의 희생에 대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희망한다. 그리고 역사적 재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조혜경 전북대 민주동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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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3 14:03

율곡의 ‘만언봉사’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율곡 이이가 왕(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이 있다. <만언봉사(萬言封事)>다. 갑술년(1574년)에 올린 만 글자에 이르는 상소라는 뜻으로 <갑술만언봉사>나 <만언소>로도 불리는데 실제로는 1만 2천 자가 넘는 긴 문장이다. 선조는 즉위 초기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국정 쇄신에 나서고 여러 전적을 편찬해 유학을 장려했지만, 당파 분열과 정쟁이 심화되면서 정치 기강은 무너지고 결국은 일본의 침략까지(임진왜란) 불러들였다. 사실 다른 왕들과는 달리 검소했던 선조는 즉위 후에도 학문에 정진했으며 그림과 글씨에도 재능이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왕에 즉위하자마자 뛰어난 30대의 학자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등용한 것도 그가 학문에 쏟아온 열정과 신념의 소산일 터다. 선조는 특히 인재를 등용하는 과정에서도 과거시험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행이 뛰어난 사람을 중용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치하는 조선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정쟁을 일삼는 당파 싸움으로 사회는 혼란해졌으며 백성들은 고통스러운 삶에 허덕여야 했다. 다행히 선조의 특별한 인재 등용 정책으로 조정에 들어간 30대 학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몰고 온 ‘적폐’를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이 율곡 이이다. 당시 조선은 동인과 서인의 갈등으로 당파 싸움이 심화되고, 정치 사회적 혼란에 재난까지 겹쳐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말이 아니었다. 선조도 정치력의 한계를 깨달았는지 조정 관리부터 초야에 있는 학자들에게까지 위급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교지를 내리는데, 우부승지였던 율곡이 왕의 이 교지에 답해 올린 상소문이 <만언봉사>다. 율곡은 이 상소문에서 ‘백성들의 원기(元氣)가 이미 쇠퇴해 10년이 못 가서 화란이 일어난다’며 ‘습속을 따르고 전례나 지키려는 의견들로 인해’ 흔들리지 말고 정성으로 해결책을 구하라고 권고한다. 사실상 동인과 서인들에게 휘둘리며 나라를 위태로움에 빠트리고 있는 선조를 향한 질타(?)다. 당대의 정치를 분석하며 그 공과를 지적하고 비판한 <만언봉사>는 당시 사회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를 정리한 내용으로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에서는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효에 힘쓰는 것이 긴요합니다. 정치하면서 시의적절함을 모르거나 일을 하면서 실효와 업적에 힘쓰지 않으면 비록 훌륭한 임금과 지혜로운 신하가 만나더라도 통치의 효과가 없습니다.’ 들여다보면 440년여가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적지 않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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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3.10 17:52

14.4%, 전북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쌍발통 정치 재건하자

14.4%,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전북도민들의 마음이다. 전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2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7.1%, 윤석열 후보가 48.6%를 득표하면서 47.8%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8% 차이로 따돌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이었다. 선거마다 민주당에게 몰표를 주던 전북이 새로운 보수정당 대통령에게 보낸 지지율은 14.4%.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다. 그동안 전북은 보수정당의 불모지라고 불려왔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전북지역 득표율은 7%, 박근혜 대통령은 13.2%에 이르면서 조금씩 희망을 보았고, 필자가 20대 총선에서 철옹성 같은 지역 장벽을 깨고 당선됨으로써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전북은 다시 보수의 불모지가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받은 전북에서 받은 지지는 3%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후보에게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국민의힘은 호남 없이는 국가도 없다는 의미의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슬로건 하에 친(親) 호남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필자 역시 전북을 비롯한 호남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호남동행 활동 등으로 친호남 정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2년간 59명의 호남동행 의원들은 예산, 법안 등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섰으며, 필자는 6년 연속 예결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전북의 예산을 9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활동들로 지난 대선 3%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20%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30대 청년 이준석 대표의 호남 방문, 윤석열 후보의 손편지와 김대중 대통령 생가 하의도 최초 방문, 그리고 4차례에 걸친 전북 방문 등 과거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모습들이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기대했던 30%의 지지를 받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전북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전북의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경쟁도 없고 긴장감도 없었던 지난 30여 년간의 민주당 1당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여야가 균형을 맞추는 쌍발통 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보수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지역의 민주당 기초의원은 55명, 경북지역은 59명으로, 긴장감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반면, 전북에는 보수정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단 한 명도 없다. 전북지역 선거구의 도민들은 허전함과 아픔만이 있을 뿐이다. 일당 독주와 외발통으로는 전북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건강한 경쟁 체제와 쌍발통 정치가 있어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기초의원 몇 명이라도 보수정당 소속 후보를 선택해 지역을 위한 보초를 세워 민주당이 긴장감 속에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발전을 이뤄낼 새로운 수레의 몸통은 잘 갖춰졌다. 이제 수레를 굴릴 수 있는 균형 잡힌 바퀴가 필요하다. 윤석열이라는 수레에 7:3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균형 잡힌 쌍발통을 장착해 전북의 발전을 이뤄내자.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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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5

선택에 관하여

옛어른들 말씀이 열두 재주 가진 놈 조석끼니 없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과학자랑 외교관이랑 작가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껄껄 웃으며 셋 중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덕담인줄 모르고 왜 하나만 하라고 하는걸까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는 내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맞먹는 인재인줄 알았다. 거창한 미래상은 겨우 대학 입시 한번을 치르며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나는 세가지 꿈 중에 과학자의 미래를 선택하면서 이 정도 아담한 꿈이라면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라는 낯선 학과를 선택했는데 분자 단위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한다는 그 학과의 취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명과학은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것이 확실했다.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과학자의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 생명작용의 과학적 메커니즘 같은 근사한 어휘에 매혹되어 시작했지만, 연구의 실제는 끝도 없는 실험과 논문연구, 데이터와 그래프와 통계의 연속이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과였구나, 속으로 후회했다. 게다가 찬란해보였던 생명과학의 미래가 실은 그리 밝지 않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들이 줄을 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생명과학 연구인력은 너무 많은데 좋은 일자리는 적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어려운데 전망까지 어둡다니,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이십대의 용기와 낙관을 긁어모아, 나는 문학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의 재목이 아닌 것을 깨달았으니 내 진짜 적성은 문학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문학계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좋은 상을 받으며 근사하게 등단했고 내가 예술로서 인류에 이바지할 미래를 다시 한번 확신하며 집필의욕을 불태웠다. 그리고 10년 뒤, 나는 또다시 번아웃에 나자빠져 있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학적 재능마저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과도 아니었는데 문과도 아니면 난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문학계 전망은 더할수없이 암울하다고 했다. 문학 시장은 점점 쪼그라드는데다 인구마저 급감해, 백년 뒤에는 한글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세 번째 카드, 외교관의 꿈을 들먹일만큼 눈치없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사십대였고 지칠대로 지쳤고 꿈은커녕 현재도 지탱하기 힘겨웠다. 더 황당하게도, 전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에 전망이 어둡다고 했던 생명과학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고 했다. 꾸준히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나의 동료 선후배들은 모두 중견 과학자 또는 바이오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되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름 심사숙고했던 두 번의 선택이 모두 나를 배신했고 남은 것은 남루한 현실과 몰락해가는 미래 뿐이라니, 나의 미래가 과학자도 작가도 아니었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었어야 옳았던 것일까? 의사? 변호사? 교사? 경찰? 무엇을 했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같았고, 또는 무엇을 했어도 아무 것도 안 되었을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십년이 흘렀고, 나는 이제 그때보다는 좀더 철이 들었다. 이제는 열두 재주 가진 놈이 조석끼니 없다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미혹에 대한 깨우침이다. 어떤 최선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앙앙불락하며 어리석은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선택은 좋은 결과와 사실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조차 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긴 시간과 집념, 그리고 끝없이 매만지는 손길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아주 중요한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만족하는 사람도, 실망한 사람도 있다. 이전에 해왔던 선택들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오랜 시간 악착같이 싸워왔다는 점이다. 그 독한 집념에서 우리는 확실히 세계적으로 남다른 사람들이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나라를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고, 때로는 넌더리나는 이 집념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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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0

용을 그리려다 비늘만 그리다

이번정부 들어 2017년 8.2대책을 시작으로 총 24번의 부동산정책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논거는 공급을 늘려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수요측면에서 1세대1주택비과세에 대한 요건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및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라는 세 가지의 상수에 지역과 세율, 담보대출비율등의 변수가 상호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데 방점을 찍게 되는데, 결국은 시장논리에 의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닌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은 실패로 귀결되고 맙니다. 과거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시장 자체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었고 실수요자 및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반면에 현 정부는 2017년 출범당시 주택공공성의 강화란 기조아래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표방하여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중심의 시장으로 재편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원 및 공급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이러한 논거의 중심에는 그 동안 공급확대정책의 결과 주택재고가 300만호 이상 누적되고,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공급확대가 이루어졌다는 오판에서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급확대의 이면에는 민간건설사가 수익성확대를 위해 중대형규모의 공급을 중시한 결과 서민이나 실수요자를 위한 소형이나 임대주택 등은 만성적인 재고부족의 상황, 즉 공급측면에서 기울기는 개선되지 않아 근본적인 주택문제의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2018년 자금시장에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투기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중대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자 소형아파트까지 상승하는 밴드웨건효과가 동반되어 급등했으나 뒤늦게 정부가 공급확대에 나서면서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 대비 2022년 1월 기준 18% 상승에 그치는 의외의 결과를 나타냅니다. 결국 이번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로 꼽는 근간에는 일부 정책집행자들의 도덕적해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윤리적으로 접근해 시장을 이기려고 했다는 점과 풍부해진 유동성자금을 흡수 할 공급시기를 놓쳤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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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09

국민통합 대통령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무를 걸머지고 있다. 세계 강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외교 안보와 경제, 기후위기 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에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특히 반도 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에다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전쟁, 중국의 팽창과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통합된 힘으로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예견하지 못한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 국가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실리를 추구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북핵과 사드 문제 등 안보 변수로 인해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려면 외환위기 때처럼 온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통합된 힘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은 사생결단식 선거전을 펼치면서 국민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더 극단으로 치우치고 다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가 하면 세대와 계층 간 대립은 더 심화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촉발하더니 급기야 이대남 이대녀 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성별 갈라치기도 노골화됐다. 이래서야 나라가 온전할 수 있을까 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여야 후보 모두 출사표를 내걸 땐 “편 가르지 않는 통합대통령” “국민통합의 나라”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것은 빈말에 불과했다. 예측불허의 초초박빙의 선거전을 치르면서 말투는 격해지고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는 더 심해졌다. 억지 주장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도 난무하면서 국민을 오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첫 메시지로 ‘국민통합’을 내걸었다. 취임식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야 간 정쟁은 더 격해지고 진영 간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20대 대통령은 국민통합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정치 보복이나 제왕적 국정 운영을 지양하고 정파를 떠나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서로 협치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영이나 지역, 세대와 계층, 젠더 갈등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안보와 경제 위기도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로 더욱 든든히 서갈 수 있다. 취임 때뿐만 아니라 떠날 때도 국민에게 박수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3.09 20:42

산불! 최고의 예방책은 국민 관심과 조심

3월에 접어들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시기는 절기상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벌레들이 기지개를 펴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이 있고, 조금 있으면 춘분이 다가와 농가에서는 농사일 준비로 바쁜 시기이다. 또한 여기저기에서 논·밭두렁 태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논․밭두렁에 남아있는 병해충 방제를 위함이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병해충 방제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고 있다. 산불이 연중 가장 위험한 시기는 3~4월중 청명, 한식 즈음이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겨울이 따뜻해져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올 해는 예년보다 산불발생 건수도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산불조심기간은 가을철(매년11.1~12.15)과 봄철(매년 2.1~5.15)으로 나누어 운영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가을철과 봄철이 합쳐져 11월부터 4월말까지 약 6개월 동안 산불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금년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 건조한 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기후 여건이 불리하고, 대선, 재보궐 선거, 코로나 19 장기화 등 국민적 관심이 분산되어 있어서 산불 경각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어 평년보다 산불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산불발생 현황을 보면 한 해에 474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약 6배인 1,200ha의 산림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산불을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입산자 실화가 40%로 가장 많고, 쓰레기 소각이 10%, 담배불이 10%,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이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경북 영덕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많은 진화인력과 산불진화헬기를 투입하는 등 사투에도 불구하고 축구장 500개 면적에 달하는 400여 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경남 합천에서 시작한 산불은 도 경계를 넘어 고령까지 번져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인 600여 ha가 소실됐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십 년 된 산림자원 손실은 물론이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홍수, 산사태, 풍해 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기능도 상실되어 산림이 주는 다양한 기능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 또한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숲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면 최소 50년이 걸리고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지불해야할 대가는 참으로 엄청나다.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에서도 산불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관내 9개 시․군 산불방지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300여명의 산불감시인력을 산불위험이 높은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등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산불무인감시카메라, 산불위치관제시스템, 산불감시 드론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어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형산불에 대비하고 산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초기에 진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진화인력과 최신의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되풀이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산행 전에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여부를 확인하고 산불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은 가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산에 갈 때에는 불이 잘 붙는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삼가며, 산불위험 시기에는 무단으로 논ㆍ밭두렁과 농산폐기물을 태우지 않으면 된다. 수십 년간 정성들여 가꿔온 산림은 우리의 후손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재산이다. 실수와 부주의로 인한 인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산불에 대해서 조심하고 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져 산불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채진영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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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16

내 인생의 올림픽, 2023 전북아태마스터스 대회

코로나19 위험에 따른 개최 논란 속에서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어렵게 개최한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을 위해 수년간을 훈련하며 보냈을 선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다. 추억의 88올림픽 호돌이, 굴렁쇠 소년도 기억할 만큼 숱하게 올림픽을 보아왔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야 올림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승자의 웃음 뒤에 가려진 패자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마도 내년에 있을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서인 듯도 하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은 심장의 쫄깃함을 느꼈다. 최민정 선수의 결승 경기는 코로나로 답답한 국민의 마음을 한순간에 시원하게 뚫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우리는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 내고 좋은 성적으로 환호를 지를 때 감동을 받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더욱 감동한다. 이왕이면 메달이면 좋고, 이왕이면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뭐 어떤가? 주인공들이 표현해 내는 삶의 희노애락을 느끼며 정주행하는 TV 드라마도 긴 여운을 남기지만,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올림픽 경기는 주인공과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사느라 바빠 한동안 잊고 살다가 이렇게 올림픽을 보게 되면 내 안에 자리한 열정이 살아난다. 지금까지는 올림픽 선수를 통해 경기에 참여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 몸을 쓰면서 내 인생의 올림픽에서 내가 선수가 되어 살아 가보자. 인생의 올림픽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를 추천하는 이유다.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26개 생활체육 종목에 30대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제 종합 생활체육 대회다. 당장 적합한 종목을 찾지 못했다면 일단 걷기라도 좋다.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걸으면 언제나 삶의 고민거리로 꽉 차있던 머리가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된다. 몸을 썼을 뿐인데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볼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3개 종목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14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되기 때문에 각지역에서 국내외 생활체육인들과 경기하며 소통할 수 있고, 탁구의 현정화, 김택수, 유상민, 농구의 박찬숙, 야구의 김성한 등 종목별 레전드 선수와의 한 판 승부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생활체육 참여율(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은 60.8%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60.1% 대비 0.7%포인트(p)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 생활체육은 우리삶의 큰 축을 이루고 모든 세대에서 그 규모 역할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삶의 보람과 장수사회의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자발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경쟁보다는 자신의 인생의 가치와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참된 화합과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하나된 스포츠! 즐거운 어울림! ENJOY SPORT! PLAY LIFE!” 이다. 이 대회를 통해 생활체육의 확산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생활체육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전하자. 운이 좋으면 세계적인 아마추어 선수가 되어볼 수도 있고 그런 운이 없더라도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중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경기든 쉬운 경기든 내 실력이 어떻든 충분히 즐기고 힘껏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는 것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에 임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올림픽을 잘 치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이강오 전북아태마스터스 조직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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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09

강력하고 신속하게 엄중 경고하라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대한민국선수단은 첫 경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2월 7일 베이징 Capital indoor stadium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준결승을 통과해 결승에 진출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과 이준서는 페널티를 받아 탈락해 버렸다. 레인변경 위반을 했다는 이유였다. 오심이 한 번 이상이면 그것은 고의다. 이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우리 선수들 땀방울의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는 아주 나쁜 판정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장혁 선수는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손등에 11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고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화가 났던 이유는 우리 선수들이 실력이 아닌 오심과 타의에 의해 모두 실격되고 실격된 그 자리에 모두 중국선수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점입가경은 결승에서 1등으로 들어왔던 헝가리 선수를 비디오 판독으로 우승을 빼앗더니 그 자리를 중국 선수들에게 1∼2위를 만들어줘 버렸다. 필자는 오랜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에 현장에서 수많은 경기를 봐왔지만, 이번 경기처럼 조금의 양심도 없고 눈치도 보지 않고 드러내놓고 천방지축 조자룡 헌 칼 쓰듯 함부로 칼춤을 추는 심판은 처음인 것 같다. 선수만 fair play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심판도 지도자도 관중도 sportsmanship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단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선수들과 한 조가 되면 위축이 돼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고 절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줘야 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었다. 오심이 아닌 고의 편파 판정이 계속 된다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이기흥 IOC위원겸 대한체육회 회장과 윤홍근 올림픽선수단 단장과 필자 등 선수단 긴급회의를 하게 됐다. 결론은 내려졌다. 강력하고 적극적이며 즉각적이고 엄중하게 경고하자는 것이었다. 첫째 심판위원장에게 이의서 제출 . 둘째 국제빙상연맹(ISU)항의 서한 발송 및 강력 민원제기. 셋째 IOC에 항의 서한 발송 및 바흐위원장 면담 요청. 넷째 CAS(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제소. 다섯째 대한체육회장과 선수단장 및 국제빙상연맹 회장과의 영상회의를 통해 편파판정 재발 방지 및 심판 교체 요구. 여섯째 국내,외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통한 항의. 일곱째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에게 심리안정을 위한 심리상담사 투입. 마지막으로 계속 편파 판정이 이어진다면 팀 철수까지도 고려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엄중했었다. 윤홍근 단장께서 선수들을 경기 전날 불러서 미팅하였다. “너희는 경기에만 열중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 라고 격려하면서 다독여 줬다. 경기 당일 심판도 바뀌었다.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선수들은 신이 났다. 시빗거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앞서 내달렸다. 리더의 판단이 우리 선수단에게 미친 지대한 영향력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 결과 2014 소치올림픽 보다 1개의 메달을 더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려움 없는 도전, 최선을 다하는 열정,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 공정한 경쟁 속에서 빛나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국민께 감동과 기쁨을 선사 할 수 있도록 열렬히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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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03

새만금 잼버리 1년 연기, 더 알차게 준비해야

코로나19 위기 시대, 어느덧 1년 앞으로 바짝 다가온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결국 2024년으로 1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가 세계스카우트연맹에 대회 연기를 건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한 결정이다. 조직위원회는 전세계 170개국에서 5만 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청소년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할 경우 감염병으로부터 참가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맹에서 개최국의 의견을 존중해 대회 연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안타깝지만 국내외적인 감염병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리해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것보다는 모든 참가자가 안전한 상황에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회 1년 연기를 건의하기로 한 것은 시기적절하게 내린 합리적인 판단이다.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1년 연기된다면 전북도와 조직위원회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더 짜임새 있게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을 비롯해서 교통·기반시설 등 대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행여 대회가 연기됐다고 해서 인프라 조성 사업을 소홀히 하거나 연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새만금에서 지구촌 청소년들이 모여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회복과 희망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시 정비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들을 초청해 새만금이 민족화합과 남북통일, 나아가 인류평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다시 차근차근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대회 새만금 개최가 확정된 직후 조직위원회에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계획이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금껏 본격적인 논의는커녕 아예 공식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프로젝트다. 대회 연기를 기회로 삼아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역사적인 세계 청소년 잔치로 기록될 수 있도록 더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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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09 13:51

대선 후유증 극복과 국민통합 최우선 과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떤 대선보다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컸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후보 가족들까지 도덕성과 자질 논란을 빚으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선거 기간 내내 살벌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의 민낯과 밑바닥까지 보여준 이번 대선을 통해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던 과연 국민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후보 간 상호 비난이 도를 넘으며 국민들까지 크게 분열시킨 선거였다. 많은 상처와 흠결을 드러냈기에 대통령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도 그만큼 높이 쌓였다. 가장 큰 숙제가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 갈등은 많이 완화됐으나 이념과 세대, 계층 갈등은 여러 곳에서 표출됐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세대 갈라치기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였다. 낙선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당분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 통합을 위해 낙선 후보 지지자들의 깨끗한 승복도 필요하지만, 당선인의 포용 리더십이 더욱 요구된다. 다행이 당선인은 국민화합과 능력 있는 인재들을 널리 국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통합정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말로만 이뤄질 수 없다. 국민들이 잘 선택한 대통령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국정을 잘 이끌 때 국민통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당장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문제와 양극화 등 경제문제도 산적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불안정하기만 하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에 한반도 평화도 위협을 받고 있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확실한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때 국민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 당선인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받들지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정파와 노선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과 계층의 의견을 듣고 이를 융화시켜야 한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약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게 국익이다.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됐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통합과 합리의 정치로 국민의 선택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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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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