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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 아동들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지나가고 따뜻한 날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 추세도 점차 감소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3년 만에 되찾은 일상생활과 함께, 5월 가정의 달과 시기도 맞물려 야외로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여럿 보인다. 가정의 달의 대표적인 날인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탄압받던 어린이 인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22년부터 시작된 어린이날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며, 1975년에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오늘날에는 다 함께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날이 됐다. 어린이를 위해 앞으로도 맞이할 어린이날과 어린이 관련 많은 행사 및 이벤트가 마련될 것이지만, 이를 모든 어린이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루 이틀, 하물며 어린이날조차도 힘들고 고통 속에서 보내게 하는 ‘아동학대’가 여전히 극성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계속해서 증가한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2020년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체 3만 건을 돌파했으며,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4만 2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결국 2020년 10월 참혹한 아동학대 살인 사건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입양 당시 8개월의 여자아이를 장기간 학대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정인이 사건 이후 지난해 3월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도입됐으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입 첫해 만에 즉각 분리가 1천43건이 시행됐고 이 중 94%(982건)가 실제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되는 등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피해 아동에 대한 조치도 문제다. 피해 아동 상황이나 지자체 여건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일시 보호 시설, 위탁 가정 등으로 보내지는데, 대표적인 보호 시설인 쉼터의 보육교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낮은 처우 때문에 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이직률이 높고 채용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지자체별로 인력과 재정도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는 온전히 피해 아동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구타나 폭력에 의해 신체적 손상을 유발하는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인격이나 감정을 손상하는 정서적 학대, 유사 성행위이나 성매매를 강요시키는 성적 학대, 무책임한 방임 등이 동반되는 정신적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아직 인격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동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겪는다면 더욱더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해당 아동이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된 이후 비행을 일삼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아동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함과 동시에, 존엄성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더불어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아동학대 전체 건수를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피해 아동이 가정과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후 조치의 부족한 점을 메꿀 수 있도록 면밀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왔는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따뜻하고 즐거웠다면, 주위 아동들에게 온정을 나눠주는 건 어떨까. 학대 피해 아동들은 특별함이 아닌 관심과 보살핌으로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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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8 13:50

기업이 바글거리는 전북을 기대한다

기업의 상장은 우리나라 대표 증권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로부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진행되며, 기업의 상황을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되는 기업의 경우 상당한 규모와 매출실적이 뒷받침되고 사업 전망이 유망한 경우가 많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만으로도 회사 규모나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 공신력이 확보된다. 기업의 상장 유무에 따라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업상장은 자금조달과 기업홍보 등 많은 장점을 수반하는 만큼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인지도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내 많은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된다면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지역 사정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최근 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2021 사업연도 기준 전북지역 상장법인수는 29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대비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역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으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왕성한 생산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소득은 내수시장을 활성화 시킴으로써 지역경제는 그만큼 활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는 경색되고, 산업인프라가 월등한 수도권이나 생산여건이 좋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력있는 기업들의 유치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기업이전에 대한 정부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 4월 20일 전북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내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고, 특히 새만금과 전라북도를 기업들이 바글거리는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뒤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방에 기업이 몰려들게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발표하고, 특히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새정부 국정과제에 새만금국제투자진흥지구 개발을 포함하면서 입주기업 세제․입지 등 기업활동 지원강화, 국제학교 및 대형의료기관 유치 등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약속했다. 새만금의 조속한 마무리를 염원해 온 도민들에게 참으로 반갑기만 하다. 새만금국제투자진흥진구의 손조로운 개발을 위해서는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공항과, 항만, 철도 등의 SOC사업들이 선행되어야 하며, 충분한 예산과 속도감 있는 행정절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대로 풀 수 있는 규제도 다 풀어버려야 한다. 내일이면 역사적인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선정된 새만금 개발이 이번 정부에서 순조롭게 마무리되어 기업들이 바글거리는 전북과 새만금이 되었으면 한다. 지자체, 지역정치권, 언론 등 도민 모두도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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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8 13:46

농산물 유통, 이젠 변화해야 할 때

유례없는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대세를 이루면서 대면 활동이 크게 위축돼 다양한 분야가 침체기를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온라인 마켓과 수출 분야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 이전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려면 인근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은 비대면을 통한 구매 활동을 늘려갔다. 매스컴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역 농특산물 소비촉진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박을 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 장보기 앱 또한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당일 수확 농산물을 다음날 아침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일상화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식사 형태도 코로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전에는 외식에 주로 의존 했다면 팬데믹 이후 가정에서의 식사 횟수가 크게 늘었다. 포장이나 배달, 밀키트 등 외부 다이어트 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2018년에 200억원 이었던 국내외 밀키트 시장규모는 2023년까지 7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쌀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요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농민으로부터의 직접 수매량도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명박 정권 출범 후에는 대북 쌀지원 등이 중단됨에 따라 각 지역 중소규모 창고에는 대량의 정부수매 곡식이 쌓여 있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재고쌀 해소 정책은 이 쌀을 활용한 쌀 관련 가공 산업에 지원을 늘려가는 뿐이었다. 이에 힘입어 누룽지, 쌀과자, 쌀음료, 떡카페 등 국내수요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에 따라 시장의 규모는 의미 있는 성장률이 있었지만 남아도는 정부수매 재고량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단일 품종 쌀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양곡 관리법에 따라 쌀은 포장재에 품종을 표시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섞인 혼합제품 보다는 단일품종의 판매량이 높았으며, 그중 신동진 품종의 판매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인 가구 증가율도 눈에 띄는 변화다. 2016년 27.9%였던 것이 2020년 31.7%로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 세태 변화를 간접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만큼 혼자 식사를 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혼자 밥을 먹기 위해 밥을 조리하는 것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배달 또는 인근의 간편한 식당을 이용하는 횟수가 점점 증가추세로 이어진다. 편의점 도시락, 치킨 반마리 등의 니즈가 수년새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은 이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산물 유통 분야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 앞으로도 비대면 온라인 거래와 무인 거래가 점차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식품 업체들이 간편식(밀키트)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또 온라인 판매, 무인 판매 등의 비대면 사업을 대폭 확대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식품과 소비 분야의 변화가 시작됨으로써, 결국 농산물 유통 또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유통시설은 단순히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 포장해 도,소매상에 출하하는 오프라인 방식에 안주해 왔다. 이제는 소포장·단순가공·꾸러미 등 맞춤형 상품 공급에 맞춘 시설과 장비·인력으로 온라인 거래에 최적화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또한 이러한 것에 발맞춰 지원해야 할 때다. /권형진 (유)농업회사법인 감동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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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8 13:43

무장기포의 역사적 위상

고창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동학농민군의 전면적인 봉기가 이루어진 무장기포지(동학농민혁명 포고문을 선포한 집결지)를 찾아 나섰던 것은 30년 전이다. 전북일보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앞두고 기획한 특별취재 답사였다. 정읍 고부의 농민들이 군수 조병갑의 학정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선 것은 1894년 1월.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불씨를 당긴 고부봉기였다. 그러나 고부봉기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농민들은 전봉준의 지휘로 말목장터와 백산 등지를 옮겨다니면서도 끝내 해산을 거부했지만, 조병갑 후임인 박원명의 설득으로 대부분 농민이 해산한 것이 그 증거다. 안핵사 이용태는 기다렸다는 듯이 봉기 참가자를 색출해 체포하고 집을 불태웠으며 가족을 학대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이 시기, 쫓기는 신세가 된 전봉준과 농민군이 찾아든 곳이 무장이다. 당시 무장의 대접주는 손화중. 전봉준은 손화중을 설득하여 봉건적 수탈과 폐정을 혁신하기 위한 전면적인 봉기를 단행한다. 이른바 무장기포다. 무장기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바탕이 되어 왔던 오지영의 <동학사>에 1월의 고부봉기와 3월의 무장기포가 잘못 기술되면서 동학농민혁명 전면 봉기가 고부에서 시작되었다고 이해되어왔기 때문이었다. 무장포고문에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 않았던 점도 무장기포설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는 바탕이 됐다. 상황이 이러하니 무장 기포지의 정확한 공간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해 답사에서 취재팀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기포 장소로 서로 다르게 알려져 있던 무장 구수(九水)와 당산(堂山)이 같은 지명이라는 사실이었다. 구수마을의 옛 지명이 당산이었지만 기존의 자료들이 구수마을과 당산을 각각 기록하면서 논란이 됐던 지명은 이후 연구자들의 고증과 연구가 더해지면서 정리됐다. 갑오년 3월 20일, 농민군은 동학농민혁명의 본격적인 봉기를 알리는 창의문을 선포한다.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로 시작하는 창의문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 근본이 쇠잔하면 나라도 망하는 것’이라며 ‘8도가 마음을 합하고 수많은 백성이 뜻을 모아 이제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사생의 맹세를 한다’고 결의를 다진다. 갑오년, 무장 구수마을에 집결한 농민군은 4천여 명. 부패와 봉건을 타파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바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농민군이 결의를 다졌던 무장기포지(구암리 590)가 국가 지정문화재 사적이 됐다. 장소의 역사성과 함께 제자리를 잡게된 무장기포의 역사적 위상이 반갑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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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5.05 18:28

도민에 의한, 도민을 위한, 도민의 정책을 펴시라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게티스버그의 남북전쟁 전사자 묘지 봉헌식에서 너무나 유명한 연설을 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라는 웅변이었다. 민주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하고 어떻게 행해져야 하고 그 누리는 자가 누구이어야 하는가를 명명백백하게 정의하고 규정하는 만고의 진리였다. 국민이 모든 민주 행위의 주체라는 점도 확연해진다. 미국 민주주의 확립의 기초가 되는 명연설이었다. 이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공용되는 교조적(敎條的) 규정이 되었다. 이는 조금도 변용될 수 없는 확고한 신앙 같은 것이었다. 이 시대 모든 위정자는 이 논법을 신념으로 삼지 않으면 스스로 도태되었다. 국민이 해야 하고, 국민을 위해야 하고, 모든 민주적인 행위는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민주의 주체가 비록 중우(衆愚)라 할지라도 그들의 중의(衆意)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에게 눈을 돌려 보자. 저 1800년대 링컨이 연설했던 근대를 한참이나 벗어난 21세기를 가는 즈음, 우리에 의한, 우리에 의한, 우리의 정책이 아닌 것들이 민주라는 허울을 쓰고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된다. 예술과 예술인들에게 지원하고 후원하며 북돋우어야 할 임무를 띤 단체(기구)가 주체자들 의견은 아예 무시하고 주체자를 객체화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주인으로 섬김은 고사하고 임의 선택과 부림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어떤 재단의 경우 그들이 지원해야 할 대상을 자신들 편의에 따른 불공정한 셈법으로 재단하고 평가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앞뒤 설명이 없다. 규정은 만들지도 않았고 대상을 친소에 따라 구분하고 선택했을 뿐이다. 대상들의 몰이해로 상식을 벗어나면 반복 노력하여 이해를 시켜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어리석은 집단인 잔나비 떼에게, 주인이 말하기를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마.’하니까 원성이 높아서,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마.’하니까 좋아했다는 이야기이다. 합한 숫자는 같이 일곱이지만 대상의 기분을 맞춰주었다는 슬기로운 술책인 셈이다. 이 재단은 그런 융통성도 없는가? 어미와 새끼에게 동일하게 분배해야 하는가? 일 많이 하는 자와 적게 하는 자도 구분하지 않는가? 개인과 집단 차이도 변별성이 없는가? 수은주 눈금 헤아리듯 자명하게 차별성을 수치화할 수도 있는 소위 적정한 로드맵은 왜 없는가? 심사위원 선정을 아무렇게나 해서 편애 편벽이 훤히 보이는 그런 우를 왜 해마다 범하는가? 설명회를 자주 개최하고 소통하며 민의를 따라 접근해 간다면 다 될 수 있는 문제를 왜 기피하는가? 직무 유기인가 아니면 스스로 무능인가? 포월(包越)이란 말이 있다. 포월 리더십이라 하여 감싸서 넘어가는 리더십을 말한다. 내 가족처럼 감싸고 함께 극복해야 할 당위적 자세가 심히 아쉽다. 도토리 ‘네 개와 세 개의 법칙’을 준용하시라. 예술과 예술인이 설 땅이 매우 좁아졌다. 사립 대학들은 예술 분야 학과는 통폐합하거나 아예 문을 닫고 동네 각종 예술 학원도 문을 닫아 걸었다. 예술인을 배출하는 교육이 폐쇄되고 있다. 예총은 능멸되고, 각론이 총론 위에서 위상을 드높인다. 도의 예술 문화 정책은 우선순위를 잘 못 매긴다. 예술회관은 없는데 작은 예속 분야 예술관을 맘모스 건물이다. 예술이 죽은 사회를 상상해 보시라. 어느 나라나 그들 문명의 지수는 문화 예술의 흔적으로 셈하는 법이다. 우리는 야만의 시대로 가고 있다. 지금껏 예술문화의 결과로 호강 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면 안 된다. 굶어 죽을망정 곡식 씨앗을 보듬고 죽어야 하듯이, 어려운 시대라 할지라도 예술의 씨앗마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재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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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5 18:16

전라선 SRT 운행 하나 해결 못하는 정치권

전라북도와 관련된 국가 철도계획이 번번이 좌절됨에 따라 전북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도민의 교통 불편 해소도 요원하다. 국가 철도계획은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만 안이하고 무기력한 전북 정치권은 전북 패싱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라선에 수서고속철도(SRT)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전북 동부권과 전남 지역에선 서울 강남권으로 갈려면 익산에서 KTX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이에 몇 해 전부터 전북과 전남은 수서행·수서발 고속철도를 전라선에도 투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이를 정부에서 수용했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전라선 SRT 운행을 반대하면서 일이 꼬였다. 철도노조는 SRT 전라선 투입은 철도 민영화로 가는 단초로 보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로 분리된 철도 운영 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KTX도 수서행 운행이 당장 가능한 데도 국토부가 SRT만 허용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전라선 SRT가 코레일과 SR의 철도 통합 문제로 비화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투입하려던 전라선 SRT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국토부가 확정·고시한 제4차 철도산업개발계획에도 SRT 전라선 운행이 반영되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가 확정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도 전북은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전북 발전에 핵심적인 철도망 구축 계획이 모조리 제외됐기 때문이다.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새만금~목포 철도건설 등 전북에서 요구한 6개 독자노선이 모두 배제됐었다. 전북도민의 반발이 거세자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만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정권 교체로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전북 발전의 핵심 SOC인 철도망 사업이 계속 배제되는 것은 전북도와 전북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전북도민의 압도적 지지로 창출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철도 현안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야 앞으로 어떻게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전북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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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05 15:49

‘지방시대’ 국정과제 신속하게 대응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근간으로 삼을 비전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원회는 이날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포함한 6대 국정목표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110대 세부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가장 촉각을 세운 분야는 역시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국정목표일 것이다. 인수위는 지방시대 국정목표에 담길 세부과제와 관련해서는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대국민보고회와 공청회 등 지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한정된 자원이 쏠려있는 현 상황에서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은 시대의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정하고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 과제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고착된 ‘수도권 중심’의 틀을 깨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실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거창하게 내놓았지만 하나같이 ‘더 비대해진 수도권’이라는 결과만 남겨놓고 퇴장했다. 그리고 이제 균형발전은 더 미룰 수 없는 생존의 과제가 됐다. 수도권 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어쩌면 수도권 주민에게 상대적 불이익이 갈수도 있는 균형발전 정책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선 사회적 합의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과거의 균형 발전은 정부 주도로 했지만, 이제는 지역 주도, 지방정부 주도로 가져가겠다’는 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설명이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일에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맡아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새 정부가 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지방시대 국정목표에 담을 세부 국정과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북지역 각 자치단체에서도 체계적인 지역성장 전략을 마련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어디서 살더라도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균형발전 정책이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05 15:49

아직도 팔팔하다

“어이, 자네 아직도 팔팔해 보이네!” 코로나로 발을 끊자, 가끔 전화에 대고, 얼굴 잊어버리겠다는 성화에 못 이겨, 얼굴이라도 보여줄 요량으로 모처럼 동창회 사무실에 들렀더니 한 친구가 한 말이었다. 딴에는 반갑다는 뜻이었겠지만, 못 마땅해 하는 내 표정을 보고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보자마자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듣는 것보바 났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방콕을 했을 뿐인데, 어느새 백발이 늘어 망구(望九)가 되었다며 무심한 세월만을 탓했다. 딴에는 늙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마스크로 코까지 덮고, 머리 위엔 왕관 대신에 팔순때 선물로 받은 우산 형 모자까지 눌러쓰고, 열심히 등산도 하며 건강에 힘쓰고 잇다. 그런데 아직도 팔팔하다는 말을 들으니 언뜻 듣기는 기본이 좋을지 몰라도 비아냥 같이 들려 언짢았다. '9982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안에 죽어야 복이라는 시쳇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어디까지나 노인들의 희망사항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말한 대로 인간은 출생과 동시에 선고된 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로병사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아침 식사 후에 외출 할 차비를 한 채 나서면 아내는 깜짝 놀라면서 나가지 말라고 붙잡는다. 코로나가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외출해야만 할 경우에도 절대로 식당에는 들어가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살판난 듯 TV를 켠 채 방구석에서 뒹굴어도 보기에 흉하다고 핀잔하지 않는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삼식(三食)이라고 비아냥거림을 감내해야 하던 사람이 집에서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 그게 바로 코로나19의 덕이 아닌가. 코로나19 덕을 보는 사람들이 또 있다. 위정자들이다. 대구의 사태가 잘 마무리되자 위정자들은 성공한 K방역이라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치료제나 개발된 백신도 없는 맹탕 방역이다. 그러다가 제2 제3차 감염이 확산되자 코가 석자나 빠져버린다. 실체도 모르고 팔팔하다는 말을 함부로 남용하다가 큰코다친 셈이다. 우리의 피 속에는 웅녀의 DNA가 흐르고 있다. 쑥과 마늘만으로 굴콕하면서 인간으로 환생한 DNA이다. 그 덕으로 우리는 쉽게 거리두기와 비대면 그리고 방콕을 감내하면서 호락질과 같은 생활로 어려움을 버틸 수 있다. 단군신화를 부정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은 단군신화 대신에 엉뚱한 신을 믿고, 곧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2·3·4하기 전에 팔팔해져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결과적으로 코로나의 집단감염으로 다른 사람들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머리를 들고 팔팔하게 나대다가는 234할 수 있으니, 조용히 홀로 비우고 지내라는 것이 코로나의 경고다. 한참 친구들과 코로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내에게서 식사 때가 되었으니 집으로 오라는 전화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 집을 향하여 걷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 팔팔하다. 소크라테스는 스승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자들 앞에서 처음 경험하게 되는 죽음에 대한 흥분으로 독배를 마실 시간이 아직 멀었느냐고 재촉하였다고 한다. 과연 삶에 대칭되는 절대적인 무(無)로서의 죽음이 있는가. 사르트르는 “나는 한때 과거였으며 앞으로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무(無)가 있을 뿐이다”고 했다. 생(生)과 사(死)의 이분법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것이 팔팔하게 사는 법이다. △이희근 수필가는 정읍 출신으로 계간 ‘문학사랑’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산에 올라가 봐야> , <사랑의 유통기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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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5 14:09

어둠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역대정부를 통틀어서 부동산대책에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시장에 맡기지 않고 개입하지 않은 정권도 없었으며 , 또한 성공한 정권도 없었습니다. 아파트의 크기가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국민정서와 부동산필패라는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시장참여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발생시켜 생산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자본이 부동산시장에 쏠리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러오는 거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근로의욕의 감소를 야기 시키기도 합니다. 부동산투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거위의 털을 뽑듯이 살며시, 때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려서 풀듯이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권에서 이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은 시장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실패를 불러왔으며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성공한 사례는 노무현정부시절부터 시행된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세제도가 유일하다고 여겨집니다. 지난 2007년 1월1일부터 시행된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66%의 세율이라는 중과세제도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한 침체국면등 10년간의 조정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일반세율에 10%를 추가과세하고, 지정지역에 대해서는 여기에 10%를 추가과세하는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당초 토지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수요를 억제하고, 투기로 인한 초과이익을 환수시켜서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된 이제도의 효과는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투자는 세금폭탄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토지라는 부동산에 대한 투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봅니다. 또한 2017년 8.2대책이라 불리여 시행된 조정지역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제도는 몇 번의 조정을 거쳐, 2021년부터 1세대1주택에 대한 비과세요건의 강화와 다주택자에 대해서 기본세율에 20%와 30%의 추가과세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과세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번의 진보정권에서 시행된 토지와 아파트라는 두 축에 대한 중과세제도가 정착된다면 부동산투기로 인한 과실을 획득할 수 없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고, 부동산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도 사라져 국민화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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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5 14:08

맨얼굴로 웃다

“주말마다 관악산에 올라갔는데, 사람이 드문 산길에서는 슬그머니 마스크를 벗었어. 지난 2년동안 산속에서 ‘마스크 씁시다’ 하는 소리를 두 번 들었어. 예, 하고 지나쳤지.” 우리는 산속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예방에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그런 일을 한 번 겪었는데, 횟수가 적다고 해서 내가 더 운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마스크 씁시다”라고 점잖게 말하는게 아니라 “마스크 똑바로 쓰지 못해?” 라고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날 나는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으므로 그 고함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사나운 검열관의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기분을 망치기엔 충분했고 아름다운 산길은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당신이 더 문제야! 누가 공공장소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라고 면허를 줬나? 어디다 대고 욕을 하는 거야!” 어느 용감한 시민이 그에게 맞서 소리를 질렀을 때 나는 마음 속으로 그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함께 소리를 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서, 상한 기분을 수습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을 뿐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이런 일들을 겪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시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감시하고 관리하는 거대 권력의 존재를 예언하고 빅브라더라고 명명했는데, 알고보니 빅브라더보다 더 무서운건 스몰브라더 들이었다. 서로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규칙의 위반을 건건이 지적질하는 이웃들의 목소리는 거대권력의 익숙한 협박보다 더 가깝고 피할길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실외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5월 첫 한주일은 감격스러웠다. 소소한 볼일을 보러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만끽했다. 해마다 봄이면 꽃과 맑은 날씨를 즐겼지만 이번 5월의 도시에서 나를 가장 즐겁게 한 것은 향기였다. 숨쉬는 공기에 이토록 향기가 가득한 줄을 처음 느꼈다. 도시의 매연조차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듯했다. 보아하니 나처럼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벗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얼추 보아도 90%의 시민들은 이전처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가시적으로 소수자가 된 나는 또다시 어느새 익숙해진 불안감을 느꼈다. 마스크를 똑바로 쓰라는 거친 목소리가 당장이라도 뒷덜미를 후려칠 것 같았다. 강제하지 않아도 시민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실천한다. 나를 두렵게하는 것의 실체가 질병이 아니라 이웃들의 비난인 것은 다시 한번 나를 슬프게 한다. 지난 2년간 성실하게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얻은 것은 자부심이 아니라 불안감이라니, 이 얼마나 허탈한 일인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수준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참여 열의도 높다. 지난 2년간 코비드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공의 이익에 얼마나 충실한지 모두 확인했다. 이제는 사회가 개인에게 신뢰를 돌려주면 좋겠다. 내가 해야할,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너무 꼼꼼하게 일일이 정해주는 사회는 숨이 막힌다. 마스크를 벗고 웃으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맨살갗에 닿는 봄 햇살이 유쾌하여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다. 향기, 필터를 거치지 않고 코 끝에 직접 와닿는 향기가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다. 내 상부호흡기가 필터 없는 바깥공기와 만난 오늘, 정신에 뽀얗게 앉아버린 두려움의 곰팡이들도 봄바람에 말끔하게 날아갈 것 같았다. 거리에서 마주친 낯선 이웃을 향해 나는 환하게 웃었다. 마주 오던 그는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으므로 입이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마스크 윗부분의 모습만으로 사람의 표정을 파악하는데 이미 익숙해졌으므로 그가 나의 인사에 역시나 웃음으로 화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날, 나는 마스크를 벗었고 그는 마스크를 썼다. 우리는 생각이 달랐지만 나도 옳고 그도 옳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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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5 14:05

김승환 12년과 전교조

김승환 교육감과 전교조의 정면 충돌이 요즘 화제다. 지난 달 중순 전교조가 김 교육감의 퇴진을 외치며 전면전을 선포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퇴임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교육감에 대한 전례없는 강공 모드는 주위 사람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조는 김승환 12년 권력의 뿌리이자 핵심 지지 기반이다. 전교조 출신들이 그와 함께 전북 교육 행정을 사실상 공동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 2인자로 불리는 차상철 씨와 황태자 코스를 밟은 이항근 씨도 이 단체 지부장 출신이다. 이들은 천호성 단일 후보와 함께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중도에서 탈락했다. 당시 세 후보는 김승환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그의 교육철학 계승을 적극 천명하기도 했다. 전교조와 교육감의 이런 공생 관계는 끊임없이 편향교육 논쟁에 휩싸이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불러왔다. 요직 인사도 독점하다시피 해 진영 갈라치기에 따른 ‘자기사람 심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승환의 진보 교육감 타이틀도 전교조 지지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간 우군이었던 교육감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고 해도 이번 공세 수위는 예상밖 이라는 반응이다. 김승환과 전교조가 그간 보여준 찰떡궁합은 환상적이었다. 그와 같은 끈끈함 속에서 전교조가 돌연 그에게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며 악담 수준의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 다소 의아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 단체가 요구한 교육 정상화 5개 방안이 관철되지 못함으로써 비롯된 불만 표출이었다. 실제 전교조는 지난 2일 “교육감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며 그동안 벌인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그들이 밝힌 입장문의 행간을 짚어보면 벌써부터 새 교육감 인수위 참여를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김승환 퇴진 투쟁도 결국 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과 선명성 부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전교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그들이 밀고 있는 천호성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 기회를 못 잡자 위기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다 대척점에 있는 서거석 후보의 선두 독주가 굳어지지는 않을까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제 선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추세로 이어지면 전교조의 협상 주도권은 갈수록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난감한 입장의 그들로서는 비장의 카드로 김승환 퇴진론까지 꺼냈으나 이마저도 임기 말 큰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교조 사퇴 주장에 이어 천 후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교조 입장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김 교육감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기 말 레임덕을 비껴가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퇴장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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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05.03 18:18

다문화 이주 여성들의 투표 참여

최근 코로나로 까다로워진 외국인 출입국, 감염 우려 등으로 국제결혼하는 커플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혼인 유형을 살펴보면 대체로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 비율이 높다. 이제는 다문화가정이 대한민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의하면 각 지역별로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충남(9.0%), 제주(8.8%), 전북(8.6%), 인천(8.3%) 순으로 높았다. 이 지역에서 결혼하는 10커플 중 한 커플은 대체로 다문화가정인 셈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에 중요한 부분은 편의 시설, 자녀교육 문제, 일자리, 사회적응 등을 위한 국가와 지역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다문화 유권자에게 선거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고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가 매년 투표 참여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선거가 무엇인지, 어떤 선거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선거에 참여하여 대한민국의 소중한 한 사람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누리도록 도와주며, 더 좋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유권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이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하며 ‘외국인은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등록된 사람으로 선거일 현재 만 18세 이상이면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고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외국인 선거권을 최초로 보장한 나라이다. 또 2004년에 ‘외국인 주민투표권’을 인정했고, 그 후 2005년에 ‘지방선거’에 한해서 ‘외국인 선거권’을 도입하였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외국인투표’가 실시되었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로 외국인 역시 지역의 주민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다.‘ 라는 내용 등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다문화 이주여성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선거가 본인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일부는 선거가 대표자를 뽑는 일이라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법을 궁금해 했다. 이주여성이 유권자로서 올바른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공약, 도덕성, 전문성 등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특히,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공약을 제시하고 그것을 잘 실천할 수 있는 능력있는 후보자인지를 살펴보도록 했다. 또 후보자 또는 정당을 선택하기 위한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선거공보, 후보자토론회, 선거방송 등을 꼭 살펴보도록 하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강의를 마치고 정리하고 있는데 한 분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보장했다는 말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자국에서는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은 외국인에게도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행복한 국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강의의 마무리는 ‘나는 정말 투표한다’라는 투표 박수와 함께 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 꼭 투표할 것을 약속하며 마쳤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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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3 14:20

한승헌선생 기릴 추모사업 지역사회 몫

진안군 안천면 출신인 한승헌 선생이 지난 4월20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검사 변호사 감사원장 등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냥 선생이란 호칭이 삶의 궤적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선생은 가셨지만 우리 시대의 사표였던 그의 철학과 가치, 가르침을 후세에 현현시키는 일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 됐다. 선생은 서슬 퍼런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아래에서 시국사범의 변호와 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인 1세대 인권변호사다.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대표적인 시국사건들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다 탄압 받는 양심수를 변호할 때는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잠시 눈을 감고 딴전을 피웠다면 평범한 법조인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권력에 순치돼 부역했다면 누구누구처럼 사법권력의 핵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시밭길을 걸었다. 정치검찰, 스폰서 검사, 사법농단, 봐주기 판결 등 법조 난맥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요즘 법조인의 기개를 떨친 선생의 삶은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닌다. “'사법부 독립이 흔들린다'거나 '권력에 영합한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이럴 때일수록 법조인다운 기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사법관료 시스템에 익숙해져서는 안돼요.” (2014년 5월8일 ‘법률신문’) 8년 전의 인터뷰는 ‘검수완박’과 아전인수식 논쟁이 판 치는 오늘에도 울림이 있는 경고다. 대학(전북대 정치학과) 4학년 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지만 검사생활(5년)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약자의 편에 선 변호사로서의 삶을 산 선생의 기개는 ‘법복만이 아니라 성의(聖衣)의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생할 것’(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의 추도사 인용)이다. 선생은 서민적이고 다정다감했다. 중학교 때의 신문배달, 방문판매, 전주역에서의 좌판 등 넉넉치 않은 형편 속에서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近在山民)는 뜻으로 서예 스승이 ‘산민’(山民)이라는 호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 산민이란 호처럼 살았다. 고향의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의 산파역을 했다. 전북, 재경, 진안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을 풀고 매듭짓는 심부름꾼이었다. 전북은 ‘법조 3성(聖)’이 배출된 자랑스런 곳이다. 가인 김병로(1887~1964,순창), 화강 최대교(1901~1992,익산), 사도 법관으로 불리는 바오로 김홍섭(1915~1965,김제) 선생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주 덕진공원에 가면 1999년에 세워진 세분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한때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용역까지 추진했지만 예산문제로 무산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비 율사로서의 올곧은 삶을 산 산민 한승헌 선생의 일기는 이제 역사가 됐다. 법조 3성에 못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살아있는 자들은 선생을 추모하며 “이 땅의 인권과 평화, 민주를 위해 헌신하신 그 뜻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추모 사업을 시나브로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주기 무렵 선생의 철학과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좋겠다. 전북지방변호사회와 민변, 사회단체와 관련 학계, 자치단체 등이 힘을 모은다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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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3 14:19

국가 사적 지정 무장기포지 성지화 박차를

동학농민혁명이 전국 농민 봉기로 확산하는 계기가 된 고창 무장기포지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됨에 따라 성지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문화재청이 지난 2일 고창 공음면 구암마을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했다. 고창 무장기포지는 조선 봉건사회의 부정부패 척결과 반외세를 기치로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고자 농민들이 봉기한 동학농민혁명의 포고문을 선포한 집결지다. 1894년 1월 고부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은 고부군수 조병갑을 축출하고 3월 초 해산했으나 안핵사 이용태가 고부봉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에 대한 횡포가 심해졌다. 이에 전봉준 장군 등 농민군 지도부가 는 3월 20일 무장현 동음치면 당산촌에서 포고문을 발표하고 재봉기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동학농민혁명관련 단체와 고창군은 그동안 무장기포지를 찾기 위해 지난 1985년부터 다양한 연구와 학술대회를 진행해왔고 관련 문헌 등을 분석하고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일대가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임을 특정할 수 있었다. 고창군에서는 무장기포지 등의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에 나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경제적 타당성 조사 재추진 등을 이유로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군에서는 이에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중앙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지난 3월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했다. 고창군은 앞으로 총사업비 225억 원을 투입해 올 상반기 중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내년 무장기포지 등 성지화 사업에 착수해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무장기포지가 성지화 사업으로 역사공원이 조성되면 명실상부한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는 고창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와 전국 각지에서 일어섰던 동학농민군의 민주항쟁을 널리 알리고 선양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고창 무장기포지의 성지화와 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고자 했던 동학혁명 정신을 재조명하고 계승하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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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03 13:52

새정부 균형발전 전북 독자권역 필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 2특 체제’를 구상중인 모양이다. 전국 17개 시·도를 적정한 인구 규모로 묶어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킨다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돼온 정책이지만 광역경제권내의 또다른 차별 논란을 불렀다.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에 포함된 전북이 대표적으로 광주·전남에 집중된 정책의 피해자가 됐었다. 인수위의 5극 2특 체제 구상은 지난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5+2 광역경제권’의 판박이다. 수도권·부울경·대경권·충청권·호남권 등 5개 메가시티와 강원·제주의 2개 특별자치도 체제로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동남권·대경권·충청권·호남권 5개 광역경제권과 강원·제주권의 2개 특별경제권에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묶인 전북이 경험한 권역내 소외와 차별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전남은 그동안 새만금사업과 공항·항만·철도 등 SOC 시설은 물론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전북에 딴지를 걸어왔다. 새만금사업은 전남 해남·영암군 일대에 동북아 최대 해양관광 휴양지 조성을 목표로 한 J프로젝트를 의식해 부정적이었고, 새만금신공항은 무안공항의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며 KTX 무안공항역 신설을 추진했다.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도 광주·전남 정치권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호남권을 담당하는 공공·특별행정기관 55개 가운데 대부분인 46개 기관이 광주·전남에 자리잡고 있고, MB 정부 시절 추진된 ‘5+2 광역경제권’ 정책으로 광주·전남과 생활권·경제권 등이 다른 전북이 호남권으로 묶이면서 전북의 낙후는 가속화됐다. 호남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북 독자권역화’는 이같은 오랜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 노력이다. 윤석열 정부의 5극 2특 체제 국가균형발전 구상은 ‘전북 독자권역화’ 노력을 무산시키고 지역 불이익과 불균형을 가져올 과거 회귀형 정책이다. 인수위는 향후 지역별 의견을 수렴해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이끌 광역경제권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 전북 공약에 전북 독자권역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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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03 13:52

사랑밖에 난 몰라

‘사랑’과 ‘이별’, 어쩌면 우리네 삶의 영원한 화두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읽은 ‘세계명작소설’의 큰줄기를 이끌어가는 스토리도 대부분 그거였던 걸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랑과 이별. 이 둘을 즐겨 다루기로는 대중가요라고 물론 예외일 리 없었고, 여전히 없다. 그 안에 담긴 뜻을 풀어낸 해석의 가지가지 또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수십 배 뛰어넘고도 남는다. 어떤 이는 사랑을 두고 ‘향기로운 꽃보다 진한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했던가. 그걸 ‘차가운 유혹’과 ‘때늦은 후회’라고 정의한 건 혹시 ‘이별’에 대한 경계심 때문? 하긴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사랑이 찾아오면 가슴을 닫고 돌아서 오던 길로 가리라’면서 속울음을 꺼이꺼이 삼켰을까. 동전의 양면 같기만 한 이 둘을 제법 오래전에 우리들의 ‘태스형’이 단박에 정의를 내린 바 있음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으리라, 눈물의 씨앗이라고. 살아오는 동안 누군들 사랑의 환희와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이별의 고통을 한두 번쯤 겪어보지 않았으랴. 우리 지역 출신 가수 송 아무개가 오래전에 부른 노래를 이 자리에까지 굳이 끌어댈 필요는 없으리. 제아무리 몸부림쳐도 이별이 남긴 ‘당신의 슬픔’을 치유하는 데는 남녀나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세월만 한 약이 없다는 데 이의를 달 이들은 별로 없을 테니. 이쯤에서 만해(卍海)의 시 한 편을 새삼스레 다시 꺼내 읽는다. 리별은 美의創造입니다 리별의 美는 아츰의 바탕(質)업는 黃金과 밤의 올(絲)업는 검은비단과 죽엄업는 永遠의生命과 시들지안는 하늘의 푸른꼿에도 업습니다 님이어 리별이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엇다가 우슴에서 다시사러날 수가 업습니다 오오 리별이어 美는 리별의創造입니다 구구절절 과장이 지나쳤으되, 사랑 없는 이별이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이별이 아픈 만큼 사랑도 깊었을 터, 그와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뒤늦게야 깨닫는 우리네 어리석음이라니. 사랑이 이별이고, 이별이 곧 사랑이다. 하여, 세상 어디에도 이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만한 게 없다는 만해의 역설에 이의를 달기가 쉽지 않다. 무릇 사랑이란 ‘as you want’ 혹은 ‘It’s up to you’로 번역되는 ‘너의 뜻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자식에게든 연인에게든 이웃에게든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 그걸 기꺼이 실천하는 것.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한다는 건 그러므로 스스로 ‘바보’가 되어야 가능한 일. 문득 눈앞을 서성이는 두 사람의 얼굴이 있다. ‘바보’로 불리는 걸 기꺼이 즐거워했다던 추기경께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던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던 그 ‘바보’의 투박한 얼굴도 있다. 퍽 쑥스러워하는 낯빛으로 통기타를 어설프게 퉁기면서 음정박자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부르던 <상록수>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러서일까. 아니면 사랑하다 이별한 연인들처럼 그토록 수많은 봄꽃이 한바탕 잔치를 끝낸 뒤끝이어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우리 동네 문신 시인의 말처럼 인생의 충분한 이유를 알 만한 나이를 지나서 이별의 아픔 따위에는 면역이 생겨서일까.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 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다고 했던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으니. /송준호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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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3 13:50

진화하는 경선 여론조작

일반 국민들이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 선출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때 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16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는 당내 주류였던 이인제·한화갑 후보 등에게 당원 지지세에서 밀렸지만 일반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2002년 3월 9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진행돼 당시 ‘16부작 정치 드라마’로 불렸던 국민참여경선제는 3만5000명을 추첨으로 뽑는 국민 선거인단 모집에 190만여 명이 신청해 높은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대의원과 일반 당원 50%, 국민 50%의 비율로 진행된 국민참여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노무현 바람(노풍)’을 이어가며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국민참여경선제는 전화 여론조사와 모바일 투표로 발전하며 정당의 당내 경선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민참여 열기 확산이라는 취지와 달리 경선 승리를 위한 다양한 불법 행태들이 등장했다. 유선전화의 휴대전화 착신전환,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 이전, 노인 휴대전화 수거후 대리투표 등 경선 여론조작 수법도 함께 진화하면서 국민참여경선제의 빛이 바래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도입한 전화 여론조사 경선은 유선전화의 휴대전화 착신전환이라는 불법선거 행태를 탄생시켰다. 여론조사에 대비해 지지자들에게 집이나 사무실의 유선전화를 휴대전화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착신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은 2014년 6.4 지방선거 경선까지 이어졌다. 일부 후보들은 수백대의 유선전화를 개설해 착신전환을 해놓고 여론을 조작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전화 여론조사에 이어 도입된 모바일 투표도 불법선거 행태를 비켜가지 못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경선에서는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수법이 등장했다. 실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단순히 통신사에 전화 한 통으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만 바꾸는 여론조작 방법이 동원됐다. 최근에는 노인들에게 돈을 주고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대리투표를 하는 새로운 경선 불법 행태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장수·임실·순창군수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일제히 “모바일 투표인 안심번호 ARS 경선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한 곳에서 여론조사를 대신했다”며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 혁명’ ‘공천 혁명’ ‘선거문화의 새 지평’ 같은 화려한 단어들로 장식된 국민참여경선제는 조직적 동원과 대리투표 등을 통한 여론조작으로 정치 개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퇴색시키고 있다. 진화하는 불법 경선 행태로 공천 혁명과 정치 개혁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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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5.02 18:04

노인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 규명하라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과 관련, 일부 지역에서 노인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민주당과 사법당국은 부정 선거 논란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공정하고 깨끗해야 할 후보 경선이 금권 선거와 비리로 얼룩진다면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제대로 된 인물을 뽑는데도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노인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은 임실 순창 장수 등 주로 고령층이 많은 농촌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 직전에 일부 예비후보 측에서 노인들 휴대전화를 미리 수거해서 여론조사에 대비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장수 번암면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 경선 여론조사 당일 노인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고 휴대전화 한 대 당 5만 원씩 지급했다며 경선 낙선자 측에서 폭로했다. 이 낙선 후보는 민주당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순창과 임실에서도 경선 여론조사 진행 중에 노인 휴대전화를 수거해 모아놓고 여론조사에 응했다면서 녹취록을 확보해 중앙당 재심위원회에 제출했다. 노인 휴대전화 수거 및 이를 이용한 경선 여론조사 활용은 명백한 선거 부정행위다. 대리 투표는 민의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면 금권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불법 선거와 부정행위를 통해 단체장이 되면 제대로 행정을 펼칠 수 있겠는가. 앞서 민주당 시장·군수 후보 경선을 앞두고 선거 브로커의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변경을 통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에는 노인 휴대전화 수거를 통해 여론조사에 대비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는 만큼 민주당과 사법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더는 위법 탈법 행위가 선거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휴대전화 여론조사에 따른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는 데다 폐단도 크기 때문에 민주당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대책도 세워야 한다. 민주당이 어물쩍 봉합하고 넘어가면 부정 경선, 금권 선거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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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02 16:16

천식 극복, 누구에게나 봄을 누릴 권리가 있다

꽃이 피는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들은 계절을 만끽하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그런데 봄이 괴로운 사람도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콜록’대는 사람들이다. 봄철 천식은 유독 강하다. 특히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기침으로도 힘들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한다. 천식이란 알레르기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이 차고 기침이 나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사실상 한번 발생하면 평생 동반되는 질병이다. 세계천식기구에서는 천식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을 ‘세계 천식의 날’로 지정했다. 천식은 세계적으로 3억5,820만명 이상의 환자(‘15년 기준)가 있으며, 오는 2025년에는 4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15년 세계 질병 부담 연구)된다. 또 2017년 OECD 보건의료성과에 따르면 국내 천식 환자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1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인의 만성질환 질병 중 천식이 1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아(0~9세)에서는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질병 부담이 높은 질환이다. 천식은 잦은 재발과 증상 악화로, 입원치료의 반복과 의료비 부담 등 국민들의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제약을 가하며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에 비해 의료비용과 노동 생산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알레르기협회 자료에 따르면 천식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비롯해 결석·조퇴 등과 관련된 생산성 손실비용을 의미하는 간접 비용은 1조864억원에 이르며, 전 세계적으로 천식 의료비용은 후천성면역결핍증과 결핵 의료비용을 합친 것과 비슷해 선진국 전체 보건 예산의 1~2%에 해당된다. 천식은 소아기 때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되면 성인기 질환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알레르기질환의 진행 과정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노인인구 증가와 현대인의 생활환경 및 면역체계 변화 등으로 증가 추세인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천식·아토피질환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추진 중에 있다. 또 많은 기관에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천식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학교 중심의 격리 관리 계획이다. 전북도에서도 유치원·어린이집, 초·중·고 52개 학교에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하며, 아토피 환아 및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안심학교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예방교육과 건강강좌를 연중 실시해 도민들의 만족도를 지금보다 높일 계획이다. 천식을 완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천식 환자들이 스스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보다 숨쉬기 편한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천식 환자들이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우리도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을 꾸준히 마련해 나갈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 천식 환자들이 꽃가루와 미세먼지를 불편해하지 않는 ‘온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영석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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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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