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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에 ‘기레기’라고 쓰면 처벌받나요?

의뢰인은 시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다. 어느 날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화가 났다. 의뢰인은 포털 사이트에 ‘기레기’라고 댓글을 달았다. 의뢰인은 기자에게 고소당했다며, 이 경우 어떻게 되는지 물어왔다. 2021년 3월 대법원 판결을 각색했다. 흔히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댓글을 달았을 때,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다면 범죄이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 명예훼손, 구체적 사실이 아닌 경멸감을 표현한 경우 모욕이다. 간단하게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기자가 돈을 받았다.’, ‘기자는 전과자다’라고 쓴다면 구체적 사실이 적시된 명예훼손이고, ‘기자가 기레기다’라고 했다면 사실의 적시가 없기에 모욕이다. 쉽게 말해 모욕죄는 욕을 하지 말라는 거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기자를 낮춰 부르며 맘에 안 드는 기자에게 쓰는 말이다. 즉, 기레기는 욕이고, 이를 댓글에 쓴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에 모욕적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 논리구조는 모욕적 표현을 썼다면 범죄이다. 하지만 타당성 있는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판단을 밝히고, 그 판단의 타당함을 밝히기 위해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이 사용된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 안전성 논란을 옹호하는 기사에 대해 안전성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취지에서 댓글을 작성한 것이고, 이러한 논란에 대한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기레기’란 단어가 비교적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흔히 ‘기레기’란 댓글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사의 제목만 봤다면, 써도 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을 썼다면 범죄이다. 그 범죄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댓글’ 가급적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조심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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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5

‘기린원(麒麟苑)’과 ‘전주동물원’의 사이에서

1978년 6월 10일에 개원한 전주동물원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희귀동물,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각종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등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개원 당시, 한옥형태를 갖춘 정문에 건 ‘기린원(麒麟苑)’ 현판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중후한 필치로 쓴 명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현판은 사라지고 한글로 새긴 ‘전주동물원’이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일부 시민이 ‘기린도 없는데 간판은 왜 기린원이냐’라는 지적을 했고, 기린을 들여온 후에는 “동물원에 기린만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기린원이냐?”라고 물었으며, 혹자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쓴 간판이니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결국 한자 현판 ‘麒麟苑’을 내리고 ‘전주동물원’이라는 한글 간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간판(看板:보는 판)’은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서 상가의 영업내용을 알리기 위해 써 거는 판을 말한다. 간판이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 시장에는 간판이라는 게 따로 없고 ‘약(藥)’, ‘주(酒)’ 등 파는 물건 이름을 벽에 써 붙이거나 깃발에 써서 거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장에 벌여놓은 물건 자체가 간판 역할을 했기에 굳이 간판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현판문화가 발달했다. ‘현판(懸板“달아 놓는 판)’은 집의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써서 건 것으로서 건축의 한 양식이었다. 현판을 걸어야만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된 것으로 여겼다. 경복궁의 정문에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의미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라는 말에서 ‘光’과 ‘化’ 두 글자를 따서 ‘광화문’이라는 현판을 걸었고,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집에는 ‘믿음을 펼친다(普信)’라는 의미를 담아 ‘보신각(普信閣)’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궁궐이나 사우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깊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고 현판을 제작하여 걸었다. 전주 동물원도 건축양식의 완성과 함께 깊은 의미를 담기 위해 ‘기린원’이라는 현판을 건 것이다. 현판 ‘기린원’의 기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이 긴 동물 즉 쥐라프(giraffe)라고 부르는 그 기린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 말하는 기린은 상상의 동물로서 수컷은 기(麒), 암컷은 린(麟)이라고 한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의 발굽과 갈기가 있으며 린(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있고 기(麒)는 뿔이 없다고 한다. 쥐라프를 기린으로 명명한 것은 중국 명나라 때 아프리카로부터 쥐라프를 들여온 이후의 일이다. 전설상의 기린은 덕이 높은 성인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前兆:조짐)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도 기린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데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은 건국의 대업을 완성한 후 기린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기린원’은 덕망 높은 지도자가 나올 조짐을 전주에서 기린이 나타나 온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우리는 한자를 도외시함으로써 참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깊은 의미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전주동물원에 다시 ‘기린원’ 현판이 내걸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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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3

곡물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최근 세계 곡물 가격이 큰 변동 폭을 보이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원유, 비료 등 국제원자재 가격과 동조화되며, 생산과 소비 등의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IMF는 물가충격을 경고하면서, 식량과 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이 더욱 압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곡물 가격의 변동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곡물생산의 지역 편중성, 교역의 특수성, 독점적 곡물시장 구조 등 구조적 요인이 곡물 수급불안을 상시 야기하고 가격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곡물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 식량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곡물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1,717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번째 곡물수입국으로,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여기서 쌀을 제외할 경우 3.2%에 그친다. 특히, 밀 0.5%, 옥수수 0.7%, 콩 7.5%의 자급률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가별 식량안보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2021년 32위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 해외농업개발과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등 식량안보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목표 자급률을 2008년부터 5년 마다 설정하고 있으나, 매번 하향 조정 하고 있다. 2022년 곡물자급률 목표치 27.3%는 당초 2013년에 32.0%로 설정하였으나, 2018년에 다시 △4.7%p 하향 수정하였다. 2008년 세계 곡물 가격파동 이후 해외 식량조달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답보 내지 중단 상태로 2018년 기준 국내 누적 반입물량은 3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법적 구속력과 국가재정의 뒷받침 부족에 기인한다. 세계 곡물 가격파동의 주기적 순환구조와 주식인 쌀 자급의 착시 현상으로 인한 낙관적 인식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세계 곡물가격 변동성 심화는 식량 대외의존도가 큰 국가일수록 물가불안은 물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금번 곡물파동은 세계 각국이 자국 식량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이른바 ‘식량무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위기가 현실이 되기 전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 식량문제를 국가안보로 인식하고 식량안보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기초식량의 안정은 사회 안정성 유지의 기본조건이며, 적정 식량재고와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 유지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식량안보 강화,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먹거리 접근성 보장 등을 위한 정부의 ‘국가식량계획’의 실효적 추진으로 식량위기 대응을 위한 국내 식량자급능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셋째,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우량농지를 보전하여 농지 이용율을 제고하고, 논·밭 활용 다양화로 쌀 자급기반은 유지하되, 기초식량 생산 장려를 위한 직접지불제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료곡물의 안정적 국내 반입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국가는 농업생산의 기초 보존, 식량 생산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 농업 및 식품사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식량자원의 낭비 방지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으로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나가야 한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불안한 미래에 맞서 탄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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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1

선거 통해 바라 본 하반기 전북지역 부동산시장

이번 대통령선거의 결과가 부동산 정책과 각종 관련 사건에 따른 영향으로 당락이 전적으로 결정되었다는 평가에는 동의 못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최대 이슈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도 클린턴은 압도적 우세였던 아버지 부시를 상대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구호로 당선됐다. 그리고 이재명후보의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에 따른 인허가 과정과 윤석렬 당선인 처가의 부동산 차명투기 후폭풍으로 인한 블랙홀이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고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판치는 ‘부동산 게이트’ 대선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처럼 선거에서 경제분야 부동산 정책과 그 결과는 지난 대통령선거부터 6월1일 예정된 지방선거에까지 선거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북지역은 올해 하반기에 부동산 광풍이 거세게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단체창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200층 타워, 50층 디지털 플랫폼 지원센터, 새만금특별자치도와 제2혁신도시 건설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 가격 상승의 요인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철근 및 레미콘등 건설 원자잿값이 폭등했고 이에 따른 분양가상한제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 그리고 ‘표준형건축비’는 임대아파트에 반영되는데 건교부가 비정기적인 사유로 인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작년 대비 평당 공사비가 약 30%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전주시를 비롯한 타 시군도 분양가 상승 규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고 새롭게 취임하는 단체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행사와 시공사들도 분양가, 공사비를 올려 받기 위해 아파트 공급계획을 정부의 ‘기본형건축비’ 인상이 예상되는 하반기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공약과 정책기조를 살펴 보면 6월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와 기획재정부는 새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한시적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부동산시장에 실수요자인 서민들에게 긍정적 시그널 보다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새 정부와 민선단체장 취임 초기에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민심을 얻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출발한다. 이렇게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개발 호재와 새로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면서 전북지역의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때 보다 역동적이면서 실수요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익산참여연대가 시민을 대상으로 고분양가 근절을 위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강력한 분양가 통제가 필요하다는 대다수 시민들의 답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명한 나무D&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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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26

지방선거, 청년층 관심·참여 이끌어야

6·1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마무리되면서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더 선거에서 멀어지고 있다. 정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열기가 달아올랐지만 그 뿐이었다. 일당독주 체제인 전북에서는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선거구도가 더 단단하게 굳어졌고, 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지방선거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정당 공천을 받은 지방의원 후보 상당수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단체장 후보 이름조차 잘 모르는 유권자가 부지기수이고,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특히 청년층의 무관심이 심각하다. 일당 독주체제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진정성 없는 공약과 유명무실한 청년정책은 실망과 무관심만 키웠다.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거리낌없이 밝히는 청년도 적지 않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층의 지방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 그리고 불신풍조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선 지역정치권과 후보들이 청년층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역소멸 위기의 해법을 청년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한 청년정책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또 청년들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청년 유권자의 선거 무관심이 후보들의 청년정책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하지만 그 꽃을 제대로 피우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한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은 앞으로 4년 동안의 지역살림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말이다. 6·1 지방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발전 청사진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지역의 참 일꾼이 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성숙한 유권자의식을 기대한다. 아울러 지역 정치권과 후보들도 차갑게 돌아선 청년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정책 발굴에 더 힘써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6 11:26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 운영 적극 검토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도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관광경찰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관광경찰은 경찰청과 문체부가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를 막아 ‘안전한 관광한국’을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 지난 2013년 출범했다. 관광경찰은 현재 서울과 부산, 인천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주요 관광지에서 관광객 보호와 범죄 예방, 불법행위 단속, 관광 안내 등 다양한 관광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에서도 지난 2017년 7월 전주시와 협의를 거쳐 한해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의 이미지 제고와 치안서비스 향상을 위해 관광경찰대를 창설해 운영했다. 그러나 잇따라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지 못하면서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대는 만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낯내기식 행정으로 치안력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결원 충원을 위해 외국어를 잘하는 경찰관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직원이 없었다’는 게 운영 중단의 이유였다. 전북의 대표 관광지로 한해 방문객 1000만명을 훌쩍 넘겼던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2018년부터 방문객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상가상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전주가 글로벌 관광거점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심장부인 한옥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침체에 빠진 전주 한옥마을을 다시 국내외 관광객이 북적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세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략으로 전주 한옥마을 관광경찰대 운영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관광 심장부인 한옥마을은 외국인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위드코로나 시대, 다시 활짝 열리게 될 글로벌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활동할 관광경찰대를 재창설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전북경찰청과 전주시가 협력해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인 운영방안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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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5 19:11

전북 독자권역화 정책 반영 정치권 나서라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전국 5개 메가시티 구상에서 제외돼 전북·제주와 함께 강소권 메가시티를 요구했던 강원도가 특별자치도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국을 5개 광역경제권과 2개 특별자치도로 육성하는 5+2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모색되면서 독자권역화를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원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원도의회는 새 정부 출범일인 지난 10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대통령실과 국회,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에 송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미 발의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관련 법안을 심사하면서 강원도의회의 의견 제출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특별자치도 입법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에는 현재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환동해경제자유특구 지정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로 행안위는 이들 2개 법안을 병합 심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의원과 도의회까지 나서는 등 강원도 정치권의 의견이 결집된 상태여서 강원특별자치도 법안은 행안위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7월 초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원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안호영 국회의원이 지난달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새만금 경제자유특별지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지만 법안 논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것과 달리 전북의 독자권역화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4일 전북을 찾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전북 독자권역 설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광역경제권 설정에 대해 더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여론이 제대로 반영될 지 의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 국회의원과 도의회 등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지방선거에 함몰돼 미래 전북 발전을 위한 큰 구상이 소홀히 다뤄져선 안된다. 전북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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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5 19:10

바꿔야 할 정치적 토양

상당수 도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반기지 않은 눈치다. 그 이유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한테 83%라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도 석패한 탓이 크다. 도민들은 이 후보 한테 80% 이상만 주면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못한 깜깜이 선거기간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마지막으로 표 결집을 가져왔지만 0.73% 차이로 분누를 삼켜야만 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서 투표한 결과가 이렇게 박빙으로 승부가 갈리자 지금도 멍하니 멘붕 상태에 빠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 전임 대통령과 달리 청와대가 아닌 용산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국정을 이끌어 갈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 인사들이 속속 발표 되고 있다. 전북 출신으로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었던 장상윤씨가 교육부 차관으로 유제철 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이 환경부 차관으로 발탁되었다. 전북이 MB정권 때는 장차관이 없어 무장관 무차관 시대를 맞았지만 이번 윤석열정권 때는 구색을 맞춰준 것 같다. 정권 출범 때 어떻게 진용을 갖춰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역대정권마다 지역차별 없이 인사탕평 내지는 고르게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말들을 서슴없이 해왔다. 하지만 승자독식주의라서 말처럼 그런 균형 잡힌 인사는 거의 없었다. 우선 자기 사람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표를 많이 준 지역 출신들을 많이 등용했다. 인수위 때부터 서오남이란 말이 회자 되었듯 서울대 출신으로 50대 남성들이 장차관 등 요직에 많이 기용됐다. 전북에서 보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14.4%를 얻은 것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호남권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렇지만 전북 출신들이 인사에서 거의 비껴갔다. 표도 많이 주지 않은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유난히 강조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대를 가졌다. 물론 이번 인사가 다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인사기회 때는 전북 출신을 어느정도 기용해 달라는 뜻이다. 인재등용은 대개 선거결과에 따른 논공행상이 하나의 원칙이나 다름 없다. 사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비례대표이지만 이번 대선기간 동안 호남권에서 죽어라고 선거운동을 했다. 문재인 전 정권 때도 전북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그 만큼 열심히 뛴 의원이 없다. 10년 전 정의원이 전주에 내려온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MB정권 때 광우병 파동으로 장관직을 물러나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오늘날 자랑스러운 5.18광주인상을 보수정당 출신으로 최초로 받게 되었다. 도민들도 집권세력이 전북을 소외시켰다고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경쟁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먼저 정치적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북에서도 국민의힘 출신을 선출직으로 뽑아줘야 한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 일당구조 위주로 갔다가는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집권당 국힘 후보 한테도 어느 정도의 표를 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5.15 19:09

잊지 못할 나의 스승님

누구에게나 평생을 통해 잊지 못할 스승님이 한두 분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런 은사님이 국민학교 5․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옥구 출신으로 군산사범학교를 나와 초임 발령을 받아 벽지인 우리 고장으로 오신 총각선생님이셨다. 그 당시는 교통이 안 좋은 때라서 군산에서 우리가 사는 곳(고창 해리)까지 오려면 거의 하루가 다 걸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눈동자가 예리하신 선생님이셨다. 내가 5학년 2학기 때부터 6학년 졸업 할 때까지 우리 반 담임을 하셨는데 참으로 열성적인 선생님이셨다. 그 당시는 중학교도 입시를 치르고 들어가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6학년 담임은 입시 성적에 따라 평가 되곤 했다. 그 시절엔 중학 입시를 위해 초등학교도 과외수업을 했다. 6학년은 6교시 정규 수업이 끝나면 매일 두 시간씩 과외수업을 하고 하교를 했다. 이른 봄이나 겨울철이면 해가 서산에 넘어가 어둑어둑할 때 집에 돌아오곤 했다. 초등학교는 담임이 혼자서 중간에 빈 시간도 없이 하루면 정규시간 여섯 시간에다 과외수업 두 시간 모두 여덟 시간을 매일같이 하셨으니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셨을까? 요즘 중․고교 교사들은 하루 보통 서너 시간밖에 않는다. 그래도 힘들다고 한다. 어느 날인가 녹음이 우거지고 제법 덥기 시작해지는 초여름쯤이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한참 열을 올려 열심히 수업을 하시다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코를 움켜잡고 계셨다. 수업하시던 책을 교탁에 놓으시더니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칠판 옆에 있는 세수대에 가서 홀로 코피를 씻으시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철없는 우리들은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닦아드릴 줄도 몰랐다. 이렇게 열심히 헌신적으로 우리를 가르치셨기 때문에 당시 우리 반의 입시 성적은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냈다. 워낙 시골의 궁벽하고 조그마한 벽지 학교였기에 우리 학교에선 당시 전북 최고 일류학교였던 ‘전주 북중’을 십년에 한명 정도 들어갈 둥 말 둥 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만 두 명이나 들어갔다. 그래서 면내에 경사가 나다시피 했다. 우리 선생님은 당연히 영웅시 되었다. 나는 공부는 잘 했지만 가정이 워낙 가난하여 고향에 있는 시골 중학교를 수석으로 들어갔다. 점수를 따져보니 이 중학교를 들어간 학생 중에서도 3등까지는 북중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다. 당연히 우리의 담임 ‘문현식’ 선생님의 공이었다. 내가 선생님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비단 선생님의 이러한 공로 때문만이 아니다. 나와 같은 마을에 아주 친한 친구 ‘이기주’라는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그 집에선 아들을 전주 북중에 보내기 위해 6학년 초부터 담임선생님을 가정교사로 모셔왔다. 난 이 집에서 5학년 때부터 이 친구와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공부를 해왔던 터라 선생님 밑에서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일생을 통해 내가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때는 바로 이 6학년 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기에 아마 선생님은 숙식만 친구 집에서 해결하시고 무보수로 우리를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어느 누가 이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이 선생님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난 지금은 이 선생님의 행방과 생존 여부를 모른다. 지금 살아 계신다면 팔순이 넘으셨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선생님 죄송하고 한없이 그립습니다! /이남규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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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3:55

지방시대, 새만금을 전북의 성장거점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새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이다.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희망의 지방시대를 모토로,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혁신성장의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새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역균형발전 비전의 주요 실천과제로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선언했다. 또한, 6월 1일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 지역의 후보들도 새만금 관련 많은 공약을 제시하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새만금을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축으로 삼아 전북의 성공시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새 정부와 전북도민의 기대와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기대와 희망을 새만금에서 실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국가 예산 확보와 이해관계 조정, 지역사회 동의 등 어려운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소통하고 힘을 모아야 이뤄낼 수 있는 일이다. 새만금 사업이 갖는 공공의 목적과 추진 의지를 담아 새만금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소아를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임기 5년은 새만금이 재도약하는 전환기로 삼아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사업의 78%를 완성할 계획이다. 공항‧항만‧철도 등 핵심 기반시설과 주요 프로젝트가 대부분 이 시기에 추진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5년은 실질적으로 새만금개발의 문을 활짝 여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대통령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임기 내 새만금개발 사업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모이는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기회를 십 분 활용해 새만금개발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한다. 정권교체기와 지방선거 등으로 새로운 정책이 자리 잡는 동안 새만금 사업 공약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우선, 전북 지역의 핵심 공약인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입주기업에 세제 혜택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학교와 대형 의료기관 유치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스마트 수변도시와 스마트그린 산단을 빠르게 조성하고 투자유치 공모사업인 테마마을, 해양레저단지, 첨단복합단지 등을 구축하며,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잼버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새만금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도로 준공, 항만‧공항 등 기반시설 구축과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새만금개발을 앞당겨야 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마음가짐으로 새만금을 대한민국 지역균형발전의 성공모델이자 전북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자. 새만금이 갖는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해 도전적이고 전향적인 목표를 세워나감으로써, 미래 성장거점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북도민께서 모든 역량을 함께 펼쳐주시길 바란다.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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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0:05

어른이 되어가는 중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면 연락처 목록을 뒤적인다. 평소 문자보다 전화를 좋아하는 탓에 시간과 시간 사이에 틈이 생기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곤 한다. 그렇게 3분도 안 되는 짧은 통화를 하곤 다시 일상에 집중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꽤나 고요함을 즐긴다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허세는 거짓말이었나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전화를 걸기 위해 연락처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 일하려나?’, ‘지금 수업중이려나?’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채워지면서 음악 어플로 손이 향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생각없이 눌렀을 번호들이었지만 갑자기 망설여졌다. 어릴 적 미디어에서만 본 현대인의 거짓말 1위 “언제 밥 한번 먹자.”유형이 내 현실에도 등장한 것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가는 전화번호 속 정작 마음 놓고 전화 걸 사람들이 줄어가는 게 느껴진다. 딱히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 같은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가 된 짝꿍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붙어있다가 보니 저절로 ‘제일 친한’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우린 서로 술이 먹고 싶거나, 가고 싶은 카페가 있거나, 심심할 때 바로바로 서로에게 전화해 불러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다 다른 대학에 입학한 후 각자 일이 생기고, 애인이 생기고, 다른 친구들을 챙기다 보니 저절로 만남의 빈도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화를 끊으며 나누었던 “내일 봐.”는“나중에 한번 보자.”로 바뀌었고, 쓸데없는 대화로 시끄러웠던 내 핸드폰도 점점 조용해졌다. 우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뒤로 서로의 학업, 취업 등으로 인해 나와 친구들 사이에 희미한 벽이 생긴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심심하니까 전화를 걸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화가 가능한 상황인지를 묻는 문자를 먼저 보내게 되었고, “지금 내가 속이 상하니 나와.”가 아닌 “몇월 며칠 몇 시가 괜찮아?”를 물어보게 된다. 처음엔 친구와 만나지 않는 삶이 상상되지도 않았지만 지금 친구가 빠진 내 일상은 너무나도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방안이 성적뿐이던 고등학생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사회인으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과 해야 할 일들이 태산이다. 그렇게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 소홀해질 것이고 서로에게 ‘제일 친한’ 사람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희미한 존재가 되어가고, 서운한 감정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연락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끊어진 인연을 먼저 이어 붙일 용기가 없다. 만약 이 사람이 내 연락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인사 뒤엔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거지? 라는 고민이 먼저 들고 내 순수한 안부 인사가 다른 꿍꿍이로 보일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 혼자 잘 지내겠거니. 그러려니. 하며 단정 짓고 포기해 버린다. 아직 부모님 손을 잡고 걷는게 좋고, 언니들의 챙김을 받는게 당연한 ‘우리집 막둥이’인 나는 버스를 탈때 성인 요금은 지불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서 나 자신을 어른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넘쳐나는 전화번호 속 가벼운 안부를 물어보기 어려운 관계가 늘어갈수록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노래나 들어야겠다. /전현아 전북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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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5 10:01

전북경진원 생생장터 지역업체 외면해서야

전북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이 생생장터 운영을 위한 외부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지역 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활성화를 도모하려면 다양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한 육성책이 필요함에도 타지역 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전북경제통상원의 설립 목적과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특산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인 ‘전북 생생장터’를 운영 중이다. 전북 생생장터 운영 위탁을 받은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은 외부 용역업체 선정을 통해 판매관리 등 운영 전반을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위탁업체 선정 때 최저가격을 입찰한 업체 순으로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다 보니 자본력과 규모를 갖춘 타 지역업체가 전북 생생장터 운영을 도맡고 있다. 현재 위탁 운영업체도 대전 소재 쇼핑몰 전문 컨설팅회사가 맡고 있으며 충분한 인력과 자본력을 갖춘 이 업체는 전남지역 온라인 쇼핑몰도 함께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탁 운영업체 선정 방식으로 인해 전북 생생장터는 지금까지 서울 등 타 지역업체가 맡아왔고 전북 지역 업체가 수주한 것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전북생생장터 운영비는 연간 1억 1000여만 원으로 용역 규모로는 적은 편은 아니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로 운영되는 전북 생생장터는 판매실적 등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지역 농·특산물을 알리고 판매 실적을 올려 생산농가에 수익을 안겨줘야 한다. 외지의 큰 업체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실력이 축적돼 전북 생생장터 운영에 유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타 지역업체가 전북 생생장터 운영을 도맡게 되면 지역업체는 자연 고사할 수밖에 없고 전북지역의 인터넷 쇼핑몰 운영기반은 붕괴할 게 뻔하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은 지역에 있는 인터넷 쇼핑몰 위탁 운영업체도 전북 기업인 만큼 가산점이나 입찰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들 업체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전북 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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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12 19:09

도시의 지도

“전주는 엘도라도(El Dorado)예요. 아직 금을 캐내지 않은 금광의 상태. 그런데 엘도라도로 가는 지도가 없는 것 같아요. 지도가 없다 보니 자기 발밑에 금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찾고 있는 거죠.” 10여 년 전, 전주의 출판문화를 연구했던 글씨미디어 홍동원 대표가 들려준 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문자와 언어를 연구하며 디자인의 영역을 개척해온 그가 도시를 보는 관점은 특별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이 있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도시의 지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시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그는 “그 도시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을 잘 읽어내면 그것이 바로 지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 도시가 갖고 있는 것, 도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자는 것, 그것이 곧 그가 말하는 도시의 지도 만들기였다. 돌아보면 국가와 도시의 미래를 열었던 ‘지도’들이 적지 않다. 프랑스가 2만 달러 시대를 맞았던 시기,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했던 <그랑프로제(Grands Projets)>도 그중 하나다. 도시연구자 강동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테랑의 <그랑프로제>는 20세기 말, 정치 경제 예술 전반에 걸쳐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고 있던 프랑스의 힘을 되살려낸 '파리의 도시문화혁신프로젝트’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오르세미술관, 라빌레트 과학산업관과 공원, 라데팡스 상업지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국립도서관 등 오늘날 파리의 랜드마크가 된 공간들이 모두 <그랑 프로제>의 결실이다. 관심을 끄는 이 공간들의 특성이 있다. 모두 ‘낡아 쇠퇴하거나 버려졌던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문을 닫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폐쇄된 도살장을 과학과 책 읽는 공원으로 바꾸었으며 낙후지역에는 국립도서관을 유치하고 프랑스혁명의 역사적 장소였던 바스티유 광장에 오페라극장을 건설한 <그랑프로제>. 들여다보면 파리의 역사와 전통을 잘 읽어내 만들어낸 훌륭한 ‘도시의 지도’였다. 이 ‘도시의 지도’로 파리는 쇠퇴의 위기에서 날아올랐다. 강교수의 분석처럼 ‘싹쓸이 밀어내기식 도시계획이 아니라 공간 치유에 두터운 문화를 중첩시킨 혁신의 개념’으로 ‘파리의 역사와 현대미학을 조화시키고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문화중심의 도시 쇄신’을 추진한 성과다. 십수 년 전의 ‘도시의 지도’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자치단체장 출마 후보들의 공약을 마주하면서다. 아쉽게도 도시를 새롭게 이끌겠다는 후보들의 야심찬(?) 공약에는 하나같이 도시의 역사를 읽어낸 힘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와 현재, 미래가 호흡하는 ‘도시의 지도’를 가진 리더를 만났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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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5.12 14:58

경쟁 없는 지역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6월 1일 지방선거 민주당 공천 경쟁이 마무리되었다. 수는 적지만 국민의힘, 정의당. 민중당 공천도 이루어졌다. 오늘로 후보 등록도 완료된다. 지역에서 독점적, 배타적 지위를 누려온 민주당은 공천이 곧 당선의 공식이 대부분 적용되기에 불공정과 부조리, 불법과 편법, 탈법이 난무한 사생결단의 공천 경쟁이었다.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은 더 이상 우리 지역이 경쟁 없는 민주당 독점구조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전주시장 이중선 예비후보의 양심선언과 기자회견, 일부 녹취록 공개로 선거 브로커들의 실체가 낱낱이 폭로되어 경선 때마다 회자되었던 여론조작, 동원과 대납 당원의 권리당원을 무기로 해서 후보 캠프에 결합하여 행하는 각종 거래 행각이 드러나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핸드폰 요금 청구지 변경을 통한 유령 당원 모집의 실체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핸드폰 수거를 통한 대리투표 의혹도 불거졌다. 여론조사 조작과 권리당원 이중투표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경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행태와 수법이 거의 망라되고 실체가 드러나며 폭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말이 공천 심사와 재심이지 들러리이고 당내 유력 인사와 지역위원장인 의원들의 의도에 따라 공천의 기준과 적용이 춤을 추며 최소한의 형평성과 상식마저도 외면한 공천이 난무했다. 유권자인 도민은 매일 수십 통씩 날아오는 여론조사 응대 부탁 음성과 문자 폭탄 앞에서 변별력은커녕 인내심을 시험당해야 했다. 정책과 공약은 뒷전이고 공염불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당 도당이 나서 누구나 알고 있는 왜곡된 경선 방식을 개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외면하며 도리어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권리당원 경선은 폐지되거나 비율을 낮춰 경선 브로커들이 설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해야 했다. 당 공헌도 포상. 정치신인. 청년. 여성의 가점. 의정 평가 등과 과거 경력과 활동에 대한 심사 기준의 개선을 통해 패자도 결과에 수긍하고 인정하며 유권자인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경쟁하는 상대가 없다 보니 공정성과 형평성 상실과 숱한 문제 노출에 대해 엉뚱한 해명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북은 민주당 독점구조가 수십 년 동안 자리 잡고 민심과 괴리된 무능한 입지자들이 공천을 받고 당선되어 행세하는 동안 낙후가 심화되어 활력을 잃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등졌다.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전국에서 꼴찌여도 오직 독점적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 있을 뿐이었다. 이들과 경쟁하는 여타 정당은 몇몇의 후보내기에도 힘겨울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져 비례후보로 구색 맞추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신 있는 소수를 제외한 무소속 후보들은 부패와 비리, 음주운전을 비롯한 각종 비위 전력자로 컷오프 되거나 충성도 저평가, 미래 정적으로 몰려 공천 배제 되고 탈당한 사람들이다. 경선 불복의 멍에를 안고 묻지 마 민주당 분위기에서 몇 배의 험난한 선거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완주. 장수. 순창. 남원. 정읍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창. 임실. 무주는 현역 단체장이 처음부터 무소속인 경우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주목되는 지역이다. 전북지역은 민주당과 실질적인 승부를 볼 수 있는 대안 정당이 절실히 필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변화와 혁신은 경쟁해야 가능하다. 보편성과 대중성을 가진 대안 정당의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역 정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올곧게 지역을 위해 헌신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선도할 지역 정당의 설립만이 유일한 답이다는 것을 되새기는 요즈음이다. 전북 정치의 경쟁 구조 창출로 유권자인 도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전북 정치 최대의 과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하는 지방선거 상황이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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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2 14:25

병력동원소집 지정과 보류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병력동원소집이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대편성이나 군사작전에 필요한 병력을 적기에 충원하기 위하여 실시합니다. 병력동원소집 대상은 예비역, 군사교육을 마친 보충역과 법률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이 되며 계급, 병과, 군사특기, 거주지 등을 고려하여 최근 전역(간부 6년차, 병 4년차 이내)한 사람을 우선 동원지정합니다. 지방병무청에서는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여 평시에 입영부대별로 소집대상자를 지정하여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교부하고 있습니다. 병력동원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은 동원령이 선포되면 통지서에 기재된 일시 및 장소로 입영하여야 하고, 병력동원소집통지서는 동원지정이 해제될 때까지 보관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동원소집 대상자 중 국가운영에 꼭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사정 상 예비군훈련을 받기 어려운 상황 또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병력동원소집지정을 보류하고 있으며, 보류대상에는 ‘법규보류자’, ‘동원부적격자’ 등이 있습니다. 먼저 ‘법규보류자’는 국회의원, 국외에서 365일 이상 여행 중이거나 체류 중인 사람, 경찰관, 교도관, 소방관, 군부대에 근무하는 군무원, 주한 외국군부대에 근무하는 종업원, 항로표지 담당공무원, 항공기정비사, 항공교통관제사 및 항공무선표지소에 근무하는 사람 등이 있습니다. 단, 법규보류자라도 동원소요 충원에 지장이 있는 계급, 병과, 특기 소지자에 대해서는 동원지정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동원 부적격자’에는 사정상 동원이 불가능한 직권말소자, 거주불명등록자, 실종자, 수감자, 이민자, 질병사유 민방위편성제외자 등이 있습니다. 만약 보류대상에 해당되어 동원지정 보류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소속 예비군 부대에 보류신고를 해야 하며, 면직·퇴직 등으로 그 보류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해소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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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2 14:20

실뜨기 하던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어렸을 때 시골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겨 했다. 실이나 노끈의 양쪽 끝을 연결한 실테를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번갈아가면서 손가락으로 걸어 떠서 여러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이 놀이는 심심함을 잊기에 좋았다. 누가 실뜨기 놀이를 고안해냈는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이들은 그 즐거움에 빠져 보냈다. 간혹 어른들의 꾸지람도 없지 않았지만 누이들은 한나절을 찐 고구마를 먹고 까르륵거리며 실뜨기 놀이에 열중했다. 실뜨기 놀이는 나바호족, 에스키모,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 원주민이 만든 놀이 중 하나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A.C. 해던(1855~1940)은 뉴기니 섬이나 보르네오 섬 등지에서 줄을 갖고 갖가지 동물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의 딸 캐슬린 해던 리시베스(1888~1961)도 이 인류학적 놀이를 연구하면서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을 만난다. 원주민들과 말은 달라도 서로 같은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을 때 흥분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놀이는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해 필리핀, 보르네오 등지에도 성행했다. 실뜨기 놀이는 유럽에도 전해졌지만 문명국가에서는 그 맥이 이어지지 못한 채 끊겼다. 1960년대 한국 농민들은 가난으로 허덕였다. 어른들이 오늘의 버거운 삶과 암담한 내일에 진절머리를 칠 때도 누이들은 실뜨기 놀이를 즐겼다. 어느 사이에 동백이나 모란보다 더 화사한 누이들이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의 형과 삼촌들이 '청룡부대'나 '백호부대'에 뽑혀 베트남에 파병되고, 누이들은 구로공단에서 가발이나 인형을 만들거나 '금성사 라디오'나 '대한전선 텔레비전' 부품 조립 라인에서 일했다. 구로공단과 달동네가 있던 시절, 우리는 채변 봉투를 갖고 등교하고, 교실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웠다.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나훈아의 '고향역', 남진의 '님과 함께' 같은 대중가요가 대유행을 했다. 공단 쪽방에 살던 누이들은 낮엔 '산업 역군'으로 일하고, 밤엔 산업체 부설 고등학교를 다녔다. 산업화 시대와 계엄과 위수령의 시대를 지나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어느덧 구로공단이 디지털 산업단지로 바뀌고, 나라 살림 규모는 예전과 견줘 몇 백배나 더 커졌다.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들어서며 생산 강제와 성과 강제에 포박된 채로 각자는 고립 속에서 자기 생산에 몰두한다. 재벌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전통시장은 거대 쇼핑몰로 탈바꿈하며,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계층 간 소득불균형의 골은 깊어졌다. 가난은 고착되고, 현실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공장형 양계장에서 닭들이 24시간 알을 낳는 동안 젊은이들은 계층 간 이동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 절망하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친다. 돌이켜보면 누이들과 실뜨기를 하던 시절은 좋은 시절이었다. 그 한가롭고 즐거웠던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공장에서 가발이나 만들던 누이들은 이젠 할머니가 되었다. 시골에는 실뜨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없다. 그저 빈집을 지키며 허공을 향해 짖는 개와 경로당을 찾는 노인 몇몇만 남았을 뿐이다.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그치고, 마을 공동체가 소멸하는 동안 삶의 질은 얼마나 더 높아졌고,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졌을까? 누이들이 그 특유의 화사함과 명랑함을 잊은 채 노동 현장에서 '여공'으로 산 세월은 '유효한 역사'일 텐데, 우리는 그 '유효한 역사'를 기억에서 밀어내느라 분주하다. 그 망각은 더 높은 윤리 지표 위에 삶을 세우는 일의 태만에서 나타나는 삶의 실패이자 유죄의 증거일 테다. 우리가 놀이 능력을 잃고, 삶의 방향성도 잃은 채 갈팡질팡 하며 나아가는 사이 실뜨기 하던 소녀들은 다 사라졌다. 그 소녀들 중 하나라도 어렵게 생계를 잇다가 고독사를 맞는다면, 이 불행의 책임은 마땅히 우리의 몫이라야 한다. /장석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12 14:18

고유가 시대, ‘가짜 석유’ 유통 뿌리 뽑아라

고유가 시대, 불법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석유제품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식별제를 도입하고 가짜석유 신고포상금 제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지만 가짜석유 불법거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피해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가짜석유를 만들어 불법 유통하거나 양을 속여 판매하는 양심불량 업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최근에도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한 뒤 계량기를 조작해 정량을 속여 판 업자들이 속속 단속망에 걸려들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불안정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가짜석유 유통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진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국석유관리원과 협력해 주유소 합동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불법 석유제품 유통을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가짜석유는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자동차 고장의 원인이 돼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법규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가짜석유를 판매하거나 정량을 속여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한 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면 불법 석유제품 유통 근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경고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유소의 불법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품질부적합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관계기관의 협력을 통한 신속한 고발 조치와 법규위반 정보 공개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판매업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가짜석유 유통 근절 캠페인과 품질인증 주유소 확대 등의 대책도 적극 시행해야 할 것이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불법 석유제품까지 판을 쳐 소비자들이 이중고를 겪는 악순환을 이제는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힘겹게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서민들이 불법 석유제품으로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당국의 철저한 대책과 강도 높은 점검·단속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2 11:55

빛바랜 혁신 공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 혁신 공천 개혁 공천을 표방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빛바랜 공천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전주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거진 선거 브로커 파문은 결국 경찰 수사로 이어져 사법 당국에서 사실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 선거 브로커들이 휴대전화 착신지 전환 등을 통해 여론조사에 개입해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맘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금품과 인사권 거래 제안 등이 드러나 유권자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민주당 후보 자격심사 과정도 논란을 빚었다. 후보 지지율과 음주운전 폭력 전과 등 결격 사유에 대한 이중 잣대로 누구는 배제되고 누구는 통과하면서 이현령비현령 자격심사란 비난을 자초했다. 이러한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유력 인사 입김설, 계파 공천설 등 뒷말만 무성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확정 발표 후 뒤늦게 이의제기와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 등으로 재검증과 재경선이 이어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자격심사와 공천 결과가 일부 번복되었고 이에 반발한 당사자들의 탈당 사태와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전북도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 도지사와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비례대표 등 모두 263명의 후보자 공천 작업을 완료했다. 민주당은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대폭 물갈이를 통해 혁신 공천을 내세웠다. 여성과 청년 후보 비율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2~3% 포인트 정도 상향된 것도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엄정한 도덕성 잣대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후보 공천자 중 78명, 약 30%가 전과자로 드러났다. 전과의 경중에 따라 부적격 후보자를 걸러냈다지만 공천 후보자 10명 중 3명이 전과자란 사실은 간과할 수가 없다. 자치행정의 인허가 과정에 많은 이권이 따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는 항상 유혹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이권 개입이나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전례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자 최소한의 자격 기준이다. 매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정당 공천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정당의 책임 정치 구현 차원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도입했지만 별 실익이 없다. 오히려 중앙 정치에 지방자치, 민생자치가 휘둘리고 줄 세우기, 줄서기가 성행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후유증만 초래할 뿐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5.11 16:28

동학혁명 128주년 독립유공자 서훈 서둘라

제128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11일 정읍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렸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개원식이 함께 열려 각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총 324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황토현전적지 일대 30만여㎡에 조성된 기념공원에는 전시 및 추모시설 등이 마련돼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식과 기념공원은 전북 도민들과 정치권, 국내 역사문화 전문가 등이 오랜기간 합심 노력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정부는 1894년 동학농민군이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을 맞아 첫 승리를 거둔 전승일인 5월 11일을 지난 2019년 국가기념일로 정해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3694명과 유족 1만2613명이 참여자 유족으로 등록됐다. 올해 개원한 기념공원 중앙에는 전국 90개 지역에서 일어난 동학농민군을 상징하는 90개의 ‘울림의 기둥’이 세워졌다. 개원을 기념해 전국 34개 기념사업 단체들이 각 지역의 흙을 직접 가져와 한 곳에 모으는 ‘합토식’ 행사와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전국적 확산을 기리는 기념식수도 진행됐다. 기념공원이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일 항쟁으로 그 정신은 3.1 독립운동으로 계승됐다. 그러나 일제의 침략에 저항해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아직도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전봉준·최시형 등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고 국정감사에서도 서훈 당위성이 지적됐지만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여·야 국회의원 60명은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독립유공자 서훈의 법적 근거를 담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새정부 출범 과정에서의 여야 갈등과 6.1 지방선거 정국이 맞물려 조속한 처리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 회복과 합당한 예우를 위해 정치권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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